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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차우렌즈
그림/삽화
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5 2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11
추천수 :
31
글자수 :
70,352

작성
24.07.03 21:00
조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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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13화 - 가정폭력 (4)

DUMMY

나는 오태룡의 신호위반과 음주운전, 가정폭력 같은 범죄 증거들이 담긴 USB를 들고 매트레일 볼링장 옆 단란주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게 앞에서 발신자 제한으로 오태룡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태룡이 공격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원래 발신자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오면 누구나 경계를 하기 마련이지만, 형사의 경우에는 범죄자들의 협박을 받기도 하기에 더욱 날을 세웠다.

“안녕하세요. 오태룡 형사님이죠?”

[누군데 발신제한으로 전화 거냐?]

대뜸 반말부터 하네.

이제부터 재밌는 이야기를 할 건데.

나는 일부러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살짝 침묵을 유지했다 말했다.

“당신. 6년 전, 매트레일 볼링장 집단 폭행 사건. 기억하지? 당신이 관련자 체포하고 문홍배 검사가 기소유예 때렸잖아.”

일단- 이렇게 시작했으니 성식이 의심 받지는 않을 거다.

아무리 아들이어도 이런 내용까지 알고 있을 턱이 없으니.

[당신 누구야.]

오금이 살살 시리지?

지금부터 더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게.

“근데 그 뒤로 꼬박꼬박 그 ‘조직’한테 상납 받는 거 같은데.”

[뭐야, 이 X친새끼가.]

“요새는 보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상납을 받으시는 거 같은데 너무 양아치 짓 아니에요? 민중의 지팡이가 되셔서.”

[이 새끼. 뭐냐. 신선로파 새끼냐?]

오호.

매트레일 볼링장하고 그 옆 단란주점을 관리하는 조폭 이름이 ‘신선로파’구나.

제 입으로 다 부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적당히 하셔야지. 뇌물 받아 처먹는 것도 모자라서 강압수사에 증거조작에. 교통법규 위반 같은 건 그냥 죄 축에도 안 들겠어.”

일부러 비꼬는 듯 말했다.

사실 오태룡이 강압수사와 증거조작을 한다는 증거는 나한테 없었다.

다만 이런 놈이라면 그렇게 수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수를 던져본 것이었다.

[너 이 새끼. 나 미행까지 하냐?]

“필요한 일이니까요. 문홍배 검사님도 입이 꽤 크신가 봐요. 많이 드시던데.”

[문 검사도 얻어먹는다고? 문 검사는 내가 너희한테 받은 거에서 떼어주는데?]

하하하하하.

지가 지 입으로 다 부네.

내가 신선로파 조직원이라고 완벽하게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동네 깡패들 삥 뜯는 경찰 수준이 이 정도지, 뭐.

근데 딱 보니 지도 지금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든 모양이네.

자기가 뇌물 받아서 문홍배한테 나눠줬는데, 문홍배가 따로 또 받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 거지.

“그건 그쪽하고 문홍배 검사님이 해결할 일이고요. 여러 번 뜯어가는 건 문제가 있죠. 안 그래요?”

오태룡은 나를 ‘신선로파’ 일원으로 여기겠지만 나는 내 입으로 ‘신선로파’인 척 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이 녹음 파일을 문홍배한테 보낼 거고, 그가 듣기에 내 정체가 뭔지 더 헷갈리게 하기 위함이지.

그러면 문홍배는 오태룡을 문제 삼을 거야.

[발신제한이어도 이거 다 추적 된다?]

“영장 없이 어떻게 추적하시게요? 범죄는 그쪽이 더 많이 저지르시는데.”

나는 기 한 풀 꺾이지 않고 받아쳤다.

[이 X발새끼가!]

오태룡이 버럭 소리쳤다.

“앞으로 처신 잘 하세요. 너무 받아 드시면 ‘주인’과 ‘개’의 위치가 바뀔 수 있습니다.”

나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단란주점으로 들어갔다.

“어디 고삐리가 들어오려고 해!”

입구에 있던 가드가 날 막았다.

딱 봐도 고삐리인 게 티가 나나.

하기야 얘 가지고 있는 옷들도 죄다 찐따 같은 것밖에 없긴 하더라.


나는 CCTV 위치를 한 번 본 후 챙을 살짝 눌러썼다.

“이거.”

그리고 가드에게 USB를 건넸다.

“이거 뭐냐?”

가드가 물었다.

“여기 사장님한테 보여주세요.”

나는 짤막하게 말한 후 바로 단란주점을 빠져나왔다.

아마 사장이 USB를 열어보면 오태룡 형사를 바로 알아볼 것이었다.

그럼 사장은 오태룡한테 연락할 게 아니라 여길 관리하는 신선로파한테 넘길 것이다.

조폭들 특성상 이런 증거를 보게 되면 오태룡과 잘 이야기해서 오해를 푸는 게 아니라 협박하거나 약점으로 쥐고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딱 그 시기에 오태룡은 신선로파 조직원이 자길 협박했다고 여기고 두목한테 X랄을 할 거고-

그걸 본 신선로파 두목은 오태룡을 진짜로 협박하게 되겠지. 내가 준 자료로.

그러면 둘 관계는 뻔해지는 거지.

음주운전만 터져도 경찰 인생에는 치명적인데 거기에 뇌물 건이라니.

가정폭력 영상들까지 있으니 불명예 퇴직이 아니라 징역까지도 감수해야 할 걸?

거기서 끝인가.

아마 뒤져보면 범죄가 더 있을 걸?

이게 터지면 내사가 발동되겠지.

그럼 알아서 인생 꼬이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몇 블록 너머까지 일부러 걸어간 뒤 택시를 호출했다.

가게 앞에서 택시를 타면 내 동선을 보다 쉽게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이 판을 벌렸다는 것도 들킬 거 아니야.

주변 가게 CCTV나 블랙박스는 경찰 배지만 들이대도 놀라서 보여주겠지만 전봇대나 거리에 있는 방범 CCTV는 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영장 없이 막무가내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태룡 입장에서 거기까지 추적하긴 힘드리라 판단한 것.


나는 택시를 타고 동네를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아마 오늘 밤, 오태룡과 신선로파가 전화로 대판 싸울 것이었다.

아니지.

오태룡이 일방적으로 욕을 한 사발 하고 끊겠지.

신선로파 두목은 그 욕을 고스란히 듣고 있다가 저 USB 자료를 보고 재밌어 할 거고.

한 내일 오후 쯤 돼서 문홍배한테 오늘 통화 녹음 내용을 전달해주면 되겠다.

문홍배 검사에겐, 신선로파와 오태룡을 손절하지 않으면 자기가 X 되는 상황이 될 것 같다는 느낌만 전달해주면 됐다.


* * *


나는 계획한 대로 그 다음날, 문홍배에게 오태룡과의 통화 내용을 전달했다.

수원지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조직도를 보고, 문홍배 검사실의 대표 메일주소로 보내버린 것이었다.

아마 그걸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을 거다.

돈을 직접 받았든, 오태룡을 통해서 받았든 뭐든 이게 세간에 퍼지면 자기가 조폭들한테 뇌물 받고 있던 게 다 까발려지는 거니까.

그 이후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오태룡의 온갖 범죄가 인터넷과 사이버렉카들을 통해 터지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수원 당서경찰서 오XX 형사 비리 고발!]

[요즘 경찰 이래도 됨? 오 형사의 비리 실체]

[특급 보도! 당서경찰서 견찰 실태]


아마 신선로파 쪽에서 보복성으로 너튜버들에게 제보했을 가능성이 제일 커보였다.

어어······,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내사에 들어갈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너튜버한테 터뜨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검사생활을 할 때만 해도 렉카 너튜버들이 그렇게 엄청나게 많을 때는 아니었던지라.


아무튼 뉴스를 통해 오태룡이 파직 되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럭키기획 사장 문용현을 통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감시해 나갔다.


오태룡과 문홍배가 만나는 사진이 여럿 포착 되었다.

오태룡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사정하는 모습들도 담겨 있었다.

딱 보니, 문홍배가 손절하는 그림이었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충분히 그려지는 시나리오였다.


결국 보도가 터지고 이성을 잃은 그는 술에 취한 채 거리를 배회하다 뺑소니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

X발. 이것도 내가 예상하지 못했는데.

기껏 해봐야 조폭들한테 얻어맞고 문홍배한테 손절 당해 감옥 가는 엔딩을 생각했건만,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범인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근데 누가 봐도 신선로파나 문홍배 검사, 둘 중 하나가 작업한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언론을 통해 가정폭력 영상이 돌면서 많은 보호 단체들이 성식과 성아를 돕기 위해 나섰고, 둘은 여러 구제 프로그램 속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대로 끝인가?

아니지.

문홍배 검사도 마무리 해야지.

나는 익명으로 언론사에 통화 녹취록을 보냈다.

오태룡 사건이 세간에 알려져 있다 보니 문홍배 역시도 그 사슬을 피해갈 수 없었다.


* * *


가정폭력을 당하던 성식과 성아를 구해는 줬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태룡의 장례식장에서 날 본 성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게 그 결과냐? 네가 날 구해주겠다고 했던. 아빠를 나락 보낸다고 했던.”

성식이 영정사진을 보며 물었다.

“미안하게 됐다. 파직되고 감옥에 가는 것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X발. 나도 저 인간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이렇게 되니까 기분이 더럽네.”

성식은 영정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미안하다.”

나는 무어라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니야. 아빠 동료들한테 다 들었어. 아빠가 다 자기 무덤 판 거드만.”

“솔직하게 말하면-”

“-아냐. 설명 안 해도 돼. 그래도 덕분에 성아가 위험하지는 않겠어. 내 기분이 더러운 건 더러운 거고, 성아가 험한 꼴 안 보고 사는 건 안 보고 사는 거지.”

성식이 내 말을 끊고 말했다.

나는 말없이 그의 눈을 보았다.

눈물이 가득 차있었다.

이내 성식은 한숨을 길게 내쉰 후, 나에게 말했다.

“그래, X발. 경찰 한 번 돼보지. 공부 좀 도와줘라.”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 번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빠가 자기 때문에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게 천륜의 무서운 점이었다.

그렇게 괴롭혔던 아빠였지만, 정작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에는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 것.

기쁘지만 마냥 기쁘지 않은.

슬프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X 같은 기분.

그는 그 죄책감을 씻는 방법으로 아빠의 직업이 되기로 결정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최선을 다해 이 친구가 경찰이 되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나중에 내 복수에 도움이 되어서-를 떠나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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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 학교폭력 (2) 24.07.05 38 2 10쪽
14 14화 - 학교폭력 (1) 24.07.04 51 2 10쪽
» 13화 - 가정폭력 (4) 24.07.03 70 2 10쪽
12 12화 - 럭키기획 문 사장 24.07.02 79 2 11쪽
11 11화 - 가정폭력 (3) 24.07.01 85 2 10쪽
10 10화 - 가정폭력 (2) 24.06.30 90 2 11쪽
9 9화 - 가정폭력 (1) 24.06.29 114 2 10쪽
8 8화 - 정당방위 (2) 24.06.28 116 2 10쪽
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134 3 10쪽
6 6화 - 외로운 아이 (3) 24.06.26 131 2 11쪽
5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142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178 2 10쪽
3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161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171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24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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