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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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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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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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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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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93

작성
24.06.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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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 외로운 아이 (3)

DUMMY

쉬는 시간이 되었다.

당서고등학교가 얼마나 양아치 학교든, 분위기는 다른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끼리 떠들고 노는 애들과 조용히 앉아 있는 애들.

여학생 반에 가서 괜히 치근덕거리거가 교과서를 빌리러 돌아다니는 애들.

물론 외고나 특목고처럼 엘리트들이 가는 학교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한 내가 나온 학교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의자에 앉아 여러 생각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행히 반에 있는 다른 애들 누구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다.

다행인건가.

곽동훈이 이 학교에서 얼마나 조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흠.

곽형직을 잡기 위해서 집안의 신뢰를 쌓는 일이 먼저지.

그러면 말했던 것처럼 공부나 능력으로 인정받는 수밖에 없어.

그런데 원티어 기업 쪽에서 날 쓸 리는 없잖아.

그 놈들이 날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 해.

내 스스로 원티어의 일원으로서 가치가 생기려면 사회적인 지위가 생겨야 한다는 말이지.

아까 생각했던 것처럼 내 스스로 판검사가 되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아니다. 의사가 되어야 하나?

아니야, 아니야. 지금 나한테는 법조계가 더 빠른 길이야.

일단 최소한의 지식은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법조계로 가서 검찰 내에 썩은 암덩어리들 죄다 도려내고 곽형직을 쳐내야지.

그 동안 원티어에 대한 비리들을 하나하나 밝혀내 놔야 하고.


아마 그룹에서 합법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에서 꼬투리를 잡기는 힘들 거야.

놈들이 음지에서 행하고 있는 범죄들.

밀수라든가 인신매매.

폭행이라든가 뭐 기타 등등, X발 X나 많지.

그런 일들을 벌일 땐 칼부림파를 끼고 할 수밖에 없을 거란 말이야.

칼부림파가 곽형직의 약점이 되어줄 거야.

그래서 나도 김철봉을 팠던 거고.


그 칼부림파가 지금 표면적으로 김희영의 근처에 있다는 거.

이건 어떻게 보면 나한텐 기회일 수 있지.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문제가 하나 있네.

지금 나 혼자서 이 일들을 다 해결할 수 있으려나.

나도 나만의 ‘세력’을 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 누가 내 뒤에 와서 발로 의자를 툭 찼다.

뒤를 돌아보니 험상궂게 생긴 고딩 셋이 서서 날 내려 보고 있었다.


아니. 근데 외모가 고딩이 맞아?

담배도 그냥 뚫리겠는데?


내가 빤히 보고 있자 놈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야. 곽똥. 너, 이 X발. 왜 아무 말도 안 하냐?”

맨 가운데에 있는 놈이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 넣은 채 말했다.

“무슨 말.”

네가 무슨 말을 했든 나는 기억을 못 한다고.

“이 X새끼가. 오늘 상납하는 날이잖아. 돈 안 가져왔어?”

“상납? 무슨 상납?”

아. 이 놈.

까톡에 있던 ‘신수혁’이라는 놈인가?

주기적으로 삥을 뜯고 있던 게 맞았네.

인간 말종 새끼.

친구를 때리고 삥을 뜯어?

쌍팔년도 학교도 아니고.

“안 가져왔냐?”

놈이 내 멱살을 잡더니 확 일으켰다.

우당탕-

졸지에 내가 앉아 있던 의자가 쓰러지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교실에 있던 모두가 놀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너한테 돈을 왜 주니.”

맞는 말이지.

돈을 왜 줘.

“이 X새끼가!”

놈이 대뜸 주먹으로 내 얼굴을 날려버렸다.


뻐억-


와 정신이 번쩍 드네.

얼굴에 강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몸이 기울어지는 걸 느꼈다.

우당탕탕-

책상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며 온 몸에 충격이 느껴졌다.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이이-


귀에서 이명이 들리면서 강한 두통이 찾아왔다.

동시에 내 거 같으면서도 내 거 같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 * *


“X발새끼야. 주기적으로 돈 가져와라.”


“3학년 선배들이 좀 보잔다.”


“나한테도 용돈 좀 줘라?”


“처 뒤지기 싫으면 지갑 내놔라.”


마치 주마등처럼 스치는 장면들.

방금 날 가격한 놈의 이름은 ‘신수혁’.

옛날엔 친구였지만 최근 들어서 사이가 틀어진 친구.

고등학교 올라가더니 소위 일진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삥을 뜯고 다녔다.


*


“동훈아. 엄마한테는 너 밖에 없단다.”


“동훈아. 우리 둘 뿐이야.”


“동훈아. 엄마 믿지?”


“동훈아.”


“동훈아.”

.

.

.


이어 귀에서 메아리치는 김희영의 목소리.

이어 들리는 곽형직의 음성.


“이 X발! 어디서 나한테 후라이를 치려고 그래. 뒤지고 싶어? 어?”


고함을 치는 목소리.

상습적으로 김희영을 폭행했던 모습.

엄마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늘 부유했고, ‘아빠’라는 곽형직은 가끔씩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럴 때면 으레 엄마를 폭행하곤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분노했다.

나한테는 제일 소중한 엄마를 괴롭히는 존재였다.

그래서 나 스스로 강해져 복수할 생각을 했다.


* * *


뭐야.

‘곽동훈’ 이 놈도 ‘곽형직’한테 앙금이 있어?

엄마인 ‘김희영’을 상습적으로 때려서?

그때부터 강해 보이려고 복싱을 배운 적도 있었나 본데?


그래, 무슨 맘인지는 알겠는데 그러기엔 김희영, 곽동훈 모자가 곽형직한테 받은 게 있을 것 같은데.

복수하겠다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방법이 잘못 됐네.


‘곽동훈’의 기억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일순간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 사이, 신수혁이 내 멱살을 잡고 다시 일으켰다.

“오늘 뒤질 줄 알아.”

놈이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아 좀 적당히 해라.


나는 내 코앞에 있는 놈의 머리를 들이박았다.

뻐억-

놈이 코를 움켜쥐며 뒤로 물러섰다.

“아, 생각 좀 하는데 귀찮게.”

나는 인상을 쓰면서 교복 매무새를 정리했다.

이래봬도 검사 시절에 조금 친했던 양아치들한테 복싱, 주짓수, 특공무술까지 배웠던 사람이라고.

“죽여 버려!”

수혁이 버럭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나는 가드를 올리고 몸을 낮춰 공격을 피한 뒤 바로 바디블로우를 날렸다.

뻐억-

순간 수혁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뒤로 상체를 살짝 뺐다가 나가며 그대로 얼굴을 가격했다.

뻐억-

수혁은 그대로 교실 뒤 사물함에 부딪친 뒤 쓰러졌다.

“헉!”

수혁이 데려온 다른 두 명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나는 손을 툭툭 털면서 그들을 보았다.

“뭐. 너희도 하게?”

내가 묻자 걔네들은 손사래를 휙휙 젓고는 수혁을 끌고 나갔다.

어느새 교실에 있던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렇게 주목 받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인상을 쓰며 의자와 책상을 정리한 후 자리에 앉았다.

그러다 문득, 저 친구들을 이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무리가 있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니까.

주변 친구들에 대해 확실히 좀 알아봐야겠어.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지금까지의 까톡 채팅창과 SNS 기록들을 싹 다 훑어보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수업시간에 그렇게 핸드폰을 보고 있었도 날 제지하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날 포기한 건지, 아니면 이 학교 분위기가 원래 그런 건지 알 도리는 없었다.


아무튼.

이렇게 핸드폰으로 ‘남’의 기록을 뒤져보니 증거물로 메시지 내역을 뒤져볼 때가 생각났다.

흡사 포렌식으로 개인 정보를 끄집어내는 기분도 들었다.


흐음. 보자.

오성식, 최빈성, 신수혁, 곽동훈은 중학교 때까지 ‘똥팸’이라 불리며 몰려다닌 멤버들이었다.

그 중 오성식, 최빈성은 아주 약간 노는 학생 느낌이었고 신수혁은 뭐, 고등학교 올라와서 생양아치가 된 것 같았다.

오래된 친구지만 고등학교 진학 이후 성향들이 달라지면서 조금씩 거리가 생긴 모양이다.

그 와중에 신수혁은 곽동훈이 돈이 많다는 걸 알고 삥을 뜯고 있는 거고.


그렇게 사이가 갈라졌는데, 오성식과 최빈성, 신수혁은 그래도 가끔 만나 노는 것 같다.

SNS를 뒤져보니 자기네들끼리 강남이나 홍대에 놀러간 사진들이 업로드 되어 있는 것이었다.

곽동훈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다.


이 새끼. 이거 외로운 새끼였네.


새삼 곽동훈, 이 놈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일단 이 똥팸을 확실하게 휘어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양아치 짓을 하기 위함이 아닌, 나만의 호위대를 꾸리는 개념이랄까.


그렇게 ‘과거’를 파헤치다 보니 곽동훈 이 놈이 처세술에 약하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대인관계에 굉장히 약한 모양새였다.

사람 대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그냥 입을 다물고 살기를 선택한 것 같았다.


“거기. 맨 뒤에. 지금 뭔 생각하냐.”

그때였다.

내가 핸드폰을 보든, 창밖을 보든 교사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는데 드디어, 4교시에 이르러서야 날 지적하는 교사가 나온 것이었다.

“아.”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교사와 칠판을 번갈아 보았다.

흰머리가 가득한 나이 든 선생님과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쓰인 판서가 보였다.

역사시간인가 보구나.

“일어나.”

역사교사가 날 일으켜 세웠다.

나는 엉거주춤 일어나 앞을 보았다.

“너 뭔데 수업시간에 딴 생각이냐?”

“죄송합니다.”

나는 즉각 대답했다.

그러자 반 학생들이 신기한 듯 나를 돌아보았다.

뭐야.

수업시간에 딴 짓하다 걸려서 죄송하다 한 게 그렇게 신기해 할 일이야?

“너. 역사에 대해 잘 알아? 신석기 시대가 갖는 의의를 이야기 해봐.”

역사교사가 주머니에 손을 쿡 넣은 다음 말했다.

그 표정에서 ‘너는 대답 못할 거다.’라는 메시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근데 어떡하냐.

난 대답 할 수 있는데.

“수렵채집 생활이 주를 이뤘던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넘어가는 가장 큰 지표는 농경사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경사회가 시작 되면서 정착생활이 시작 되었고 부와 식량이 축적되면서 통치자 같은 계급이 생겼습니다. 아울러 농사는 날씨의 영향을 받게 되기에 절대자, 신에 대한 믿음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 발성에 역사교사를 비롯해 모두가 놀라는 눈치였다.

아. 이건 직업병 중 하나기도 했다.

뭔가 이야기 할 때면 또박또박, 정확하게 말하는 것.

재판 때 검사로서 강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어- 그, 그래.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구석기 때도 종교는 있었지.”

역사교사도 짐짓 당황한 모양이었다.

“따, 딴 짓하지 말고 수업에 집중해라.”

그는 이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칠판을 멍하니 보았다.


맞아. 고등학교 때 이런 수업들도 했었지.

오랜만에 들으니 꽤 재미있네.

그때는 ‘공부’라는 걸 해야 하니까, 안 하면 안 되니까 억지로 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는데 나이 들고 생각해 보니 공부 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때였거든.

어릴 때 들었던 수업을 다시 들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흥미롭기도 했다.

앞에서 교사가 이야기 하는 모든 것들이 다 아는 내용들이니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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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99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14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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