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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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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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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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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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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693

작성
24.06.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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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DUMMY

수사관 수철은 취조실에 수첩을 두고 온 것이 떠올라 새벽에 취조실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그 때 나는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아무튼 수철이 취조실에 들어갔을 때, 김철봉은 넋 나간 사람처럼 앞만 보고 있었다고 했다.

수철이 수첩을 가지고 나가려 하자 그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수철은 그를 취조실에서 빼내 화장실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본능적으로 뭔가 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수철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소변기 옆쪽에 있는 작은 창문 틈으로 몸을 비집고 내밀어 투신을 한 것이었다.


수철의 증언만 들어봤을 땐 타살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다만 내가 강압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하는 오해를 받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다행인 건 화단에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은 건졌다는 것.

의식은 없는 상태고.


그 날 밤.

새벽 4시.

우우우웅- 우우우웅-

그때 책상 위에 놓인 내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승학 부장검사]


이 시간에 전화를?

아마 김철봉이 투신했다는 소식을 들어서일 것이다.

또 좋은 소리는 못 듣겠네.

“네, 부장님. 김재민입니다.”

[어어. 재민아. 지금도 사무실이냐?]

“네. 볼 자료가 많아서 아직 퇴근 못 했습니다.”

[아, 잘 됐다. 나 지금 들어가는데 잠깐 나 좀 볼래? 1층 로비야.]

“지금요? 네, 알겠습니다.”

이승학 부장검사도 지금까지 퇴근을 안 하고 있었다고?

아무리 늦어도 10시, 11시면 퇴근하던 양반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새벽 4시까지 퇴근을 안 하고 있었을까.

김철봉이 투신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온 건가?

일단 부르니 내려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바로 정장 슈트를 챙겨 입었다.

“어디 가세요?”

수철이 물었다.

“부장님이 밑에서 잠깐 보자시네요.”

“부장님이요? 이승학 부장님이요?”

“네. 갔다 올게요. 자료 좀 정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수철의 대답을 뒤로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검찰청은 어수선하면서도 무척 조용했다.

침묵이 가득한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롱코트에 목도리를 한 중년 남자와 젊은 남자가 나란히 서있는 것이 보였다.

하얀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정리한 중년 남자가 이승학 부장검사였고 그 옆에 서있는 남자가 신임 검사인 하정재였다.

하정재 저 녀석.

이승학 부장검사의 비서처럼 찰싹 붙어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역시나 그런 모양이었다.

뭐, 검찰 내에서 라인 타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나 이승학 부장검사는 1급 블랙벨트로 선정이 될 만큼 능력 있는 검사였다.

그렇다 보니 여러 검사들이 이승학 부장검사의 눈에 들려고 주야장창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정재처럼 새벽4시에 퇴근하는 부장검사의 비서 짓거리 하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는 거지.

“일이 많지?”

이승학 부장검사가 물었다.

“네. 좀 많네요.”

그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로비를 가로질러 걸었다.

나는 그의 뒤로 한 걸음 떨어져 따라갔다.

“들리는 소문에, 너 곽형직 회장 건드리고 있다며?”

김철봉 투신에 대해 따지는 줄 알았더니 곽형직 회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고 있었다.

“부장님한테까지 이야기가 들어갔습니까?”

“당연하지, 인마. 반부패수사부에서 기소 예정인 사건들 리스트도 모를까.”

“아직 공식적으로 보고 드린 건 없었는데.”

“워낙에 거물 아니냐. 곽형직. 내 귀에도 들려오지.”

이승학 부장검사는 유리로 된 회전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자 하정재가 기다렸다는 듯이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여기 금연구역인데.


나는 현관 옆에 있는 화단에 ‘금연’이라고 쓰인 팻말을 힐끔 본 뒤에 모른 척 이승학 부장검사를 보았다.

“야. 내가 너, 아끼는 거 알지.”

이승학 부장검사가 말했다.

“알죠.”

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

“너 경찰 출신에 무대뽀로 사건들 휘젓고 다닌다고 뒤에서 말 나오는 거 다 커버친 거 알지.”

“압니다.”

“스읍- 후우-”

이승학 부장검사는 내 대답을 듣자마자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그런데 X발. 허락도 안 맡고 곽형직을 건드리다가 검찰청 건물에 피를 묻히냐?”

“죄송합니다.”

“김철봉. 곽형직이 칼부림파 두목일 때 조직원이었던 놈 맞지?”

“네, 맞습니다.”

“X발, 그딴 새끼 건드려서 대체 뭘 어떡할 건데. 걔한테서 뭐가 나올 거 같아?”

“그건 인천 마응동 재개발 지역에 깡패 용역들을 김철봉이-”

“-그렇게 들쑤셔서 잡힐 놈이었으면 인마, 곽형직이 그렇게 크지도 못했어, 애초에.”

이승학 부장검사가 내 말을 툭 끊고 말했다.

이 분위기에서는 뭔가 해명성 발언을 해봤자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너, 곽형직 건드리는 거 스톱해.”

“네?”

“야. 일개 검사가 그 정도 규모의 그룹 회사 대표를 건든 역사가 없어. 더구나 곽형직한테 받아 처먹은 금배지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양반을 쳐낼라고 하냐.”

“그래도 할 만큼은 해봐야죠.”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 원티어는 못 이겨. 곽형직이 직접 사람을 찌르는 장면을 촬영한 정도의 증거가 있는 거 아니면 무슨 수를 써서도 못 엮어내. 근데 그런 증거가 나오겠냐. 곽형직을 위해서 대신 죽어줄 사람들이 이 검찰청 직원 수보다 많을 텐데.”

“······.”

“그리고 김철봉 쟤 자살미수. 자살한 걸까, 자살을 당한 걸까?”

이승학 부장검사가 이어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말씀 하시려고 부른 겁니까?”

이야. 어째 이승학 이 사람도 곽형직한테 뒷돈을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불쑥 올라오는데?

“게다가 김철봉이 투신한 것 자체도 우리 검찰한테 불리한 상황이야. 만약 죽기라도 해봐. 역풍만 세게 처맞아.”

이건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

이승학 부장검사가 말을 이었다.

“곽형직을 법으로 찍어 누르는 건 불가능 할 거야. 그냥 귀찮은 일 조금 생기고 마는 거지.”

반박할 수 없으니 입이나 다물고 있어야겠다.

“구속해서 감방에 처넣는 것보다, 귀찮은 일 생길 수 있으니까 적당히 하세요~라는 정도의 협박이 더 효과적일 거야.”

한 마디로 법의 철퇴를 때리기 보다는 ‘때린다, 때린다?’라며 액션만 취하라는 말이네.

나는 짧아진 담배를 연신 질겅대고 있는 이승학 부장검사를 슥 보았다.

그러자 그가 말을 이었다.

“곽형직한테 애첩이 하나 있어. 이름은 김희영. 이제 중2인가, 중3인가 그런 애 하나 있고.”

“지금 곽형직이 60대 중반인데 애첩하고 중2인 아들이 있다고요?”

“그래. 근데 그 여자가 술집에서 가짜 양주를 좀 팔아제끼는 모양이야.”

“그런데요?”

“정 곽형직을 흔들고 싶으면 지금 사건은 드롭 시키고 그 김희영 가짜 양주 유통망이나 작업해. 그러면 네가 사고 친 김철봉 자살미수는 내가 대충 마무리 지어 줄게.”

당사자가 아니라, 다른 건으로 애첩을 집어넣어서 ‘적당히 하세요’라는 협박을 하라는 거잖아.

더구나 내가 수사하던 김철봉이 투신한 것까지 하나의 거래조건이 되어 버린 상황이고.

자존심이 으깨지는데 이건.

그 사이, 하정재가 나한테 신상기록부 하나를 건넸다.

“김희영 신상이야. 아들 이름은 곽동훈. 한 번 확인해 봐.”

이승학 부장검사는 제 할 말만 하고는 꽁초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간다.”

그러고는 진짜 돌아보지도 않고 하정재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는 혼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X발. X 같네, 진짜.


*


수사관 수철이 김희영의 신상기록부를 옆에 두고 컴퓨터로 이것저것 자료를 확인했다.

잠시 뒤,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야. 김희영 이 여자. 뭔가 신기한데요?”

수철이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왜요?”

내가 다가가 화면을 같이 보았다.

굉장히 몸매가 좋고 화려한 화장을 한 50대 여자가 요염한 사진들을 SNS에 게시해 두고 있었다.

“이 나이에 이렇게 활동하는 SNS 유저는 처음 봐요.”

“에이. 황 수사관님이 너무 젊은 애들 것만 보는 건 아니고?”

“절 뭘로 보시고!”

“하하하. 다른 건 뭐 없어요?”

“흐음. 곽형직 첩이 된 건 한 15년? 20년 쯤 전인 것 같아요.”

“곽형직이 원티어 회장을 하고 있을 때네.”

“이 여자 활동지가 주로 수원 당서동 근처인데요. 그때쯤 전쟁이 있었네요. 원래 그쪽 구역은 신선로파 나와바리였는데 칼부림파가 들어가면서 난리가 났었나봐요. 양쪽 조직원들 죄다 엮여서 감방가고 그랬네.”

“그때도 칼부림파 두목은 차민태였죠? 곽형직 이종사촌.”

“네, 맞습니다.”

“그런데 칼부림파가 그 구역을 접수하면서 술집 여사장인 김희영을 곽형직한테 넘겼다 이거네요? 원티어랑 칼부림파가 지금도 연결 되어 있다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 잘 메모해 두세요.”

“이거. 김희영이 아니라 곽형직을 조사하시는 거 같은데요?”

수철이 입을 삐쭉 내밀고 중얼거렸다.

“그 아들은 어때요?”

“뭐. 활동이 없어요. SNS도, 범죄기록도.”

수철은 나에게 사진을 한 장 건넸다.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에 찐따 같은 모습을 한 곽동훈의 사진이었다.

두꺼운 안경에 펑퍼짐한 교복.

성적은 뒤에서 두 번째.

초거대 재벌 곽형직의 아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스타일이었다.


사진을 가만히 보던 나는 불쑥 짜증이 올라왔다.

김희영을 수사하라는 이승학 부장검사의 명령이 어이없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참나. X발. 이걸 왜 디다보고 앉았냐. 곽형직의 다른 자식들하고 관계는요?”

“본처의 장남 ‘곽호철’은 원티어 건설 사장이고······. 그 밑에 있는 동생들도 계열사 자리를 하나씩은 꿰찼는데 김희영하고 곽동훈한테는 아무것도 없네요. 본처 형제들 사이가 좋은 것 같진 않아요.”

“첩의 아들이라 아무것도 안 준다 이거네.”

나는 신상기록부에 나온 김희영과 곽동훈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특히 곽동훈은 굉장히 잘 생긴 외모였다.

언뜻 봐선 요새 나오는 남자 아이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전혀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이 정도 외모면 나나 주지. TV에나 나가게.”

괜히 실없는 소리를 흘려 보았다.

“그나저나 어쩌실 거예요? 보니까 부장님이 말한 이 가짜 양주사건도 어째 별 거 없을 것 같은데.”

수철이 물었다.

“X발.”

그냥 원티어와 곽형직에 관련한 모든 것에서 손을 떼라는 말이었다.

직접적으로 말하기엔 부장검사 자존심이 있으니까 어차피 검찰로 넘어오지도 않을 사건을 이야기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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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99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4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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