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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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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36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13 06:50
조회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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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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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인간적인 성장법 (2)

DUMMY

“저와 함께 훈련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함께, 말인가.”

“예. 매일 아침 말입니다.”


매일 아침, 소드 마스터와의 훈련이라니.


어딘가 떠보는 듯한 눈길을 한 공작의 속마음은 뻔히 들여다보였다. 나를 시험해보고 싶겠지. 좋은 신호였다. 적어도 시험해보고 싶을 만큼의 호기심은 생겼다는 것이니까. 귀중한 자기 시간을 할애할 만큼의 호기심.


소름 돋을 만큼 호된 훈련일 것이 눈에 선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빠르게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 몸보다 높은 실력과의 대련이 필수였다. 혼자 목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훨씬 낫겠지.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훤히 보이는 고생길에 들어서기로 마음을 굳게 정했다.


“좋아. 공작이 친히 훈련을 도와준다니, 기쁘군.”

“···저도 무척 기대되는군요.”


무뚝뚝한 공작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저건 분명 즐거움이었다. 나를 정당하게 팰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눈에 보이는 감정 변화가 적은 공작에게도 거침없이 개차반으로 굴었나보다.


마나를 쥐어짜내어 간신히 그럴듯하게 형성해낸 검기가 아니라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검기를 뽑아낼 수 있어야 했다.


아침부터의 고된 개인 훈련과 공작과의 잠깐의 대련으로 몸은 지쳤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


나는 내 눈치를 보며 주춤주춤 자리를 잡고 훈련을 하는 기사들의 존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목검을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훔쳐보는 시선은 한둘이 아니었지만 훈련에 집중하자 시선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과 육체의 수준차가 답답하고 괴롭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미세하게 바뀌는 게 보이긴 했다. 인간들이 말하는 발전이라는 게 이런 걸까. 백년도 못 사는 생명체가 이렇게 느리게 발전해야 한다니, 정말 답답한 존재였다.


나는 더 이상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할 때까지 훈련하다가 기다시피 씻으러 들어갔다.


그 날 아침의 시합은 기사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었다. 승자인 공작에 대해서는 떠들 것이 없었지만 패자인 나에 대해서는 떠들 것이 많았으니까.


‘그’ 1왕자가 검기를 구현하기 시작했다고, 직접 봤다고 말이다.


대부분은 앞으로 내 검기로 인해 죽어나갈 생명을 걱정했다. 쓰레기 인성인데 검기까지 쓰게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다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




공작성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나는 ‘상식적으로’ 행동했다. 그게 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 분명했다.


한번은 식사하러 2층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계단 아래 사각지대에서 수군거리던 하녀들의 말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저하께 세숫물을 떠다드렸는데, 나한테 아침부터 수고한다고 하셨어···.”

“진짜?”

“응. 나 잘못 들은 줄 알았잖아. 당황해서 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화도 안 내시더라고.”

“와··· 예전 같았으면 소리 지르면서 발길질 했을 텐데. 진짜 이번에 왜 이렇게 조용하시지?”

“어제 기사님들께서 대화하는 걸 들었는데 검술 연습도 열심이래.”

“뭐야··· 좀 무섭다.”


차라리 예전처럼 물건을 던지고 부수면 마음이 편하겠어. 에이, 그건 아니다···.

하녀들은 사람이 한 순간에 너무 변해도 무섭다고 부르르 떨었다.


내가 마음먹고 패악 떨면, 원래 1왕자 자식보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나는 피식 웃고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갔다. 인기척을 들은 하녀들이 수다를 멈추고 흩어질 수 있도록.


식당에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줄리아가 인사를 건넸다. 몸이 좋지 않아 내려와서 식사를 하는 일이 잘 없었는데, 오늘은 상태가 평소보다 좋은 모양이었다. 어디가 아픈 건지는 정확히 몰랐다.


“왔니.”

“몸은 좀 괜찮습니까, 누이?”


줄리아는 1왕자와 정확히 열 살 많았다. 늦둥이 왕자이니 누이가 된 입장에서 오냐오냐하며 예뻐할 만도 한데 줄리아는 테오에 대한 감정이 무척 좋지 않은 듯했다. 데면데면하게 굴던 내가 안부를 묻는 질문을 하자 커다랗고 그림자가 진 눈이 치켜 올라갔다.


“···네가 웬일로 내 안부를 묻는 구나.”


근육도 살도 보이지 않는 마른 팔만 보아도 병색이 완연했다. 인간들의 의학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명계로 불려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해보였다. 흠··· 나는 은밀히 줄리아를 날카롭게 훑었지만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 병의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공작부인이니 좋다는 것은 다 가져다 약으로 써볼 텐데. 불치병인가.


“걱정이 되니까요.”

나는 당연하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인간이야 워낙 허약한 존재고, 사실 줄리아가 죽든 말든 나랑 상관은 없었다. 그렇지만 공작이 공작부인을 아끼는 것이 티가 나니 관심이 갔다.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점수를 좀 따려나.


“······.”

빈말이더라도 이런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줄리아는 침묵을 지켰다.

대처 방법을 모르겠으니 무시를 택한 듯싶었다.


“먼저들 와있었군.”

그 순간 공작이 들어왔다. 불편한 침묵이 깨지자 공작부인은 눈에 띠게 안도했다.

두 사람의 정다운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묵묵히 식사만 했다.


인간이 된 후 좋은 점이 있다면 인간들의 식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발달한 요리들이 미각을 즐겁게 했다.




***




나는 다음 날부터 약속대로 공작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전날 오기로 무리해서 움직이는 바람에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이럴수록 더 움직여야 했다.


근육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육체를 이끌고 약속했던 시간에 연무장에 내려가자 공작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빨리 왔군.”


예정했던 것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공작은 그보다도 일찍 와있었다. 이건 일종의 기 싸움이자 시험이었다. 공작은 이미 몸을 풀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도 굳어 있는 몸을 재빨리 풀었다. 몸을 약간이라도 틀면 근육통이 싸하게 밀려왔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내일은 내가 더 빨리 도착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일단 기본자세부터 봐드리겠습니다.”


솔직히 기본자세는 스스로 봐도 상관없었다. 내 눈이 더 정확하니까.

그렇지만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따라했다. 움직일수록 힘이 부족한 팔이 조금씩 떨려왔지만 이를 악 물고 그럴수록 더 강하게 목검을 휘둘렀다.


“···자세는 좋으시군요. 체력 훈련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그 이후로는 말 그대로 굴리기였다. 용병들을 교육시킬 때나 시킬 법한 온갖 무식한 체력, 근력 기르기 동작들의 연속이었다.


왕자는 품위를 지키며 검술을 배운답시고 이런 건 하지 않았을 게 뻔했다. 물론 나도 해보지 않았다. 애초에 체력, 근력을 기를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이 몸에는 좀 더 나은 근력이 필요했다. 그건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래서 군말하지 않고 흙바닥에 손을 짚고 팔굽혀 펴기를 하는데 공작이 갑자기 내 등 위에 올라앉았다.


···이 인간이.

“이 정도는 버티셔야죠. 하급 용병들도 하는 거랍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근육으로 만들어진 인간을 등위에 얹고 팔을 움직이라니. 팔이 부러질 듯 허약하게 떨려왔다. 이 몸은 그저 민첩하고 기본기가 괜찮은 것이지 체력과 근력은 별로란 말이다!


공작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공작의 얼굴을 보면 미묘한 웃음이 가득할 것임을.


질 수 없었다. 본체로 한 대 후려갈기면 날아갈 놈에게 질 수 없었다.

나는 초인이라도 된 것처럼 신음을 참으며 팔꿈치를 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봐라. 공작 놈도 내 실력 앞에 무릎 꿇고 말 것이다.

그날 패배했을 때의 프레데릭 공작의 표정을 상상하며 땀을 뚝뚝 흘렸다.


욕설, 불평 한 마디하지 않고 임했지만 공작은 그 흔한 칭찬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뚝뚝한, 묘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굴리고 또 굴릴 뿐이었다.


“헉, 헉···.”


내가 격해진 숨을 고르며 일어나자 공작은 물잔을 건넸다.

벌컥벌컥 목으로 넘어가는 물이 달았다. 물에도 맛이 있던가? 신기한 일이었다.


“그럼 이제 대련을 할까요?”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그저 지켜본 공작은 평온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 상태로 소드 마스터와 붙으라니. 죽으라는 소리였다.


이··· 독한 인간 놈.

인간들은 지독하다.

나는 가슴 깊이 이 말을 새겼다.


벌벌 떨리는 팔로 목검을 쥐고 자세를 잡자 공작이 피식 웃는다.


“오늘은 제가 선공을 하겠습니다.”


이거 공작이 아니라 악당 아닌가!? 마계의 마물들도 이렇지는 않겠다!

나는 달려드는 공작의 목검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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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9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1 4 10쪽
12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7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30 4 9쪽
10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4 6 9쪽
9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7 6 9쪽
7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8 6 10쪽
6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5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0 9 10쪽
4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2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1 9 11쪽
2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0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6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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