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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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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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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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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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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수 :
51,693

작성
24.06.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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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DUMMY

이승학 부장검사가 나한테 요구하는 게 뭔지, 바라는 게 뭔지 정확히 파악했다.

하지만 내가 그 명령을 들을 필요는 없지.

사회생활을 하려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정의는 바로 세워야 할 것 아니야?

범죄의 근원인 곽형직 자체를 잡아야지.

나는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선배 검사들이 나를 불러다 한 소리씩 하기 시작했다.


“야. 승학이 형 말 들어. 너도 인마. 승진해야지.”

“너 어려운 싸움이다. 그거.”

“안 돼, 인마. 좋은 머리로 왜 그런 고생을 하려고 해.”


심지어 욕을 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이 새끼가 선배들이 하지 말라면 그냥 하지 말 것이지 말이 많아.”

“X발. 부장님이 오냐오냐 해줬더니 다른 선배들도 다 X밥으로 보이냐? 말 들어라.”

“원티어는 건들지 마. 머리아파진다. X발 괜히 나한테까지 똥물 튀지 말고 적당히 나대.”


지긋지긋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황수철 수사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검사님. 오늘 퇴근하시고 스케줄 있으세요? 저녁식사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전 서류 좀 더 보다 퇴근하려고 하는데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벌써 저녁이 되어 있었다.

“저기, 다리 너머에 깔끔한 스시집 하나 생겼다는데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식사는 하셔야 하잖아요.”

황수철 수사관이 차키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무슨 스시 먹겠다고 거기까지 이동해요. 다시 와야 하는데 그냥 여기 앞에서 대충 먹지.”

“아유. 스트레스 받을 땐 잘 먹어야죠.”

그가 내 뒤로 와서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럽시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딱 갔다 와서 남은 서류나 보지, 뭐.

나는 책상에 있는 서류들을 대충 정리한 후 외투를 입고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출퇴근할 때 타는 오토바이 키를 잡으려 하자 황수철 수사관이 손사래를 쳤다.

“에헤이. 운전도 제가 할게요. 편하게 따라오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이 분, 오늘 왜 이러신데?”

“요새 너무 고생하시니까 그렇죠.”

황수철 수사관이 사람 좋은 미소를 품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전에 검사장님께서 검사 품위가 있다고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품위는 개뿔 X까고. 내가 편하면 타는 거지.”

나는 오토바이 키를 책상에 둔 채, 그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


그렇게 황수철 수사관이 모는 차를 타고 식당으로 가는 길.

그는 골목으로 운전해 들어가더니 편의점 맞은편에 잠시 정차를 했다.

“어디 가세요?”

“담배 좀 사올게요.”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내며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는 차창 밖 주위를 한 번 보았다.

서울에 이런 데가 다 있었네.

사무실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모든 불이 다 꺼져 있었고 지나가는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죽은 동네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서울 한복판인데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옆으로 뭔가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트럭의 정면이 보였다.

내가 탄 차량으로 돌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어어어어 X발!!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머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

멍한 정신.

이어서 팔과 다리, 가슴, 등으로 퍼지는 통증.

아직 죽지 않은 것 같았다.

볼에서 느껴지는 흙의 감촉.

내가 엎어져 있는 것이었다.

차에 치여서 튕겨 나갔나.

나는 흐릿한 정신을 최대한 부여잡으며 주변을 보았다.

공사장 현장?

어둠이 내려앉은 공사장 풍경이 들어왔다.


[원티어 종합건설 / 원티어 빠르지오 아파트 건설 현장]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분명 검찰청에서 멀지 않은 어느 골목이었는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수사관님? 황 수사관님?

불러보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크게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차량 헤드라이트 불빛이 나를 확 비췄다.

흙바닥에 누워있는 내 주변에 검은 차량들이 주차 되어 있고, 그 옆으로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함정에 빠졌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아, X발.”

어떻게든 움직이려 했지만 손끝하나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황 수사관님 어디 있어.

아?

설마?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검은 정장의 남자들은 내 주위를 포위하듯 천천히 다가왔다.

혹시 황 수사관이 배신을 했나.

편의점 들어갔으니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 나는 지금 병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당장 깊게 고민해봐야 소용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남자들 사이로 풍채가 듬직한 곽호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건들건들 거리면서 날 보았다.

“아, 우리 영감님. 이게 무슨 꼴이셔. 괜찮으셔? 어디서 엎어지셨기에 꼴이 이 모양이야.”

놈이 허리를 숙이고 약 올리듯 말했다.

이 새끼가 어디서 영감이래.

깡패새끼가 맘먹으려고 하네?

말투에서부터 건방짐이 팍팍 느껴졌다.

그런데 제대로 화를 내기에는 목소리도, 팔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곽호철 뒤로 목발을 짚은 김철봉이 보였다.


김철봉 이 X새끼.

투신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나?


검찰청에서 투신까지 했던 놈이 이렇게 날 물 먹일 줄은 몰랐는데.

설마설마, 혹시나 했는데.

순간 김철봉의 옆으로 진지한 얼굴을 한 황수철 수사관의 모습이 보였다.

수사관 황수철까지 한 패거리였다는 건가.

일부러 으슥한데 주차해놓고 자기는 피신한 거야?

저 인간은 언제부터 이쪽 편이 되어 있던 거지?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이, 이, 깡패새끼들이.”

나는 온 힘을 다해 말했다.

“뭐? 뭐라고요? 깡패새끼?”

곽호철은 약 올리는 표정으로 귀를 대며 말을 이었다.

“깡패라뇨. 합법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한테 X 같은 말씀을 하시네.”

“뭐. 협박이라도 하려고? 수사 멈추라고?”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유. 협박할 생각은 없어요. 수사 멈추라는 이야기는- 음. 이미 주변에서 많이 해주지 않았어요? 협박으로든, 회유로든.”

순간 이승학 부장검사부터, 나한테 잔소리를 했던 선배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많은 문제들이 말로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돈이나 칼. 둘 중 하나가 앞에 있어야 문제가 해결되는 걸 많이 봤거든.”

“내가 뇌물 따위를 받을 것 같아?”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곽호철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크하하하핫. 되게 웃긴다, 검사님아. 너 정도 급에 돈을 왜 쓰냐. 뇌물 쓸 정도 사이즈 아니야. 검사님 지금 엎어져 있는 꼬라지를 봐요.”

그러면서 그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헉- 헉-

숨이 차다.

지금 뭐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야. 일으켜.”

곽호철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 순간, 억센 팔이 내 양팔로 쑥 들어왔다.

양쪽에서 남자들이 내 팔을 붙잡고 일으킨 것이었다.

뿌리치려 했지만 보통 힘이 센 것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혼자 서있을 수도 없는 상태였으니.

“너는 그냥 회장님 이빨에 낀 그- 가시 같은 존재일 뿐이야. 그냥 빼서 버리면 되는.”

곽호철이 제 이를 훤히 드러내며 말했다.

그 입 사이로 하얀 담배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 진짜 얼굴 한 대 세게 치고 싶다.

“이, 이,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냐!”

나는 그렁그렁 쉰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를 크게 내려 하면 할수록 더욱 갈라졌다.

와, X발.

차에 그렇게 치이니까 목소리도 쉬어버리는 구나.

“무사할 것 같냐고? 무사할 것 같은데? 너 지금 여기 있는 거 누가 알아? 아무도 몰라. 사고 목격자는 제대로 있는 거 같아? 이 새끼, 이거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네. 하하.”

곽호철이 주변에 있는 자기 부하들을 보면서 키득거렸다.

“X, X발새끼.”

할 수 있는 건 무의미한 욕뿐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꽤 많은 기회가 찾아오는데 너는 그 기회를 다 걷어 찬 거야. 지팔지꼰이지.”

곽호철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편은 애초에 아무도 없었어. X신아.”

그러고는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덧붙였다.


뻐억-


순간 뒤통수에서 띵-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어 목덜미로 뜨거운 피가 주륵 흘러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뒤에서 둔기로 내 머리를 내려친 것이었다.

“잘 가라.”

곽호철이 말했다.

그런데 그 소리가 굉장히 멀게 들려왔다.

이미 몸의 모든 신경이 마비되는 듯했다.

뻐억-

또 한 번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세게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죽을 거라는 걸.


*


죽기 너무 억울한데.

없는 살림에 아들 검사 시켜보겠다고 그렇게 고생하시던 엄마는?

공부하겠다고 몇 날 며칠 책만 봤던 지난 내 시간들은?

나는 그저 정의를 찾으려고 했고 범죄자를 잡으려고 한 것뿐인데.

아무리 무전유죄 유전무죄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그래도 검찰인데 공사장에서 머리통을 후려쳐 죽이나.

내 시신은 그럼 아파트 자재랑 섞여서 어딘가로 사라지겠네.

그럼 실종처리 되겠고.

만약 수철이 배신한 거라면 내 행적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되겠지.

X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

어? 이상한데?

나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직 안 죽은 건가?

근데 왜 이렇게 컴컴하지.

생매장이라도 당한 건가.


그 순간이었다.

띠링-

알림음 같은 게 들리더니 눈앞에 뭔가 확 펼쳐졌다.


X 같이 끝난 당신의 인생.

모든 걸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두 번째 기회를 가져보시겠습니까?


네모난 창에 뜬 글자.

당황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커먼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걸음을 옮겨도 그 창은 계속 내 앞으로 따라왔다.

여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일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첫 번째는 모든 기억을 잃고 다시 환생하는 거겠네.

두 번째는 뭐지. 부활인 건가. 두 번째를 선택하면 머리에 붕대 감은 채 병원에서 깨어나는 건가.

골라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지.

분명한 건 지금까지 내가 이룩해온 것들이 너무 아깝다는 것.

그리고 불효를 할 수 없다는 것.

또 한 가지.

곽형직 회장 일가를 가만 둘 수 없다는 것.

지금 나한텐 두 번째가 답인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자 네모난 창의 글자가 바뀌었다.


두 번째 기회를 선택하셨습니다.

확실하십니까?


확실하지.

내가 돌아가기만 하면 진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곽형직, 곽호철을 비롯해 검찰, 정계에서 돈 받아 처먹은 놈들 다 잡아낸다, 내가.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갑자기 땅이 훅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어- 어어어어어!!

마구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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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 가정폭력 (1) 24.06.29 54 2 10쪽
8 8화 - 정당방위 (2) 24.06.28 61 2 10쪽
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72 3 10쪽
6 6화 - 외로운 아이 (3) 24.06.26 74 2 11쪽
5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81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100 2 10쪽
»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91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99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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