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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300년 만에 입학하여 실눈캐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2.02.21 10:45
최근연재일 :
2022.07.25 21:41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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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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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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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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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8.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3).

*리메이크된 작품입니다.




DUMMY

8.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3).




깨져버린 수정구슬.


덕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니로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미안하지만 잠깐 몸에 있는 마나 좀 확인해도 될까?”

“아, 물론이죠.”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니로를 훑는 그녀.


스윽-


“후우··· 심장에 모아져 있는 기운을 보니 1서클이군.”

“하하. 네. 맞습니다.”

“쯧, 하필이면 지금 딱 수정구슬이 고장이 나버리다니 말이야. 니로라고 했지? 미안하게 되었다. 직접 마나를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사과하지.”


수정구슬이 깨진 이상, 확인을 할 겸 직접 니로의 몸을 관조(觀照)한 제키 교수였다. 사실 누군가의 몸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것은 상당히 실례되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교수임에도 고개를 살짝 숙여본다. 그에 니로는 여유로운 미소 지으며 손을 휘젓는다.


“아뇨-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렇게 말하니 고맙군. 어찌되었든, 합격이다. 합격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감사합니다.”

“쯧, 이래서 예산 아낀다고 오래된 것 쓰면 안 된다니까. 조수!! 요즘 나온 수정구슬로 가져오라고 해. 내가 일일이 검사하면 시간 걸린다고!”

“아, 네!”


제키 교수의 몇 마디에 분위기는 식어버렸다. 니로가 1서클의 마나를 품고 있었고 수정구슬은 고장이 난 것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뭐야-”

“고장이었대.”

“에이, 난 또 뭐라고. 저 애가 엄청난 힘을 가진 줄 알았잖아.”

“아니래 1서클이래.”

“꼴에 마법사구나? 흥, 별것도 아니네.”

“하긴, 넌 2서클이지?”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마법을 펼칠 수 있다고.”


엄청난 뭔가가 숨겨져 있을 줄 알았던 니로가 사실은 별것도 아닌 1서클 입시생이라는 사실에 허탈해하거나 비웃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특히 깜짝 놀라 니로를 바라보았던 아멜리아도 이내 별것 아니라는 듯 ‘흥.’하는 콧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렸으니까.


하지만 니로는 상관없었다.


오히려.


‘와, 뭣 될 뻔했네.’


순간적으로 오싹한 기분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으니까. 사실, 수정구슬에 손을 댈 때 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이었던 그였지만.


순간적으로 구슬이 반으로 쪼개졌을 때. 그는 느꼈었다.


‘단순히 마나를 체크하는 용도가 아니었잖아···.’


그 수정구슬에 부가적으로 ‘마족을 판별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손을 댔을 때 묘하게 따끔하더라니. 쯧.’


아티펙트로 마기를 지워도 마족이라는 인종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파악하고 파마(破魔)의 성스러운 기운을 넣어 발명한 과거의 수정구슬이 있었다. 쉽게 말해 아티펙트로 자신을 숨긴 마족을 찾는 대적용 수정구슬이란 것이다.


‘들어보긴 했지만···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마탑에서 양산을 포기했다지···. 설마 그런 100년 전 도구가 이 아카데미에 남아있을 줄이야. 아무리 예산 때문에 아낀다곤 하지만 100년 전 것을 아직까지 사용하는 이곳도 참 지독하군. 이래서 인간들이란···.’


적당히 마족과 인간이 또 갈등이 빚던 시절 만들었던 도구. 다행히 그 내력을 몰랐는지 제키 교수도 단순한 고장으로 판단했다.


‘하긴, 지금 그 부수적인 기능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구슬이 쪼개지면 마족이라니. 참신도 하여라.’


니로는 제 오른손을 살살 매만지며 손을 흔들고 있는 데미안에게 적당히 미소를 지으며 다갔다.


“역시 합격이구나!”

“뭐··· 그렇죠. 이상한 일을 당했지만요.”

“그러게. 설마 구슬이 쪼개질 줄은···. 그래도 니로가 합격해서 다행이야.”

“제가요?”

“응 친구잖아!”

“······.”


선한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호감도 때문일까? 자신을 친구로 부르는 그에게 니로는 씨익 웃으며 어깰 으쓱했다.


“전 아직 데미안을 친구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요?”

“엑?! 어째서?”

“후훗, 농담입니다.”

“에이, 뭐야!”


팍!


“아야야··· 아픕니다만.”

“하하! 니로는 농담도 참 건조하게 한다니깐. 웃겨 정말.”


가볍게 등을 툭툭 치며 말을 거는 데미안. 그런 그의 모습에 니로는 만족한 듯 속으로 고갤 끄덕였다.


친구. 그런 명목으로 점점 작전의 범위를 넓혀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스윽-


‘아멜리아 바르위겐하고는 어떻게 접점을 이룬다···. 이러다간 호감도 못 얻겠군.’

“아, 너도 저 귀족영애님이 신경 쓰이니?”

“음? 데미안도 신경 쓰이나요?”

“으응. 처음에 엄청 째려봐서. 같은 나이겠지만, 아무래도 경어를 해야겠지? 귀족이니까.”

“호오. 말을 걸어볼 생각이신 겁니까? 설마··· 첫눈에 반하셨다던가···.”


첫눈에 맘에 든다. 그런 걸까? 하는 마음에 니로는 데미안에게 물었지만.


“에이, 아니야. 그냥 강할 것 같아서···. 스승님이 말씀하셨어! 강자를 마주해봐야 성장한다고 말이야.”

‘아직은 그런 달콤한 관계는 무리겠지. 지금 데미안은 배우는 것에 심취한 주인공이니 말이야.’


아직은 순수하게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니로를 어깰 으쓱했다.


“접수처에서 나누어진 교칙 책자를 봤는데, 같은 학년끼린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반말로 대화를 한다- 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네요.”


주변을 둘러보니 분위기가 그랬다. 귀족에게 쉽게 말을 놓지 못하고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 아마도 제법 부유한 평민들은 훗날 연줄이라도 닿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동문수학하는 친구가 아닌, 미래 파트너. 그게 니로가 바라본 이곳 분위기 평가였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네···.”

“뭐, 그렇죠. 하지만 언젠가 마주칠 날이 올 겁니다.”

“그럴까?”


그렇게 니로가 데미안과 적당히 잡담을 나누던 때.


촤악!


“주목!”


제키 교수의 강렬한 채찍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양쪽으로 학생들이 갈라져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쪽은 합격, 저쪽은 불합격이다. 불합격한 이들은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가도록!”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불합격자들이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웅성웅성-


“대박, 엄청 많이 떨어지네···.”

“그만큼 작년 시험이 좀 쉬웠던 모양이야. 이번에도 그런 기대를 품고 왔겠지.”

“멍청한 거지. 이곳은 세피아라고. 작년 같은 경우에는 아마 이제 없을 걸?”


작년 입시에선 이런 기준이 없었으니 너도나도 지원을 나섰던 것이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게 했던 모양. 떨어진 이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많았던 입시생들의 수가 반으로 뚝 줄어버린다.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제키 교수는 합격한 이들에게 배지를 나누어준다.


황금빛 배지를 하나 얻게 된 이들. 다섯 개가 입학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 수가 참 멀게도 느껴졌지만···.


“다음은 필기시험이다. 역사, 수학, 제국어 등등. 입시생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필기시험이지. 그리고 그 시험엔 무려 배지가 다섯 개나 걸려있다.”

“!”

“!”


확 늘어난 배지 숫자에 모두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녀의 말대로 다섯 개를 얻을 수 있다면, 단숨에 입학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입시생들의 희망을 무너뜨리려는 듯 제키 교수는 입꼬리를 히죽이며 입을 열었다.


“시험지엔 다섯 가지 문항이 있다. 한 문제당 한 배지. 정답을 틀리면 그만큼 가져 갈 수 있는 배지도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없다면,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만···. 개인적으로 웬만하면 모두가 편안하게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면 바라는 바이다. 세 번째 시험은··· 내가 보기에도 정말, 정말 어렵거든.”

“꿀꺽-”

“뭐, 앞으로 나올 시험들은 내가 담당하는 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해보도록. 자, 다들 조수의 안내를 받고 필기시험장으로 이동한다!”


촤악!


“어서!”


다시금 강렬하게 채찍을 내리치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 느슨해졌던 긴장감이 바짝 올라오는 입시생들이었다.


그리고 조수의 안내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들.


“우와!”

“대박-”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한다니···.”

“시설이 이렇게 훌륭하다니 역시 제국 제일 아카데미답다!”

“앞으로는 마법공학기기들도 들여놓아서 더 좋아진대!”

“정말? 미쳤다. 건물도 하나가 아니던데···.”

“맞아, 부지도 넓고. 이곳에 다니면 학기마다 돈이 많이 들긴 하겠지만··· 졸업만 한다면 인생은 탄탄대로라고.”


앞으로 공부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으리으리한 교실이 눈앞에 보이자 모두가 크게 감탄을 터뜨리긴 했으나···.


이윽고 다가온 시련에 모두가 절망적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벅-


“배정된 교실에 앉게 된 제군들. 내 이름은 시리우스 디오일라라고 한다.”

“······.”

“너희들이 앉은 자리. 책상에 놓여있는 것은 당연, 시험지다. 그리고 특별히 필기구도 준비를 해 두었지.”

“······.”

“간단하다. 총 문항은 다섯 개. 풀어서 제출하고 나가면 된다. 건너편 교실에 휴식공간을 마련해 두었으니 쉬면 돼.”


호리호리한 외형. 날카로운 눈동자와 올백의 머리. 외눈 안경을 걸친 그는 깔끔하게 검은 정장 조끼에 바지를 빼입은 신사였다. 하지만 그 눈빛과 도도한 말투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날선 인물인지 알게끔 했다.


“아, 참고로 경고하는데···. 함부로 몸을 움직여 컨닝을 시도 하려는 자는 즉시 불합격이란 벌을 내리겠다. 쉽게 말해 의자에서 엉덩일 때는 일이 없도록 하란 말이다.”

“······.”

“······.”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뭐야 이게···.’

‘분명 제국어가 맞는데··· 하나도 모르겠어···.’

‘미친, 이게 시험이라고?’

‘마법과 그 역할을 하는 매개체의··· 뭔 개소리야?’


시험지.


그리고 다섯 문제. 그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과연 이 문제를 집안에서 기본적인 공부만 하던 입시생들이 풀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배지 5개가 걸린 시험이었다.


‘젠장, 몰라도 풀어야 해!’

‘배지가 걸려있다고!’


사각- 사각-


그나마 손댈 수 있는 것은 역사나 제국어부분이었기에 입시생들은 입술을 꾹 다물며 나누어준 필기구에 겨우겨우 손을 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시리우스 교수는 속으로 만족스럽게 히죽였다.


‘후후. 어렵겠지. 사실 그 문제는 3학년들도 어려워하는 난이도로 만들어진 시험지니까.’


사실 그 문제는 눈앞에 감독을 하고 있는 시리우스 교수가 출제한 문제였다. 일부러 어렵게. 그것이 그의 의도였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똑똑한 인재를 추려내는 것과 더불어 배지를 쉽게 줄 수 없다는 것.


‘작년 입학시험은 엉망이었어. 똥만 찬 멍청이들만 입학을 해 내 수업을 따라가지도 못하더군. 이번에도 내 수업의 질을 떨어뜨릴 순 없지···. 물론 이사장님께서 적당히 하라 했으니 손은 쓰겠다만···.’


그래도 시리우스 교수는 자신이 낸 문제가 많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적당히 풀이과정을 쓰고 답에 도달만 해도 배지를 나누어줄 생각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다섯 문항 정도면 채점도 쉬우니까.’


그러나. 그것은 교수의 생각일 뿐 다른 학생들은 아니었다. 특히.


“끄응···.”


주인공 데미안은 심각하게 고전했다.


사실 데미안은 스승에게 이론적인 내용을 배운 적이 거의 없었다. 이론이 아닌 실전중심의 수업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알고 있는 역사에 손을 대긴 했지만··· 나머지 문제엔 손도 못 대고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


‘하나도 모르겠다···. 스승님이 개인적으로 공부 하라고 할 때 말 잘 들을 걸···.’


반면.


스윽-


‘흥미로운 문제네.’


니로는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마족으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300여년. 탐구, 연구에 대한 것에 진심이었던 그. 딱히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던 니로였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문제가 꽤··· 재밌었기 때문이다.


‘인간들 위주의 역사라 뒤죽박죽인 것은 있지만··· 이건 인간들 기준으로 고쳐서 쓰면 되는 거고, 어디 보자··· 이건 최신 마법과 공학에 대한 내용이군! 나도 흥미를 가진 주제였지. 음음. 게다가 제국어와 룬어에 관계에 대한 생각을 서술하라니··· 300년 전 내용을 좀 곁들어 적으면 되려나?’


덕분에.


다른 이들과 다르게 니로는 슥슥 문제를 풀었다. 마치 신문에 있는 가로세로퍼즐을 즐기며 풀 듯 말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다섯 가지 문항을 모두 풀고.


슥-


‘이렇게 배지만 얻고 나머지 세 번 째 시험은 쉬어도 되겠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음?’

“아.”


툭- 데구르르-


예상치 못한 상황. 니로와 조금 떨어져 시험을 보고 있던 아멜리아 바르위겐, 그녀의 필기도구 중 지우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에 표정이 좀 어두워진 그녀.


스윽-


“저- 교수님.”

“뭔가?”

“지우개가 떨어져서 그런데 주워도 될까요?”

“내가 뭐라고 했지. 제군?”

“······.”

“의자에서 엉덩일 때지 마라 했다. 헛소리 말고 시험에 집중하도록.”

“······.”


교수의 말에 아멜리아는 기죽은 모습과 함께 손을 내렸다. 아무래도 지우개를 사용해야 할 문제가 있던 모양이었다.


‘슬쩍 보니 아멜리아는 제법 문제를 조금 풀던데··· 아쉽게 답을 잘못 적었나보네.’


니로는 기억을 더듬었다.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300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기억이 날리는 없었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주인공이 이곳에서 배지를 얻지 못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시험에서 겨우 다섯 배지를 만들고 입학을 한다는 점이었다.


‘뭐, 아멜리아도 입학을 하는 스토리니··· 어라?’


니로는 처음엔 그냥 무시하고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가려고 했다. 이 시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선 숨이 막혔으니까.


하지만 힐끔 본 아멜리아가. 뭔가를 뚝- 하고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분명 눈물이었다.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이다.


‘분한건가? 아, 어쩌면···.’


그리고 뭔가를 떠올린 니로.


드르륵-


“뭐지? 엉덩일 때면 불합격이라고 했는데?”

“아뇨. 다 풀었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놀라게 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다 풀었다. 물론 할 수는 있는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아직 많이 흐르지도 않았고 모두가 끙끙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으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눈썹을 꿈틀거리는 시리우스 교수의 표정은 압권이다. 마치 내가 만든 문제에 성의를 다 하지 않은 학생이라니- 라는 표정. 아마 그는 니로가 대충 문제를 풀고 나가려는 반항아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 풀었다니 어쩌겠는가? 그것이 백지일지라도.


“흥, 제출하고 나가도록.”


받아야했다.


“네. 하하.”


자신의 목덜미를 손으로 긁적거리며 니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에게로 향했다. 그리곤.


텁-


“?”

“······.”


지나가는 길, 아멜리아 바르위겐의 책상위에 자신의 지우개를 스리슬쩍 놓고 나아간다. 사각에 가려 시리우스 교수는 보지 못했지만, 아멜리아는 확실히 보았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지우개를 건넨 실눈의 인물을.


‘···어째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찾아온 기회.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 결국 지우개에 손을 대고 자신이 틀린 문항을 서둘러 수정했다.


슥슥슥-


‘분명 수정구슬을 깼던 그···.’


그리고 슬쩍-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니. 이내 드르륵 소리와 함께 그가 교실을 빠져나가버렸다.


‘···이름은 모르지만, 고마워.’


한편.


시험지를 빠르게 제출하고 나간 니로를 보곤 입시생들은 그가 시험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사각사각-


‘어려우니 당연하지.’

‘나도 포기해야하나? 세 번째 시험은 어렵다고 했는데···.’

‘미친- 난 포기 못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던 때.


부들부들···.


‘이, 이건···.’


니로의 시험지를 받고 괘씸한 마음으로 훑어보던 시리우스 교수는 정 반대였다.


꿀꺽-


‘실로아름다운 수식이군···. 지원하는 쪽이 마법학부인가? 역사에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만 이건 이것대로 옳은 표현이야. 아! 제국어와 룬어를 이런 식으로···.’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 묘한 희열을 보인 그. 이내 침을 꿀꺽 삼킨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미 나가 사라진 니로의 뒤를 쫓았다.


‘퍼펙트!!’


마치 그건 깊은 사랑에 빠진 듯 한 아련한 표정이었다.


그런 시리우스의 교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니로는 휴식 공간에서 홀로 허공에 떠있는 반투명한 글을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나쁘지 않았구나.”


띠링-


[메인 퀘스트:아멜리아 바르위겐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겨라]

[퀘스트 성공!]

[좋은 첫인상을 남긴 당신. 아멜리아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보상 잊혀진 기억조각을 얻었습니다.]


지우개를 건넨 것. 그것이 생각보다 좋은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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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뭐가 자꾸 진행이 된다? +6 22.03.19 1,961 58 16쪽
20 20.라이벌에게. +6 22.03.18 1,984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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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산체스와의 결투. +3 22.03.12 2,136 58 19쪽
16 16.마족은 아카데미에서 적응중입니다?(1).(수정) +4 22.03.09 2,270 55 23쪽
15 15.마족은 아카데미에 적응중입니다(2). +5 22.03.08 2,216 66 16쪽
14 14.마족은 아카데미에 적응중입니다(1).(수정) +3 22.03.07 2,336 67 20쪽
13 13.저가요··· 있잖아요(1). +5 22.03.05 2,544 70 25쪽
12 12.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니로는 일한다. 그것이 마족이니까. +7 22.03.04 2,642 72 26쪽
11 11.어째선지 주목을 받게 되어버렸습니다만? +7 22.03.03 2,731 66 20쪽
10 10.마지막 시험(2). +8 22.03.02 2,695 70 18쪽
9 9.마지막 시험(1). +9 22.03.01 2,744 73 18쪽
» 8.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3). +3 22.02.28 2,841 72 17쪽
7 7.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2). +3 22.02.26 2,886 73 18쪽
6 6.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1). +5 22.02.25 3,066 72 20쪽
5 5.인간 아카데미로 간 마왕 간부. +4 22.02.24 3,558 71 15쪽
4 4.300년 만에 명령을 받다. +3 22.02.23 4,121 84 15쪽
3 3.마왕의 진심. +6 22.02.22 4,574 89 15쪽
2 2.현마왕. +4 22.02.21 5,182 96 15쪽
1 1.마왕군 간부 니로. +11 22.02.21 7,465 1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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