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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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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그림/삽화
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36
추천수 :
23
글자수 :
51,693

작성
24.06.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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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DUMMY

1부 : 학생 곽동훈


2부 : 변호사 곽동훈


3부 : 검사 곽동훈


* * * * *




1부 : 학생 곽동훈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내 이름은 김재민.

서울 중앙 지방검찰청 반부패 수사과 소속이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는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회 상류층이 된 우월한 기분이랄까.

정장에 서울중앙지검 목걸이 신분증 딱 패용하고 로비를 지나갈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건들을 다루고 범죄자들을 대하면서 지내다 보니 그런 기분도 사라져 버렸다.

퇴근을 못해 떡진 머리카락에 반쯤 풀어헤친 넥타이.

면도도 이틀 동안 하지 못해 거지꼴이 되어 있는 날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언제나 정의를 위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꿋꿋이 버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좋은 의미로?

아니. 더럽게 나쁜 의미로.


밤 9시.

저녁을 먹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든 채 로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검사님. 같이 가요!”

그 뒤로 수사관인 황수철이 졸졸 쫓아왔다.

나보다 10살이나 더 많았지만 어린 검사인 나를 깍듯하게 대해주는 사람이었다.

“빨리 와요. 지금쯤 생각이 바뀌었을 수 있잖아요.”

나는 씩 웃으며 수철을 한 번 돌아본 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지금 반나절 내내 입 꾹 다물고 있던 놈이 이제 와서 입 열겠어요?”

수철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수사관님, 지금 지치셨죠. 저도 지쳤거든요. 그러면 그 놈도 지쳤다는 뜻이에요. 빨리 말 할 거 말 하고 내일 아침에 해장국이라도 먹고 싶지 않겠어요?”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몸을 실으며 받아쳤다.

“그런 놈도 있긴 하겠죠. 에휴.”

수철은 위쪽에 있는 층수 안내 LED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둘은 불이 꺼진 취조실로 들어갔다.

수철이 불을 켜자 커다란 통유리와 녹음장비.

그리고 녹화되고 있는 CCTV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통유리 너머에는 철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정장을 입은 노신사가 앉아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이 든 모양이었다.

“김철봉 씨! 일어나세요~ 일어나~ 대화 좀 나눕시다.”

나는 살짝 멜로디를 섞어 그를 깨웠다.

김철봉이 피곤한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들었다.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우리 못 다한 이야기 좀 나눠야죠.”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래. 이렇게 얘기 나올 줄 알았지.

황수철의 말대로 그가 모르쇠로 일관할 거란 사실은 예상하고 있었다.

“한 입?”

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커피 잔을 들어보였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여유를 보이는 내가 꼴 뵈기 싫은 모양이었다.

“내가 궁금한 건 원티어 그룹의 곽형직 회장이 인천 마응동에 대규모 토지 매입을 하게 된 경위. 그거 하나란 말이죠.”

나는 커피 잔을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는 대답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린 채 입술을 앙 다물었다.


원티어 그룹.

전자산업부터 자동차, 엔터, 푸드, 건설 등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고, 분기 매출만 해도 수백조 원에 다다를 정도로 거대한 공룡기업이었다.

그 원티어 그룹은 최근 재개발 지역 관련한 투기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인천 마응동에 재개발이 확정되기도 전에 그 일대 땅을 모조리 매입을 해버린 것이었다.

이건 토지개발사업 관련한 국가사업 정보가 사전에 새어나갔다는 걸 의미했다.


“저는 왜 원티어의 곽형직 회장이 옛날에 깡패 짓 했을 때부터 김만복하고 친하게 지냈던 것에 좀 주목하고 싶을까요. 김만복이 지금 인천 마응동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잖아요. 그렇죠?”

솔직히 상황만 보면 100%다.

원티어 그룹의 곽형직 회장은 옛날에 전라도 쪽 칼부림파 조폭 두목으로 유명했고, 김만복이 정계에 데뷔할 때부터 청년회장이니 뭐니 하며 정치깡패 노릇을 했었다.

그 김만복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나간 동네에서 곽형직이 땅 투기를 했다?

이건 서로서로 돌려먹기를 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었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다만 그 물증이 없을 뿐.

“저는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마응동 뿐만이 아니죠. 김만복이 다른 지역구에서 활동할 땐 그쪽 동네 땅도 사댔어요. 곽형직이. 자기 와이프, 자식들, 형제자매 할 것 없이 명의 돌려가면서.”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아유. 왜 그래요. 김철봉 씨가 옛날에 칼부림파 조직원이었던 거 다 아는데. 칼부림파가 옛날 곽형직이 두목으로 있던 그 조직이잖아요.”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시종일관 같은 대답이었다.

“휴우.”

한숨이 자동으로 나왔다.

“자꾸 이러시면 곤란한데.”

“곤란한 건 검사님이겠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철봉이 받아쳤다.

곤란하다고? 내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김철봉이 말을 이었다.

“회장님 잡아보겠다고 길거리 양아치 새끼들, 조선족 불법 체류자 새끼들한테 돈 쥐어주면서 억지로 정보 캐고 있는 거 다 압니다. 검찰이 그래도 되는 겁니까?”

어라.

생각보다 많은 걸 아네.

나는 절차보다는 효율을 생각하는 주의라 조금 잘못된 방법이다 하더라도 원하는 답을 도출할 수만 있다면 그 방법을 사용하는 쪽이긴 했다.

그래서 사건 해결에 대한 성과는 굉장히 좋았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 선배들은 나를 ‘꼴통’으로 불렀다.

“어떻게 해도 우리 회장님 꼬리를 못 잡으니까 괜히 칼부림파랑 엮으려고, 부랑아 같은 놈들 거짓증언이라도 만들려는 거 아닙니까?”

“이야. 김철봉 씨. 말 못하는 분인 줄 알았는데 말 잘 하시네요.”

빈정이었다.

김철봉은 내 말에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놈들이 내 돈을 받았든 안 받았든, 거짓증언을 했든 안 했든, 어쨌든 곽형직이는 잡습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말했다.

이럴 땐 뭐가 없어도 있는 척 확실하게 움직여야 상대가 흔들리는 걸 포착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김철봉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주시했다.

“거짓증언, 거짓증언, 이야기 하는데. 내가 지금 쥐고 있는 카드를 당신이 진술했다고 발표를 하면 당신 어떻게 될까요?”

“무, 무슨 카드.”

“그건 비밀이죠.”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일순간 김철봉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포착 됐다.

그렇다는 건 곽형직 회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쉽게 쉽게 갑시다, 김철봉 씨. 곽형직하고 김만복이 서로 짝짜꿍 하고 있다는 진술하고 증거만 대주면 당신이 마응동 철거촌에 깡패 용역 댄 건 내가 적당히 타협 봐줄게. 과한 거래 아닐 텐데.”

내가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김철봉은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

답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알았습니다. 계~속 그렇게 침묵하세요.”

그리고 그를 취조실에 둔 채 검사실로 돌아왔다.

“이거 봐요. 저 놈 불 놈이 아니라니까요.”

수철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도 내 추론이 맞긴 한 거 같아요. 놈이 직접 대답을 안 하는 거지.”

김철봉이 나한테 보였던 반응들을 몇 번이고 곱씹어 보며 말을 이었다.

“후우. 와, X발. 진짜 결정적인 증거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질 않네.”

내가 푸념을 하자 수철이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증거를 찾아도 꼬리 자르기로 요리조리 피해 버리니까.”

“결정적인 게 필요해. 결정적인 게.”

짜증이 확 올라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스트레스 받을 때면 으레 하는 습관이었다.

“김만복 정치자금 유통. 바로 이게 중요한 연결고리일 것 같은데 말이죠.”

“시나리오가 있어요?”

“있죠. 김만복이 토지 개발 정보를 곽형직에게 넘기고 곽형직이 땅을 사고. 그 땅값이 오르면 그거에 대한 피(fee)를 김만복한테 주고. 뻔한 그림 아니겠어요? 그 자리에 원티어 건설이 들어가서 아파트나 상가를 지어버리고.”

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진짜 증거 나오고 언론에서 터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겠네요. 안 그래도 김만복이 요새 다음 대권 주자라고 시끌시끌한데.”

“아마 그러겠죠. 어쨌든 중요한 건 곽형직이에요. 그 양반 관련해서 나온 의혹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에요. 조달 관련한 비리부터 해서 밀수까지, 진짜 오만 나쁜 짓은 다 하고 있다니까요. 사람 패고 다니던 습관이 어디 가겠어요?”

“생각해보면 난 놈은 난 놈이에요. 엄밀히 따지면 조폭 두목이 대기업 회장이 된 거잖아요.”

“그렇게 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겠어요.”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천장을 보다 다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아이, 짜증나.

눈에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바로 지금 이 기분.

가장 짜증이 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렇다가 사건이 해결 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잠시 눈을 감는 사이, 살짝 잠에 들고 말았다.


*


쾅!


검사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이, 깜짝이야. 그렇게 해서 문이 부서지겠어요?”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눈을 비볐다.

“거, 검사님. 크, 큰일 났어요.”

수철이 말을 더듬거렸다.

“큰일? 무슨 큰일이요?”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철봉. 김철봉 그 놈이 떨어졌어요.”

“뭐?”

이게 무슨 개소리야.

“화장실에 간다고 해서 들여보냈더니, 화장실 창문으로 몸을 던졌어요.”

X발.

X 됐다.

나는 수철과 함께 1층 화단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핏자국이 가득했고 구경꾼들이 몇몇 모여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는 않았다.

그때 구급차가 들어오더니 축 늘어진 김철봉을 들것에 실어 태웠다.

나와 수철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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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72 3 10쪽
6 6화 - 외로운 아이 (3) 24.06.26 74 2 11쪽
5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81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99 2 10쪽
3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90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99 2 11쪽
»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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