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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외톨이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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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3.08.04 14:26
최근연재일 :
2023.10.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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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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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3.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소설은 소설일 뿐 과몰입하지 말자!




DUMMY

13.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1학년 0:1 2학년]


스코어 1:0.


순식간에 벌어진 격차에 아이자와 유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흐름은 1학년에게 있었으니까.


‘뭐지? 뭐가 어떻게 돌아간 거야?’


잠시 한눈을 팔았던 자신을 원망하며 한방 제대로 먹었다는 듯 깊은 숨을 푸우- 하고 내쉬는 야마다 소우타의 아릿한 표정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한편.


‘조직력에서 밀렸어.’


당황하는 아이자와 유키와는 다르게 그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세토우치 고교 축구부의 감독 사이토 요시키 감독이었다.


그는 초반 흐름을 가져갔던 1학년의 모습에 잠시 감탄했지만 그것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하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때 대부분 주전이었던 3학년이 입시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축구부에서 빠졌다지만, 오랫동안 합을 맞춰왔던 현 2학년 학생들이다.


짝!


“나이스!”

“멋진 골이야!”

‘1학년이 그 벽을 쉽게 넘을 순 없을 테니까.’


어차피 이번 경기는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절대로 아니었기에 감독은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따질 생각은 없었다.


물론, 2학년이 갓 들어온 1학년을 상대로 경기다운 경기를 하지 못한다면 크게 호통 칠 생각을 품고 있는 사이토 감독이긴 했다.


‘그나저나 1학년들은 자신들이 왜 골을 먹혔는지 알기나 할까?’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으음···.”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지금의 경기를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1학년 벤치에 앉아 조금은 불편한 표정으로 전전긍긍하며 운동장에 시선을 두고 있는 학생.


‘야, 야마다가 고립되어있어···.’


바로 래오였다.


그는 방금 전의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초반에는 좋았어. 야마다에게 공이 제대로 갔으니까. 개인기가 있는 야마다가··· 2학년을 상대로 박스 근처까지 공을 몰고 가서 슈팅을 때릴 수 있었어. 하지만 그 후가 문제야.’


다시금 킥오프. 2학년이 공을 돌리며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였고 1골을 먹힌 1학년 선수들은 조금은 급한 맘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경기를 이어간다.


‘수비가 좋아서? 아니야. 최후방수비에서 야마다가 막힌 건 아니니까. 문제는 중원.’


래오의 시야가 1학년의 미들진으로 향했다. 겨우 압박해서 얻은 공. 하지만 중원에서 공을 돌릴 때 뚝뚝- 2학년에게 끊겨버린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부지런히 뛰는 것이 어려운 거야.’


한 사람이 공을 받으면 다른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포지션이 있다고 해서 그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현대축구에선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보면 1학년들의 축구는 래오의 눈에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축구를 이해하는 애 그리고 아직 못하고 있는 애가 뒤섞여 있어. 그래서 그런 것 같아.’


단숨에 양 팀 간 경험적 차이를 깨달아 버린 래오.


‘그래서 공이 야마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어. 그 뿐만 아니야. 아예··· 전진을 제대로 못하지.’


출렁-!


삐이-


“우왓!”

“또 2학년의 골이다!”

“와우, 유키치 선배 멀티골이네.”

“전반 10분 만에 스코어 2:0이라니. 역시 1학년과 2학년은 차이가 나는 걸까?”


1학년은 제대로 하프라인을 벗어나지 못했고 시쳇말로 2학년에게 뚜드려 맞고 있는 상황이 반복 되었다. 최전방에 있던 야마다 소우타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공을 받기 위해 혹은 수비를 가담하기 위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오는 상황만 보아도 지금 1학년 경기력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한 사람이라도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눈치 보지 않고 뛰었다면··· 야마다에게 공이 전달되었을 거야.’


지금 1학년에게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움직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들이 열심히 땀 흘려 뛰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열심히 뛰어야 해···.’


그것 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만 했다. 1학년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겠지만··· 그래서 래오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삐이- 삐이이이-


전반전 끝을 알리는 호각소리에 모두가 깊은 숨을 몰아쉰다. 지켜보는 사람도 그리고 경기장에서 뛰는 사람도 여러 감정이 교차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 물이에요.”

“아. 땡큐.”


물병과 수건이 담긴 박스를 끌고 와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아이자와 유키. 이것역시 축구부 매니저로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였기에 그녀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전반 경기를 뛴 선수들을 체크한다.


‘연습경기라지만 다들 열심히 뛰었지.’

“흐아··· 30분 뛰었는데 왜 이렇게 힘드냐.”

“진짜 경기는 45분 풀타임이잖아. 더 힘들걸.”

“으아··· 상상하기도 싫네.”

“조금만 더 힘내자.”


1학년 그리고 2학년 모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연습경기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달린 경기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야마다군···.’

“하아···.”


1학년은 2학년과 달리 득점을 하지 못하고 2:0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숨을 몰아쉬며 몰을 조금씩 마시고 있는 야마다 소우타의 모습을 보며, 아이자와 유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힘내···.’


그러던 그때.


“후반전에는 대거 교체를 할 예정이다. 각 팀은 잘 상의해서 교체한 선수들과 포지션을 정하도록.”


사이토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선수들을 거친 숨을 잘 가다듬은 듯 ‘네!’하고 크게 목소리를 내본다. 그 소리에 아이자와는 자연스레 교체멤버로 포함되어있는, 전반까지 벤치에 있던 래오의 모습을 힐끔하고 바라보았다.


‘래오도 나가겠지?’


축구부 수가 수십 명 더 있었다면 전체적으로 선수들을 바꾸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뛰지 못한 선수들 위주로 교체가 이루어진다.


“야마다는 아직 남는 게 좋겠어.”

“응응.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러면··· 힘이 빠진 선수들 위주로 교체하자.”

“그럼 수비수들하고 미드필더···.”


2학년도 그렇지만 1학년도 지금 포지션이 제대로 된 포지션은 아니다.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연습경기인 만큼 무작위로 섞어 놓은 포지션이었기에 각 팀이 잘 상의해서 교체를 정하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힘이 있는 야마다 소우타는 후반에도 뛸 예정이었다. 일방적으로 2학년에게 맞아버린 덕에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체력이 좀 깎이긴 했지만 1학년 중에서 주포로서 활약할 인물이 야마다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래오는 포지션이 어디야?”

“음··· 으음··· 그 주, 중앙으로 갈게.”

“미드필더?”


래오는 미드필더에 자리를 하게 된다. 먼저 그에게 포지션을 물어본 인물은 야마다였다. 몇 번 마주해서 그런지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다른 애들 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래오에게 말을 붙여준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포지션에 야마다는 자못 놀라 입을 살짝 벌렸다.


‘당연 수비수 쪽인 줄 알았는데.’


그도 그럴게 지난 반대항전에서 보여준 래오 수비는 위력적이었으니까. 당연 그 쪽으로 원할 것이라 생각했던 야마다였다.


하지만 그것은 야마다 소우타의 착각이었다. 당시 래오는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경기에 투입된 것이었고 포지션 자체도 얼렁뚱땅 정해져버렸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래오에겐 포지션이 없었다.


놀랍게도··· 그런 경험 자체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가 미드필더로 가겠다는 이유는.


‘좀 더 거들면 야마다군에게 공이 가겠지.’


전반 경기, 홀로 고립되어 있는 야마다 소우타의 모습 그리고 제대로 풀리지 않는 중원싸움이 아쉽고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스르륵-


그렇게, 래오는 후반 경기를 위해 조끼를 입는다.


짝!


“잘 부탁해!”

“아, 으, 으응.”

“?”


이름 모를 동급생의 하이파이브를 어색하게 받으며 말이다.


“경기 시작한다!”


삐익-----!


그렇게 다시금 시작 된 후반전. 킥오프는 2학년이 먼저.


퉁-


“공간 주의!”

“오케이-”


공을 돌리며 경기가 시작되자 래오의 눈빛이 바뀐다. 7년간 홀로 축구를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마음인지, 그것도 아니면 축구부에서 경기를 뛴다는 긴장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공간-’


탓-!


“!”


정말 그 내성적이고 말도 제대로 못하던 래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그 모습에 라인 밖에 있던 아이자와는 새삼 래오의 모습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역시 축구경기만 하면 달라져.’


그러면서 ‘역시! 내가 데려온 선수야!’라는 표정으로 뿌듯하게 그를 지켜보다 힐끔 사이토 감독을 하라보는데···.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 하실까?’

“······.”

“?”


감독의 눈빛이 자못 심상찮아 보였다. 마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말이다.






‘뭐지···?’


축구부에 들어왔다는 신입.


그 아이가 아직 공을 터치하진 않았다. 하지만 움직임. 상대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위치해야 할 공간으로 적절하게 들어가는 그 움직임 하나만으로 감독인 그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턱!


“!”

“나이스!”

“···흐읍-”


터엉-!


탓-


2학년의 패스줄기를 끊은 인터셉트. 그리고 후에 다시금 움직여 자신의 공간을 찾아가는 빠른 판단에 사이토 요시키 감독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다른 1학년 애들도 있는데 왜 유독 래오의 모습에 그런 반응을 보였냐고?


‘저렇게 하는 애들이 없으니까.’


그건 래오처럼 하는 애들이 없으니 감독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금 래오의 움직임을 보라.


입터셉트로 공을 끊은 다음 최대한 안정적인 포지션에 있는 팀 동료에게 공을 건넨다. 그 뿐이라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는다. 공을 받은 동료가 다음에 보낼 패스루트를 확인하곤 그 지척으로 달려가 삼각형의 구도를 만들어냈다.


안정적인 삼각형의 구도를 말이다.


그 덕에.


“어이!”

“아!”

‘공을 가진 녀석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원래 패스를 주려고 했던 방향과 지척에 있는 신입. 패스길이 두 가지이니 상대 선수는 까다롭지. 게다가.’


공을 가지고 있는 1학년 선수는 선택지 2가지 중 안정적인 한 가지를 택하면 그만이었다. 미리 건네려고 했던 패스길이 막히자 다시금 가까이에 있는 래오에게 공을 보낸다. 그에 래오는 패스를 받아.


툭-


다시금 짧게 패스.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내 패스를 건넨 선수의 움직임과 뒤따라오는 상대 선수를 확인하고 적당히 뒤로 빠져 적재적소의 공간으로 스며들자 1학년 선수들의 전체적인 덩어리가 하프라인을 넘고 있었다.


더불어 또 다시 만들어진 예쁜 삼각형의 구도.


‘전반전 때 전진하지 못하고 하프라인에 박혀 있었던 1학년 녀석들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다. 녀석의 움직임이 공을··· 전진시킨 거야.’


덕분에.


텅-!


“야마다!”

“흡-!”


텁-


“달려 야마다!”

“라인을 제대로 뚫었어! 이건- 이건!!”


다닷-


와아아아아!


꺄악! 야마다구우우운!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1선 라인에서 공을 받은 야마다 소우타의 움직임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펜스 밖에서 응원하는 여자애들의 쩌렁쩌렁목소리, 어쩌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벤치에서 엉덩이를 때기 시작한 1학년 축구부원들의 열망어린 표정.


휘청-


‘페이크··· 라고?’

“훕!”


뻐엉-!


철렁---!


박스 안에서 한번 접어 수비수를 농락하고 그대로 공을 골대로 밀어 넣는 패기 넘치는 야마다 소우타의 모습에 모두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꺄아악! 머, 멋져!”


감독 옆에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 이내 입을 틀어막는 아이자와 유키가 더욱 그랬다. 하지만 모두가 야마다에게 시선을 모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꿀꺽-


‘지금 야마다가 문제가 아니야.’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꿰뚫은 사이토 감독이었다. 그는 숨을 적당히 헐떡이며 소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래오’를 두 눈에 새겼다.


‘···신입, 저 녀석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거나 다름없다. 지금 상황에 누구보다 빛나지 않지만, 녀석은 훌륭하게 팀의 흐름을 바꿔낸 거야.’


감독은 생각한다.


래오의 움직임은 절대 간단한 것이 아니라고. 그 움직임은 헌신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이다.


단순히 패스를 준 것이 아니라, 패스를 주고 한 번 더 움직인다.


그래, 거기까지는 훈련을 하면 모두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축구를 배운 어린 선수들 중에도 그런 좋은 선수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적절한 곳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잡아내는 ‘축구지능’과 ‘센스’는 별개다. 그것은 오랫동안 훈련해서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오래 했다고 다 되면 누구나 이름을 떨쳤겠지.


래오가 가진 것은 타고난··· 재능이었다.


‘야마다 소우타처럼 골감각이 좋은 녀석들이 있으면, 신입··· 아니 래오라고 했나 녀석처럼 필드를 전체적으로 꿰고 있는 녀석이 종종 튀어나와.’


감독은 숨을 잠시 멈추곤 이내 다시금 킥오프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 한 다음 확실하게 마음속으로 읊었다.


‘천재.’


그 한 단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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