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차우렌즈
그림/삽화
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3 21: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314
추천수 :
27
글자수 :
61,265

작성
24.07.01 21:00
조회
60
추천
2
글자
10쪽

11화 - 가정폭력 (3)

DUMMY

“야. 솔직히 말해. 작년까지 다 9등급 받던 놈이 어떻게 올 1등급에 전국 0.1%를 하냐고. 말이 돼? 솔직하게 말해. 어디서 시험지 샀어?”

담임교사가 팔뚝만 한 나무 몽둥이를 들고 물었다.

“부정행위 안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안 했습니다. 부정행위 없습니다.”

“이 새끼가. 솔직히 말 안 해? 야, 이거 지금 교장선생님하고 학부모들 다 주목하고 있는 사건이야. 어떻게, 어떻게, 여기서 전국 상위 0.1%가 나오냐고. 이거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모의고사인데 그 시험문제가 유출된 거 아니냐는 소리가 안 나오겠냐.”

“부정행위 없습니다. 그리고 학교 입장에서는 그렇게 고득점자 나오면 좋은 것 아닌가요?”

내가 말했다.

“이 새끼가 따박따박 말대꾸야.”

담임교사가 내 머리를 툭 쳤다.

아 더럽게 기분 나쁘네.

시험을 잘 봐도 뭐라고 해.

“솔직하게 말해.”

담임교사가 다시 추궁했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쉰 후 받아쳤다.

“선생님. 제가 뭔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말씀을 하시려면 그만한 증거를 제시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뭐?”

“전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떤 증명도 할 수 없어요. 부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시려면 선생님께서 그 증거를 제시하셔야죠. 제 폰이나 엄마 폰이나 계좌 이체 내역이나 뭐 요구를 하시든지요.”

“허.”

담임교사는 기가 찬 듯 말했다.

순간 할 말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아. 한 가지 증명할 방법이 있네요. 학교에 있는 다른 년도 모의고사 시험지 아무거나 제시해주세요. 제가 이 자리에서 다 풀어볼게요.”

만약 이렇게 해서도 성적이 높게 나온다면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것이었다.

담임교사는 알겠다는 듯 검지를 흔들어 보였다.

아, 바빠 죽겠는데 귀찮게 일이 더 추가 되어 버렸네.


*


모든 수업을 끝마친 후, 교실에 담임교사와 나, 둘만 남았다.

담임교사는 나한테 모의고사 시험지를 건넸고, 나는 그걸 차근차근 풀기 시작했다.

모든 과목을 다 보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수리영역과 외국어영역만 보았다.

그렇게 밤이 되었을 때, 내가 다 푼 시험지를 건넸다.

담임교사는 날 빤히 보며 시험지를 수거하고는 그 자리에서 채점을 했다.

“어······.”

담임교사가 말문이 막혔는지 날 멍한 표정으로 보았다.

수리영역과 외국어영역 모두 만점을 받아버린 것이었다.

“이, 이, 이, 이게.”

그래. 담임교사 입장에선 이해 안 될 법도 하지.

아무튼 부정행위를 안 한 건 증명 된 거잖아.

나는 가방을 싼 뒤 일어나며 말했다.

“부정행위 없었다는 거 인정하시죠?”

그러고는 정중하게 꾸벅 인사하고는 학교 밖으로 나갔다.


학교 밖으로 나가자 맞은편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똥팸 애들이 보였다.

나를 발견한 수혁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나도 손을 흔들며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X발. 너 어떻게 한 거냐? 방학 동안 공부 X나 했네?”

수혁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세 달 동안 공부 한다고 해서 오를 수 있는 성적이 아닌데! 비결이 뭐냐?”

빈성도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비결? 그냥 뇌세포가 깨어났다고 생각하면 될 듯?”

나는 공원 벤치에 턱 걸쳐 앉고 성식을 보았다.

“약속 지켰지?”

내 말에 성식이 피식 웃었다.

“약속? 무슨 약속?”

수혁이 성식을 보며 물었다.

“이번 모의고사 전국 10% 안에 들면 얘네 아빠 나락 보낸다고 했잖아. 대신 얘 경찰 되는 조건으로.”

빈성이 성식과 나를 번갈아 보며 대신 설명을 해줬다.

“뭐야. 오성식 짜바리 되는 거야? 대박.”

수혁은 신기한 듯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말했다.

“그래서 뭐 어떡할 건데.”

성식이 고개를 까딱 기울이고 물었다.

“다 생각이 있어. 너하고 성아는 조금만 참고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나서지 말고. 지금처럼만 지내고 있으면 돼.”

그의 질문에 곧장 대답을 해주었다.

“그나저나 오늘 그래도 너 시험 초대박 났는데 술 한 잔 할까?”

수혁이 제 부하들에게 턱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이제 진짜 찐친이라고 생각하나보네.

“오늘부터 좀 바쁠 거 같다, 나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청소년 음주를 좋게 보지도 않고.


* * *


오성식 부친의 이름은 오태룡.

여동생의 이름은 오성아.


먼저 이 오태룡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봐야겠지.

경찰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같은 정보는 현재 내 선에서 알아보기는 힘들고.

일단 성식을 통해 알아낸 거.

나이는 54살.

수원 당서경찰서 강력계 형사.

대략 30년 정도 근속 중.

그 중 절반 이상 강력계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니 꽤나 달궈진 형사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정도 짬밥이면 경찰 내에서도 꽤 유명한 지박 령 취급 받고 있을 것이었다.

나름대로 수사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지간한 계급의 상사들 기도 누를 수 있는.


흠······.

생각해보자.

철야 근무를 하고 술 먹은 상태로 음주운전 하는 꼬라지 보니까 어째 빈틈은 꽤 많을 것 같았다.

근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협박을 하거나 경찰서 쪽에 신고를 할 수는 없었다.

그 정도는 경찰서 내부에서 본인 스스로 수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인터넷에 올리면?

그러면 성식하고 성아가 제일 먼저 의심을 살 것이었다.

아무래도 10대가 인터넷으로 뭔가를 공론화 하는 문화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아유.

그러면 저 오태룡이 또 얼마나 애들을 때리겠어.

나중에 제대로 한 방 먹이려면 인터넷에도 올려야겠지만 시작부터 올릴 필요는 없었다.

오태룡이 수습하지 못하게, 예상하지 못하게 빠르게 스트레이트를 날려줘야 했다.


경찰 내부에서 해결이 안 될 거 같으면 뭐.

더 윗선으로 가야지, 뭐.

경찰하고 사이가 좋다가도 안 좋다가도.

애매하게 갈등이 있으면서도 서로 품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어디다?


검찰.


나는 내 방 컴퓨터 앞에서 미소를 지며 서울 중앙지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어우야. 이승학이 검사장이 됐네? 하정재는 뭐, 아직도 평검사인 거 같고.”

조직도를 살피다보니 참 공교로운 것이 보였다.

내가 사용하던 검사실을 하정재가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내선번호를 보니 내가 사용하던 내선번호와 동일한 것이었다.

와, 이거 또 제대로 빡치네.

이렇게 배정한 거 봤을 땐 이승학 입김이 있었을 것 같은데.

나는 또 주먹이 엉엉 우는 것을 느꼈다.

잠시 눈을 질끈 감고 생각하다 천천히 눈을 떴다.


그래. 머리를 차갑게. 차갑게.

머리를 차갑게 해야 생각이 돌아간다.

나는 이 검사들을 이용해 오태룡을 나락으로 보낼 생각이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검사 놈들.


나는 지갑을 챙겨들고 바로 일어났다.


*


번화가에 있는 한 PC방.

진짜 수십 년 만에 오는 PC방이었다.

“와, 많이 바뀌었네.”

PC방인지, 식당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컴퓨터도 무척 화려했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키오스크였다.

나는 키오스크로 자리를 배정 받은 후 결제를 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특정 주소를 바로 검색해 들어갔다.

검사와 수사관만 접속할 수 있는 검찰청 내 인트라넷이었다.

문제가 생길 경우 IP를 추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PC방에까지 온 것이다.

하얀 바탕에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특정 코드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지금도 로그인이 되려나.

나는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특정 코드를 입력했다.

여기서의 특정 코드는 접속하는 날짜와 연도를 기준으로 해서 개별로 부여되는 숫자였다.

가령 내 코드가 111이고 오늘이 2024년 3월 29일이라면 ‘240329111’이 그 ‘특정 코드’인 것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안다고 접속할 수 없게 하고, 매크로나 해킹을 차단하는 기능 중 하나였다.


[사용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역시나 내 아이디로는 로그인이 안 됐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황수철 수사관을 떠올렸다.

업무 편의성 때문에 나나 황수철이나 서로의 아이디와 비번, 코드를 공유하고 있었다.

나는 설마 하는 생각에 황수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특정 코드를 입력해 보았다.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로그인이 막혔다.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지시가 내려오는 것 때문인 듯했다.


잠깐만 보자······.

나랑 일할 때도 주기적으로 비번 바꾸라는 오더가 떨어져서 바꿨는데.

내 기억에 비번 세 개를 계속 돌려썼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다른 비밀번호로 시도를 해보았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로그인이 되었다.

“이 인간. 비밀번호 관리 거지 같이 하는구먼.”

거의 3년이 되도록 계속 비밀번호를 돌려쓰고 있는 것이었다.

이내 익숙한 화면이 떴다.

검찰청 내 인트라넷 사이트였다.

내부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수사 자료나 재판 진행 과정 등을 열람할 수 있었다.

오태룡과 관련한 사건이 있는지 조회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뉴스에 보도 되지도 않은 ‘나의 실종 사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이름을 먼저 검색해 보았다.


[김재민 검사 실종사건]


사건이 있었다!

경찰 쪽으로 고소가 들어갔었지만 검찰에서 불송치로 돌려보낸 듯했다.

그래서 검찰에 직고소가 들어갔지만 이 역시도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고 마무리 된 듯했다.

단순 가출로 다 드롭 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참 안타깝게도, 고소한 사람은 죽은 엄마였다.

나는 고개를 푹 떨어트리고 이를 부득 갈았다.

하루에서 몇 번이고 차오르는 분노에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했다.

씹어 죽일 놈들.

나는 심호흡을 몇 차례 한 뒤 다시 검색을 했다.

원래 목적대로 수원 당서경찰서의 오태룡이 검찰 쪽으로 송치한 사건 목록을 보기 위함이었다.

“흐음.”

이거 꽤 흥미로운데?

오태룡이 근무 초기 송치한 사건들 대부분 불송치 처분이 되어 있었다.

사건 내용을 보니 경찰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들도 검찰로 보낸 것이었다.

그래, 이런 잡다한 사건들이 들어오면 좀 귀찮긴 했지.

나는 스크롤을 쭉 내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검찰 쪽으로 송치가 잘 되고 있었다.

사건들 역시도 꽤 굵직한 사건들이었다.

오태룡 형사의 업무센스가 엄청나게,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라면 ‘어떤’ 작용이 들어갔다는 뜻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검찰청 양아치] 리메이크 연재 안내 24.06.25 86 0 -
13 13화 - 가정폭력 (4) NEW 15시간 전 38 2 10쪽
12 12화 - 럭키기획 문 사장 24.07.02 53 2 11쪽
» 11화 - 가정폭력 (3) 24.07.01 61 2 10쪽
10 10화 - 가정폭력 (2) 24.06.30 68 2 11쪽
9 9화 - 가정폭력 (1) 24.06.29 87 2 10쪽
8 8화 - 정당방위 (2) 24.06.28 90 2 10쪽
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105 3 10쪽
6 6화 - 외로운 아이 (3) 24.06.26 102 2 11쪽
5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111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139 2 10쪽
3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125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134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98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