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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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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그림/삽화
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32
추천수 :
23
글자수 :
51,693

작성
24.06.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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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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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5화 - 외로운 아이 (2)

DUMMY

“김희, 아니, 엄마가 말씀하신 ‘생난리’가 무슨 일이었어요?”

제정신에 대답한 것 같지 않으니 가정부한테도 물어보자.

“기억 안 나세요?”

“네. 가물가물 하네요.”

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4년 전에 회장님께서 여기서 크게 노해서 화를 내신 적이 있으세요. 그때 사모님께서 크게 다치셨었고요. 그때 이후로는 도련님도 입을 다무셨고요. 사모님께서 도련님 말씀하시는 거 듣는 거. 4년 만이에요.”

가정부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하고는 돌아서 나갔다.

4년 동안 집에서 입을 한 번도 안 열었다는 거야?

그게 가능해?

‘에휴.’

나는 이마를 붙잡고 밥을 한 술 떠보았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일단 에너지부터 채우기 위해서였다.

생각을 하려면 탄수화물이든, 당이든, 뭐가 들어가야 하니까.

어우야. 그나저나 아침부터 이렇게 많이 먹으면 보대껴서 하루 종일 힘들겠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최대한 욱여넣으면서 핸드폰을 켜보았다.

알림창을 보니 까톡과 SNS 메시지가 한 개도 없었다.

얘는 10대 애가 무슨 삶을 살고 있는 거야.


먼저 뉴스 포털에 들어가 내 이름이었던 ‘김재민’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사망 기사나 실종 기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검사가 사라졌는데 기사 한 줄이 안 떠?

혹시 빙의가 아니라 다른 평행우주로 워프한 건가?

아무래도 내가 공격 받았던 아파트 공사장과 엄마 집에 좀 가봐야 할 것 같다.

나는 관자놀이를 꾹 눌러 지압했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알림이 들어오고 있는 SNS와 까톡에 들어가 보았다.


최빈성 : 야 똥후니 잘 들어갔냐.

오성식 : ㅅㅂ 울집 꼰대 또 X랄한다. 이번 주에 놀기로 한 거는 못 놀겠다. 쏘리

모진사 : (광고) 신상 옷 입고 10% 특별 할인 쿠폰 제공

가정부 : 저녁 드시고 오시나요?

신수혁 : 개학날 알지? 까먹지 말고 갖고 와라.

티마켓 : (광고) 새학기 맞이 대 이벤트 안내.


수신되어 있는 메시지들은 몇 개 없었다.

최빈성, 오성식은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이 찐따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친구 사이인 듯했다.

그리고 신수혁은 주기적으로 삥을 뜯는 일진 새끼인 것 같았다.

이들 외에는 다른 대화가 거의 전무한 편이었다.

아무튼, 내용을 슥 둘러보니 이 곽동훈이라는 놈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아직 혼란스러운 마음이 진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밥도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에이, 젠장.

어차피 입맛도 없는데 굳이 앉아서 시간 죽일 필요가 뭐 있어.

나는 식사를 멈추고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옷을 주워 입은 뒤 지갑을 열어 내던져져 있던 신용카드를 지갑에 넣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곽동훈이 마음대로 긁는 카드인 것 같았다.

나는 거실 소파에 그대로 잠들어 버린 김희영을 뒤로 하고 집 밖으로 나가 보았다.

시원한 새벽 공기가 확 몰아쳤다.

촉감이 아주 생생했다.

학교 등교고 나발이고, 상황파악이 먼저다.

일단 날 공격했던 그 공사장부터 가볼 요량이었다.

원티어 빠르지오 아파트 공사 현장이었으니까, 당시에 서울 쪽에서 공사 중이었던 그 브랜드 아파트 단지로 가보면 되겠지.

나는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3년 전에 공사 중이었던 현장들을 몇 군데 추렸다.

여기서 서울 중앙지검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추려 보았다.

“오케이.”

한 군데 검색이 되자 나는 바로 까까오 택시를 부른 뒤 몸을 실었다.

택시는 빠르게 고속도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


X발.

이게 뭐야.

곽호철과 그의 부하들이 날 죽였던 곳으로 추정되는 공사장에는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내 몸이 저 땅 안에 묻힌 건지, 아니면 시멘트가 되어 벽속에 파묻혔는지, 아님 다른 곳에 묻힌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아니면 혹시 내 몸에 이 곽동훈의 영혼이 빙의되어 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종의 영혼 체인지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계시던 집과 가게로 바로 이동해 보았다.

하지만 집도 빠지고 가게도 폐업된 상태였다.

주변 상인들에게 들어보니, 내가 실종된 이후 날 찾겠다고 돌아다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버지 없이 혼자 그렇게 고생하셨는데.

나 검사 되게 뒷바라지 하신다고 그렇게 고생만 하셨는데.

결국 실종된 아들 찾겠다고 돌아다니시다 그렇게 떠나신 것이었다.


털썩


나도 모르게 닫힌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수소문 결과, 엄마의 시신은 무연고자 납골당에 봉안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바로 그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그리고 무척 초라한 납골당 안에서 엄마의 납골함을 찾을 수 있었다.

엄마와 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안치 되어 있는 초라한 납골함.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무슨 기분인지, 처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깨끗한 곳으로 옮겨드리고 싶었지만 상황정리가 먼저였다.

나는 초라한 납골당을 뒤로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


부우웅

택시 뒷좌석에 앉아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문득 답답해져 창문을 살짝 내렸다.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과 요란한 자동차 엔진 소리.

곽형직과 곽호철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이 놈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내가 이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면 원티어 그룹의 비리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

검사였을 때보다 접근성이 좋긴 할 테니까.

그런데 그건 상대적으로 좋은 거지.

현실적인 면을 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나는 첩의 아들.

본처의 자식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는 그림이다.

주요 계열사의 요직들은 곽호철의 형제자매들로 꽉꽉 채워져 있고 지저분한 일을 처리해주는 칼부림파는 이종사촌 차민태한테 넘어가 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사촌들 같은 친인척들하고도 뭔가 나눠먹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

여기에 뒷배가 국회의원들이라면 복수의 길이 멀고 험한 건 여전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

내가 설사 비리를 파헤친다 하더라도.

아주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고발할 거냐 하는 거지.

내가 곽형직을 조사하고 다닐 때 날 말렸던 이승학 부장검사나 선배 검사들만 봐도 매수된 게 한두 놈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고소를 한다고 해서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겠어?

거기에 내 수사관이었던 황수철, 그 새끼도 배신자였던 것 같고.

당시에 신입이었던 하정재까지도 이승학 비서 짓을 하고 있던 거 봐선 신입라인도 선배들한테 휘둘릴 텐데.

고소를 해봐야 역으로 물 먹을 게 뻔한 상황.

되레 내가 화를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일개 고등학생인 지금의 몸으로 초거대 기업의 비리를 어떻게 파헤칠 수 있을까.

몇 가지 답을 구상해 봐야 한다.


먼저.

공부도 못하는 찐따 같은 삶을 살아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싸움꾼 망나니가 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싸움 잘하는 애들을 모아 칼을 든다 해도 조폭 출신인 곽형직 일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더구나 그렇게 성장해봤자 본처 자식들 사이에게 무시나 당할 게 뻔했다.

깡패 짓해서 저 큰 기업을 일궜으니 깡패 짓하는 자식을 곱게 볼 리가 없으니까.

지우고 싶은 과거일 테니.


아무튼 그래서 첫 번째.

곽형직의 신임을 받아 일가 사업에 손가락이라도 담가야 한다.

그러려면 겁나게 빡세게 공부를 하고 능력을 보여 눈에 들어야 한다.

최소한 본처의 자식들 보다 더 큰 능력을 보여야 하는 상황인 거지.

그렇게 해서 비리 증거를 찾아낸다면-

내가 직접 기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는 건 내가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인 것 같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난 그 정체모를 공간 속에서 나한테 떴던 메시지 창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계획이 이렇게 흘러간다면야 진짜 ‘두 번째 기회’인 게 맞으니까.


나도, 엄마도 죽은 지금.

심지어 내 시체는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

너무도 분하고 화가 나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차갑게 식혀야 했다.

감정이 앞서면 모든 손길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법.

그렇게 되면 속을 들키게 된다.

차분하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


나는 다시 택시 차창을 다시 올렸다.

지금부터 나는 철저하게 차가운 머리로 ‘곽동훈’이 된다.

곽형직의 목을 칠 날카로운 칼이 되는 거다.


* * *


다음날 아침.

오랜만의 등교라 그런가.

기분이 오묘하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몇 학년 몇 반인지 어떻게 알지?

택시에서 내린 뒤 교문을 지나가며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메모장에 ‘2학년 4반’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여기가 내 반이라는 건가?

나는 다른 학생들 사이에 섞여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득 4년 전에 곽형직이 ‘대노’했었다는 일이 뭔지 궁금해졌다.

김희영한테 직접 물어봐야 하려나.

당시 중딩이었던 이 친구가 4년 동안이나 지 엄마 앞에서 입을 다물어 버릴 정도였으면 보통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복도에 들어서자 학교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특이한 건 교사도, 학생도 서로 그렇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뭔가 유대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애초에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이 몸도 적응이 안 되지만, 학교에서 이런 대접도 적응이 안 된다.

난 중, 고등학교 때 완전 모범생이라 쌤들이 날 엄청 좋아했다고.


2학년 4반 교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러자 담임교사로 보이는 남자가 교탁 앞에 서있었다.

“곽동훈이지? 저 뒤에 네 자리 있다.”

담임이 구석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더럽게 성의 없네.

담당 학생이고 뭐고 그냥 사고만 치지 말라는 건가?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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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72 3 10쪽
6 6화 - 외로운 아이 (3) 24.06.26 73 2 11쪽
»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81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99 2 10쪽
3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90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99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4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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