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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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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30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16 06:50
조회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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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3. 마나 량을 늘려라 (1)

DUMMY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야.>

노아스는 마침내 입을 뗐다. 손으로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미처 이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는 눈치였다.


<말해봐라.>

난 웬만한 요구라면 다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마나 량만 늘릴 수 있다면 무엇을 못 들어주겠어?


<그저 땅의 정령들이 일부 지역에서 혼란스러워 해서 상급 정령을 보낼 필요가 있었거든. 네가 가게 되면 그럴 필요도 없어지고···>

그건 별거 아닌 이유였다.


<핵심을 말해봐라.>

숨기고 있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노아스는 미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마나가 늘면 나를 소환할 수 있게 될 것 아니겠어.>

<그렇겠지.>

<나도 유희가 해보고 싶어졌어.>

<······.>

첫 유희를 몰래 나왔다가 똥 맞은 처지로서 대답할 말이 없었다.


<너, 몇 살이냐?>

그래서 일단 나이를 물었다. 너무 어리면 거절할 생각으로.


<나? 1529살.>

<······.>

나보다 5백 년 정도 많이 산 수준이잖아? 정령왕치고는 어렸다.


<정령왕은 언제 소멸하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괜히 한 번 물었다.

<2만 년에서 3만 년 사이 쯤?>

드래곤보다 조금 더 길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계약을 하지 않았다니··· 특이하군.>

<난 인간 계약자를 기다렸어.>


투명하게만 보이는 노아스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것도 같았다.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 같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날 강하게 키우겠다는 거군.>

<그것만이 아니야.>

<그럼?>

<나도··· 네 동료로 받아줘.>

의외의 말이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지?>

<재미있어 보인다.>

<···내가 하는 게 뭐로 보이는데?>

<음··· 자력갱생? 대단히 힘들어 보였다.>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난 짐이 되는 동료는 싫다.>

<나 노아스가 짐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인간계를 내려다본 시간이 1천 5백년이 넘는다.>


설득력이 있었다. 나와 달리, 정령계에서 인간계를 관찰했을 테니 그리 인세에 무지하지도 않겠지.


노아스는 나를 인간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동료감이었다.

무엇보다 마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해서 이 정도 요구는 별거 아니었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내 마나 량이 너를 소환하고 유지하기에 충분한 양이 되면 너를 동료로 삼지.>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좋아. 내가 말한 장소 중에 가장 가까운 곳은 생드니야.>

<생드니?>


인간들의 지역 명에 생소한 나도 들어본 적 있는 곳이었다. 상기해보니 식사 자리에서 공작과 조프리가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거대한 모래 바람이 갑자기 생겼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맞아, 그거야. 사막화된 황량한 땅이라 물의 정령이 무척 드문 곳이지. 그곳에 작위적으로 모래 폭풍이 생겼다.>

<작위적으로?>


<그래. 자연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긴 하지. 이상해서 땅의 기억을 살펴봤더니 검은 머리에 검은 로브를 두른 남자가 지나갔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발생해서 정령들조차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정확히 몰라.>

<이상한 노릇이군.>


<어찌되었든 그 때문에 마나가 대량으로 엉킨 폭풍이 여러 개 생겼어. 그 안에 일부러 들어가서 엉겨 붙은 힘을 풀어서 흡수하면 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다. 그러나 엄청나게 몸에 부담이 될 것이 자명했다. 자칫 잘못 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 마나 폭풍이나 다름없었다. 엉킨 고리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그대로 몸이 찢겨진다.


<땅의 정령 몇을 소환해서 들어가라. 숨 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노아스가 충고를 덧붙였다.


<알겠다. 정보 고맙군.>

<행운을 빌어. 다음에 보지.>

노아스는 희미하게 미소 짓고 사라졌다.


조프리가 떠들었던 정보가 마나 폭풍이었다니. 조프리가 먼저 가보았다면 재능 있는 마법사인 그는 분명 그 모래 바람의 정체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가 그 힘을 획득할 수 있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것도 행운이라고 하는 것일까?


나는 단 하루도 망설이지 말고 다음 날 생드니로 향하겠다고 마음먹었다.




***




“네? 저하께서 영지 시찰을 다녀오시겠다 하셨습니까?”

“그렇다.”

핑계는 영지 시찰이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은 황당한 눈빛이었다. 갑자기 이 망나니가 무슨 생각으로 생전 한 적 없는 영지 시찰을 다니겠다는 건지? 라는 뜻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언가 수작질을 부린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공작은 자신이 감정 표현을 지나치게 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빛을 갈무리했다. 다시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온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으십니다만··· 얼마 전에 조프리가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나도 알지만, 직접 보고 싶어서 그렇다.”


나는 억지를 부렸다. 왕자가 왕국의 영토를 돌아보겠다는데, 끝까지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공작은 끝내 수긍하고 말았다. 성의 마차와 말, 마부, 기사들을 내어주는 공작의 표정은 미묘했다.


“며칠 동안 검술 훈련도 쉬게 되시겠군요. 막 시작한 마법 수업도 그렇고 말입니다.”

이것들을 포기하고 영지 시찰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이었다. 물론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이 시찰이 우월했지만.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말게. 내 장담하지. 돌아오면 실력이 더 늘어있을 걸세.”

공작은 더는 반박할 마음이 들지 않는지 그저 나를 배웅했다.


“줄리아는 몸이 좋지 않아 나오지 못했고 조프리는··· 수련하느라 정신이 없나봅니다.”


줄리아는 아픈 정도가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최근 공작의 낯빛이 어두운 것도 공작부인의 건강상태 탓이겠지.

조프리는 나를 배웅하고 싶지 않아 나오지 않은 것이 뻔한 것을 공작은 서툰 말솜씨로 둘러대 주었다.


성 밖으로 마차가 기세 좋게 나서자 나는 웃고 있던 표정을 지우고 마차의 창에 달린 덧문을 닫았다. 보는 시선이 없어지니 마음이 편했다.

나는 마차가 성에서 완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한 뒤 창문을 열고 기사에게 외쳤다.


“마부에게 전해주게. 생드니로 곧장 가라고 일러.”

“생드니 말입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마차 바로 옆에 따라오던 기사가 마부에게로 다가가 말을 전했다.

나의 의견에 감히 반대할 자가 없으니 마차는 무리 없이 생드니로 곧장 향했다.


영지의 극단에 있으니 가는 데에 시간이 꽤 할애될 것이다.

나는 그동안 마차 안에서 마나 수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분일초가 귀중했다.




***




영지의 북쪽 끝에 위치한 생드니 마을은 사막과 같은 황폐한 땅을 끼고 타국과 국경을 마주대고 있었다.

극단에 위치한 만큼 마을은 작고 열악해 보였다.


공작성에서 출발한 질 좋은 마차와 기사 일행이 도착하자 마을의 온 시선이 나와 일행에게로 쏠렸다. 프레데릭 공작은 그 원칙주의적인 성품의 소유자답게 영지를 공정하게 다스리는 편이었기에 영지 내 인망이 높다고 들었다.


그런 만큼 메디스 공작가의 상징이 박힌 기사 일행을 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신기해하는 느낌은 있어도 두려움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익숙하게 마을의 유일한 여관에 방을 잡는 기사들 덕분에 나는 할 일이 없었다.


기사들은 도대체 이 작은 마을에 무슨 시찰을 하러 온 건지 의아한 기색이었다.

나는 낮에는 영지 시찰이라는 명목에 맞게, 한 바퀴 돌면 끝나는 마을을 괜히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다. 정말 아무 것도 볼게 없는 시시한 마을이었다.


“여기는 뭐가 유명한가?”

“아이고, 여기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요.”


왕자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기에 그저 공작성에서 파견 나온 나리 정도로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과 몇 마디 말을 섞는 나를 보고 뒤따라오는 기사들은 묘한 시선을 교환했다.


평민이 말만 붙여도 때려죽일 거 같은 망나니가 평민들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겠지.


내 눈에는 왕족이나 평민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그래봤자 인간이지 뭐. 똑같이 백년을 채 못 사는.


나는 낮에는 그렇게 유유자적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여관에 돌아왔다.

이곳에 온 용건은, 기사들의 눈을 속이고 밤에 이뤄낼 것이니까.


나는 밤이 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초적인 마법으로 기척을 죽이고 여관을 빠져 나왔다.


마구간에서 말을 조용히 데리고 나와, 낮에 들어둔 모래 바람이 생겼다는 황야로 달렸다.


“오···.”


굳이 사람들이 발을 들이지 않는 지역이라 그렇지 얼마 가지 않아 모래 바람을 만날 수 있었다. 노아스가 왜 ‘마나 폭풍’이라고 말했는지 알겠다.


주변의 모래와 공기를 모조리 흡수해서 저 높은 하늘까지 끝을 보이지 않는, 마나가 소용돌이치는 기둥이 시야에 잡혔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휩쓸려서 뼈도 추릴 수 없을 수준의 강렬한 기운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 것이 될 기운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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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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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안내 (2019.01.10 수정) 19.01.08 252 0 -
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8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0 4 10쪽
»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7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29 4 9쪽
10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4 6 9쪽
9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8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6 6 9쪽
7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8 6 10쪽
6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5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0 9 10쪽
4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2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0 9 11쪽
2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0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5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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