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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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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29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14 06:50
조회
240
추천
6
글자
10쪽

2. 인간적인 성장법 (3)

DUMMY

“······헉, 헉.”


떨리는 몸으로 공작의 공격을 몇 합 받아낸 것이 기적이었다. 마지막 공격은 힘이 모자라서 받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서 흙바닥을 꼴사납게 굴렀다.


나는 바닥에서 일어날 기운조차 없어서 더러운 흙바닥이 푹신한 침대라도 되는 양 온몸을 맡기고 뻗어버렸다. 땀이 비오든 쏟아져서 축축한 옷에 흙먼지가 잔뜩 들러붙었지만, 몸에 흙이 묻든 말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완전히 뻗은 몸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강렬해서 눈을 뜨고 있기 힘들어 눈을 감아버렸다.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대련은커녕 씻고 방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아, 마법으로 씻고 텔레포트해서 침대 위에 누웠으면. 이 순간 마법이 간절했다.


더 이상, 죽어도 못 할 것 같다. 이미 몸은 한계에 다다랐으니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장악했다.


그때였다.

촤악!


내 몸 위로 차가운 물이 한 바가지 쏟아졌다. 눈이 번쩍 뜨였다. 순식간에 땀을 식히고 몸의 열을 내린 뒤 근육을 깨웠다.


“일어나십시오.”


눈을 뜨자 햇빛을 가리고 나를 내려다보는 공작이 보였다.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로 끝내실 겁니까?”


도발적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한 훈련 강도는 ‘고작 이 정도’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뻔한 도발에 난 기꺼이 휘말려주었다. 급한 사람은 나고, 도와주는 게 공작이니까.

질 수 없었다. 곧 내 실력에 꺾이고 말 일개 인간 따위에게 경멸어린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다.


“···시원하군.”

애써 무덤덤한 척 말을 내뱉고 힘겹게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나를 공작은 무심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던져놓은 목검을 다시 쥐고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내가 선공을 하지.”

“들어오시죠.”


나는 오기로 만들어낸 힘으로 공작에게 달려들었다.



기적이다.

한계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게 가능하구나. 내일은 오지 않을 것처럼 대련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몸 상태가 어떨지 알고 싶지 않다.


만신창이가 되어 성 안에 들어오자 경악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전쟁터에서 구르고 돌아온 패잔병 같은 모습이겠지.

내 반짝이는 금발에까지 흙먼지가 뒤엉켜서 더럽혀진 게 제일 싫었다. 이런 꼴사나움이라니.


뜨거운 물로 씻고 나자 근육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방으로 힘겹게 올라 왔다. 보는 시선이 없는 방 안에서는 거의 네 발로 기다시피 침대에 올라갔다.


근육통으로 고생한 밤이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벌어진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대련 한 번 더 하고 말지!




***




부스스한 몰골을 말끔하게 단장하고 나서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후줄근한 꼴은 내가 참을 수 없으니까.

아래층은 평상시의 조용한 아침 공기와는 다르게 다소 부산스러웠다. 뭐지?


“무슨 일이 있나?”

나는 지나가던 하녀를 붙잡고 물었다.

몸집이 작은 하녀는 고개를 땅에 닿을 듯이 조아리며 말했다.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조프리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조프리?”

나는 모르는 이름이었지만 중요한 사람인 듯했다.

“네. 공작님의 동생이십니다. 공작님의 명령으로 영지를 돌아보고 돌아오셨습니다.”


내가 트집을 잡을 까봐 겁이 났는지 상세히 묻지 않아도 정보가 줄줄 나왔다.

공작이 동생이 있었군. 새벽같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침 식사 때 보게 될 확률이 높겠구나.


“고마워.”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음에도 덜덜 떨고 있는 하녀가 안쓰러워 한 마디 던지고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나인가보다. 의외로 공작 부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손님이지만 상석을 차지한 나는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아직 빈 접시와 커트러리만 놓여있는 식탁 앞에 무감하게 앉아있는 나를 몇몇 하녀들이 힐끔 들여다보고 사라졌다.


조용하게 기다리고 있긴 했지만 태도가 언제 돌변할지 몰라 무서운가보지. 식당 안에는 나뿐이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잠깐의 시간은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식당 입구에서 인기척이 나기에 공작 부부인가 싶어 돌아보자 웬 젊은 남자가 식당으로 말 없이 들어왔다.

공작과 똑같은 검은 머리카락. 그렇지만 우직한 느낌의 공작과 다르게 몸집이 훨씬 작고 어딘가 약삭빠른 느낌.


“······.”

남자는 상석에 앉은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빼서 앉았다.

하?


나는 황당해서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도 이 몸이 왕자인데 상석에 있는 나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개무시를 한다···? 심지어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어이가 없어서 남자를 가만히 대놓고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조프리인 것 같은데. 공작의 동생이라기에 이런 녀석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폼이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내 존재를 분명히 확인하고서도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인간 취급조차 안 하겠다는 건데. 뭐하는 놈인지.


식당 안에는 나와 남자의 무언의 대치로 얼어붙을 듯 싸늘한 공기가 흘렀다.

그때 식당에 공작이 나타났다.


“···형님! 좋은 아침입니다.”

남자는 벌떡 일어나서 공작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얼굴에 환한 미소까지 띠고서. 가만히 앉아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동생의 공작에 대한 존경심이 고스란히 표출되었다.

이 놈 보게. 배알이 뒤틀린 나는 입술을 삐딱하게 비틀었다. 어디까지 가나 한 번 지켜볼까.


“조프리, 잘 다녀왔느냐?”

“네. 별 문제 없었습니다. 다만 영지 북쪽에 위치한 생드니에서,”

“자세한 이야기는 천천히 먹으면서 하자꾸나. 저하께서도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그래, 공작도 안녕했는가.”

“저는 괜찮습니다만, 줄리아는 몸이 좋지 않아 내려오지 못한다고 하는군요.”

“저런.”


공작은 내게 인사를 올렸다. 조프리는 그런 공작의 모습을 보면서도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거참 시선이 비싼 남자였다. 생긴 건 삐쩍 꼴아서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 같은데 냉정한 건 마치 얼음장 같았다.


조프리는 일중독임이 분명했다. 공작이 나타나자마자 아침식사 시간임도 잊고 줄줄이 보고를 하려고 하자, 공작이 손을 내저었다. 그제야 실수를 깨달은 조프리는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하인들이 가져온 따뜻한 수프에 수저를 댔다.


그 뒤로는 식사를 하면서도 줄곧 일 이야기였다.

형과 아우가 똑 닮았군.


“생드니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 건 보고받지 못했는데.”

“저도 제가 떠날 때쯤에야 알게 된 사실이라서 말입니다. 생드니에서도 최북단인 황무지에서 모래바람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모래 바람?”


“전에 없던 현상이라 이상하다고들 하더군요. 아직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습니다. 그저 새롭게 발생한 모래 바람이 강해서 접근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쪽은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인지라 아직 특별한 문제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흠··· 정말 이상한 일이군.”

“네. 조만간 다시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사람은 진지하게 영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답지 않은 사건들을 입에 올렸다. 나는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나에게는 말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식당에 두 사람만 있는 것처럼 대화하는 것이 꼴사나웠다.


“정말 열심이군.”

공작이 조프리를 칭찬했다.

“저라도 열심히 해야죠. 세상에는 밥벌레가 많으니까요.”


조프리의 입가에 쎄한 미소가 걸렸다. 아는 체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나를 강렬하게 인식하고 있을 이 녀석이 말하는 ‘밥벌레’란 나를 가리키는 것이겠지.

공작 또한 점잖을 뿐이지 조프리와 한 마음일 테니 말리는 말은 없었다.


“그렇기야 하지.”

공작은 무표정하게 식사만 하는 나를 관찰하는 눈으로 한두 번 쳐다본 것이 다였다. 난 얌전히 식사만 했지만 조프리가 하는 말은 모조리, 잘, 귀담아 듣고 있었다.


은근슬쩍 언급되는 아르마냐크 왕실의 수치, 무능력자···.

내가 일어나서 식탁이라도 엎을 줄 아나보지.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내도록 살살 긁는 것 같았다. 내가 반응이 없자 강도는 점점 강해졌다.


조프리는 테오도르에 대한 반감이 엄청난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말들을 듣고 있으면서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나는 다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마음에 잘 새기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블루 드래곤 폴루냑을 두들겨 패고 레어에서 쫓아낸 일을 들은 어머니 엘로디아나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 무시하는 녀석들은 실력으로 조지는 게 최고야.’


비록 어머니 몰래 가출을 하긴 했지만··· 걸리면 혼나겠지만··· 심지어 지금 꼴을 보면 더욱 혼나겠지만··· 그래서 연락도 못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와 어머니의 사이는 퍽 좋은 편이었다.

개인주의가 강한 드래곤으로서 가족적인 정은 많지 않지만 나와 엘로디아나는 좀 달랐다. 인간과 유사한 모자간의 정이 있다고나 할까.

어머니의 말씀 하나하나는 내 용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그런 말을 듣고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하찮은 인간이 하는 말에 굳이 대응하는 것도 웃기는 꼴이다.


"공작. 수련이나 하러 가지."

"식사는 다 하셨습니까?"

"응."

우리의 대화를 들은 조프리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그는 여전히 나는 무시하고, 공작을 향해 말했다.


"형님께서, 직접이요?"

"그래. 내가 직접."

"그럴 가치가 없지 않습니까. 형님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 아깝군요."

"아니."

공작이 말했다.


"저하께서는 이미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다다르셨다."

"..... 그럴 리가."

조프리의 경악한 눈빛이 나를 향했다.


뭐, 소드 익스퍼트 처음 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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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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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안내 (2019.01.10 수정) 19.01.08 251 0 -
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8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0 4 10쪽
12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6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29 4 9쪽
10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4 6 9쪽
»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8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6 6 9쪽
7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8 6 10쪽
6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5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0 9 10쪽
4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2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0 9 11쪽
2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0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5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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