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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외톨이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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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3.08.04 14:26
최근연재일 :
2023.10.17 23:5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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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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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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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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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8.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소설은 소설일 뿐 과몰입하지 말자!




DUMMY

18.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달그락-


“······.”

“······.”


아침식사 시간.


그 시간만 되면 왠지 모르게 야마다 소우타는 기가 눌리게 된다. 완고한 성격의 아버지. 그리고 그런 성격을 닮은 형 때문이었다. 시커먼 남자들만 셋.


“소우타. 야채도 먹어야지. 야채 고기 야채 고기 순서야.”

“네···.”

“운동하는 애가 편식하면 안 돼. 엄마가 아빠와 형을 서포트하면서도 항상 강조했던 거란다.”

“알겠어요. 음··· 오늘 음식이 유난히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호호. 역시 소우타야, 제법 힘을 줬는데 눈치 챘구나?”


어머니마저 없었다면 아마 야마다 소우타는 지금 이 삭막하고 정 없는 식사시간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그때.


“축구부는 잘 하고 있는 거냐.”


묵직한 그러면서도 걸걸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소우타는 긴장한 듯 척추를 곧게 세우며 입을 열었다.


“네, 네! 사실··· 오늘 주전으로 친선경기에 나가게 되어서···.”

“그러냐.”

“······.”

“······.”


1학년이지만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 자랑하고 싶었던 것인데, 그의 아버지는 ‘그러냐’한마디로 마무리를 지어버렸고 결국 야마다 소우타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다시금 식사에 열중해 보려 했다.


“어머. 대단해! 1학년인데도 주전자리라니. 소우타는 재능이 있어.”

“고마워요. 엄마.”


덤덤한 아버지 대신 목소리를 높여 깊게 칭찬을 하는 어머니의 밝은 목소리가 그나마 위안이 되려던 찰나.


달그락-


“소우타. 누누이 말했지만, 넌 축구에 재능이 없어.”

“······.”


젓가락으로 묵묵히 밥을 먹고 있던 형이 그릇을 내려놓곤 한마디 톡 쏘았다. 야마다의 아버지를 쏙 빼닮은 형은 체구도 건장하고 얇은 선보다는 굵은 선을 지닌 소우타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은 야마다 타케루.


“타케루!”

“스포츠 세계는 냉정한 거예요. 어머니. 좋은 말만 할 순 없어요. 아시잖아요.”

“하지만··· 아직 소우타는···.”

“이제 고등학생이에요. 조금만 더 있으면 프로로 활동 할 수 있는 나이죠.”

“······.”


형 목소리에 괜스레 작아지는 야마다 소우타다. 이유? 그건 자연스레 주변을 살펴보면 답이 나왔다. 부엌 근처에 위치한 식탁 그 너머로 장식장이 보였고 그 유리창 안쪽으로 엄청나게 많은 트로피와 상장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연식이 된 듯한 낡은 것들은 ‘야마다 콘도’ 즉 소우타의 아버지가 젊었을 적 받았던 것들이었고 깨끗하게 장식된 것들인 지금 소우타에게 날선 말을 하는 ‘야마다 타케루’의 물건이었다.


이윽고 선반의 위를 올려다보니 자연스레 푸른색 유니폼이 눈에 들어온다. 액자로 구성되어 있는 그 유니폼은 장식품이라는 것을 알리듯 나란히 두 개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유니폼의 정체를 알면 자연스레 입이 벌려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일본 성인 남자 국가대표 유니폼.


연식이 있는 낡은 유니폼은 일장기가 박혀있고 세련된 요즘 유니폼은 금빛 엠블럼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유니폼이 누구의 것인지.


이내 젓가락을 조심스레 내려놓은 야마다 소우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형도··· 국가대표.’


은퇴를 하고 이제는 해설 쪽에서 일을 하는 소우타의 아버지는 과거 일본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던 인물이었고 그 피와 정신 그리고 피지컬을 이어받은 형 타케루도 현 일본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중이었다.


엄청난 사이즈의 두 사람.


그 중에서도 현재 국가대표로서. J리그 프로 선수로서 활동하는 형, 타케루의 말의 깊이와 힘은 남다른 것이었다.


“더 높은 곳을 보려면 재능이 있어야 해. 하지만 소우타, 너는 그 정도 재능은 없다. 고작 해봤자 프로언저리 정도겠지. 단순히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뭐든 될 수 있는 게 아냐.”

“······.”

“설마 지금 실력이 좀 있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건 아니겠지? 너 정도의 실력을 지닌 애들은 수두룩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네 실력, 금방 따라잡혀.”

“난···!”

“아니라고 할 참이냐?”

“···윽.”

“네가 재능이 있고 충분히 눈에 들어오는 선수였다면, 이미 중학교 때 명문고교에 스카운제의가 들어왔을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지. 맞잖아?”


소우타의 형은 천재였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이들 보다 앞섰고 그 바탕으로 국가대표라는 엘리트코스를 밟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냉정하게 소우타에게 말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난 네가 공부나 했으면 좋겠어. 축구보다 공부머리가 좋으니까. 그러면 충분히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중에 회사도 좋은 곳으로 취직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축구로는 네가 추구하는 목표는 이룰 수 없어.”

“······.”


형이었기에 동생의 목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바로 아버지, 형과 같이 축구선수로 국가대표가 되는 것.


나란히 그 길을 걷고 싶은 동생의 마음을 타케루가 모를 리 없었다.


“후우- 어렸을 때 주변에서 천재라고 불렸던 나도, J리그가 고작이다. 더 재능이 있고 더 천재인 선수들은 해외로 나가서 국위선양을 하지. 하지만 넌 어떠냐? 지금의 나를 넘어 설 수 있겠어?”

“······.”

“그것도 아닌 재능이라면, 고교축구정도로 마무리 짓고 학업에나 신경 써. 아버지도 나도 너에게 국가대표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으니 말이야.”

“···일어나 볼게요.”

“소, 소우타···.”

“괜찮아요. 엄마. 그럼··· 가볼게요.”


드르륵-


야마다 소우타가 마음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형의 말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쉬이 반박할 수 없어 속이 쓰라렸다.


‘나도··· 노력하고 있어···.’


결국 소우타는 학교 갈 준비라는 핑계로 식사자리에서 벗어났고 어머니는 그런 막내아들 모습아 안타까워하다 이내 화났다는 표정으로 큰아들 타케루를 쏘아봤다.


“타케루! 동생에게 좀 더 상냥하게 말 하면 좀 안 되니?”

“헛된 꿈을 쫓아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어요. 해외 가겠다고 박박 우기던 제 어린 시절 기억 안 나세요? 지금 생각해면··· 부끄럽고 창피했던 일이죠.”

“타케루··· 오랜만에 본가에 왔는데 좀··· 어휴, 이러다간 형제간의 우애도 사라지겠구나. 엄마는 슬퍼.”

“저도 소우타를 아껴서 그런 거예요. 녀석은 똑똑한 아이잖아요. 그러니 저 같이 힘든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과했다.”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아버지의 목소리에, 형 타케루는 살짝 입술에 힘을 주다 이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꺼내었다. 그러다 위로하듯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형 타케루는 천천히 고개만 끄덕이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 동생, 소우타의 흔적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엔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두 형제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어린 시절 사진이었다.







시간이 빠르다.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렴.”


벌써 축구부 허락을 한 지 꽤 지났으니까.


해맑은 표정으로 서둘러 학교로 가는 래오의 모습을 보며. 그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변화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펄럭-


“요즘. 학교 가는 게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군.”

“그러게요··· 저런 모습, 여태껏 보인 적 없었는데···.”

“축구부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변했지. 하하.”

“으음···.”

“왜? 성적 때문에? 당신, 아직 5월 시험도 치르지 않았는데 너무 성급하게 걱정하는 거 아냐?”

“여보도 참. 그게 아니에요.”

“그럼?”

“제가··· 너무 반대했던 게 그냥 마음에 걸려서···.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머니는 후회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저런 표정으로 학교가는 아들을 보지 못했었으니까. 최근 달라진 래오의 모습이 얼마나 반갑게 다가오던지.


성적에 혹은 미래 일에 큰소리로 부르짖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래오의 아버지는 살포시 어깨를 쓸어주며 부드럽게 말 했다.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응원이나 가자고. 축구부면 경기 같은 것도 할 테고.”

“경기···.”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그렇죠. 하루정도는. 음음.”


그의 말에 어머니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이내 스마트폰 달력을 휙휙 손가락으로 넘기며 시간대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아직 정확한 경기날짜도 모르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 얼굴에 드러나는, 조금 설레는 표정을 아버지는 놓치지 않았다. 과거 공부라는 틀로 아들을 가두었던 그녀였지만··· 그래도 어머니였으니까. 아들이 저렇게 기분 좋은 미소로 학교에 간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다.


‘축구하나로 이렇게 바뀌나. 고맙다고 해야 할 정도네.’


그에 아버지는 방금 빠르게 뛰어나간 래오의 빈자리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힘내라. 래오.’


한편 부모님의 사정을 알 리 없는 래오는 다른 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끼릭- 끼릭-


‘오늘··· 경기야!’


그것은 바로 미나미 공고 축구부와의 연습경기였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 줄이야!


‘서, 선발··· 어, 어쩌지···.’


훈련도 하고 연습도 하고 경기도 찾아보고 많은 것을 했지만···. 그래도 내성적인 성격의 주인공 래오는 심장이 미치도록 뛰고 있었다. 아직 경기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다만!


그 뛰는 심장이 주는 감정은 과거와 좀 달랐다.


‘조, 조금 설렐지도!’


무서워서? 두려워서?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고 전체적으로 래오의 몸을 두르고 있는 것은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덕분에 타고 있는 자전거가 그 어느 날보다 더 힘차고 빨랐다.


‘치, 친구들과 같이 뛰는 거야!’


지금도 말하기 좀 부끄럽고 쑥스러운 단어. 친구. 하지만 그동안 축구부에서 활동하며 친해진 소우타를 비롯해 타이치, 이치, 유즈루 등 다양한 친구들과의 접점이 그를 조금 성장시킨 듯 했다.


덕분에 90%의 다크초콜렛이 80% 다크초콜렛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10%차이가 무슨 차이냐고? 하지만 래오에겐 엄청난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이 알아차릴 정도로 발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때.


“래오!”

“아.”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머리끈으로 포니테일을 올린 소녀, 아이자와 유키. 며칠 전 지각을 했을 때와 다르게 이른 아침 나서는 그녀의 등굣길과 래오의 등굣길이 겹쳐버린 것이다.


“이 시간에 가는 거야? 평소엔 잘 만나지 못하는데 우연이네.”

“아- 아이자와- 좋은 아침.”

“그래. 좋은 아침. 기왕 같이 갈까? 늦은 건 아니잖아.”

“으, 응!”


같이 가자는 아이자와의 말에 래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래오는 눈앞에 있는 아이자와 유키를 ‘행운’을 부르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아이자와가 축구부에 갈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주고··· 고등학생으로 처음 말도 걸었던 인물이고···.’


여러모로 요즘 행복한 일들이 많아진 것이 그녀 덕이라 생각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아이자와 유키 역시 래오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 그 사실을 알리는 없었다.


“아, 아! 이, 이거- 전해줘야 하는데.”

“아. 내 손수건.”


래오가 급하게 가방 속에서 꺼내든 것은 손수건이었다. 여학생이 쓸법한 색감. 이전 아이자와 유키가 빌려 주었던 그 손수건이었다.


당일 깨끗이 세탁해서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었는데.


‘저, 전해줄 타, 타이밍 놓쳤지···.’


극 내성적인 래오는 축구부에 함께 있으면서도 그 손수건을 쉽게 전달하지 못했다.


“와. 비닐 포장지까지··· 이렇게 까지 안 해도 되는데.”

“아, 아이자와에게 받은 거, 건데. 다, 당연하지.”

“뭐,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후후. 하지만 고마워. 아! 그리고 한번 쏜다니까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미, 미안!”

“아니 미안할건 아니고···.”


쑥스러워 하는 래오의 모습에. 아이자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생각을 단번에 읽어버렸다.


‘분명 줄 기회는 많았는데 내성적인 성격에 타이밍을 놓친 거겠지. 이렇게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면 손수건··· 받지 못했을 지도 몰라.’


그 생각이 좀 웃겼는지 풉- 하고 웃는 아이자와 유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라 고개만 갸웃하는 래오.


“킥킥 아냐 됐다 됐어. 일단 가자고.”

“으, 응!”


아무튼 두 사람은 함께 학교를 향해 나아간다.


“오늘 드디어 미나미 공고 축구부와 경기네.”

“으, 으응.”

“솔직히 네가 주전이라는 이야기 처음 들었을 때, 놀랐어. 뭐 그 다음은··· 곧 잘 훈련에 잘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감독님에게 생각이 있겠지 싶었고 말이야.”

“나, 나도 그, 그때는 놀랐어. 주, 주전이라니.”

“아무튼 오늘 경기. 이겨!”

“으, 응! 노, 노력할게!”

“노력이 아니라 꼭. 최대한 야마다가 골을 넣게 만들란 말이야.”


아이자와 유키는 요즘 야마다가 부쩍 열심히 축구부에 집중하는 모습에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연습경기 정말 이기고 싶은 모양이다- 라고.


‘수업시간에도 좀 다른 곳을 보며 멍- 한 적이 있었지. 분명 이번 연습경기 때문일 거야. 에이스로서의 숙명이라는 거니까.’


물론, 야마다 소우타의 속사정을 모르는 아이자와의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

“뭐, 뭐야 래오. 그 표정은?”

“아, 아이자와는-”

“?”

“역시 소우타를 조, 좋아하는 구나.”

“!!”


갑작스레 래오의 입에서 터져 나온 팩트폭격. 그 순수한 폭격에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두 손으로 래오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도 그럴게 주변에 세토우치 고등학교로 가는 학생들이 꽤 있었으니 말이다.


“읍- 으읍-”

“쉬, 쉿! 조용히 해!”


겨우 상황이 진정되니 틀어막아버린 입을 놓아주는 아이자와 유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살았다는 듯 진땀을 흘리는 래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어, 어떻게 알았어?”

“어? 음? 하지만··· 다, 다 티가 나서···.”

‘래오에게도 티가 났단 말이야? 거짓말!’


어벙한 래오에게도 자신의 마음이 들켰다면 야마다 소우타에게는 당연히 들켰으리라 생각한 아이자와 유키는 얼굴이 붉어진다. 그 모습에 래오는 어버버거리며 손을 휘적거리더니.


“그- 그- 소, 소우타는 모르니까.”

“에? 몰라?”

“으, 응. 아무래도··· 그런 쪽은 신경을 안 써서. 우, 우린 축구이야기만 해.”

“큭- 그, 그건··· 그거 나름대로 쇼크네.”


연속으로 팩트미사일이라는 직격탄을 맞아버린 아이자와는 너덜너덜해졌고 그런 그녀를 위로하듯 말을 꺼냈던 래오는 뭔가 잘 못 말 한 건가 싶어 안절부절 못했다.


“아, 으- 응원할게!”

“···하아. 뭐, 그렇게 하든지. 그래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야마다에게 뭐라 하진 마.”

“으, 응!”

“약속이야! 절대로!”

“응!”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이자와는 ‘뭐, 이제 됐나.’하는 마음으로 터덜터덜 래오와 함께 걸어가며 야마다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꺼내들었다. 어차피 래오도 아는 거 속 시원하게 자신의 감정을 풀어 놓으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든 거다.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그녀의 이야기의 주제는 퍽 단순했다. 야마다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어떤 포인트가 멋진지 등- 그런 뻔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돌고 돌아 자연스레 오늘 축구경기까지 이어진다.


“···아무튼 그러니까 꼭 야마다가 활약할 수 있는 경기가 되어야 해! 오늘은.”

“······.”

“뭐야?”

“정말로··· 야마다를 응원하는 구나 싶어서. 그··· 부, 부러워서.”

“훗. 뭐, 래오도 살다보면 나중에 그런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그보다 연애에 관심 있기는 해?”

“여, 연애 보다는 수, 순수하게 응, 응원하는 모습이 조, 좋아서 그런 거야. 난.”

“아아. 그렇구나. 난 또 네가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그런 줄 알았지. 헤에~ 뭐야, 얼굴 빨개지네? 웃겨 정말.”

“으 으으···.”

“킥킥. 아무튼 넌- 참 유별나. 그래서 재밌어.”

‘고,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그녀의 웃음에 래오는 따라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녀 말처럼 래오는 연애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순수하게 응원하는 그 모습이 자신과 거리가 먼 느낌이라 한번쯤은 받아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래서 부럽다고 한 것이다.


‘응원··· 어떤 느낌이려나.’


그러던 그때.


“유.키.짱!”


덥석!


“헉! 메, 메구미!?”

“??”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등장해 버렸다. 바로 아이자와 유키의 고등학교 절친, 혼다 메구미의 등장이었다. 장난기 많은 소녀 메구미의 백허그에 놀란 유키가 화들짝 놀랐고 그 옆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던 래오도 그녀의 깜짝 등장에 놀라 심장이 벌렁거렸다.


“어라? 두 사람 같이 가고 있었던 거야? 분명 축구부의···.”

“아. 메구미. 이쪽은 래오. 알려나?”

“응응. 유키짱 때문에 종종 축구부 가니까. 그때 얼굴을 봤어.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래오 이쪽은 같은 반 친구이자 절친 혼다 메구미야.”

“야호-”

“으, 응··· 바, 반가워. 난··· 래, 래오!”

“아. 그건 알아. 유키짱 래오군은 원래 이런 성격?”

“아······ 뭐, 그건 가면서 말 해줄게. 일단 등교나 하자고.”

“가자가자! 래오군은 자전거파?”

“래, 래오- 래오로 괜찮아.”

“아~ 정말? 그럼 나도 그냥 혼다로 불러줘.”


참 우연찮게 래오가 두 번째 여자사람친구를 사귀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엄청 활달한 성격의 여자사람 친구를 말이다.






시간은 흘러.


세토우치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갈 무렵.


언덕 위 교문 근처 주차장에 커다란 버스 한 대가 얌전히 주차를 했다. 치이- 하고 열리는 문으로 특유의 검은 색 운동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등짝에 수놓아 있는 강렬하면서도 새하얀 한자.


[미나미 공고]


저벅-


“아. 여기야? 세토우치 고등학교.”

“휘유- 경기장 나쁘지 않은데? 잔디도 좋고. 흙바닥에서 하는 우리랑 차원이 다르네.”

“공고랑 일반고랑 다르긴 하겠지. 그래도 성적은 우리 쪽이 더 좋은 것 같던데?”

“근소하게.”


짧은 머리칼을 자랑하는 그들. 같은 복장으로 수십이 되는 숫자가 늘여 놓아져있으니 괜스레 압도적으로 보인다. 한 손에 커다란 스포츠가방을 메고 줄맞춰 나아가는 그 당당한 모습은 ‘축구부’가 아니라 군대처럼 보였을 정도다.


“기왕 온 거 이기자.”

“아. 이기자.”


미나미 공고 축구부가 세토우치 고등학교에 입성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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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1 23.09.06 1,866 33 10쪽
5 5.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5 23.09.06 1,950 35 12쪽
4 4.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3 23.08.25 2,101 34 11쪽
3 3.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23.08.24 2,311 44 10쪽
2 2.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5 23.08.18 2,681 44 10쪽
1 1.외톨이 축구천재(봇치 더 사커). +8 23.08.04 3,787 5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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