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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300년 만에 입학하여 실눈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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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2.02.21 10:45
최근연재일 :
2022.07.25 21:4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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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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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6.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1).

*리메이크된 작품입니다.




DUMMY

6.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1).



그의 이름은 데미안.


수도가 아닌, 먼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었던 소년. 하지만 소년이 품은 꿈은 장대했다. 자신에게 검을 가르쳐준 스승님의 말씀을 받들어 이 대륙에 사악을 물리치고 영웅으로 발돋움 하리라는 큰 꿈 말이다.


그리고 우연찮게 그가 살고 있는 마을로 한 인사가 찾아온다. 그는 제국 수도에 위치한 세피아 아카데미의 이사장. 개인적인 일이 있어 방문한 그는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데미안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추천장 하나를 건네주게 된다.


평민이 세피아 아카데미에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 중 하나. 아카데미 인물의 추천장을 이용한 특별전형이었다.


기회를 잡은 데미안은, 연로해 돌아가신 스승님을 잘 떠나보낸 뒤 제국의 수도 오브에 위치한 세피아 아카데미를 찾는다.


<아직 멀었다. 더 성장해라 데미안··· 세상은 넓은 것이다.>


스승님의 마지막 유언을 믿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한 주인공의 행보였다.


그리고 입학시험당일.


털썩!


꺄아악-


“도와줘요!”

“!”

“내, 내 가방을-”


사건이 일어난다.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곳이 이곳 수도라는 것은 데미안도 알았지만, 설마 지금 이런 날치기 사건이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중한 물건을 빼앗긴 여인. 그녀는 소리쳤지만 주변에 있는 이들은 머뭇거릴 뿐 신경 쓰지도 않았다.


날치기가 무서워서?


그건 절대로 아니었다.


지금 아카데미 시험을 보러 밖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은 소위 한가락 하는 이들이었다. 실력이 없으면 입학시험을 보기 힘드니까.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입학시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중년여인의 외형을 보니 귀족도 아니었다. 귀족에 눈에 띄어 뭔가 잇속을 챙길 거리도 안 되는 그 상황을, 시간도 없는 이들이 억지로 나설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귀족이 아니라 그런 것일까?’


귀족의 이름으로. 과거 그런 자긍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디 그런 귀족이 흔할까? 참고로 이미 아카데미는 귀족들만 이용하는 샛길로 시험을 보는 귀족 자제들을 먼저 들여보낸 상태였다. 상대적으로 평민이 많아 줄을 서는 것도 있었지만, 평민보다 귀족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은 세상이 좀 바뀌어도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변화였다.


아무튼.


그 상황을 직면한 데미안은 고민했다.


“흑흑. 제 가방을 들고 도망쳤다고요.”

“저··· 부인, 곧 경찰이 올 겁니다. 너무 걱정 마시죠.”

“이미 도망치고 있는데 오면 무슨 소용이람··· 흑흑.”

‘가야 할까?’


영웅이 되겠다. 큰 인물이 되겠다. 그리 맹세를 했던 데미안. 하지만 그 대의를 위해선 아카데미 합격이 필요했다. 아카데미에서 많은 것을 이루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만 한다면, 이미 명성은 따 놓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범죄를 쉬쉬하고 있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그것이 정말 영웅의 품격일까?


14살. 어린 데미안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에 맞게 아카데미로 들어가 제대로 시험을 볼 것인가. 아니면 불의를 참지 못할 것인가.


그의 마음 한쪽에선 그냥 놔두고 시험을 보라고 속삭였다. 어차피 수도 경찰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하면서.


하지만 날치기를 당한 여인의 흐느낌을 보자 분명 아주 소중한 가방일 것이 분명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부축하며 신고한다며 나섰지만 빠른 시간 안에 경찰이 도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젠장!”


탓!


보통이라면 아카데미에 더 신경을 쓸 것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달랐다.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못하더라도.


‘내 신념을 관철한다. 시험은···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와서 보면 돼!’


그는 오글거리는 선택을 필시 할 것이다. 왜? 그는 영웅이 되어야 하는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다닷-!


‘누구?’


빠르게 따라나선 이가 있었다. 그는 어느새 니로의 달리기 속도에 맞추기 시작하더니.


“!”

“두 갈래로 길이 나뉘었군요. 날치기를 찾는 거면 둘로 나누죠. 그쪽은 오른쪽 저는 왼쪽 어때요?”

“너, 넌···.”


어느새 말을 거는 것 아닌가? 비슷한 또래. 이곳에서 보기 힘든 검은 머리칼과 구릿빛 피부. 실눈이라는 독특한 생김새가 퍽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었다. 놀라운 점은 마나를 최대한 살려 폭발적으로 달린 데미안을 금방 따라잡았다는 것.


“시간이 없지 않나요?”

‘내 속도를 따라잡았어. 나와 같이 시험을 보려고 했던 사람이구나···.’


데미안은 자신을 따라온 이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인물이라 판단한 후. 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 빠르게 날치기를 잡기 위해선 누구의 도움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으니까.


“···부탁할게.”

“맡겨주세요.”


맡겨달라는 말.


그 말에 데미안은 왠지 모를 든든함이 느껴졌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자신처럼 행동을 한 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으니 말이다.






‘흐음.’


한편.


데미안을 뒤쫓아 온 니로.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기다리는 것이 맞았지만 그는 주인공 데미안을 따라나선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단순히 300년 만에 만난 게임 속 주인공과 인연이 시작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접촉했다는 것에 만족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데미안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겨라]

[주인공 데미안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십시오.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된다면 분명 당신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공보상: 잊혀진 기억조각, 호감도 상승]

[실패보상: 호감도 하락]


‘300백년 만에 이러기냐···.’


데미안을 처음 봤을 때. 그때 니로의 머릿속을 울린 종소리와 함께 허공에 뜬 반투명의 창. 니로는 그 창의 정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과거, 그것도 아주 오래전 과거 서브컬쳐에 심취해 있을 때 만화나 소설에서 나왔던 하나의 ‘장치’였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트럭에치인 주인공이 이계로 넘어가, 게임에서 나올법한 기능을 얻어 활약하는··· 그런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시스템’이라는 장치 말이다.


그런 장치가 300년 만에 니로의 눈앞에 나타났다. 데미안을 본 순간 바로 말이다.


‘상태창이라는 말을 내가 몇 번이나 외쳤건만.’


처음 이세계에 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글거리는 대사를 허공에 몇 번이고 외쳤었던 니로였다.


하지만 결과는 꽝. 결국 주먹구구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300년을 보냈었던 니로다. 그런 니로 앞에. 300년 만에 시스템이라는 것이 가동되었다.


그리고 대충.


‘데미안이 열쇠였던 모양이구나.’


그 시스템이 작동된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과는 다른 갈래로 달려간 데미안. 그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뭔가의 벽이 깨진 것이다.


여하튼.


[메인 퀘스트:데미안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겨라]

[주인공 데미안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십시오.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된다면 분명 당신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공보상: 잊혀진 기억조각, 호감도 상승]

[실패보상: 호감도 하락]


‘좋은 인상을 남겨야··· 도움이 된다는 뜻이겠지.’


반신반의. 그런 마음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는 니로. 그리고 300년 동안 쌓아온 기감을 통해.


쫑긋-


다다닷-


‘저기다! 날치기!’


촤아악-!


다시금 마나를 활용해 마법을 펼쳐 빠르게 달려갔다.


‘1서클이라 좀 빡빡하긴 하네. 더 빠르게 달리고 더 많이 마법이 유지 될 수도 있었는데.’


일단 시험만 보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1서클만 유지하고 있던 니로는 살짝 아쉬워했다. 1서클만으로는 효과적인 움직임을 보이긴 어려웠으니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2서클 까지 할 걸 그랬나? 어쩔 수 없지.’


덕분에 니로는 최대한 섬세하게 서클을 회전시키고 있었다. 300년 동안 흑마법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를 매진해온 니로였기에 가능한 섬세함이었다.


비록 그것이 가장 낮은 1서클이라 해도.


‘마법은 단순히 마기나 마나의 양 문제가 아니야. 어떻게 계산하여 세밀하게 활용하는가. 그것이 포인트지.’


그의 실눈이 꿈틀거릴 때. 눈앞에 한참을 달리다 우뚝- 움직임을 멈추는 날치기를 발견했다. 갑자기 멈춘다는 것이 의아하긴 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니로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갈무리 된 마나···. 저 날치기 평범한 양아치가 아니네.’


마기를 감추고 약해진 니로. 완벽하게 제 힘을 발휘하여 모든 것을 느끼긴 어려운 상태지만 상대방이 마나를 품고 있는 인물인지 아닌지는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완벽하게 자신을 감추지 않고.


‘그리고 마치 의도적으로 마나를 흘린다라?’


날치기는 니로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척!


“···보통 분이 아니시군요.”

“······.”

“그쪽이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만.”

“······.”

“눈빛을 보아하니 줄 생각은 없으시고···.”

“······.”


검은 비니에 눈만 보이게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내. 가죽자켓과 노동자들이 입는 청바지를 입은 그는 품에 가방을 안고 있었다. 그 중년여인의 가방 말이다.


“그리고 도망을 치지 않는다···.”

“······.”

“마치 저를 기다린 것 같은 모습이네요?”

“···훗.”


옅은 웃음소리.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품었던 가방을 바닥에 던져두곤 자켓 안에서 날카로운 나이프하나를 꺼내들었다. 싱- 하고 울리는 날카로운 예기.


스윽-


“후우···.”

“······.”


그리고 적절한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아 눈앞에 날치기는 예사인물이 아니었다. 세상에 마나를 품고 있는 날치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의 실력은··· 지금 내 수준으로는 알 수 없다.’


평범해진 마왕군 간부. 이제는 14살에 어느 정도 마법에 재능이 있는 인간소년이 되어버린 니로의 수준으로는 눈앞에 있는 인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도. 눈앞에 있는 그가 마나를 코어에 품고 있고.


스릉-


“히얏!”

‘온다.’


탓-!


니로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인지했다.


중얼중얼-


“페스트···.”


휙! 휙히-


“!”


좀 더 높은 서클의 점멸 마법인 블링크(Blink) 보다는 못하지만, 대상의 신체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보조마법, 페스트는 폭발적으로 뛰어가던 데미안과 비슷한 속도를 내주게 했던 마법이었다.


비록 1서클이기에, 쿨타임이 적어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단숨에 얼굴을 노리고 나이프를 휘두른 괴인의 두 눈동자를 흔들게 만들 정도는 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피한 니로.


‘날카롭다.’

“칫.”


괴인은 그 모습에 작게 혀를 차며 연속으로 나이프를 찔러왔다. 슉 슈슉- 슈슉- 바람을 가르며 찔러오는 나이프. 직접적인 밀착! 그 모습에 니로는 상대방이 다시금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법사랑 싸우는 법을 알고 있다. 아니, 그 전에 마법을 썼다는 것을 간파했다. 보통 날치기가 아냐!’


근접전투를 하는 그에겐 거리를 벌리게 되면 불리하게 되는 상황. 사거리가 있는 마법을 연사하지 못하도록 가까이 붙어 쉴 틈을 주지 않는 괴인의 움직임은 마치 마법사를 상대해본 전문적인 암살자를 보는 듯 했다.


과거 니로도 그런 암살자들을 상대로 전투를 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런 움직임에 낯설지 않았는데.


‘하지만 면밀이 따져보면 전문적인 암살자는 아냐. 보자면··· 흉내쟁이 정도군. 그나저나.’

“흡흡!”


슈슈! 슛!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야지.’


가슴 그리고 목 위협적인 곳을 노리며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니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떨어지는 쿨타임에 그의 움직임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괴인은 당황했다.


마법사임을 간파하고 찔러 들어가 연속으로 공격하며 쉴 틈을 주지 않았다지만, 그 공격을 모조리 피하고 있는 눈앞의 어린 소년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몸을 사용하는 검사들과는 달리 마법사들은 움직임의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마법에 더 집중을 하는 습성 때문에 말이다. 하긴 강렬한 마법한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니 그들의 생각이 완벽하게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은 그것을 역행하고 있었다. 마법으로 몸의 속도를 올렸다지만 나이프의 경로를 파악해 유연한 몸동작으로 공격을 피한 것이다.


‘눈이 좋다. 그리고 몸놀림도 날렵하군.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니야.’


괴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더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 조금은 자신에게 어색한 동작이었지만···.


‘여기까지 오니 오기가 생기는군. 과연 어디까지 할까?’


두 눈을 번뜩이며 저 구릿빛 실눈 소년에게 달라붙는다. 그의 나이프가 더 욱 빨라지며 급소를 노릴 때.


번쩍!


“라이트.”

“윽!”


세상이 번쩍였다.






생활마법이라는 것이 있다. 전장에서 사용하는 마법이 아닌, 생활에 도움이 되는 마법. 기본적으로 1서클만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대표적으로 라이트 그리고 워시(Wash)같은 것이 그런 마법이었다. 니로가 생각하기에, 지난 300년간 인간들은 그런 마법을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은 분쟁 혹은 인간들끼리의 전쟁에선 생활마법보다는 전투에 도움이 되는 공격마법이 큰 도움이 되니 말이다.


때문에 연구나 발전을 그런 공격마법에 힘쓰곤 했다. 물론 생활마법을 연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니로는 마법이라는 것이 단순히 누군가를 때려눕히는 것이 아닌, 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자신의 정신적인 수양에 도움이 되는 공부라고 믿었다.


그렇게 300년을 지내왔다.


“라이트.”

“윽.”


순식간에 뻗은 니로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자 괴인은 힘겨운 소리를 내며 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어둠을 밝힐 정도의 밝은 빛이 단숨에 쏟아져 눈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어버리게 된 괴인의 공격은 전에 보였던 날카로움과 거리가 멀었다. 한 손으로 제 눈을 가리며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에게, 니로는 빠르게.


퍼억!


“컥!”

“-실례.”


쿵!


챙그랑-


강하게 발목을 걷어차 그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니로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300년 동안 마법에 관련된 것에만 매진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신체를 쇠약하게 만드는 학문이지. 몸이 편해지니 몸을 사용하지 않아.’


그의 말대로였다. 몸이 편해지니 신체적인 움직임을 잘 하지 않는 마법사들은 대게 몸이 약했다. 특히 심장에 서클을 담고 있기도 했으니 심장에 부담을 주기도 하여 일찍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존재했다.


‘인마대전때 고생하고 나름 열심히 훈련했더랬지.’


때문에 지금은 인간 마법사들의 성지라는 마탑에서는 마법사들도 신체적인 훈련을 병행해야 더 좋은 마법사가 될 수 있다 강조했다.


물론 니로는 그런 훈련을 300년 전 동안 해왔었다. 지구에 있던 시절, 어릴 때 배웠던 태권도 성인 때 다이어트 삼아 배웠던 복싱 그리고 이세계에 용병들의 잡기를 섞어 만든 니로만의 체술이었다.


‘이름하야 TBJ티비제이(태권도, 복싱, 잡기술). 좀 유치한 이름이긴 하지만.’


인간귀족들이 본다면 격식이 없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실용성이 강조된 움직임이었다. 덕분에 괴한의 나이프도 피할 수 있었고 나아가 그를 바닥에 넘어뜨린 것이다.


바들바들-


“젠장!”

“이런, 이러시면 곤란하죠.”


팍! 챙-


넘어지면서 떨어뜨린 나이프. 그것을 다시금 잡으려고 하는 괴인의 움직임에 니로는 방긋 웃으며 발로 그것을 멀리 밀어냈다.


타앗-


그리곤 서둘러 바닥에 있던 가방을 주워들곤 거리를 벌려 손을 뻗었다. 완벽하게 쓰러뜨리지 못한 상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법시전 준비를 하는 니로의 철두철미한 움직임이었다.


“움직이지 마시죠. 부족하지만 살상능력을 갖춘 마법정도는 알고 있답니다. 날치기 씨.”

“······.”

“곧 경찰이 올 겁니다.”

“큭, 크큭.”

“?”


그런데.


바닥에 누워있는 괴한이 자신의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죽여 웃더니, 이내 자리에서 슬금슬금 일어나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각진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고 있는 젊은 남성.


스윽-


“하핫, 아무리 힘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도 날 쓰러뜨리기 까지 하다니··· 이번 입학준비생은 꽤 재밌군.”

“···무슨.”

“거기, 실눈. 넌 특별평가 합격이다.”

“?”

“그 가방을 열어봐.”


그 말에 니로는 다시금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처음엔 주인공인 데미안을 보았다는 것, 그것 때문에 오는 감각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뭔가 익숙한··· 그런 느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니로는 그 가방을 열어보았고. 그 안에 있는 작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세피 아카데미 건물의 그림을 넣어 만든 황금빛 배지.


“이건···.”

“합격에 대한 증표다. 세피아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루면서 얻게 되는 배지. 한 사람당 총10개중에 5개. 5개만 모아도 입학시험에 합격이지.”

“!”


그제야 니로는 그 기시감이 뭔지를 깨달았다. 300년 만에 떠오른 기억.


‘게임 초반 부. 데미안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날치기를 따라간다. 당시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그것은 초반 주인공이 얻게 되는 행운의 시작이었지.’


주인공만이 누리는 특별한 이벤트.


그것이 바로 특별평가였다.


저벅-


“지금은 무색해졌지만, 과거엔 기사도라는 것이 있어서 말이지. ‘명예를 알고 정의를 행하는 것’ 그것이 세피아 아카데미의 정신이야.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오늘 내 역할이었고.”

“아.”


게임대로라면. 데미안은 여기서 특별평가 점수를 받고 아카데미 교수들에게 호감을 얻어 유리한 지점에 서게 된다. 그런데 지금··· 그 원작을 니로가 대신 경험해버린 꼴이 된 것이다.


‘뭔가··· 잘못 되는 건 아니겠지?’


생각지도 못하게 이벤트를 가로채버린 셈이다. 그에 니로는 혹시 이것으로 인해 뭔가가 뒤틀려 버리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조마조마했는데···.


“시험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군요···.”

“훗. 정답이다. 눈치가 빠른 녀석이군.”

“그렇다면 당신께선···.”

“그래, 내 이름은 헤럴드 콘스타노. 세피아 아카데미-”

“아!”

“음?”

“잡았다 날치기!!!!”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입을 살짝 벌리고 말았다.


퍼억!


“!”

“커억-”


우탕탕-


순식간에 날아오른 한 인물. 아까까지 자신을 아카데미의 인물로 소개했던 그 괴한이 바닥에서 움찔움찔댔고. 그 뒤로 허겁지겁 달려오는 인물이 니로의 시선에 잡혔다.


척!


“후우- 야! 괜찮아?”


괴한을 날아차기로 제압해버린 인물. 그는 바로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던 주인공 데미안이었다.


“난··· 괜찮은데요. 그··· 쓰러진 분이···.”

“다행이네! 날치기가 위협하는 것처럼 보여서 바로 달려왔어. 앗! 바닥에 날붙이가! 역시 위험한 녀석이었구나!”

“······.”


빰빠라밤-!


[메인 퀘스트:데미안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겨라]

[퀘스트 성공!]

[좋은 첫인상을 남긴 당신. 데미안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보상 잊혀진 기억조각을 얻었습니다.]


팡파르가 울리며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창이 퀘스트 성공을 알렸지만, 니로는 지금 상황이 얼떨떨해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를 이루었다는 뿌듯함에 미소를 짓는 데미안, 그가 힘껏 날려버린 인물이 아무래도 아카데미와 관련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도 모른 채. 데미안은 밝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내 이름은 데미안이야! 너는?”

“···니로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내민 손을 니로는 옅은 미소와 함께 낚아채듯 잡아 악수했다. 뭐가 되었든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기에.


‘흐름이 엉망이긴 했지만··· 그래도 데미안과 제대로 안면을 텄군.’


니로는 그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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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3). +3 22.02.28 2,836 72 17쪽
7 7.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2). +3 22.02.26 2,883 73 18쪽
» 6.300년 만에 입학시험을 봅니다(1). +5 22.02.25 3,064 72 20쪽
5 5.인간 아카데미로 간 마왕 간부. +4 22.02.24 3,556 71 15쪽
4 4.300년 만에 명령을 받다. +3 22.02.23 4,117 84 15쪽
3 3.마왕의 진심. +6 22.02.22 4,569 89 15쪽
2 2.현마왕. +4 22.02.21 5,174 96 15쪽
1 1.마왕군 간부 니로. +11 22.02.21 7,451 1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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