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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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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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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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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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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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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기생인 143화

DUMMY

이해를 못 하는 철명위를 바라보면서 박충배는 말했다.


“만약에 말이다. 그 자금이 사라진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한다면?”

“그게 무슨?”

“현재 경영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문제다. 어떤 이유라 할지라도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해.”

“하지만. 우리가 쓴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문제는 그걸 믿는 사람들이 없을 거라는 거지.”


그제야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우리 목에 이미 목줄이 차여져 있다.”

“그렇다고 순수히 줄 수 없어!”

“싫든 좋든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이대로 주식을 가지고 계속 피눈물을 토하면서 싸울지. 아니면 주식을 팔고 이곳에 완전히 떠날지 말이야.”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 말에 아무런 답을 못 꺼내는 그였다. 그룹의 차기 지배자로 선정된 그의 처지에서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살과 뼈를 깎아내고 피와 오장육부를 뽑아내는 고통과도 같았다. 어금니를 깨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지금의 감정을 버티고 살아남아야 했다.


“주식을 넘기자.”

“주식을?”

“그래. 더 시간을 질질 끌다가는 회사 자산이 더 사라질 가능성이 커. 그럼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종이 쪼가리가 될 거고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들까지 감옥에 갈 수 있어.”


왜 그가 차세대 후계자로 지명을 받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철상기는 가장 냉정하면서도 가장 차분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행동력은 동생 철명위가 위지만 냉정한 판단 분석은 장남 철상기가 우위였다.


“현명하구나.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무작정 움직이기보다는 처리하는 게 좋지.”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한 그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터 크리티컬 엔진이 YS 그룹에 넘어가고 보름 후 모터 핵심 계열사에서 긴급주주총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경영권이 일제히 모터 그룹이 YS 그룹으로 넘어갔다.


경영권이 YS 그룹으로 넘어오면서 영수와 접촉했던 내정자들이 일제히 사장으로 진급하면서 운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철군태 회장의 남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움직였다.


철군태, 철상기, 철명위, 그리고 박충배와 친하게 지냈던 자들이 해고되고 분야와 상관없이 다른 회사로 인사이동을 시작했다.


이미 그들의 약점을 잡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해고와 부서이동 통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최소한 그들의 약점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빼돌린 돈을 토해내야 했지만 말이다. 대부분이 윗선에서 내린 지시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 상당했다.


물론 윗선이 아닌 스스로 지은 죄에서는 용서가 없었다. 성추행, 횡령, 배임 등 어떤 범죄라도 용서가 없었다. 그러한 놈들에게는 해고는 물론이고 고소와 돈충을 침투시켜 끝까지 괴롭힐 준비를 끝냈다.


철가는 자신들의 세력이 사라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미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였기에 YS 그룹은 파죽지세로 그룹청소에 나갔다.


22개 계열사라고 하지만 그 밑에 있는 자회사까지 합치면 100개가 넘는 기업이기에 썩은 것도 많았고 문제점도 많았기에 청소하는데 시간이 제법 들었지만, 이전 내부자와의 거래를 통해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겼던 각종 범죄가 튀어나오고 대대적인 고소장을 접수하게 되었다. 철가의 잔존세력이었던 자들은 임원들의 협박과 압박에 항복하고 은퇴를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털 수 없습니다.”

“머리와 몸통만 털어내도 문제없죠.”


밑에 있는 깃털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중심을 털어낸 이상 그들은 다른 중심에 뭉치게 될 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영수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자들이었다.


“철상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내용이 뭐죠?”

“내일 시간이 되냐고 물어보더군요.”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잡았던 것과 비교해서 조심스럽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미 주도권을 누가 잡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모터 그룹 본사로 오라고 해주세요.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철상기는 알게 될 거다. 그는 이제 모터 그룹의 부회장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철상기는 본사 건물을 바라봤다.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출근했던 본사 건물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정문에 들어서자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수백 쌍이나 되는 눈길이 자신을 주시하는 그 기분. 과거에는 고개를 숙이고 멀리서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자들은 없었다. 지금은 그저 패배자에게 보내는 냉소와 비웃음이 가득해 보였다.


이게 자격지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오기로 버티고 있었다.


과거 부회장 신분이었던 자신이 이제는 평범한 외부인 주주로 평가받는 모습에서 철상기는 굴욕감과 수치심, 그리고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이것을 예상하고 모터 그룹 본사 건물로 오라고 한 게 분명했다.


“들어가자.”


옆에 있던 박충배 이사의 말에 그는 힘들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이 회장만이 탈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러자 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회전 전용 엘리베이터라 탑승할 수 없습니다.”


회장이 쓰러지고 나서 부회장인 그가 탑승했던 엘리베이터 앞에서 직원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이미 그들의 직책은 사라진 외부자였다.

강행돌파도 할 수 없는 게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 두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임원직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임원직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일반 사원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쓰다가 얼마나 시선이 집중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최소한의 배려.


임원직을 위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최상층에서 내리자 그들은 곧 회장실로 이동했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라.”

“알겠습니다.”

“휴우.”


조언하는 박충배와 심호흡을 하는 철상기와 철명위는 비서가 문을 열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회장실에는 창문 밖을 바라보는 하영수 회장의 등이 보였다. 과거에는 철군태가 있었고 최근까지 철상기가 있었던 회장실에는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에 순간 심장이 덜컥거렸다.


“앉으시죠.”


나란히 앉는 두 형제와 맞은편에 앉는 박충배. 그리고 상석에 앉는 영수.


“그래. 무슨 이야기 하고 싶어서 약속을 잡으셨는지 궁금하군요.”


여유롭게 말하는 그의 말투에서는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주식을 처분하고 싶습니다.”


대표로 말하는 철상기의 모습은 담담한 척 말하지만, 주먹을 굳게 말아쥐고 있었다. 이 치욕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좋습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1조에 구매해드리죠.”

“그게 무슨!”


가장 먼저 격렬하게 반응하는 철명위였다. 수조에 해당하는 주식을 1조에 구매하겠다니. 듣고 있는데도 잘못 들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후려치는 것도 적당히 해야 하는데 말이다.


“3조나 되는 적자가 지금 문제인데 한번 발표를 해 볼까?”


순간 움찔하는 그들이었다. 3조가 넘는 적자 중에 2000억은 그들이 빼돌렸기에 문제가 컸다. 거기에 2조 8000억이 대체 어디서 사라졌는지 외국계 회사가 했다는 증거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법정으로 넘어갈 시에 어떤 결과가 생길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아마도 그들이 높은 확률로 감옥에 갈 가능성도 있었다.


“거기다 내려가는 주가를 생각할 때 이 정도가 적당하지.”


현재 그들이 보유한 주식의 주가는 계속 내려가는 중이었다. 적자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한 명의 직원도 포기하지 않고 회사 자산을 팔아서라도 직원을 보호하겠다고 이미 보도를 해 놓았기에 그런지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손해를 감수한다는 것은 곧 주가가 내려가는 거였고 그룹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에 매우 막심한 타격을 받았다.

현재 3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었고 이게 지속할 시 주식은 끝없이 떨어질 게 분명했다.


“돈을 많이 줄수록 우리를 향한 군자금으로 사용할 텐데 그럴 수야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박충배 이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빛과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박충배 이사는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철군태 회장이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릴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정신이면 밑에 있는 사람이 막아야 하는데 그걸 부추기다니. 민주주의국가에서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보내려고 한 게 용서를 할 수가 없더군요.”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사죄하는 박충배였다. 패자는 유구무언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었다. 어떤 말을 꺼내도 소용이 없는 상황. 전쟁에 패한 이상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결정권자의 처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조용히 침묵하는 두 형제는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여러분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모터 그룹의 계열사를 상장 폐지해 주식을 종이 쪼가리로 만들어 여러분들에게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하는 말은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외국기업으로 인하여 1000조나 되는 자금이 원인올 뱅크에 들어온 상황이었다.

그 자금을 활용한다면 저 말은 거짓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짓이지 지금처럼 돈이 넘쳐날 때는 그냥 할 수가 있었다.


“원수가 아닌 이상 살길은 열어주라는 조상님의 말씀이 있었기에 처리해 드리는 겁니다.”


물론 용서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이미 그들의 체내에는 7단계 돈충이 침투한 상태였다. 부잣집 자제라 보호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하급수준이라 영수의 능력 앞에서 소용이 없었다.


거기에 3조 중 2조8000억을 흡수한 장본인이 자신이었기에 은밀히 덮어야 할 이유도 있었다.


이미 그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지인을 상대로 무슨 수작을 벌일지 상세하게 들은 상태라 미안하거나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본보기.


모터 그룹은 자신의 YS 그룹을 공격한 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가 되어줘야 했다.

그들의 수중에 있는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흡수해야지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미는 미친 짓을 하지 않을 거다.


전 재산을 흡수한 이후 거지가 된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인과응보가 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주식도 가지고 오셨죠?”

“그렇습니다.”


철군태는 병실에 기절한 이후 기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대신 처분하기로 했다.


“변호사 부르세요. 바로 진행하죠.”

“알겠습니다.”


회의실로 이동한 그들은 변호사를 기다렸다. 이내 변호사가 들어오고 거목 로펌의 전담변호사 유일한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장태수 실장이 같이 자리했다.


“하 회장님께서는 어디 가셨습니까?”

“지금 집필 중이십니다.”


하영수 회장 본업이 소설가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터 그룹이 YS 그룹에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집필하다니. 그에게 모터 그룹의 인수가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자신들이 지금의 그룹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더럽게 살아왔던가. 때로는 타인의 피눈물을 짜내어서 돈을 탐했고 때로는 허리를 숙여 정치권의 힘을 이용해 경쟁자를 제거하면서 돈을 벌었다.




선호작, 추천, 댓글은 작가의 양분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더스의 능력 완결*


작가의말

다음편 수정이 필요해서 한편은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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