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수정

300년 만에 입학하여 실눈캐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2.02.21 10:45
최근연재일 :
2022.07.25 21:41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14,367
추천수 :
3,177
글자수 :
519,239

작성
22.03.09 12:00
조회
2,274
추천
55
글자
23쪽

16.마족은 아카데미에서 적응중입니다?(1).(수정)

*리메이크된 작품입니다.




DUMMY

16.마족은 아카데미에서 적응중입니다?(1).




[루이즈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어째서?’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황당하게 호감도가 상승해 버리는 루이즈 교수의 반응에 니로는 얼떨떨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원작대로라면 그녀 역시 전쟁에 나서 마족들을 쓸어버리지.’


서브 히로인이 되었든 그냥 교수가 되었듯. 어찌 되었든 그녀는 제 2의 인마전쟁에 참여하여 마족들을 섬멸하는데 일조한다.


그 힘이 어마어마하니 ‘지워졌다.’라는 표현의 텍스트가 게임문구에 삽입될 정도였다. 때문에 자세한 스토리는 기억이 안 나는 니로였지만, 그녀가 훗날 인간들 편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정도는 잘 알았다.


‘때문에 호감도를 올리고 마족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켜야지.’

“······.”

‘솔직히 항상 표정이 비슷하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최 알 순 없지만. 그래도.’


꾸물꾸물-


니로가 뻗은 손 그리고 그 앞에 있던 찰흙이 어느덧 별모양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오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9명밖에 없는 수업인지, 학부수입인지는 몰라도 단체 수업에서 느껴졌던 적대감은 거의 없었다.


루이즈 교수의 수업을 듣는다는 ‘동질감’때문일까? 아니면.


초롱초롱-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시선이 내게 모여든다.’


그런 묘한 시선들을 니로는 느꼈다. 그리고 그때.


“마나. 응축. 몸뿐만이 아닌. 사물. 컨트롤 감각 익힘. 좋아.”


조금은 웅얼웅얼 말을 하는 교수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자, 니로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듯 말했다.


“마나를 단순히 몸에만 머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물에도 주입시키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컨트롤에 감각을 익히기 좋다는 것이군요. 역시 제가 생각한 것이 맞았군요.”

“응. 어려울까?”

“아니요.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지금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서클은 2서클. 그 중에서 아주 미량의 마나만으로도 이런 변화가 가능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상상력이 되겠네요.”

“응응!”


엄청난 공감이라도 되는 것일까? 어느새 루이즈 교수의 눈동자도 초롱초롱해졌고 니로는 옅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호감도가 오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한편.


웅성웅성-


“그, 그런 거야? 좀 이해가 가는 것 같아. 개인교습 때도 상상력 이야기를 했거든.”

“저 녀석··· 교수님 말을 번역하고 있어···. 미친.”

“이거··· 어쩌면 수업을 들을 만 할지도?”

“번역실눈아 고맙다···.”


다른 학생들은 루이즈 교수의 말을 그대로 풀어 말해주는 니로의 말에 하나의 광명을 찾은 도인처럼 두 눈을 빛냈다.


정원수에 밀려 어려운 루이즈 교수의 수업을 들어야만 했던 아찔함이 조금은 해소가 되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니로 옆에 앉아 있던 학생, 레이지도 속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찰흙에 손을 뻗었다.


‘잘하면··· 이 수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어.’


그렇게. 그 후로 루이즈의 말을 니로가 풀어서 설명해주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고 학생들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띵동-


울리는 종소리.


“뭐, 뭐야··· 벌써 수업 끝났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그러니깐. 생각보다 재밌는데? 저 실눈이 풀어서 설명해 줘서 그렇지만.”

“그러게. 번역기가 따로 없네. 덕분에 수업을 잘 들었어.”

“쟤 이름이 뭐더라?”

“있잖아. 이번에 수석.”

“아아. 니로. 저 녀석이 그 녀석이구나. 어쩐지 교수님과 대화할 수준이라 비범하다곤 생각했어.”


평소의 루이즈 교수의 수업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동안 그녀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어땠던가? 대부분 잠을 잤다. 지겹고 지루하고 어려웠기에.


게다가 조곤조곤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 집중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니로가 그녀의 말을 풀어서 말해주었고 덕분에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나름 그녀가 ‘쉽게’가르쳐 보자 준비를 했기 때문인지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특히 찰흙을 가지고 흥미를 유도하는 것, 꽤 괜찮은 교육 시도였다.


덕분에.


‘모두가··· 제대로 있어.’


루이즈 교수는 확실히 보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얼굴을. 그리고 그 순간 가슴에서 뭔가 간질간질··· 한 것이 느껴졌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감정이 꽤 기분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느끼게 해준 이가.


‘니로···.’


자신의 말을 공감해주고 풀어서 아이들에게 전달한 학생, 니로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을 테니까.


‘고마워.’






마법학부 수업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자리에 앉아 있던 니로. 그가 그렇게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반투명한 창 때문이었다.


띠링-


[루이즈 스렐라의 호감도가 충만해졌습니다.]

[충만함의 크기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바르위겐가의 비밀’ 퀘스트를 얻었습니다.]


‘···수업이 즐거웠던 걸까?’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 까지는 이해가 갔지만 이내 보상까지 주어지는 일은 꿈에도 몰랐던 니로. 게다가 그 보상이 예전과는 다른 ‘퀘스트’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 내용이 ‘바르위겐가의 비밀’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다.


‘비밀··· 이라.’


사실 게임 [소녀아카데미]에서 보았던 히로인 아멜리아 바르위겐은 자신의 가문을 다시금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할로 나올 뿐, 그 속사정이 아주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었다.


더군다나 스토리를 대부분 까먹은 니로였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뭔가, 원작의 느낌이랑 조금 달랐으니까.’


니로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손가락을 놀렸고. 이내 보상으로 받은 퀘스트창이 니로의 눈앞을 일렁였다.


그때.


삐-


“엥?”


불편한 부저음에 니로는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곤 어째서? 라는 표정으로 열리지 않는 보상을 자세히 바라보니···.


[해당 퀘스트를 깨기 위한 아멜리아의 호감도가 충족되지 않습니다.]

[퀘스트를 하고 싶다면 관련 캐릭터의 호감도를 충족해 주세요.]


“······.”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하지만.


“뭐, 게임답네.”


그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 볼까나?”


이제 곧 점심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누구라고?”

“니로라는 녀석입니다.”

“니로? 1학년 검사학부에는 그런 녀석이 없던데?”

“그··· 검사학부가 아니라 마법학부입니다.”

“뭐어? 그럼 지금 마법학부 학생에게 입학시험 때 얻어맞았다는 뜻이야?”


세피아 아카데미 건물 뒷 골목.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한 학생이 보인다. 뒤에 무리를 짓고 있는 다른 학생들 앞에 서있는 것을 보니 그들의 우두머리쯤으로 보였는데.


“···네에.”


그런 그에게 위축된 듯 고개를 숙였던 인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면목 없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하, 마법학부 학생에게 두들겨 맞았다라··· 귀족, 귀족- 항상 입으로 떠벌리고 다니면서 부끄럽지도 않냐? 이름을 보아하니 평민 같다만. 그 아이보다 네가 배는 더 배웠을 텐데.”

“그, 그렇지만 세피아 아카데미에선 신분적으로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어서···. 게다가 전 형님과 다르지 않습니까.”

“그 말이 아니잖아. 칫 그리고 아주 이럴 때만 형님이군.”

“······.”


담배를 물고 있는 인물. 그의 모습이 세세히 드러났다. 갈색머리칼을 포마드로 바싹 올린 그. 노란색 명찰이 아닌 초록색 명찰로 보아선 분명 세피아 아카데미 2학년이 틀림없었다.


“형님은 무슨, 너와 나는 나온 배도 다르잖냐. 아버진 망나니 같은 나에겐 신경도 쓰지 않고, 너 역시 날 형님으로 모시지 않았어. 꼴에 사랑을 받는 다 무시하기나 했지.”

“······.”

“그런데 웃기네. 그런 네가 날 찾아와서 이렇게 빌다니 말이야. 꽤 분했던 모양이지? 알렉스?”

“······.”


알렉스 파브리노. 파브리노 가문의 차남. 하지만 정실부인에게 태어난 인물로 가주인 아버지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소년이었다. 반면 눈앞에 있는 비행청소년은 산체스 파브리노. 그의 형이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후실이었기에 대우가 달랐다.


덕분에 재능이 있음에도 엇나간 산체스 파브리노는 파브리노 가문의 망나니로 통했다. 언제나 사고나 치고 다니는 치기어린 소년.


그런 산체스를 어떻게든 제대로 만들겠다며 파브리노의 가주는 세피아 아카데미에 보냈더랬다. 다행히. 그때 당시 시험은 이번년도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나름 산체스는 검사학부에 들어갈 재능이 있는 인물이었다.


물론. 파브리노 가주의 뜻대로 착실하게 아카데미 생활을 했더라면 제법 훌륭한 인물이 되었을지도 몰라도. 이미 비뚤어진 마음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파브리노는 불량한 애들과 어울렸고 그 안의 리더가 되었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 세피아 아카데미에도, 교수들의 사각지대에 숨겨진 어둠이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부들부들-


“···분합니다. 녀석, 제 얼굴을 마구 때렸다고요. 평민나부랭이가 말이에요! 우리 파브리노가문을 욕보인 거라고요!”

“흥, 시험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카데미에선 딱히 신분가지고 뭐라 그러진 않아. 오히려 신분으로 유세를 떨면 얼치기로 보거든. 그러니 넌 지금 얼치기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거야.”

“크으.”

“훗. 꼴좋다. 오히려 그 니로라는 녀석에게 감사해야겠는 걸? 덕분에 동생이 인생교육한번 제대로 했네. 세상에 척척 맞아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 것에 대한 감사 말이야.”

“······.”


산체스의 말에 알렉스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다.


“형님. 좋은 말로 할 때 절 도와주십시오.”

“뭐? 좋은 말? 네가 뭔데. 어쩌겠다는 건데?”

“형님의 어머니.”

“!”

“저와 저희 어머니가 바보라서 그동안 가만히 놔둔 것 같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산체스의 얼굴이 구겨지며 흙빛으로 변했다. 그의 어머니는 산체스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유일한 존재. 그가 살아가는 것도, 세피아 아카데미에 억지로 입학한 것을 꾹 참는 것도 울면서 다독여준 산체스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너 이 자식··· 우리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면 가만 두지 않겠어. 아버지가 나선다고 해도 말이야!”

“저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둘 째 어머니는 따뜻한 분이시고, 저에게도 잘 대해주시니까요. 하지만.”

“······.”

“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상 어떻게 될지 장담 못하겠습니다.”


꽈악-


“이 새끼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뱉어내고 알렉스의 멱살을 움켜쥐는 산체스. 흐트러진 교복과 단정한 교복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


“제가 엉망이 되면, 더 곤란 해 지실 겁니다. 제 어머니가 얼마나 극성이신지 아시잖아요?”

“······.”


이죽거리는 알렉스의 말에 산체스는 어금니를 깨물며 잡았던 멱살을 풀었다.


“넌 이래서 개 같았어. 남들에게 착한 척은 다하고 뒤에서 음흉한 짓을 벌이지.”

“···그럼 말을 알아들으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형님 실력이라면, 녀석이라도 무사하진 못하겠죠. 파브리노 가문을 무시하지 못 할 겁니다.”

“흥. 아버지께서 이런 너의 참 모습을 보면 어떨까? 억장이 무너지시겠군. 집안 말아 먹겠다고 말이야.”

“훗.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훗날 가주가 된다면 형님께도 좋죠. 전 은혜를 입으면 갚는 스타일인지라.”

“쯧. 기다려라. 애들아 가자!”


우르르-


떠나버리는 산체스와 무리.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알렉스.


“망나니 새끼가 힘 좀 있다고 으스대긴. 영지였으면 찍도 못했을 게. 쳇. 너에게 고분고분 하는 것은 이번 한번 뿐이야. 그 잘난 실눈쟁이 얼굴이 으스러지기만 한다면 난 뭐든 하겠어. 감히 날 그렇게 개 패듯 쳐? 절대 용서 못해. 어디 한번 크게 당해보라지.”


킥킥거리며 웃는 알렉스 파브리노. 아마 자신의 계획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을까?


스스스-


그런 부정한 마음을 품은 그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시 언제 보아도 끝내준다!!!!!!”

“······.”


데미안의 들뜬 표정에 함께 학생식당을 찾은 니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데미안··· 그 시골촌놈 같은 발성은 좀 삼가주세요.”

“치-! 난 시골촌놈 맞거든! 그리고 이 식당을 봐! 정말 환상적이지 않니?”


산해진미.


그것을 갖춘 뷔페식 식당은 세피아 아카데미가 자랑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경험이 풍부한 요리사들이 만드는 음식들은 어느 것이든 윤기가 좔좔 흘렀고 여럿이 먹기 좋게 나누어진 식탁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깨끗했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먹을 수 있는 그릇을 제공하고 혹시나 부족할까 디져트까지 완벽하게 마련된 식당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육류, 해물, 면요리, 빵에다··· 저번에 먹었던 소고기 수프는 얼마나 깊은 맛이 나던지 잠자는 내내 생각이 나더라니까?”

“···조금 창피할지도 모르겠군요. 진정하세요. 데미안. 어차피 3년 동안 먹을 음식들입니다.”

“그, 그렇지? 하하 나도 모르게 들떠서 말이야.”


게다가 워낙 도시와 떨어진 일반적인 시골 마을에서 지냈던 데미안이었기에 다른 학생들보다 이 학생식당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반면.


‘현대에서 많이 본 뷔페형식이니깐.’


니로는 그리 신기해하지 않았다. 이미 경험을 해본 자의 여유?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확실히 니로가 부잣집이긴 한가보네···.’


라며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래도 뭔가 귀족하고 평민하고 따로 먹는 분위기긴 하네.”

“뭐, 상관없지 않겠어요. 밥만 맛있으면 됐죠.”

“히히. 뭐 그렇긴 하지. 오늘은 무엇을 먹어볼까?”

‘대체적으로 서브컬쳐 속 주인공들은 먹는 것에 진심이던데··· 데미안도 그런 모양이군.’


서로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음식을 접시에 담고 이동을 할 때였다. 그때. 저 멀리 고고하게 홀로 앉아 식사를 하는 아멜리아 바르위겐의 모습이 보였다.


“어. 저 아가씨는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혼자네. 친구가 없는 걸까?”

“······.”


아직 시작도 못해본 퀘스트 덕에 니로도 데미안의 시선을 쫓아 아멜리아를 두 눈에 담았다. 쓸쓸해보이지만 담담하게 식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를 강렬한 벽이 느껴졌다.


소곤소곤-


“아멜리아 말이야. 뭔가 차가워보여서 좀 다가가기 그렇지?”

“맞아맞아. 피부가 예뻐서 관리를 어떻게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좀 무섭지.”

“······.”


다른 학생들이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남학생들은 당연 그녀의 미모를 보며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여학생들 역시 풍겨오는 ‘언니’의 기운에 매료된 듯 했다. 중요한 것은 너무 냉랭해 보여서 다가가기 힘들다는 것.


게다가.


‘홀로 뭔가를 하겠다는 마음. 그것 때문에 친구가 안 생기는 걸지도 몰라.’


친구를 사귀는 법. 조금은 어렵지만 막상 한명을 만들면 줄줄이 생기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아멜리아는 그런 감정에 서투른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원작에선 데미안이 첫 친구가 되어준다.


“뭐, 나도 다가가기 힘들다. 그렇지 니로?”

‘지금 데미안은 뭔가··· 그녀에게 싸움 말고는 관심도 없는 것 같지만 말이야. 에휴.’

“웬 한숨?”

“···아닙니다. 어서 자리로 돌아가 앉죠.”

“그래!”


한숨을 쉰 이유는 그런 철벽인 그녀의 호감도를 어떻게 올리냐는 것이었다. 300년 동안 마법연구는 했어도 호감도 올리는 법을 연구한 적이 없는 니로였으니 말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스스로 위안하며 데미안과 함께 자리를 찾던 순간이었다.


스윽-


‘으음?’


누군가의 발이 니로의 발을 노리고 쭉 뻗어온다. 마치 걸려서 넘어지라는 것처럼··· 아주 몰래 말이다. 하지만 니로가 누구인가. 이미 발이 나온다는 것을 보았고 덤벙거릴 타입도 아니었다. 때문에 가볍게 피해 걸음을 옮겼는데···.


우당탕!


챙그랑-----!


“아앗- 내, 내 돈까스! 스파게티! 스테이크가아아!”

“···데미안.”


이어 따라오던 데미안이 걸려 넘어졌고, 잔뜩 들고 갔던 접시가 바닥으로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이 의도된 것을 알기에.


니로는 고개를 돌렸는데···.


팔락-


“아이, 뭐야! 소스가 옷에 튀었잖아!”

“다음에 수업시간인데 어쩔 거야 정말? 어떤 녀석이야?”

“···흐음.”


흐름이··· 딱히 좋지 못했다. 테이블에 무리르 짓고 앉아 있던 학생들. 그들은 1학년이 아닌 선배, 2학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야! 네 음식 때문이 우리 옷이 더럽혀졌잖아! 어떻게 책임질 거야?”

“죄, 죄송합니다!”


음식이 아른거렸지만 그래도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한 것일까? 데미안은 얼른 일어나 그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딱-


“십만.”

“···네?”

“백만 제니로 용서하지.”


묵직한 목소리와 십만 제니라는 내용에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백, 백만 제니요?”

“그래. 세탁비다.”


씨익 웃으며 일어나는 인물. 분명 15살일 텐데도 상당한 키를 지닌 그. 갈색 머리칼을 포마드로 올린 그는 다름 아닌 산체스 파브리노였다.


껄렁껄렁한 자세와 흐트러진 교복. 묘하게 피어나는 담배냄새까지. 그가 어떤 인물인지, 니로는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제가 그만한 돈이···.”

“돈이 없으면··· 다냐?”


얼굴을 들이밀며 무서운 표정을 만드는 그에게. 소란으로 집중된 학생들은 수군거렸다.


“사, 산체스다.”

“와, 지금 세피아 아카데미에서 그 비행을 한다는···.”

“파브리노가의 망나니···.”

“교수들도 포기했다던데?”

“저 1학년 단단히 걸렸는데?”

‘산체스 파브리노?’


니로는 그런 이름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지금 상황이 억지로 만들어 진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날 노린 거고.’

“변상하라고 새끼야! 아, 설마 너 평민이냐? 그 정도 돈도 없는 거냐고?”

“그, 그게···.”


산체스와 그 무리의 큰소리, 그리고 선배, 귀족이라는 신분에 위축되는 데미안. 그러던 그때.


저벅-


“그만 두시죠. 치사하게.”

“뭐?”

“···니로.”

“세탁은 그냥 이곳에서도 공짜로 할 수 있는 거고. 뭣하면 아카데미에서 새로 받을 수도 있잖습니까.”

“···넌 뭐냐?”


산체스의 눈이 가늘어지자. 데미안의 앞을 나선 인물, 니로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알고 계셨을 텐데요? 니로 입니다만?”

“······.”


그리고 그 말에 살짝 표정이 굳어가는 산체스.


“···친구라고 감싼다··· 뭐 그런 건가?”

“진실을 말 안하시네요.”

“선배에게 이런 태도라니. 아무래도 이번 1학년 기강 좀 잡아야겠는데?”

“자꾸 그러시면 교수님께 알릴 겁니다만?”

“하하핫! 교수님? 재밌군. 하지만 말이야.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


저벅-


어느새 시선이 데미안이 아닌 니로에게로 쏘여진다. 가까이 마주한 두 사람. 산체스 파브리노는 가볍게 침을 바닥에 퉤하고 뱉으며 니로에게 빈정댔다.


“아카데미 안에서 폭력금지, 마나금지.”

“아시는 분이 이러시는 겁니까? 아니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기시려고요?”

“아니! 하지만 결투는 다르지.”

“······.”


결투.


그것은 일종의 자웅을 확인하는 아카데미 비무시스템이었다. 서로 어느 정도 제약을 두고 교수님 인도 하에 1:1 실력을 겨루는 일이었다.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둘 생각이로군.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백만 제니를 가져오든 아니면 결투를 하든 둘 중 하나를 골라.”

“교복은 세탁을 하거나 다시 받으시라니까요?”

“뭘 모르는 군 1학년.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교복은 우리 파브리노가문에서 내 입학 기념으로 만든 교복이다. 장인이 한땀한땀 공들여 만들었지.”


세피아 아카데미에서 교복을 나누어주긴 하지만. 위세높은 집안사람들은 자신들을 더 드높이기 위해 교복을 장인에게 맡겨 더 고급스럽게 만들기도 했었다. 누가 보면 돈지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현재 산체스의 교복이 그런 듯 했다. 여러 음식 소스 덕분에 엉망이 되어버린 교복.


‘그래도 백만 제니는 좀 너무하네. 현대로 치자면 백만 원. 아마 평민인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셈이었겠지. 그보다도 우리가 평민이라는 사실을 단번아 알아차렸군. 그것도 아니라면···.’

“···어쩔 테냐?”

‘누군가 알려주었을 것이고.’


그 누군가가 신경 쓰이는 니로였지만. 이내 그 생각을 잊었다. 그 누군가는.


‘결국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제, 제가 결투 하겠습니다. 결투만 하면··· 되는 거죠?”


두려운 마음이지만 친구를 위해 앞으로 나서는 데미안. 그의 용기에 니로는 감탄했지만, 산체스의 시선은 오로지 니로에게 향해있었다. 아니, 원래 니로를 노린 것이었으니까.


“너에게 흥미는 떨어졌다. 지금 말대꾸를 하는 이 녀석과 붙고 싶은데?”

“네에?”

“어떠냐? 실눈. 아니면 도망쳐도 된다만. 끝까지 따라가서···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그런 산체스의 말에, 니로는 피식 웃으며 데미안을 뒤로 물렸다.


“니, 니로···.”

“너무 걱정 마세요. 어차피 절 노리고 온 거니까요.”

“뭐?”

“결투. 받아드리죠.”


웅성웅성-


결투를 받아들인다는 말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흥분한 듯 웅성댔다. 아카데미에서도 망나니 취급을 받는 산체스 파브리노와 이번 신입생 중 수석으로 들어온 1학년.


그 타이틀이 제법 흥미를 돋구었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두 사람이 결투를?”

“2학년 대 1학년 싸움이야!”

“아무리 수석이라도 산체스 파브리노에겐 안 될 거야. 그 앤 껄렁대긴 하지만 막상 실기에서 성적이 좋았거든. 그래서 웬만한 검사학부 2학년 애들도 건들지 않아.”


한편.


딸그락-


‘결투···.’


벌어진 소란에 자신의 식기를 내려놓은 아멜리아. 그녀는 멀리 떨어진 니로를 바라보며 자신의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작가의말

산체스 대사 수정을 좀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300년 만에 입학하여 실눈캐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바르위겐가의 비밀(2). +3 22.03.22 1,832 52 14쪽
22 22.바르위겐가의 비밀(1). +2 22.03.21 1,927 52 17쪽
21 21.뭐가 자꾸 진행이 된다? +6 22.03.19 1,965 58 16쪽
20 20.라이벌에게. +6 22.03.18 1,987 55 12쪽
19 19.원작과는 달라(2). +3 22.03.17 2,048 64 17쪽
18 18.원작과는 달라(1). +3 22.03.15 2,086 57 16쪽
17 17.산체스와의 결투. +3 22.03.12 2,140 58 19쪽
» 16.마족은 아카데미에서 적응중입니다?(1).(수정) +4 22.03.09 2,275 55 23쪽
15 15.마족은 아카데미에 적응중입니다(2). +5 22.03.08 2,219 66 16쪽
14 14.마족은 아카데미에 적응중입니다(1).(수정) +3 22.03.07 2,339 67 20쪽
13 13.저가요··· 있잖아요(1). +5 22.03.05 2,547 70 25쪽
12 12.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니로는 일한다. 그것이 마족이니까. +7 22.03.04 2,647 72 26쪽
11 11.어째선지 주목을 받게 되어버렸습니다만? +7 22.03.03 2,737 66 20쪽
10 10.마지막 시험(2). +8 22.03.02 2,700 70 18쪽
9 9.마지막 시험(1). +9 22.03.01 2,749 73 18쪽
8 8.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3). +3 22.02.28 2,845 72 17쪽
7 7.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2). +3 22.02.26 2,890 73 18쪽
6 6.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1). +5 22.02.25 3,071 72 20쪽
5 5.인간 아카데미로 간 마왕 간부. +4 22.02.24 3,562 71 15쪽
4 4.300년 만에 명령을 받다. +3 22.02.23 4,127 84 15쪽
3 3.마왕의 진심. +6 22.02.22 4,579 89 15쪽
2 2.현마왕. +4 22.02.21 5,189 96 15쪽
1 1.마왕군 간부 니로. +11 22.02.21 7,477 11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