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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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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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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3 21:0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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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65

작성
24.06.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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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 가정폭력 (2)

DUMMY

다음 날 아침.

토요일이라 학교를 안 가는 대신, 나는 성식의 빌라 근처로 ‘출근’을 했다.

나름대로 ‘잠복 수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잠시 뒤, 차가 한 대 들어오더니 바람막이 점퍼를 입은 성식의 부친이 터덜터덜 모습을 드러냈다.

밤새 근무를 한 건지 어쩐 건지,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빌라 현관으로 들어갔다.


분명 운전을 하고 왔는데.

오케이. 음주운전 한 건 포함이요.


나는 그가 차에서 내리고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두었다.

그리고 그의 집이 보이는 창문 근처로 천천히 다가갔다.

성식의 집은 1층으로 빌라 단지 주차장 쪽에서 내부가 보였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


쾅!

현관문이 세게 열리더니 성식 부친이 현관에 들어왔다.

이제 막 자고 일어나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성식의 여동생이 나와 꾸벅 인사를 했다.

“이 X발 연놈들은 아빠가 이렇게 X빠지게 고생하고 왔는데 처 자느라 아주 팔자가 돼지기름처럼 미끌미끌하지!”

성식 부친은 밑도 끝도 없이 대뜸 소리를 버럭 질렀다.

성식의 여동생이 몸을 움츠리자 성식 부친은 아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네 오빠새끼는 어디 있냐? 또 어디서 술 처먹고 사고치고 있냐?”

이미 그의 혀도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그때 성식이 방에서 나왔다.

“오셨어요.”

성식도 꾸벅 인사를 했다.

“이 새끼는 아빠가 왔는데 인사를 그 따위로!”

순간 성식 부친이 성식을 발로 차버렸다.

우당탕-

성식이 뒤로 넘어지며 거실 TV장 위로 쓰러졌다.

덕분에 위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하지만 성식은 익숙하다는 듯 다시 물건을 정리했다.

“얼굴 보니까 어제도 술 처먹고 잤구먼. 이 X새끼가 아빠가 경찰인데 양아치 새끼처럼 술이나 먹고 다니고!”

성식 부친은 물건을 정리하는 성식의 등을 마구 밟았다.


그래, 뭐.

고딩이 술 먹고 다니는 건 잘못된 거긴 한데 저게 맞나?

그것도 경찰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 둘이 지나가면서 성식의 집을 힐끔 보고는 수군거렸다.

“또 시작이네, 또 시작.”

“저 1층 와이프 작년에 죽었다며?”

“저렇게 허구한 날 때리는데 안 죽고 배겨?”

“의처증이었다는 거 같고?”

“몰라. 그때 3층 여자가 들었는데 뭐 남자 생겼다면서 때렸다던데?”

“진짜? 여자가 바람피운 거야?”

“몰라. 아유. 그런데 애들이 무슨 죄야. 어유.”

나는 수군거리는 둘을 바라보다 다시 귀를 기울여 보았다.

“X년한테서는 X놈이 나온다더니. 지 애미가 딴 놈하고 놀아나니까 애새끼도 저 모양 저 꼴이지.”

성식 부친이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소리쳤다.

그러자 꾹 참고 있던 성식이 벌떡 일어났다.

“엄마 바람피운 거 아니라고요!”

반항이었다.

“웜머나. 이 X새끼가 지금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

“엄마 바람피운 거 아니라고요. 아빠가 술집 다니고 도박 다니고 그러면서 월급 다 날려먹으니까 엄마가 김밥 집 가서 새벽에 김밥 말고 그랬던 거 알긴 아세요?”

성식이 울먹이며 말했다.

“뭐 이런 X친새끼가 다 있어!”

성식 부친이 대뜸 성식의 뺨을 풀스윙으로 후려쳤다.

성식은 거의 날아가다시피 옆으로 쓰러졌다.

“이 새끼가! 어디 아빠한테! 어? 또 덤벼 봐! 덤벼 봐, 이 X새끼야!”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폭행은 끊이지 않았다.

성식의 여동생은 거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연신 울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짜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돌아섰다.

지금 내가 개입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게 되면 당장의 폭행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이후로 성식이 더 고생할 것이었다.

가슴이 아프더라도 지금은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하.’

그래.

간만에 한 놈 제대로 엮어줘야겠구먼.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 * *


가정폭력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고 해서 따로 규정이 되어 있을 만큼 법적으로 중요하게 다루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천륜은 쉽게 끊을 수 없다고 하던가.

신고했다가 피 한 방울 안 섞인 가해자한테 보복 당할까 두려워하는 세상인데, 친부모가 그런 존재라면 섣불리 신고할 수 있을까.

보호소에 간다 해도, 격리가 된다 해도, 언제 비수가 다시 날아와 꽂힐지 모르니 함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렇다고 신수혁 말대로 죽여 버리는 게 답일까.

그렇게 하면 피해자인 오성식만 옥살이를 하게 될 텐데.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정당방위’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법이란 ‘때리지 않을 수 있으면 최대한 때리지 않고, 죽이지 않을 수 있으면 최대한 죽이지 않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럼 방법은 딱 하나.

저 사람 자체를 나락으로 보내버려야지.

가정폭력이 아니라 다른 걸로 인생을 망가뜨려줘야지.


하지만 그건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소한 성식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나는 성식에게 전화를 걸어 공원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약속시간이 되자 성식은 여느 때와 비슷한 차림으로 약속장소에 나왔다.

나는 수원 원천호수가 보이는 공원에서 풍경을 보다 캔커피를 하나 꺼내 그에게 건넸다.

“뭐냐. X나 유치한 청춘드라마 같은 시츄에이션은?”

성식이 피식 웃으며 캔커피를 받아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오글거리긴 하는데 그래도 얘한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면 술자리보다는 이런 분위기가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너. 여동생 지키고 싶지?”

내가 호수를 보며 물었다.

“X발. 당연한 소릴.”

성식이 대답했다.

“넌 꿈이 뭐냐?”

“나? X발. 내가 꿈이 어딨냐. 졸업이나 하고 뭐 공장이나 다니든가.”

성식은 담배를 꺼내 물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렸을 때 꿈은 뭐였는데?”

“경찰. 어릴 땐 아빠가 멋있어 보였거든. 그런 개차반 망나니인 거 알기 전까진.”

성식이 씩 미소를 지었다.

“경찰. 멋있네.”

그래, 경찰 멋있지.

나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비슷하지 않은, 오묘하게 경계가 나뉘어 있는.

하지만 서로 존중할 수밖에 없는.

무엇보다 내가 앞으로 할 복수에 경찰이 한 명 끼어준다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은데.

내가 이 친구를 도와줘야 할 이유가 자꾸만 늘어나네.

“근데 왜 갑자기 쉰 소리야. 서론 길게 늘어놓지 말고 빨리 말해.”

성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내가 너랑 네 동생을 네 아빠로부터 떼어놔 주면 너, 네 꿈 이룰 수 있겠냐?”

“그게 무슨 소리냐?”

내 말에 성식이 고개를 휙 돌렸다.

알아들었으면서 다시 묻는 것이다.

“네 꿈인 경찰. 내가 이루게 도와준다고. 네 아빠랑도 떨어트려주고.”

그래, 생각해보면 뜬금없는 제안이긴 하겠지.

성식은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쉰 소리가 아니라 개소리네. 야. 내가 무슨 경찰이냐. 나 공부 알레르기 있다. 시험 못 봐.”

“공부도 내가 책임져 주지.”

“파하하핫! 네가? 뭐, 과외라도 붙여주게?”

성식이 빵 터졌는지 웃으며 물었다.

순간 자존심이 팍 상하는데, 뭐, 내가 ‘곽동훈’인 줄 알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기는 했다.

“내가 과외 해줄게.”

“너 술 먹었냐? 뭐지? 이 신박한 헛소리들은?”

성식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너한테 심적으로 기댄 적도 많고, 진짜 친구라고 생각해서.”

“네가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X발. 대한민국이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 네가 어떻게든 해줄 거 같긴 하다만 그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돈으로 뭘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거든.”

내가 호수를 보면서 말했다.

성식은 그런 나를 슥 보았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할 생각인데.”

“네 아빠를 나락으로 보낼 거야. 당연히 하루 이틀 내로는 안 될 거고. 그 동안은 네가 좀 더 참아줘야겠지. 입 꾹 다물고.”

“허.”

성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어쩌든 상관없고 나는 우리 성아만 무사하면 돼.”

“그럼 허락한 걸로 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내 과외를 해주는 건 너무 웃기다. 이번 중간고사 전교 1등하면 네 말대로 해도 된다. 하하.”

성식이 내 등을 팡 쳤다.

이건, 허락하지 않겠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정말 말도 안 되는 제안이기는 할 것 같았다.

한 편으로는 바라지만 믿을 수 없는, 솔깃한 제안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바로는, 저런 시궁창 속에서 살다 보면 탈출하기를 정말 바라지만 정작 시궁창 밖 세상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 성식도 그런 것이겠지.

나는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교 1등? 에이. 뭐 하러 한두 달까지 기다려. 이번 3월 모의고사. 내가 전국 상위 10% 안에 들어줄게.”

“뭐? 10%? 하하하하하하하. 얘 왜 이래.”

성식이 웃겨 죽겠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어쩌지.

난 자신 있는데.

특히 문과 쪽은.


* * *


전국 모의고사는 3월부터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시험이 있었다.

사설 모의고사까지 치면 매달 시험이 있는 것이었지만 전국 단위로 제대로 된 순위를 체킹할 수 있는 건 전국 모의고사였다.

나는 여기서 전국 10% 안에 들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었다.

성식은 자지러지게 웃었지만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이미 예전에도 10% 안에 들어본 적이 있거든.

물론 교육과정에 차이가 있고 교과 내용도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까짓 거.

나의 천재적인 학습능력이 어디 갔겠어?

보니까 법 조항도 다 기억이 나더만.


물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깔짝깔짝 공부는 좀 해줬다.

최소한 잊었던 기억들을 다시 깨워줄 필요는 있으니까.

그렇게 3월 마지막 주.

전국 모의고사를 보았고 전국 상위 0.1%를 기록하게 되었다.

학교가 뒤집어질 일이었다.

등급을 잘 받아봐야 4등급인 당서고등학교 학생들 중에서 올 1등급, 전국 상위 0.1%가 나온 것이었다.

모두가 신기해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돈으로 시험문제를 산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부정행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성적이 나올 수 없다는 여론이었다.

급기야 담임교사가 나를 호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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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 가정폭력 (1) 24.06.29 87 2 10쪽
8 8화 - 정당방위 (2) 24.06.28 90 2 10쪽
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10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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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111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139 2 10쪽
3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125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134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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