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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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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렌즈
그림/삽화
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37
추천수 :
23
글자수 :
51,693

작성
24.06.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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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화 - 외로운 아이 (1)

DUMMY

“으아악!”

그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후아.”

이 호흡.

땀에 젖은 느낌.

이불에서 느껴지는 촉감.

살아있다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었다.

나는 바로 주변을 보며 뒤통수를 만져보았다.

상처는 없는 듯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나는 애즈펌 헤어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빡빡 깎은, 아주 짧은 스포츠머리였다.

군대 이후로 이렇게 머리가 짧아본 적이 없는데.

설마 머리 수술하느라 다 밀었던 건가?

그럼 그러고 나서 이정도 머리가 자랄 때까지 시간이 지났으면 며칠이나 혼수상태였던 거야?

여러 생각이 드는 가운데 커다란 책상과 호화로운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병실이 아니었다.

“뭐야.”

천천히 일어나 보았다.

옆에 있는 붙박이장에 전신거울이 붙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거울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와, 나 이 X발. 이거 뭐야.”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고 말했다.

속옷만 입고 있는 내 모습은 내 기억 속 내 모습이 아니었다.

다리와 팔, 가슴, 어깨가 가녀린 10대 남자애의 모습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부랴부랴 형광등을 켜보았다.

그리고 다시 거울 속 내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곽동훈.”

곽형직의 혼외자.

검사였던 내가 찐따 같은 곽동훈의 몸에 빙의가 된 것이었다.

이건 무슨 상황인 거지.


*


일단 진정하고 이 방 안에서 알아낼 수 있는 걸 알아보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나는 곽동훈이 된 건 맞다.

책상에 보니 고등학교 2학년들이 보는 교과서가 꽂혀 있다.

그렇다는 건 지금 고2이라는 거고, 내가 살해당한지 약 3년이 지났다는 이야기이다.

그 컴컴한 공간에서 이상한 메시지 창을 보고 선택한 건 찰나인 것 같은데 3년이 흘렀다는 말인데, 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하기야 지금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게 뭐가 있어.


책상에 올라와 있는 검은색에 금테가 둘러진 신용카드.

커다란 뿔테 안경.

구석에 걸린 펑퍼짐한 교복.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


핸드폰 시계를 보니 당장 3월 1일 새벽.

내일이 되면 학교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게 두 번째 기회야?

이게 두 번째 기회냐고.

나한테 메시지 창 던진 그 양반한테 묻고 싶다.


아무튼 내 기억에 곽동훈이 살고 있는 주소지는 수원이었다.

그럼 여기도 수원이라는 이야기인데.

내가 갈 학교는- 그럼-

구석에 걸린 교복을 확인해 보았다.

당서고등학교 교복이었다.


수원 당서고등학교.

여기는 꼴통들이 가는 학교로 유명했다.

“다이내믹한 학교생활이 되겠구먼.”

나는 중얼거리며 침대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감정적으로 여길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상황을 봐야 했다.


그런데 뇌가 멈춘 것 같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학교 간 거 보니까 얘도 어지간히 공부를 못한 거 같은데. 내 뇌까지 바보가 됐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수많은 법조항들.

참고했던 많은 대법원 판례들.

그리고 만났던 범죄자들.

분명 그 모든 건 또렷이 기억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곽형직과 관련한 모든 범죄들에 대해서도 확실히 기억을 했다.

“하아. 어째야 하지.”

나는 중얼거리면서 무심결에 서랍을 열었다.

5만 원짜리 지폐들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었다.

“고삐리 책상 서랍에 돈이 왜 이렇게 많아.”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폐를 집어 들었다.

그때였다.

달그락 달그락

방 밖에서 살림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문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엄청나게 커다랗고 호화스럽게 꾸며진 거실과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는 어린 곽동훈과 곽형직의 첩인 ‘김희영’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김희영.

가짜 양주 유통을 했다는 혐의로 잠깐 조사를 했었지만 내 관심을 끌었던 건 그 사건이 아니라 곽형직의 애첩이라는 사실 그 자체.

그녀가 곽형직의 밑에 들어가게 된 시기가 참 오묘하단 말이지.

곽형직은 원티어 그룹을 한창 운영하고 있을 때고, 놈의 사촌인 차민태가 칼부림파 조직을 물려받아 세를 확장하고 있을 그 타이밍이었고.

아. 곽형직 아들 곽호철이 경영에 참여 할쯤이기도 하네.

그리고 그 때쯤 그 그녀가 사장으로 있던 단란주점 건물을 선물로 받았던 것 같다.

본처의 자식들이 계열사 하나씩을 물려받은 상태라는 걸 감안하면 아무것도 못 받은 셈이었지만.


수원으로 쫓아낸 이후에는 거들떠도 안 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혈육이라고 먹고 살 정도는 챙겨주긴 했나보네.

그런데 이 집이나 자기 단란주점 다 곽형직이 해준 걸 텐데 가족사진에 곽형직 사진은 없네.

김희영도 곽형직하고는 사이가 안 좋은 건가.


그 가족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 도련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그때 주방 쪽에서 앞치마를 한 중년 여성이 나오며 말했다.

딱 봐도 가정부인 듯했다.

도련님은 무슨 도련님.

심각하게 오글거린다.

“아, 네. 잠이 안 와서.”

새벽 6시.

보통의 학생이라면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일 것이었다.

“식사 차릴까요?”

“네.”

내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가정부가 당황스럽다는 듯 쭈뼛대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왜 태도가 저러지?

내가 뭐 이상했나?

생각하는 사이, 거실 테라스 쪽으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테라스 쪽으로 걸음을 옮겨보았다.

꽤 큰 단독주택인 듯했다.

마당으로 검은색 차량 두어 대가 들어왔다.

그러자 앞 차량에서 김희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년의 외모에 굉장히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 누가 봐도 술집 여사장 풍모 같았다.

실제로 보기는 또 처음이네.

그런데 저 뒤에 따까리들은 뭐지?

김희영이 차에서 내리자 정장을 입은 몇몇 남자들이 따라 내린 뒤 꾸벅 인사를 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낯이 익은 것 같은데. 어디서 봤지?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건 서류로든, 재판에서든 본 적이 있다는 의미였다.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지.

그러다 문득 파노라마처럼 한 장면이 반짝-하고 떠올랐다.

아!! 그 놈들이다!

철거촌 사건 때 봤던 놈들.

아니나 다를까, 그 놈들 사이로 더 낯이 익은 한 남자가 절뚝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김철봉.’

그는 지팡이를 짚은 채로 나와 김희영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저 X새끼!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내가 당시에 김철봉을 잡아서 취조했던 표면적인 이유는, 그가 조직폭력단 칼부림파의 부두목으로서, 인천 마응동 재개발 당시 철거촌 주민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속내는, 그 칼부림파와 인천 마응동, 그리고 곽형직과 김만복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는 걸 파악하고 그 둘을 기소하기 위한 밑그림이었다.

칼부림파는 곽형직이 기업을 세우기 전에 두목으로 있던 전라도 폭력조직이었고, 지금은 그의 이종사촌인 차민태가 두목으로 있는 상태였다.

곽형직은 칼부림파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김철봉이 둘의 관계만 증명해 준다면, 곽형직이 땅 투기를 위해 조직폭력배를 고용한 사실을 소명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만복까지도 엮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양반들이 수원에 처박아 둔 곽형직 애첩 김희영을 도와주고 있다?

이러니 서울에서 아무리 들고 파도 증거를 못 찾았지!


관련이 없기는.


본인이 대기업 회장이 되었으니 과거 폭력조직을 운영하면서 온갖 쓰레기 짓을 했던 과거를 숨기고 싶겠지만서도 어쨌든 사업하려면 그런 짓이 필요할 때가 있다 보니 손절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테라스에 서서 김희영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남자들이 90도로 인사를 하자 김희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다 테라스에 서있는 날 보더니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묵례를 하고 그녀가 집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뭐라고 하나 보자.


*


“웬일이니. 이 시간에 다 일어나 있고.”

김희영이 들어오자마자 모피코트를 바닥에 툭 떨어트리며 말했다.

그러자 가정부가 총총 달려와 모피코트를 집어 들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갑질의 정점이구먼, 갑질의 정점이야.

“아유. 엄마 퇴근할 때 네가 일어나 있으니 기분은 좋다야. 몇 년 전에 그 생난리 났을 때 이후로는 나한테 말도 한 마디 안 걸더니.”

단란 운영하다 새벽6시에 퇴근하는 게 뭐 자랑이라고.

나는 곽동훈이 그리 좋은 환경에서 크지 못했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엄밀히 따지면 조폭과 술집 사장의 품에서 자란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생난리’라니?

내가 모르는 얘기였다.

“‘생난리’라뇨?”

“기억 안 나니. 네 아빠가 내 머리카락 붙잡고 신나게 후들겨 팬 적 있잖아. 너 그거 본 후로 변한 거 기억 안 나? 이제 고2 되니까 새 마음 새 다짐이라도 하기로 한 거야?”

김희영이 피곤한 듯 소파에 푹 앉으며 물었다.

술 냄새가 확 올라왔다.

“아뇨, 뭐.”

어차피 제대로 된 대화가 안 될 것 같으니 대충 얼버무렸다.

가정폭력을 했다고?

곽형직이?

뭐. 그 전직 깡패새끼 그럴 만 하지.

“도련님. 식사하세요.”

그때 모피코트를 정리하고 나온 가정부가 주방 앞에서 날 불렀다.

“아, 네, 네.”

일단 분위기대로 움직이기는 해줘야 하겠지.

상황을 파악해야 하니.

“웬일이니. 새벽부터 밥을 다 먹고.”

김희영은 눈을 감은 채 읊조리듯 말했다.

“사모님께서는 식사 안 하세요?”

“난 됐어.”

가정부가 조심스레 묻자 김희영이 대답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힐끔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화려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나 혼자 먹으라고 차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식사 하시고 그냥 두고 가시면 돼요.”

가정부가 두 손을 모으고 말한 후 주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무래도 궁금한 건 못 참지.

내가 입을 열자 가정부가 돌아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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