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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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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39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11 06:50
조회
315
추천
7
글자
9쪽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DUMMY

서재는 도서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넓고 책으로 가득했다. 대충 둘러봐도 소장본 목록이 아주 훌륭했다. 공작은 애서가임이 분명했다. 찬찬히 둘러보니 공작의 관심분야를 알 수 있었다.


영지를 훌륭하게 다스리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얻었을 농사 기법이나 상업에 관한 책들이 단연 많은 지분을 차지했고, 검술 이론에 관한 책도 많았다. 공작의 단단한 무골형 몸매에서도 드러나듯이 꽤 괜찮은 검사일 것이다.


마법에 관한 책은 그에 비하면 수량이 적었지만 기초 이론 위주의 책들이 한쪽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책을 몇 권 뽑아 휘리릭 넘겨보았다.


‘마법 기초 이론’

‘1 써클 기본 다지기’

‘초보자를 위한 마법 가이드’


군데군데 마나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단순히 마나의 정의에 관해 쉽게 설명해 놓은 것도 있었고 마나 수련법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살펴보다보니 내가 찾던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크게 상식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아니었다. ‘구하기 힘든 영약을 먹는다.’ ‘마나석을 사용한다.’와 같은.


실망스러웠다. 하긴 인간들의 지식이 드래곤보다 뛰어날 리가 없지.


레어 한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처박혀 있을 마나석들을 생각하니 속이 뒤집혔다. 영약이나 마나석 따위에 신경 쓰는 드래곤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마나 량이 부족할 일이 없는데.


그래도 마나석이나 영약은 왕궁에 가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그걸 먹어서 ‘정령왕’을 소환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정순한 영약을 만 개쯤 해치워도 안 될 것 같은데.


곤란했다. 그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나는 멀찍이 떨어진 문을 향해 크게 외쳤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공작이었다.


“저하께서 이곳에 계시다기에···”

정말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는 투였다. 서재에 갔다고 들어놓고도 믿지 못한 모양이다. 심지어 손에 책을 펼쳐서 들고 있는 것을 본 공작의 눈썹이 움찔했다.


“내가 너무 멋대로 들어온 건가?”

서재가 은밀한 서류를 두기도 하는 공간이니 신경 쓰일 수도 있었다.


“···아닙니다. 편히 보셔도 됩니다.”

“고맙군.”

딱딱하게 건넨 인사치레에 불과했지만 이 한 마디로도 공작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데에는 충분한 듯했다.


“어떤 서적을 보시는 지요?”

궁금함을 참을 수 없는 양 질문이 튀어나왔다.

별로 숨길 것도 아니라서 말해주었다.


“마법에 관한 기초 서적을 보고 있네.”

“마법이요···?”

의외의 단어에 정말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저하께서 마법에 관심이 있으셨습니까?”

테오도르는 검술은 익혔어도 마법은 익힌 바가 없다. 놀랄 만도 했다.


마법은 재능만 중요한 게 아니라 책도 많이 보고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복잡한 수식 계산을 하려면 골머리를 앓기 일쑤니까. 테오도르처럼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은 애초에 손도 대지 않는 게 나은 영역이었다.


“요즘 들어 관심이 생겼네.”

“검술에 몰두하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검술에 몰두한다고 말하기에는 성과가 미미했지만, 공작은 적어도 왕자의 눈앞에서 모욕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공작의 눈에는 검술에 성과가 없으니 괜히 호기심에 다른 짓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검술을 놓을 생각은 없네. 그저 마나 수련법에 관심이 생겼을 뿐이야.”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마나 수련법···.”

본격적으로 마법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초급 과정에 공들여 하는 작업 중 하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고 싶습니다. 저하의 저의는 무엇입니까?”


“말하지 않았는가. 잊었나? 난 왕위계승에 관심이 있네.”

난 답답하다는 듯 책을 다소 과격하게 꽂으며 응수했다.


“아까 그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공작이 이 질문을 할 줄 알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눈치 채고 있고.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 되물었다.


“무엇을 말인가?”

“모르는 척 하지 마십시오. 응접실에서 있었던 일 말입니다. 그것도 마법입니까?”

“······.”

“저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소드 마스터입니다. 소드 마스터를 놀라게 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이죠?”


프레데릭 공작이 소드 마스터였다니. 소드 마스터는 대륙에 몇 존재하지 않는 인재다. 현재 몇 명인지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손에 꼽을 숫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다. 인간 치고 꽤 하는군. 공작은 확실히 제 편으로 끌어들일 만한 유혹적인 인물이 맞았다.


“난 공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


나는 모르는 척을 선택했다. 그리고 재수 없을 만큼 진한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 피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또 이렇게 하는 편이 더 신비롭고 있어 보이니까. 공작의 호기심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작업이었다.


“난 그저 공작의 전폭적인 조력이 필요한 테오도르지. 그리고 지금은··· 마나 수련법이 궁금하고 말이야.”


이 서재에는 정보가 없는 것 같지만.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일반적으로 쓰이는 영약과 마나석이라면 성에도 몇 가지 있습니다.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그저 보관만 하고 있었지요.”


공작은 마지못해 그렇게 말했다.

“저하께서 원하신다면 드릴 수 있습니다. 성에는 쓰는 사람이 없거든요.”


물론 성에도 직속 마법사가 몇 명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그들에게 주어도 될 것을 나에게 준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작은 투자일 것이다. 공작의 어떤 촉 혹은 호기심이 이런 결정을 유도한 것처럼 보였다.


“준다면 고맙게 받겠네.”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을 때였다. 싱긋 웃으면서 하는 내 대답에 공작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패악질만 부릴 줄 아는 ‘잘쓰’가 왜 이러는 걸까, 싶을 지도 모르지.

어쨌든 상관없었다. 난 인간들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내 목표만 이룰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




나는 공작의 하인에게 시켜 가져다준 마나석과 영약들을 방에 쌓아놓았다. 양은 제법 되었지만 성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식사조차 거절하고 방해하지 말라고 말을 전해놓은 뒤 방 안에서 홀로 마나 수련에 몰두했다.


그저 그런 품질의 마나석은 한쪽에 치워놓고, 일단 영약을 하나씩 복용하고 마나를 체내에 순환시키는 일을 반복했다.


비록 내 속이 터질 만큼 미세하게 늘었지만 어쨌든 조금씩 늘고는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어느 세월에 10 써클 마법을 다시 쓸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없이 몰입하다 보니 꽤 많았던 영약이 바닥났다. 몸 안에 도는 마나는 꽤 늘어 있었지만, 정직하고 허약한 인간의 몸은 배고픔을 호소했다. 정말 성가시기 짝이 없다.


그러다 어느 날 누가 날 암살하면 어떡하지? 적도 많은 걸로 아는데, 어느 날 암살자가 창문을 타고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몸으로 죽어서 명계에 가면, 명계 사자들이 내 말은 들어줄까? 환생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다. 그야 말로 개죽음이었다. 용들의 흑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그런 개죽음. 하루 빨리 강해질 테다. 재차 다짐하며 줄을 당겼다.


“부르셨습니까, 저하.”

하녀가 들어와서 고개를 숙였다.


“식사를 가지고 오거라.”

배고파서 쓰러질 지경이라는 말은 품위를 생각해 하지 않았지만, 딱 그런 심정이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두었는지 식사는 금방 준비되어 올라왔다. 준비성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군말 없이 음식을 싹 비웠다. 배가 고프니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허기라는 건 정신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참 골치 아픈 것이구나.


배가 부른 후에야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씻으면서도 나는 계속 계획을 짰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영약은 다 해치우고 없으니 내일은 검술 수련을 해야겠다.


난 마법에만 천재였던 게 아니었다. 검술도 잘했다. 레어 안에 굴러다니는 게 보검이었고 심심할 때마다 들고 휘둘렀던 것도 검이었다. 싸가지 없는 폴루냑을 흠씬 두들겨 패서 내쫓은 것도 검술 실력 덕분이었다.


마나와 마법실력을 되찾는 데에는 오래 걸리겠지만, 검술 실력을 가장 빨리 늘리는 길로 가는 것은 자신 있었다.


일단 테오도르의 몸은 검술에 그럭저럭 적합한 몸이었다. 내 성에 찰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피를 토할 만큼 수련 강도를 높여서 내가 아는 방식대로 몸을 완전히 굴리면 아마 공작과도 겨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좀 더 철저히 계획을 짜고 싶은데, 수마가 밀려왔다.

잠이라니.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인간. 그 한심한 굴레에 나도 엮이고 있구나.


몰려오는 어둠의 장막을 막을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없었다.

나는 완전히 지쳐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부터 벌어지게 될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예상하지 모른 채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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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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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안내 (2019.01.10 수정) 19.01.08 252 0 -
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9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1 4 10쪽
12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7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30 4 9쪽
10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4 6 9쪽
9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8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7 6 9쪽
7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9 6 10쪽
»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6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0 9 10쪽
4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2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1 9 11쪽
2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1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6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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