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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외톨이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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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3.08.04 14:26
최근연재일 :
2023.10.17 23:5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7,855
추천수 :
725
글자수 :
157,236

작성
23.08.04 14:30
조회
3,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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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0쪽

1.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소설은 소설일 뿐 과몰입하지 말자!




DUMMY

1.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초등학교 3학년 초 때의 일이었다.


“야! 패스패스!”

“오케이!”


텅-


데구르-


“달려!”

“저거 잡아야지! 야! 골키퍼 개미보고 있지 말라고!”

“······.”


유독 소심한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점심시간 혹은 쉬는 시간에도 무리에 끼지 못했다.


쉬는 시간 밖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며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처럼, 뭐든 함께 뛰놀고 싶었지만···. 뭐랄까,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아, 그렇다고 해서 반 친구들이 나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워낙 조용하니까. 차분한 성격이었으니까. 난, 우리 반에서 존재감이 없는 옅은 갈색 같은 아이였다. 새 학기가 지났음에도 내 이름도 모르는 아이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덜컥 겁이 난 것이다.


‘이러다··· 늙어 죽을 때 까지 친구 못 사귀면 어떻게 하지?’


1학년 때는 그냥 뭣 모르고 대화도 하고 시끌시끌한 분위기였었고, 2학년이 되니 그나마 차분해지고 끼리끼리 통하는 애들끼리 모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고, 3학년이 되니 어느새 그냥 학교에 와서 홀로 선생님 말씀만 듣다 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정말 늙어 죽을 때 까지 친구를 못 사귈까 걱정되었다.


딩동-


“조심히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네!”


수업이 전부 끝날 때 까지 그 엄청난 불안감에 홀로 책상에 앉아 두려움을 느끼던 순간.


“야! 축구하고 갈사람!”

“이번에 월드컵 봤냐? 개쩔지 않았어?”

“야야 어서 가자!”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 떠드는 무리가 보였다. 한쪽 팔 안으로 축구공을 감싸 쥐고 있는 녀석부터 어제 저녁 방송되었던 월드컵이야기를 떠들어대는 녀석까지.


‘나도 저렇게 이야기를 했으면···.’


함께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애들을 바라보며 나는 부러움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지 그래? 라고 내게 조언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뭐랄까···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중간에 뭔가 가로막힌 것처럼 꺽꺽 되어서 정말 이상한 애처럼 보여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 될 까 걱정했다. 창피했으니까. 애들이 분명 놀릴 것이 분명했다.


‘아. 그래도 뭔가 공통된 주제가 있으면··· 쉽게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니가 사다 주신 위인전을 비롯한 각종 서적을 읽은 것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보통 초등학생답지 않은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니까.


번뜩이는 생각에 쪼르르 달려가 반 창문을 빼꼼 고개를 내밀어 바라본다. 저 멀리 서로서로 축구공을 차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우리 반 남자애들 전부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난 저들의 공통 주제가 무엇인지 단숨에 파악 될 수 있었다.


‘축구다!’


축구.


그냥 공을 차는 스포츠 정도로 알고 있는 나였기에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솔직히 더운 날에 땀을 흘리면서 공을 차는 것 보단 집안에서 학습만화를 읽으며 집중하는 것이 더 재밌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3학년 때 나는 깨달았다. 그랬기에.


“뭐? 축구공을 사달라고?”

“네.”

“하하. 여보, 우리 래오가 축구공을 사달라고 하는데?”

“어머- 강래오. 네가 웬일이니? 책이 아니라 축구공? 하긴 어린 나이 때는 밖에서 움직이기도 해야지. 그래야 머리도 좋아진다고 하더라.”


나는 부모님을 졸라 축구공을 사달라고 했다. 이유는 당연했다.


‘그래, 축구를 배우면 친구들과 친해지겠지?’


축구를 배우면 친구들과 함께 공을 차고 즐겁게 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께 축구관련 아카데미에 등록해주세요-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이미 엄마가 정해주신 학원코스가 따로 정해져 있어서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그냥 홀로 책상에 앉아 학원 선생님의 말을 집중하는 것과 달리 그런 곳은 다 같이 함께 할 게 뻔하잖아!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나이여도 학원비 자체가 비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도 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혼자서라도, 어느 정도 공을 차게 되면 용기가 생길거야.’


까짓것 혼자서 해보자고 말이다. 그래서 아빠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 검색을 시작했다.


[축구 초보]

[축구 혼자하기]

[혼자서 축구하는 법]

[혼자서 축구연습]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하니 연관된 동영상이 나왔다. 처음에는 축구에 관한 유튜버가 이렇게 많구나- 하며 놀라다가 이 영상들 중에서 어떤 영상을 참고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조회수가 가장 높은 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


간단하게 생각을 하고 난 영상을 시청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골친구TV의 킹킹입니다. 오늘은 처음 축구를 접하시는 입문자분들을 위한 초보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자 일단 축구를 하기 위해선 준비물을 필요하겠죠? 다른 것은 일단 필요 없더라도 이렇게 제가 있는 적당히 넓은 장소와 이 축구공이 필요합니다.>


친절한 내용에 어린 나라도 이해는 술술 되었다.


“리프팅연습이라··· 공과 발이 친해질 수 있는 연습이라고?”


친구들은 그런거 안 하던데? 라는 생각을 품긴 했지만··· 일단 전문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공과 친해지지 않으면 제대로 축구를 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설득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통- 통-


“어, 어렵네?”


나는 그날부터 집 근처 공원에서 리프팅연습을 시작했다. 상황을 보면 알겠지만 처음 공을 다루었을 땐 제대로 닿지 않아 엉망이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아잇!”


덕분에 나는 열심히 달려가 공을 손으로 잡는 고생을 해야 했다. 물론 나중에 알려준 대로 바운스를 하며 발등에 닿는 연습을 병행했고.


퉁- 퉁-


“아싸! 두 개!”


조금이지만 발전하기 시작했다.


왼발 오른발 각자 하나 씩 제대로 되던 리프팅이 점점 개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몇 주가 지나자 한 번에 일곱 개, 열 개 늘어나.


퉁- 퉁


“후우- 후우-”


발과 몸으로 하는 리프팅에 자신감이 붙었다. 학교시간 그리고 학원시간을 제외한 저녁 먹기 전 2시간을 활용해 연습을 하니 부모님도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 그냥 운동 삼아 하는구나하는 정도?


하지만 뭔가가 성공하자 재미를 붙인 나는.


<오늘은 드리블을 연습해 보도록 할까요? 그냥 차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듯- 자 보세요.>


“이렇게? 이런 식인가? 아- 이것도 쉽지 않구나.”


점점 축구독학에 빠져 들어갔다.






“자, 오늘은 아쉬운 소식이 있어요.”

“······.”

“우리 친구 래오가 아버지 일 때문에 일본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어요. 래오야,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지?”

“···네.”


소근소근-


“쟤 누구야?”

“저기 끝자리에 앉았던 애. 강래오.”

“아. 그런 애가 있었어?”

“······.”


3학년 말. 4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 나는 홀로 뒤통수를 부여잡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아버지의 갑작스런 전근 때문에 ‘전학’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생각지도 꿈꾸지도 않았던 외국으로 말이다.


“···훌쩍.”

“어머, 래오야 울지 마렴. 네가 멀리 가더라도 우리는 항상 널 기억할 거란다.”

‘씨이··· 축구 같이 하려고 연습 엄청 했는데···.’


뭔가 허무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려고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고 점점 감을 잡아가는 시점에서 전학을 가버리는 것이었으니까.


‘아냐··· 그냥 친구들에게 축구 이야기를 먼저 꺼낼걸. 나도 축구한다고. 같이 하자고.’


하지만 이 전에도 지금도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다. 스스로 바보, 멍청이라 욕하며 나는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고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내가 정들어서 울먹이는 줄 알았는지 괜찮다며 잘 가라며 위로의 말을 마지막 선물로 건네주었다.


“아들. 너무 걱정하지 마.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아.”

“그래, 래오야 우리 함께 적응 잘 해보자.”

“······.”


부모님 역시 갑작스레 가게 된 전근이었기 때문에 내게 미안해하면서도 괜찮다며 위로를 주었지만 어린 내 머릿속엔 결국 한국에서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만이 가득했다.


아무튼.


결국 우리 가족은 일본으로 떠났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래, 일본에서는 새롭게 친구를 사귀어 보자’라며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먹어보려 했으나.


“어··· 안녕?”

“쟤 뭐래?”

“일본어 못 하나봐!”

“한국에서 왔대. 근데 우리 할아버지가 조선인하고 놀지 말라고 그랬어.”

“조선인? 그게 뭔데?”

“몰라! 암튼 친하게 지내지 말래!”

“······.”


아차차.


나 일본어 못하지- 라는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버렸다. 바보같이 말이야.


통- 통-


“유일하게 날 이해하는 것은 결국 너 밖에 없구나.”


통- 통-


“너는 나와 같이 있어주고 말동무도 해주니··· 결국 진정한 친구는 너야.”


일본에서 내가 기댈 수 있고 유일한 친한 친구는 축구공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축구공을 다루는 것은 노력하면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더더욱 홀로 축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몇 년 동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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