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우렌즈 : L.ENS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차우렌즈
그림/삽화
차우렌즈
작품등록일 :
2024.06.25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5 2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14
추천수 :
31
글자수 :
70,352

작성
24.07.02 21:00
조회
79
추천
2
글자
11쪽

12화 - 럭키기획 문 사장

DUMMY

“오호.”

검찰 쪽에 사건을 송치하는 건 경찰 입장에서 꽤 중요한 일이었다.

수사를 잘 해서 검찰에 송치하는 것도 하나의 업무실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태룡이 송치한 사건 담당 검사가 모두 한 사람이었다.

“문홍배 검사.”

수상한 일이었다.

보통 사건에 따라 특정 부서로 일감이 몰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한 사람이 송치한 모든 사건을 한 검사가 담당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송치된 사건 대부분은 재판에 기소되어 대부분 적은 형량이 떨어졌다.

심지어 몇몇은 약식기소로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이 놈 둘도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인 듯했다.

서로의 실적을 채워주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그렇다면 어디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을까.

그것도 사건 리스트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범죄자나 범죄조직, 불법 단란주점과 같은 업체와 관련이 있을 공산이 컸다.

아니나 다를까.

빙고.

불송치 판이었던 그의 사건 리스트 중, 문홍배 검사가 처음 담당한 사건을 보았다.

“매트레일 볼링장 집단 폭행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의 피의자들은 공교롭게도 검사 측에서 기소유예나 약식기소로 처리해줬다.

찾았다.

사건 내용을 보니 볼링장에서 조직폭력배들끼리 집단으로 패싸움을 벌인 사건이었다.

이에 오태룡이 조직원을 잡았고, 문홍배 검사에게 넘겼다.

그런데 문홍배 검사가 이들을 풀어준 것이었다.

신기한 것은 그 후에도 이런 사건들이 몇 있다는 점이었다.

개중에는 실제로 실형을 선고받고 들어간 사람도 있었다.

딱 봐도 강력사건 후, 조폭 쪽에서 총대 맬 사람을 보냈고, 오태룡과 문홍배가 처리해준 거네.

조직폭력배 뒤를 봐주고 있는 경찰과 검찰이 분명했다.

이걸 꼬투리 잡을 수 있겠어.

나는 창을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으음. 보자.

내 대신 수족처럼 미행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검사 시절에 알게 된 심부름센터 사장 문용현.

예전에 사건을 처리하던 중 ‘혐의 거래’를 해서 나한테 빚을 진 사람이었다.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미행이나 현장 증거를 포착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문가 급이었다.

이 사람이 데리고 있는 직원 중에는 간단한 수준의 해킹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비공개로 누군가를 수사하거나 미행할 때 종종 부탁을 했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고.

검사가 그래도 되냐고?

물론 안 되지.

걸리면 문제가 되지.

그런데 전에 말했잖아.

효율을 위해서라면 적당한 위법 행위도 했었다고.


* * *


5년 전.

서울 중앙지검 취조실.

뚱뚱한 체형의 문용현이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회의를 마치고 온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가 반갑다는 듯 날 보았다.

“얘기 잘 됐어요. 요청한 대로 약식기소로 처리할 겁니다. 벌금 낼 돈은 있죠?”

“네, 네.”

문용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 사장님, 얘기하기에 따라서는 형량이 조금 커질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다행이에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네!! 다행입니다. 덕분에 딸하고 같이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문용현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사장님께서 따님 사랑이 워낙 지극하셔서 제가 편의 봐드린 거예요. 앞으로는 이런 일에 휩쓸리지 마세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자- 그러니까 정리해보자고요. 중국 쪽에서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화물선 중에 밀입국자가 있다는 거잖아요.”

“네, 맞아요. 저는 그 사람들이 내리면 차로 시내까지 옮겨주기로 했고요.”

“좋았어요. 우리한테 철저히 협조해주는 조건으로 약식 처리 하는 거니까 우리 빠르고 쉽게 한 번 플롯을 짜보자고요.”

내가 펜을 들고 종이를 펼쳤다.

“네, 알겠습니다.”

문용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 사장님이 배송하기로 한 그 ‘화물’들. 몇 시, 어디로 들어오는 배에 어떤 컨테이너에요?”

“내일 저녁 8시. 배 이름은 ‘펑쉐이’고요. 컨테이너 번호는 B2375UT-CN이요.”

“몇 명.”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그건 컨테이너를 열어봐야 알아요.”

“어디로 배송을 해주는 거죠?”

“대천 시내 쪽에 얘들 가짜 신분증 만들어주는 업체가 있어요. 머디 사진관. 22시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어요.”

“그 사진관은 개인 사업자인가요?”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조직이 있어요. 조선족으로 구성된 조폭들이에요.”

문용현은 자기가 아는 정보들을 술술 읊었다.

나는 그 정보들을 모두 메모를 해두었다.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고급 정보였다.

“아니, 거듭 말씀드리지만 어쩌다 이런 일에 엮이셔서 여기까지 오셨어요. 으이구.”

“그러니까요. 딸내미 태어나고 돈 들어갈 곳이 많아서 그냥 따블 부르는 거에 콜 때렸는데 이런 일일 줄은.”

문용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제보자 신변은 확실히 보장해줄 테니 걱정 마시고. 들어가는 길에 저희 황수철 수사관한테 선물 하나 받아가요.”

“서, 선물이요?”

“보면 알아요.”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향했다.

문용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취조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황수철 수사관에게 다가가 ‘선물’을 받아갔다.

그 선물은 갓 태어난 문용현의 딸내미 신발이었다.

이런 게 인맥관리지.

이렇게 정보를 술술 불어서 수사에 협조를 하는 건 눈치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소리다.

자기가 입을 열든 다물든, 그 조직은 궤멸될 거라는 걸 확신하고 줄을 선 거지.

심부름센터 업무 특성상 공권력에 협조를 너무 잘하면 일감이 끊길 수도 있는데, 그것까지 감수를 하는 것이다.

큰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안위도 중요하다는 뜻.

나는 그걸 이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건 언제든 쓸모가 있다는 얘기니, 그의 신분을 확실하게 숨겨주고 연을 맺어두려는 의도도 있었다.


* * *


이 때 이후로 문용현은 내가 사건 수사를 할 때 이용하는 하나의 ‘외주 업체’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한 번씩 성과를 낼 때마다 소정의 비용과 가족 선물을 하나씩 보내줬었다.

가족을 아끼는 문용현을 쥐고 흔들기에는 이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물론 그가 배신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내가 그 가족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함부로 배신하게 어려운 ‘요소’를 만들어 두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지금은 그를 이용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기 번호가 어떻게 됐지?


나는 그와 소통할 서브폰을 개통한 뒤 기억나는 대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럭키기획입니다.]

익숙한 목소리.

내 기억 속 번호가 맞았다.

“미행 좀 의뢰하려고 하는데요.”

[전화 잘못 거셨어요. 여기 기획사에요.]

“왜 그래요. 5년 전에 대천항에서 돈 받고 밀입국자 들이신 적 있죠? 그때는 사명이 ‘행운센터’였나.”

이건 문용현과 나, 김재민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뭐야. 목소리가 어린 놈 같은데. 너 뭐하는 새끼야.]

“그건 차차 알게 되실 거고. 비용은 관행의 두 배 쳐드릴게. 어때요. 하실래요?”

이렇게 옛날 혐의 거래 했던 걸 이야기 하면서 돈을 두 배 준다면 거절할 수 없을 걸?

[······상대가 누군데······요?]

돈을 주고 사진을 건네야 하는데.

지금 얼굴을 트기에는 좀 무리가 있으려나.

일단 문용현이 배신할 사람인지 아닌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이 인간이 ‘김재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나야 안면을 트고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지금은 내 복수와 관계없는 오태룡을 파는 수준이니까, 비대면으로 거래를 하자.

장소는 어디가 좋지.

아, 애들하고 술 먹었던 그때 그 공원.

밤 되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던데.

“오태룡. 수원 당서경찰서 형사에요. 그가 어디서 뭘 하는지, 1시간 단위로 체크해주세요. 돈은 당서동 미소근린공원 화장실 옆 벤치. 저녁 9시. 그 시간에 가서 찾아가세요. 사진이나 리포트는 이 폰 번호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서로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특정 장소에 물건만 던져두고 가져가게 하는 방식이었다.

내 말에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보세요? 듣고 있어요?”

다시 물었다.

[아니. 내가 아는 어떤 누구랑 방식이 비슷해서.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결국 그가 수락했다.

이 인간. 이런 일을 해서 그런가 눈썰미가 좋네.

벌써 내 스타일과 매칭을 하다니.

예전에 문용현과 이런 식으로 거래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기억을 해낸 모양이었다.


아무튼, 나는 약속시간이 되기 한참 전에 가서 벤치 아래 사진이 든 돈 가방을 숨겨두고 그가 찾아갈 때까지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되자 문용현이 나타나더니 벤치 주변을 서성이며 두리번거리다 돈 가방을 들고 사라졌다.

나는 그가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본 후, 차 번호를 메모해 두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문 사장님.”

혼자 중얼거린 뒤, 나도 공원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나는 학교생활을 평범하게 하면서 뒤로 오태룡과 그의 사소한 범죄 행위들을 모두 수집했다.

동시에 그의 집 베란다 창문 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해 가정폭력 장면을 담았다.


* * *


이주일 후.

하교하고 집에 돌아간 나는 서브폰으로 수신된 사진들을 확인해 보았다.

“좋았어.”

지금까지 수집된 오태룡의 동선과 사진들을 한 번에 펼쳐놓고 동선을 짜보기 시작했다.

그때, 매트레일 볼링장 옆에 있는 단란주점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들고 다른 날 찍힌 사진을 확인해 보았다.


다른 시간. 다른 복장. 같은 공간.

심지어 낮 시간에도 드나드는 것이 보였다.

“저기가 상납 받는 곳이네.”

이렇게 허술할 수가!

상납을 받아도 꽤 텀을 두고 받기 마련인데 이 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르는 모양이었다.

더구나 위치가 매트레일 볼링장 근처라는 점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었다.

위치상으로 봤을 때 한 폭력조직이 관리하는 구역일 가능성이 컸다.

물론 조폭이 관리하는 가게가 아닐 수도 있지만 오태룡 형사와 문홍배 검사가 체포와 기소를 했던 가게가 바로 옆에 있다는 건 우연일 수 없었다.

아직 가능성뿐이지만, 이렇게 허술하고 자주 상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작은 불씨로도 놈을 홀라당 태워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걸로 오태룡을 협박하면 그는 내 정체를 그 조직폭력배 일원으로 여길 것이었다.

그럼 내가 수집한 범죄 자료들은 그 조폭들이 수집한 걸로 알겠지.

자기를 협박하려고 조폭들이 수를 쓴다고!

그 사이에 나는 내가 수집한 오태룡의 범죄 증거들을 그 조폭들한테 보내놓을 거다.

둘이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거기에 문홍배 검사를 살짝 끼얹어 주기만 하면 저들끼리 알아서 찢어지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 번 사는 검찰청 양아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재정비 안내 NEW 11시간 전 10 0 -
공지 [검찰청 양아치] 리메이크 연재 안내 24.06.25 111 0 -
15 15화 - 학교폭력 (2) 24.07.05 38 2 10쪽
14 14화 - 학교폭력 (1) 24.07.04 51 2 10쪽
13 13화 - 가정폭력 (4) 24.07.03 70 2 10쪽
» 12화 - 럭키기획 문 사장 24.07.02 80 2 11쪽
11 11화 - 가정폭력 (3) 24.07.01 86 2 10쪽
10 10화 - 가정폭력 (2) 24.06.30 91 2 11쪽
9 9화 - 가정폭력 (1) 24.06.29 114 2 10쪽
8 8화 - 정당방위 (2) 24.06.28 116 2 10쪽
7 7화 - 정당방위 (1) 24.06.27 134 3 10쪽
6 6화 - 외로운 아이 (3) 24.06.26 131 2 11쪽
5 5화 - 외로운 아이 (2) 24.06.25 142 2 10쪽
4 4화 - 외로운 아이 (1) 24.06.25 178 2 10쪽
3 3화 - 돈과 권력과 정의 (3) 24.06.25 161 2 11쪽
2 2화 - 돈과 권력과 정의 (2) 24.06.25 171 2 11쪽
1 1화 - 돈과 권력과 정의 (1) 24.06.25 246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