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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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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그림/삽화
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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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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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수 :
51,693

작성
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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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8화 - 정당방위 (2)

DUMMY

“너. 얼마 전에 길거리에서 네 여친이랑 가다가 다른 양아치랑 시비 붙어서 요새 스트레스 받지? 그쪽에서 먼저 시비 털어놓고 처맞았다고 합의금 요구할 거고.”

나는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 넣고 물었다.

그러자 몸부림치던 수혁이 잠시 잠잠해졌다.

“내가 그거 해결해줄게. 그러니까 싸움으로도, 말빨로도 못 이길 거면 싸우지 말고 그냥 무난무난하게 지내자. 어때?”

어차피 상황이야 뻔했다.

여친과 있다가 다른 양아치랑 시비 붙는 건 100이면 100 센 척 하다가 불이 붙는 건데, 돌아가는 상황 보니 그 양아치가 먼저 잘못했는데 이 욱하는 성격의 신수혁이 주먹을 날려 버린 거겠지.

“그거 해결할 수 있다고?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던데?”

수혁이 얌전해지며 물었다.

역시 애는 애구나.

나는 수혁의 앞에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아마 합의금도 몇 백 단위라 겁날 거고. 억울하긴 X나 억울하고. 안 그래?”

“······.”

수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빈성과 성식도 수혁이 더 덤비지 않을 걸로 보였는지 말리던 손을 내려놓았다.

“······뭐 어떡하게. 네가 합의금 내주게?”

수혁이 물었다.

“미친X. 그걸 내가 왜 내주냐.”

생각하는 거 참 일차원적이다.

나는 피식 웃어보이고는 휙 돌아섰다.

“야! 그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데!”

뒤에서 수혁이 소리쳐 물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귀찮다.

그냥 보여주면 될 일이지.


* * *


그날 오후.

수원 번화가에 있는 카페.

야외 테이블에 가죽점퍼를 입은 두 20대 남자가 음료를 앞에 두고 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딱 봐도 양아치 같긴 했지만 조직폭력배 쪽은 아니었다.

그냥 클럽 죽돌이 같은 느낌이었다.

부우우우웅

나와 수혁이 택시를 타고 골목 깊숙이 들어가 카페 앞에서 내렸다.

남자들은 수혁을 알아보고는 씩 웃었다.

그 중 한 명의 얼굴에 반창고와 멍이 있었다.

저 사람이 수혁에게 두들겨 맞은 사람인 듯했다.

“뭐야. 친구 데려 온 거야? 뭐하려고?”

남자들이 키득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수혁은 화가 난 듯 입술을 부들거리며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그 옆에 앉으며 맞은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목에 난 상처.

얼굴 왼쪽에 주로 난 멍.

입술이 터진 위치.

눈썹 위의 찍힌 상처.


딱 봐도 쓰러져 있는 상대의 목을 조르며 주먹을 계속 내려친 모양이었다.

참 험하게도 팼다.

이러면 정당방위라 해도 불리할 수 있지.

“뭐야. 합의금 대주러 친구 데리고 온 거야? 고삐리들이 참 노력한다. 뭐, 누구한테든 합의금 받으면 고소 안 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거니까 우리야 상관없지.”

남자가 다리를 꼬며 여유로운 톤으로 말했다.

“아직 고소 안 한 거네요?”

내가 물었다.

“아유. 내가 또 마음이 X나게 고와서 우리 자라나는 청소년 민증에 빨간 줄 그일까 봐 아직 고소 안 했지.”

남자가 말했다.

통밥 나오네.

이 새끼들. 자해 공갈단 같은데?


범죄자들 중에 여러 유형이 있다.

자신이 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

되레 더 화를 내는 사람.

깐족대면서 상대의 화를 더 돋우는 사람.


딱 두세 마디 들어보니 세 번째 부류인 것 같았다.

그 말인즉슨 이런 식으로 합의금 뜯어내는 게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

만약 자기가 맞은 게 정말 화가 나면 고소를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상습범이니까 경찰에 고소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러 폭행을 유도한 뒤에 개인적인 합의를 요구하는.


물론 이 생각을 직접적으로 말하면 아니라고 박박 우기겠지.

“합의금 드리는 거야 문제가 아니죠.”

내가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

“하하. 친구는 호탕해서 좋네. 내가 이빨이 나갔어요. 이빨이. 치과 가보니까 한 이백, 삼백 깨지겠더라고. 내가 너희 학생 신분이고 하니까 대충 이백 정도로 합의 봐줄게.”

남자가 자기 어금니를 보여주며 말했다.

딱 봐도 빠진지 오래 되어 보이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건 여러 사건을 접해본 나니까 알아볼 수 있는 거지, 언뜻 보면 오래 전에 빠진 자리인지 알아보기 힘들 것이었다.

“그럼 뭐. 현금으로 줬으면 좋겠는데. 송금 말고 현금으로.”

남자가 능글맞게 손을 흐느적거리며 말했다.

“그런데요. 이번 사건. 정당방위 아니에요?”

내가 물었다.

수혁이 날 보면서 억울한 듯 빠르게 말했다.

“맞아. 맞아. 그거야. 저 사람이 미진이 막 손목 잡고 번호 따려고 했다니까. 나 화장실 간 사이에? 걔 놀라서 막 소리 지르고 그랬어. 그래서 그런 거야.”

그러자 남자가 손사래를 쳤다.

“에헤이. 이 친구들. 법에 대해 전혀 모르네. 정당방위는 당사자한테만 해당해요. 얘 여자친구가 날 때리거나 그랬으면 정당방위인데 얘가 그런 건 정당방위가 아니지. 하하. 참. 그런 어설픈 반격 안 통해.”

후우.

이럴 때면 한숨 나온다.

우리나라 정당방위 법이 거지같다느니, 가해자 위주의 법이라느니 하는 헛소문이 도니까 저런 소리를 하는 놈들도 늘어나는 거다.

실제로 인터넷에 보면 정당방위에 대해 저렇게 아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형법 제21조 1항.”

나는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 운을 떼는 순간 능글맞게 웃고 있던 남자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수혁 역시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는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에 실제로 기재된 내용이었다.

“뭐, 뭐래, 이 새끼가.”

“당사자, 혹은 다른 사람이 보호 받아야 할 법익을 지키기 위해 주먹을 썼을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이, 이, 이! 야! 내 이빨이 나갔다고! 난 그냥 손목만 잡았을 뿐인데!”

남자가 다시 어금니를 보여주었다.

“그건 형법 제21조 2항.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초과방위다 하더라도 상황 따라 면제될 수 있네요?”

다 법이 지켜주고 있다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보았다.

수혁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X, X발! 진짜 고소한다! 진짜 법정에서 한 번 붙어 봐?”

남자가 흥분한 듯 꽁초를 바닥에 확 버리고는 소리쳤다.

“법이 참 친절하거든요. 형법 제21조가 정당방위에 대한 법 조항인데요. 거기 3항이 2항에 연결되는 거거든요?”

“뭐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 흥분, 당황했기 때문에 2항의 초과방위를 했다면 벌하지 않는다고 형법에 명확히 적혀 있어요. 의심나시면 검색해보시든가요.”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너, 뭐하는 새끼냐?”

남자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물었다.

이제 여유로움은 싹 사라지고 공격성을 보이는 것이었다.

“만약 제 친구가, 여자친구가 ‘성희롱’을 당하는 걸 보고 불안과 공포와 분노를 느껴서 그렇게 했다고 하면 어떻게 대응하실 건데요?”

“X발.”

내 말에 남자는 더 대꾸하지 못했다.

여기서 결정타 하나 날려줘야지.

“경찰에 고소도 안 하시고 고소 협박 하신 건 형법 283조 1항, 3년 이하 징역에 5백만 원 이하 벌금 때려 맞을 수 있고-”

“뭐야?”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수혁도 벌떡 일어나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나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

“보니까 어금니 빠진 거는 좀 된 거 같은데. 그건 치과 기록 보면 다 나올 거고. 형법 제347조 1항 보면 사람을 속여서 돈을 받을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거든요? 그거 어금니 가지고 협박해서 합의금 받으려고 하신 거. 공갈에 협박까지 어떻게 좀 묶어볼 수 있으려나.”

내가 팔짱을 끼고 남자를 슥 올려 보았다.

분한데 뭐라 반박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역으로 공갈에 협박까지 묶어서 소장 처날리기 전에 곱게 꺼지세요. 우리 창창한 20대 젊은이 분들 민증에 빨간 줄 그이기 싫으면. 이런 식으로 애들 삥 그만 뜯고.”

결정타 한 방!

그러자 남자 둘은 씩씩대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수혁은 경이로운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와, 와. 너 뭐냐. 그거 어떻게 다 알아?”

“최근에 장래희망을 정했거든. 그나저나 야. 욱하는 성격도 좋은데 적당히 해야지. 쟤 진짜 고소해서 재판 갔으면 너 불리했을 수도 있어.”

그래도 알려줄 건 알려줘야지.

법 조항만으로 저 남자들을 찍어 누를 수 있었지만 그건 저 둘이 법에 대해 문외한이라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실제 재판까지 갔으면 수혁도 책임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 왜?”

“아무리 정당방위여도 누워있는 사람 목을 조르면서 그렇게 얼굴을 줘패면 어떡하냐.”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향했다.

“야, 야. 그거 어떻게 알았어?”

“상처 보면 알지.”

“아, X발. 내 여자 건드리잖아. 다리 X신 안 만든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만. 에휴. 그러면 안 돼.”

내가 손사래를 치며 걸음을 옮겼다.

신수혁이 내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만약 그냥 뒀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냥 뒀어도 쟤네 너 고소 못해. 대신 네 부모님이나 뭐, 주변 사람들한테 협박하고 그랬겠지. 쟤네 수법이 딱 그래.”

고소 협박은 하지만 고소를 못하니 부모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결국 저런 범죄자가 하는 레퍼토리는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대박. 너 진짜 대단하다.”

수혁이 양 엄지를 들어보였다.

“보니까 어린 애들한테 저런 식으로 시비 붙어서 얻어맞고 합의금 받아내는 공갈단 같아. 너도 성질 좀 죽이고 살아. 잘못 걸리면 인실X 된다.”

“고맙다. X발. 덕분에 합의금 안 물어도 되네.”

수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선량한 애들 삥 뜯을 생각하지 말고. 뭐하는 짓이냐. 쌍팔 년도 학교도 아니고.”

“X새끼. 찐따 새끼가 싸가지 X나 없네. 아무튼 고맙다.”

수혁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됐고. 내일 보자.”

나도 돌아서 대로변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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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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