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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300년 만에 입학하여 실눈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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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2.02.21 10:45
최근연재일 :
2022.07.2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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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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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12.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니로는 일한다. 그것이 마족이니까.

*리메이크된 작품입니다.




DUMMY

12.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니로는 일한다. 그것이 마족이니까.



두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날이 지나고. 따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수도 오브로 데미안은 다시금 기나긴 여정을 통해 방문하게 되었다.


“마차를 타고 3일 그리고 또 마차(魔車)를 타고 7시간. 고향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카데미에 내가 다니게 되다니.”


세피아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소식은 데미안이 사는 고향 마을에선 정말 대단한 사건이었고 가족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할 정도로 축하를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에게 즐겁고 행복한 소식이 있었는데.


팔락-


“나도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었단 말씀!”


그가 입은 ‘새하얀 교복’ 가슴 품에서 나온 종이봉투. 그것은 세피아 아카데미 기숙사 배정 뽑기에 당첨 되었다는 통지표였다. 고향으로 날아온 편지. 그날 데미안이 얻은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배정 뽑기에 당첨되었다는 통지표와 함께 교복까지 보내주다니. 역시 세피아 아카데미는 대단해!”


휘리리-


“봄이네. 그리고··· 아름다운 아카데미야.”


저 멀리 핑크빛 머리를 물든 벚나무가 바람에 휘날려 꽃잎을 아름답게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가로수 길 너머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피아 아카데미 건물이 한눈에 보이니, 단순히 입학하는 학생뿐만이 아닌 길거리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의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었다.


어째서 중세 판타지에 이런 감성일까? 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당연했다. 원작이 일본이고 유통은 한국이 했으니 동양적인 감각이 남아있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게임 이름도 [소녀아카데미]아니겠는가.


권선징악의 왕도물이라곤 해도 그 안에 청춘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 청춘물의 본래 주인공은 지금 아카데미 정문 앞에 서서 웅장함을 느끼고 있는 데미안이었다.


그렇게 데미안이 들뜬 가슴을 품고 있을 때.


부웅-


“어, 어어?”


주변에 마동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매끄럽게 주차를 하고.


철컥- 철컥-


“야, 가자.”

“오. 드디어 입학식이네.”

“교복까지 보내주는 센스. 좋더라.”


데미안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교복을 입고 있었고 이전 입학시험에서 봤던 얼굴들도 보이는 것을 보니 이번 입학식에 참석할 신입생들이 분명했다.


물론 데미안도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지금처럼 멋지게 차로 통학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우··· 역시 부자들이 많이 다니는 아카데미답네. 다들 차로 이동했어. 쓰읍, 부럽다.’

“저기 봐! 아멜리아 바르위겐이다!”

“정문으로 오는데?”


저벅- 저벅-


흔들리는 꽃잎 속에서 그녀의 기분 좋은 향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단순한 착각일까? 바람결에 스쳐가는 머리칼을 매만지며 청초하면서도 냉미(冷美)의 모습으로 차분히 정문으로 걸어오는 미소녀.


아멜리아 바르위겐.


한손엔 가방 그리고 허리엔 검을 매고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아카데미로 들어가려던 많은 남학생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그리고 한 순간.


‘무지하게 예쁘구나.’


데미안도 그녀의 미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스윽-


“······.”

“아, 안녕하세요.”

“···흥.”


눈이 마주쳤기에 살짝 고개를 숙여보는 데미안.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콧방귀를 뀌며 데미안의 곁을 스쳐지나갔고.


그런 데미안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들은 ‘평민 주제에 뭘 바란 거야?’, ‘말은 왜 붙이지? 겁도 없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심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도도함.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장미의 가시. 그것이 아멜리아 바르위겐의 첫인상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데 저 아가씨는 차로 통학을 하지 않았네. 훌쩍-’


데미안은 그들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머리를 긁적여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원작’에 맞게 흘러가던 때였다.


부웅-


끽-


“헉! 저거 마하7아니야?”

“대박, 저 차 엄청 비싼 차 아냐?”

“누가 탄 거지? 정문에서 멈춘 것을 보니 우리 아카데미 학생인 것 같은데?”

“우리랑 같은 입학생이겠지. 오늘이 입학식이니까.”

“귀족일까?”

“아마도···.”


가격대가 상당한 검은 마동차 한 대가 아카데미 정문 앞에 멈춰 모두의 시선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데미안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힐끔거렸고, 아멜리아도 자신 옆에 주차한 차가 지닌 빼어난 자태에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운전석에서 나온 머리가 희끗한 운전기사.


고고 자태로 보나 옷가지로 보나 어느 귀족가문에 걸 맞는 집사처럼 보였는데,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그가 뒷좌석의 문을 정중히 열자.


덜컥-


“이거 오랜만이네요! 데미안.”

“니, 니로?”

“이야··· 그새 이곳 주변이 이렇게 변했군요. 벚꽃이라니.”

“너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이런 차를 타고 와?”

“이런, 섭섭하네요. 데미안. 친구를 너무 평범하게 본거 아니에요? 저도 제법 산다고요.”

“그건 아니지만···.”


모두에게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구릿빛 피부에 실눈. 바로 니로였다.


웅성웅성-


“저 녀석 수석을 한···.”

“단순한 평민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제법 사나봐?”

“조금 관심이 갈지도?”

“칫, 그래 봤자 평민이지. 돈으로 신분을 살 순 없는 법이야.”


니로에 대해 모두가 아는 것은 당연 입학시험 때 보였던 활약 때문이었다. 열 개 이상의 배지를 얻고 수석으로 기숙사 방까지 얻은 엄청난 신입생.


이미 입학생들 중에서 니로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한편, 데미안은 니로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다. 왜? 생각보다 니로가 잘산다는 것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와 친구가 못 될지도···.’


신분이 문제가 아니라도 수준에 맞게 지내는 것. 분수에 맞게 노는 것. 순박하지만 그 정도는 알고 있는 데미안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어색한 표정이 만들어 지려던 찰나.


“기회 되면 같이 드라이브나가죠. 아! 아니면 나중에 고향집에 초대라도 해주시겠어요?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 좋잖아요. 그렇죠? 우린 친구고.”

“치, 친구?”

“네. 친구라면서요. 설마··· 싫으신 건 아니죠?”

“······.”


옅게 웃으며 어깰 으쓱하는 니로 특유의 모습에 데미안은 이내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꾸욱-


‘친구라고 해줬다···.’


분명 물질적인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해주는 마음. 그것이 데미안은 뜨거움을 느껴본다.


물론.


[데미안이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그렇게 감동이었나? 하긴, 어릴 땐 이런 게 참- 민감하다니깐.’


니로는 다 계획이 있었던 거다.


“친구지!! 니로는 내 친구라고!”

“데미안··· 너무 가깝습니다만. 게다가 콧김은 좀 징그러워요.”

“하하하! 미, 미안. 뭔가 기뻐서 말이지.”

“뭐··· 그렇습니까? 그나저나.”

“···!”


니로가 고개를 돌리자 왠지 모르게 흠칫 하고 놀라는 그녀의 모습이 참 신비롭다. 표정하나 바뀌지 않을 줄 알았던 아멜리아 바르위겐. 그녀가 니로를 보곤 살짝 입술을 깨물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

“안녕하세요. 아멜리아 님.”

“뭐, 뭐야···.”

“아침 인사입니다만. 보통 다들 그렇게 하는걸요.”

“니, 니로··· 조심해···. 보통 분이 아니라고.”

“어찌되었든 안면이 있으니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아, 혹시 싫으셨나요?”

“······.”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죠. 전 니로입니다. 이쪽은 데미안. 친구고요.”

“니, 니로.”

“···흥.”


가벼운 인사, 하지만 그녀는 이내 자리를 떠나버렸다. 홍일점이 사라지니 주변에 있던 입학생들 역시 관심이 사라졌는데 이내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니로는 ‘이런이런.’하고 웃으며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통하지 않네요.”

“뭐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우리도 들어가죠.”

“어휴. 그래. 그나저나 저 영애님한테 말 걸면 무섭지도 않니? 귀족이라고-”

“귀족 이전에 학생이고 동기니까요.”

“넌 너무 태평하다니깐. 그러다가 다른 귀족들에게 밉보여.”

“역시 절 챙겨주는 것은 친구뿐이네요.”

“그, 그렇지? 하하. 뭐 나만 믿으라고.”

‘단순하긴 하지만요.’


사실 니로는 아멜리아의 호감도도 올려볼 생각이었지만, 라이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아쉽지만,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 니로는 조급함을 느끼지 말자 다짐하곤 입학식을 위해 아카데미 안으로 데미안과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삿-


검은 그림자 하나가 아카데미로 몰래 스며들어갔다.






세피아 아카데미 대강당.


많은 좌석이 놓여있고 연설을 위한 단상까지 마련된 그 공간은 참으로 넓어 아카데미에 있는 1, 2, 3학년을 모두 모을 수 있는 장소였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여 모인 입학식이기에 강당에는 3학년을 제외한 1,2학년 학생들이 모여 입학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1학년으로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은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훈화말씀을 하는 이사장의 모습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물론.


‘저 사람이 아카데미 이사장이군. 300년 만에 봐서 그런지 낯익지가 않아. 물론 데미안에겐 은인이겠지만.’


다른 1학년들과 다른 시선을 지닌 인물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그의 정체는 당연히 니로였다.


이미 과거 300년 전에, 현대에서 학교생활을 했던 니로였기 때문에 지금 행사에 큰 감흥이 없었다. 물론 과거의 향수랄까? 그런 묘한 감정은 있었지만 이미 늙어버린 나이 그런 것에 흥분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옳았고 그에 걸 맞는 일을 현재 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지금쯤이면 뚫렸겠지.’


그는 다른 것을 보고 있던 것이다.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세피아 아카데미 MAP]


바로 지금 니로의 눈앞에 보이는 반투명의 세피아 아카데미의 지도였다.


사실, 이 지도는 다름 아닌 퀘스트 보상, 잊혀진 기억조각에서 얻은 과거 게임 속 능력이었다. 만약 단순한 지도라고 한다면 ‘그냥 평범한 지도도 있는데 무슨 메리트가 있나?’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니로가 보고 있는 지도는 달랐다. 무려 게임 속 지도였기에···.


깜빡- 깜빡-


‘뚫렸네.’


주요 한 것이 지도에 표시가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금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붉은 점이었는데. 붉은 점은 적의를 품은 적을 의미했고 니로는··· 놀랍게도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그것을 알려면 2달 전, 보상을 열어보던 순간을 떠올려야 했다.


‘MAP과 함께 같이 얻은 보상 <히든스토리>. 덕분에 지금의 임무가 얌전한 임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깜빡-


대강당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붉은 점. 그리고 히든스토리.


니로는 그 두 가지를 머릿속에 교차하며 웃고 있던 미소를 지우고 황금빛 날카로운 눈동자를 번뜩였다.


그러던 그때.


“아아. 지금부터는 신입생 선서가 있겠습니다. 선서에는 입학시험에 수석, 차석을 차지한 두 학생이 신입생들의 대표로서 낭독 하겠습니다. 수석에 니로 학생, 차석에 아멜리아 바르위겐 학생, 두 사람은 지금 앞으로 나와 주세요.”


마이크로 울려오는 목소리에 니로는 다시금 눈을 침착하게 한 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대강당에 와 선서를 한다는 통지를 받은 니로. 그가 작게 한숨을 쉬며 일어나니 옆에 함께 앉았던 데미안이 힘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니로는 작게 어깨를 으쓱하며 단상 쪽으로 나아갔다.


웅성웅성-


“평민이 수석이라니.”

“게다가 차석은 그 바르위겐이래.”

“이번 신입생들은 뭔가 독특하네.”

“우리만 하겠어?”


모아지는 시선. 평민 니로가 수석이라는 자리를 얻었다는 것에 조금은 신기하다는 듯 괘씸하다는 듯한 감정이 얽혀왔다. 부정적인 감정이 더 컸지만.


‘마기 모으니 오히려 좋아.’


니로는 방긋 웃으며 자신과 어느새 함께 길을 걷게 되자 인상을 찡그리는 아멜리아와 조우한다.


“연습대로 잘 해보죠. 아멜리아 님.”

“······.”

“후후.”


차석. 니로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얻은 아멜리아 바르위겐. 그녀의 목표는 원래 니로의 자리에서 선서를 외치는 것이었기에 지금 상태가 썩 좋지는 못했다. 조금은 뚱한 표정으로 미리 대강당에서 살짝 연습했던 선서낭독을 머릿속으로 되새길 뿐.


‘흥, 이렇게 된 거, 낭독으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새기겠어. 옆에 있는 실눈보다 더 좋게 말이야.’


그때.


소곤소곤-


“아멜리아 님.”

“···뭐야, 지금 낭독-”

“제가 많이 떨려서 그러는데, 시간 좀 끌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뭐?”


낮게 말하는 니로의 목소리에 아멜리아는 황당해 결국 반문을 해버린다. 시간을 끌어달라니?


“제가 긴장하면 글을 잘 못 읽어서요. 첫 문장을 좀 부탁드릴게요.”

“이익-! 너어-”

“쉿, 무사히 선서낭독 해야죠. 사람들이 보고 있다구요.”

“으윽.”


[아멜리아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소폭 하락합니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냐는 그녀의 표정. 그뿐인가? 니로의 눈앞에 소폭 호감도 하락이라는 글귀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니로는 맘을 돌리지 않고 부탁한다는 표정을 지었고. 아멜리아는 입술을 꾹 깨물며 그와 함께 단상 앞에 선다.


수많은 학생들 그리고 떨어지는 빛. 모든 이들의 중심이 되어버린 상황.


“선서!”

“선서.”


두 사람은 선서라는 말을 동시에 외쳤다.


그와 동시에.


-그어어어.


사특한 것이 허공에서 튀어나온다. 검은 낫을 들고 있는 해골. 낡은 누더기를 뒤집어 쓴 녀석은 붉은 안광을 뿜으며 달그락댄다. 마치 마계의 수왕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것보다는 격이 한참 떨어진다는 것을 니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보통 아닌 것을 너무도 잘 알았다.


‘보통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체의 저주.’


영혼을 끄집어내 흑마법으로 빚어 저주를 담은 것. 그것이 보이지 않는 ‘영체’가 되어 저주의 흑마법사의 명령대로 저주를 시행한다.


덕분에. 특별한 이가 아니면 그것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지금 대강당은 이상한 괴생명체가 허공에 떠있어도 무사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흑마법을 익힌 이 뿐이거든.’

“우리는 자랑스러운 세피아 아카데미에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먼저 선서낭독을 하는 아멜리아. 덕분에 선서낭독을 준비하고 연습시켰던 교수와 2학년 선배는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소곤소곤-


“뭐야, 왜 둘이 같이 안 해?”

“실수한 거야?”


본래라면 수석과 차석이 함께 읽어야 하는 것인데, 아멜리아만 읽기 시작했으니까.


‘긴장 풀고 어서 같이 읽으라고! 뒤에서 이상한 시선 보내잖아!’


속으로 그렇게 아멜리아가 성을 내고 있던 때.


‘흑마법으로 만든 저주는··· 저주한 자를 죽이지 않는 이상 같은 흑마법으로 풀 수밖에 없어. 짧은 순간. 흑마법을 시전 한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찰나에 말이야.’


니로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영체를 처리할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몇 시간 후. 게임의 이벤트가 발생한다. 한 학생이 폭주하여 난동을 부리는 사건. 그리고 그것을 수습하는 것은 주인공과 아멜리아였다.


그 사악한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마치 증거처럼 튀어나온 ‘마기’ 덕분에 아카데미 및 황실에선 ‘마족’이 개입한 사건으로 처리가 된다.


덕분에 인간사회에서 마족에 대한 잠재된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다.


니로는 원래 그 이벤트를 2달 전까진 잊고 있었더랬다. 300년이 지난 게임 스토리를 다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얻은 <히든스토리>가 진실을 고했다.


[개발자 노트(1):마왕을 신으로 섬기는 인간 흑마법사들로 이루어진 사이비종교, 마교(魔敎)가 비밀리에 성행. 마계와 인간계의 갈등에 불을 붙인다. 그런 숨겨진 설정으로 전쟁이 빨리 벌어졌던 것.]


덕분에 지난 2달간. 니로는 수도에 있는 마교의 잔당들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케도 파르난에게 상단을 하라고 했던 것이 어쩌면 신의 한수였다. 수도 곳곳에 마교에 대한 정보가 제법 쉽게 모였으니 말이다.


<인간주제에 흑마법을 익힌 얼간이들이 음지에서 몰려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게다가 교묘하게 숨어서 더 이상 찾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파르난. 덕분에···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힌트 덕에 오늘 사건이 있다는 것도 겨우 기억해 냈다고. 다행히··· 행사를 귀찮아하시는 대마법사님께서는 오늘 공석이야.’


발목이 잡힐지도 모를 대마법사 루이즈 교수의 부제를 미리 확인했던 니로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래, 인간과 마족의 뒤에서 이간질하는 녀석들이 있던 거였어. 2차 인마대전이··· 단순히 마족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는 거야!’


팟!


순식간에 자신의 ‘마천의 목걸이’를 인벤토리에 넣어버린 니로. 덕분에 목걸이에 잠들어 있던 마기가 한꺼번에 니로의 몸으로 스며들어가 원래 있던 백마법의 마나를 잠식해 지워버렸다.


‘켁- 2초 안에··· 끝낸다.’


억지로 밀어낸 것이기에 약간의 내상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아니라는 듯 순간적으로 키가 커진 니로는 흉통을 참으며 인간이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재빠르게 뱉는다. 그것은 바로··· 흑마법의 주문!


그러자.


-우웅.


보랏빛의 작은 구체가 영체 근처에 생겨 위성처럼 돌기 시작한다. 낭독을 위해 좌석의 조명이 없어진 탓인지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았기에 다른 이들은 자신 머리 위에 흑마법이 작은 사이즈로 시전 되었는지 눈치도 못 챘다.


‘됐어! 그 누구도 쉽게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섬세하게 다루었으니까.’


팟!


그것을 확인한 니로는 다시 재빠르게 목걸이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제 목에 단번에 채웠다.


‘손을 대지 않고 목걸이를 하게 하는 게임능력··· 감사하다!’


그러자 다시 순식간에 줄어든 키. 단 2초 만에 벌어진 상황에, 지켜보고 있던 몇몇 학생들은 뭔가를 잘못 본 게 아닌가 하며 제 두 눈을 비비기도 했다.


소곤소곤-


“이상하네··· 뭔가 저 남자애, 키가 커졌다가 작아진 것 같은 느낌 안 들었어?”

“몰라···. 같구만 뭘. 조명 때문이겠지. 여긴 어둡고, 저긴 너무 밝잖아.”

“진짜래두···. 갑자기 쑥쑥- 컸다가 줄었어.”

“뭐래···. 뭐 잘못 먹었어?”

“끄응···.”


-그어어···.


한편, 자신의 주인이 명령대로 저주를 심을 학생을 찾던 해골, 영체는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마기에 끌려 주변을 살핀다. 단순히 마기 때문인지, 아니면 위험이 찾아온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때.


반짝-


팟!


어둠에 가려진 작은 보랏빛 구슬. 그 구슬에서 쏘아진 날카로운 줄기가 그대로 영체의 이마를 뚫어버렸다. 흑마법의 대가가 아닌 이상 할 수 없는 섬세한 자동조절 마법.


만약 흑마법을 익힌 보통의 인간이 니로의 재빠른 마법구현 능력을 보았더라면 크게 놀라 기적을 해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이윽고.


사아아아-


이마가 뚫린 영체는 마치 성불하듯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저주로 만들어졌지만, 주인의 명령도 실행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해 버린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니로는.


“···다.”

“우리 신입생들은, 세피아 아카데미 정신을 받들어 명예를 알고 정의를 행하는···.”


눈치를 주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미소를 한번 짓곤 선서낭독을 이어갔다.


그렇게 몇 분 후.


“선서합니다!”

“선서합니다.”


낭독은 마무리 되었고.


짝짝짝!


짝짝짝!


교수, 학생들의 박수와 함께 두 사람은 교단에서 내려와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찌릿-


“뭐야 정말··· 진짜로 앞부분은 내만 해버렸잖아. 멀리서 교수님이 얼마나 황당한 표정으로 봤는지 알아?”


어떤 상황이 벌어졌고, 어떤 위기를 막았는지 그것을 알 리 없는 아멜리아는 조용한 압박을 가하듯 니로에게 쏘아 말한다. 자칫 하다간 낭독을 망칠 뻔한 것도 있었고 아무리 가세가 기울었다지만, 귀족인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 평민 니로가 아니꼬운 것도 있었던 그녀였다.


‘바르위겐가가 위기라고 평민까지 만만하게 보는 건가?’그렇게 생각하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열이 받아 얼굴이 붉어진 그녀에게.


뚝··· 뚝···.


“야, 야··· 너···.”

“후우. 죄송합니다. 제가··· 긴장을··· 후우, 좀 많이 하면이래요.”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니로가 눈에 들어왔다. 구릿빛 피부에 능글거리던 낯짝은 어디가고 마치 어디 아픈 병자처럼 보이는 그.


‘사실··· 이었구나. 긴장.’


덕분에 화가 났던 아멜리아의 표정도 살짝 굳어지게 되었다. 농담이나 자신을 골리거나 낮게 본 것이 아닌, 정말 긴장하고 힘들어서 부탁한 것임을 그녀 스스로 알았기에.


“저기··· 있잖아··· 보, 보건실이라도 갈까? 내가 교수님께···.”

“괜찮습니다···. 후우. 좀 쉬면 괜찮아요.”


사실, 그녀의 지나친 상상이지 니로는 긴장 때문에 이런 것이 아니었다. 급하게 마기를 끌어다 써버려 가지고 있던 1서클 마나를 통째로 지워버리는 행위. 그것 때문에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마나를 자연적으로 다 비우고 난 다음에 마기를 채웠어야 했지만 상황이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던 니로였으니까.


‘내상이라니··· 하아. 300년 동안 마법에 통달한 내가 내상이라니···. 짜증이네.’


아무튼 니로의 속마음은 이랬다. 그래도 자신 대신 선낭독을 해주며 시간을 끌어준 아멜리아에게 감사했기에.


빙긋-


“감사합니다. 아멜리아 님.”

“···난.”

“상냥하시네요.”

“······.”


[아멜리아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하며 웃었다. 그에 니로의 눈앞에 떠오르는 글귀. 호감도 상승이라는 말에 ‘뭔데 이게?’라며 의문을 표했지만.


두근두근-


‘무, 뭐 뭐야···. 상냥하다니··· 남자에게 그런 말···.’


아멜리아는 속으로 조금 난감해 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로 말이다.


“아멜리아 님?”

“차, 착각하지 마! 난 낭독을 완벽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니 다음엔 어림도 없어.”

“아···.”

“흥!”


그렇게 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니로는 입맛을 다시며 얼굴을 긁적였다.


“왜··· 호감도가 오른 거야?”


화를 내는데 호감도가 오르는 기적을 맛본 그는 이내 작게 숨을 내쉬며 살짝 손을 흔들고 있는 데미안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래도 잘 해결되었으니 문제없지. 나중에 보고서나 작성해야겠다.’






“뭐야···.”

“왜 그러지?”

“영체가 끊어졌어.”

“뭐?”


어두운 공간, 로브를 쓰고 있는 인물들. 그중 마법진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인물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영체의 저주는 네가 죽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잖아.”

“그래서 나도 의문이야. 갑자기 사라졌다고. 이럴 리가 없는데···.”


그들의 정체는 바로 흑마법사들. 나아가 마교라는 사이비종교의 교인들이었다.


그들에겐 계획이 있었다. 영웅격을 지닌 이가 탄생했다는 신탁. 그리고 그 해당되는 영웅의 재목을 지닌 아이를 ‘죽이는 것’.


“누가 영웅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소란이 일어나면 특출난 녀석이 나오기 마련이지. 그러기 위한 작전 아니었던가?”

“···그래.”

“그런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군.”

“나 때문이 아니야. 갑자기 영체가 사라졌다고. 흑마법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영체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무리야.”

“하, 그럼 그 잘난 아카데미에 흑마법을 가르치는 교수라도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나도 입학을 하고 싶네, 하하. 정말 기분 개같아서···.”

“비꼬지 마!”


마계의 마왕보다 높은 수준의 정보력은 없었기에,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영웅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던 그들. 영웅을 골라내보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표정들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던 그때.


짝-


“다들 진정하지.”

“교주님.”

“교주님.”


손뼉을 치는 이. 그의 감미롭고도 묵직한 목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고, 이윽고 어둠속에서 한 남자가 그들의 중심으로 들어와 자리했다. 다른 이들처럼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인물.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교주.


이들을 통솔하는 마교의 교주였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마왕, 즉 마신이다. 그분의 세상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좀 더 분발해야 하는데··· 서로 믿지 못하고 다투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라. 그리고 더러운 이상으로 흑마법을 차별하고 백마법을 우월이하며 마계를 증오하고 마왕을 부정하는 인간들을 멸하기 위해 더 많은 계획이 준비 되어야 한다. 마왕님을 믿어라. 마신을 믿어라.”

“믿습니다.”

“믿습니다.”


광신도. 그 말이 딱 어울리는 그림처럼 그들은 교주에게 부르짖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교주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높이 들어올린다.


“점점 대륙에 우리들의 동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탁의 내용, 나아가 그 주인공인 용사의 격을 지닌 이가 세피아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정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윽고··· 용사가 누구인지.”

“······.”

“······.”

“우리는 알아 낼 것이다.”


작가의말

많이썼엉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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