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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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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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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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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
추천수 :
23
글자수 :
51,693

작성
24.06.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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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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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9화 - 가정폭력 (1)

DUMMY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제일 성격이 거지같은 신수혁은 일단 내 편으로 둔 것 같다.

최소한 나한테 삥을 뜯거나 괴롭히진 않을 것 같다. 확실하게.


다음은 오성식과 최빈성.

그 둘은 어느 정도 나랑 우호적인 선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인데 그래도 확실하게 내 사람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 X발, 정말 확실한 내 사람을 만들어두긴 해야 해.

같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도 내 편이 아니었잖아?

심지어 나랑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황수철 수사관까지도 배신을 했고.

아, 진짜 그 양반은 생각할수록 빡치네.


아무튼 간에 오성식하고 최빈성을 도울 일이 뭐가 있을까 차분히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마당으로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나왔다.

“동훈이 왔냐.”

낯익은 목소리.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김철봉이었다.

나는 인상을 쓰며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김철봉이 세상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절뚝절뚝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나를 함정에 빠트렸던 바로 그 X자식.

“이제 마음 좀 열어라. 몇 년 째 인사도 안 하고.

그의 말에 나는 묵례를 했다.

“오. 인사를? 몇 년 만이냐. 4년 만인가. 하하하.”

김철봉이 기쁜 듯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학교 다녀오는 거냐.”

김철봉이 물었다.

“네.”

나지막이 대답했다.

억누르려 했는데, 분노의 감정이 불쑥 올라왔는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눈빛이 살아있네. 좋아.”

김철봉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생각하다 그의 다리를 보고 물었다.

“다리는 언제 다치셨나요.”

“기억 안 나냐. 3년 전에 검찰 수사 받을 때 말이다. 그때 검사한테 얻어맞아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

허!

하!

뭐라고?

내가 당신을 때렸다고?

와 이건 또 무슨 개 헛소리를!

손이 파르르 떨렸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들어 얼굴을 후려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나저나 몇 년 동안이나 실어증 걸린 사람처럼 입 꾹 다물고 살더니. 어떻게 인사도 하고 이렇게 이야기도 해주는 거냐? 새 다짐이라도 했나?”

김철봉이 인자한 미소를 품고 물었다.

“꿈을 정했거든요.”

나는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꿈? 오. 그래? 무슨 꿈인데?”

김철봉이 말했다.

나는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 대답했다.

“검사가 되려고요.”

“검사? 갑자기?”

“네.”

“갑자기 정의의 사도. 뭐, 법의 심판관, 그런 거라도 되고 싶은 거야?”

김철봉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 표정은 ‘네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있자 김철봉이 웃으면서 덧붙였다.

“돈이 곧 정의다. 돈만 있으면 다 해결 돼.”

그는 내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마당에 주차 되어 있는 검은 중형차에 다가갔다.

나는 그 증오스러운 뒷모습을 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김철봉.

당신이 1순위야.

내 복수의 데스노트 첫 페이지를 장식할 X새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처리해주마.

어떻게 요리할지 아직 전략을 짜진 못했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없게 해주마.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았다.

수혁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신수혁 : 야. 진짜 ㅈㄴ고맙다.


정말 어지간히 고맙긴 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수혁도, 성식도, 빈성도 그렇게 잘 사는 집은 아니었다.

몇 백 합의금 정도야 낼 수 있겠지만 자기 스스로도 집에 알리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주 안하무인 개 쌩양아치는 아니라는 소리겠지.


- 나 : 됐어. 앞으로 잘 지내면 되지, 뭐.


나도 쿨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다른 메시지 창들도 확인해 보았다.

공교롭게도 여전히 새 메시지 자체가 없었다.


* * *


아무튼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신수혁에게 갑자기 메시지가 도착했다.


- 신수혁 : 야. 오성식이 지금 X 같은 일 생겼다고 나오라는데 너도 나와라.


욱하는 성격에 X랄 맞긴 해도 그래도 의리는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단톡방에서 번개 약속이 잡혔다.

나는 사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는 수원의 빌라촌.

빌라가 즐비해 있는 좁은 골목 끝에 작은 공원이 있었다.

공원 앞으로 다가가자 안에서 술판을 벌인 성식과 수혁의 모습이 보였다.

“어, 왔어?”

수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며 날 불렀다.

이 새끼들. 고삐리 맞아?

X나 당당하네.

정의구현의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 올라오지만 꾹 억눌렀다.

“곽동훈 불렀어? 왜?”

성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수혁에게 물었다.

“전에 신세진 것도 있고. 옛날 정도 있는데 한 잔 하자고 불렀지, 뭐.”

수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성식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날 보았다.

내가 이 자리에 끼는 게 이상한 모양이었다.

나는 모른 척 하고 자리에 가 앉았다.

“한 대 줘?”

수혁이 담배를 한 개비 꺼내 건넸다.

나는 됐다는 손짓을 해보였다.

“무슨 일이야?”

대신 성식을 보며 물었다.

그의 눈에는 커다란 멍이 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주먹으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얼굴은 왜 그래?”

“부딪쳤어. 전봇대에.”

성식은 자존심이 상하는지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전봇대’가 술 처먹고 때렸단다.”

그러자 수혁이 옆에서 거들어 말했다.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대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반응 보니 어디 깡패가 때리거나 싸움이 났던 건 아니었다.

“아버님이 때리시는 거야?”

내가 묻자 성식은 화가 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도 싸움박질 하고 다니지만 X발, 여자랑 애 때리는 인간은 상종하기가 싫은데. 얘네 아빠가 그러잖아.”

수혁도 화가 난 얼굴로 받아쳤다.

‘가정폭력이라.’

오성식을 도와줄 열쇠였다.

“저기 빈성이 온다. 들어가자.”

그때 성식이 골목 너머에서 걸어오는 최빈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곽똥도 왔네? 누가 불렀어?”

빈성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내가 불렀어. 빨리 앉아.”

수혁이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렇게 똥팸 모두 공원 한 가운데 벌어진 술판에 둘러앉았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이 모습을 보고 수군대며 지나갔다.

아, X발. 괜히 눈치 보이네.

그래도 이 자리에서는 올곧은 척, 준법정신 투철한 척 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최소한 오성식, 최빈성도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으니까.

“야. 오성식. 너 얼굴 왜 그 모양이야? 아버님이 또 주먹질 했어?”

빈성은 상황을 모두 아는 모양이었다.

“아, 닥치고 술이나 마셔.”

성식이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받아쳤다.


*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나도 번듯하게 정장 입고 검사 배지를 달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공부를 했었다.

남들은 좋은 부모 만나 1급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탄탄대로로 족집게 공부를 해왔지만 나는 철저하게 내 노력만으로 성과를 이뤄내야 했다.

좋은 학원 한 번 가지 못했고 명문대 재학생의 과외 한 번 받지 못했다.

그래서 다 안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사는 모두를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적용되었다.

용의자, 피의자, 가해자, 피해자.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나는 그들의 사연을 최소화로 둔 채로 법의 잣대로 상황을 판별해야 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성식의 사연을 알게 된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았다.

내가 겪었던 일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내가 어느 한 쪽이 베였다면, 누군가는 그 쪽이 잘려나가 있었다.

나는 성식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성식은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 공원 자리에서도 미주알고주알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표정에서 짙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부친이 폭행을 행하는 것 자체에는 욕을 했지만 오묘하게 분노보다는 슬픔이 더 많은 느낌이랄까.

나는 성식을 돕기 위해서는 그 환경부터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서 자리를 마무리 한 후, 성식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 모두 공원 입구에 서서 멀어지는 성식의 뒷모습을 보았다.

“쟤 집안 사정이 어때?”

내 질문에 수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X발. X 같지. 너 기억 안 나냐? 중딩 때 한 번 얘기 해줬는데. 쟤네 엄마 장례식에도 갔었고.”

기억이 날 턱이 있나.

내가 ‘내’가 아닌데.

“쟤 아빠 경찰이잖아. 집에서 와이프 패는 경찰.”

“진짜? 경찰?”

“응. 근데 쟤네 엄마 재재작년인가 재작년에 암으로 죽고 쟤랑 여동생 둘이 있는데, 아직도 퇴근만 하면 술 먹고 쟤를 그렇게 패나 봐.”

“애들을 때려?”

“응. 주사가 거지같은 거지. 동생이 이제 초딩인데 걔는 못 건드리게 하려고 그 꼰대 X랄을 쟤 혼자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 아니야. X발. 나 같으면 벌써 칼부림 나든가 가출을 하든가 둘 중 하나 했다.”

수혁은 담배를 빼 물고 불을 붙이며 말했다.

칼부림이나 가출을 못하는 건 이제 초등학생인 동생 때문이겠지.

만약 그런 사고를 치면 동생을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까.

“그랬군.”

이거, 오성식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정의구현을 위해서라도 처리를 해야 할 일일 것 같은데?

“기억 안 나? 전에 말했다니까.”

“내가 ‘그때의 내’가 아니라.”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택시 부르러 도로로 향했다.

“야. 한 잔 더 할래?”

수혁이 뒤에서 외쳤다.

“됐어. 그만 먹을래.”

“야! 야!”

수혁이 뒤에서 외쳤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고 골목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이거- 이거.

오성식을 가정폭력의 늪에서 도와주려면 작업이 조금 커지겠는데.

아무리 가정폭력범이다 해도 짬 좀 있는 경찰인데, 어쭙잖게 건드렸다가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었다.

물론 저런 인성을 가진 경찰이라면 털지 않아도 먼지가 풀풀 날 테니까 그걸 이용해 봐야지.

먼저 그 전에, 어느 정도 수준의 가정폭력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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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 가정폭력 (2) 24.06.30 35 2 11쪽
» 9화 - 가정폭력 (1) 24.06.29 55 2 10쪽
8 8화 - 정당방위 (2) 24.06.28 61 2 10쪽
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72 3 10쪽
6 6화 - 외로운 아이 (3) 24.06.26 74 2 11쪽
5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81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100 2 10쪽
3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91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99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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