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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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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42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15 06:50
조회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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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2. 인간적인 성장법 (4)

DUMMY

물론, 오해였다. 내가 정정하지 않은 오해. 테오의 몸은 아직 소드 익스퍼트까지는 무리였다. 그저 나의 꼼수들로 그런 척하고 있을 뿐.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그 경지에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임은 자명했다.


“아, 저하께서 마나 수련법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죠. 조프리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꽤 실력 좋은 마법사이니까요.”

“······!”


공작은 마치 아침에 나온 연어가 맛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이쯤 되자 나도 움찔했다. 공작의 저의는 확실했다. 조프리에게서 도움을 얻으라니. 저렇게 냉랭한 태도로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인간으로부터? 식사 자리에서 부딪치는 것 정도는 참을 수 있어도, 마나 수련법을 저 자식에게 배우라고···?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었다.

말을 꺼낸 공작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눈치라고는 전혀 없는 것처럼 구는 것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


나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테오도르의 태도가 변했다면, 과연 얼마나 변한 건지 보고 싶은 거겠지. 조프리를 설득할 수 있겠냐는 무언의 제안이었다.


공작은 대놓고 싫어하는 조프리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네가 테오도르 왕자 저하를 ‘가르치는’ 것이다. 저하께서는 마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시니까 말이야.”

“······.”


조프리는 여전히 싫은 기색이면서도 나에게 ‘선생질’을 할 수 있다는 점에는 끌리는 듯했다.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제자가 배울 생각이 있다면야, 가르치도록 하죠.”

눈을 번뜩이는 꼴이 가르친답시고 굴릴 것이 분명했다.


고민되었다.


내가 조프리에게서 배울 것은 전혀 없었다. 마법을 사용한 세월만 해도 난 천년이 넘어 갔으니 지식적인 부분에서도 인간 세상의 흔한 마법사에게서 배울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다만, 배우는 척 하면서 저 녀석의 기를 꺾어 놓을 수는 있을 것이다.


“···나도 좋아. 배우도록 하지.”

난 흔쾌히 승낙했다. 조프리는 내가 굽히고 들어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썹을 움찔했다.


“참 쉽게도 결정하시는군요. 마법이 얼마나 까다로운 것인데 생각 없이 뛰어드는 모양새가···. 하긴 바보들은 꼭 직접 해봐야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조프리의 얇은 입술이 비틀리며 독설을 뱉어냈다.


“마법이란 마나 수련만이 아니라 수식을 계산할 줄 알아야 하는데··· 과연 저 머리로, 하하.”


식사 중에도 속을 긁기로 작정한 말들을 내뱉었지만, 대부분 멍청한 짓들이 주제였기 때문에 참을 만 했다. 그렇지만 마법 실력, 그것도 내 주특기나 다름없는 수식 계산 실력을 의심받자 열이 확 치솟았다.


“···그런가? 그렇다면 한 달 뒤에,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나와 마법으로 대련하는 건 어떤가?”


대놓고 도발했다. 조프리의 얼굴이 모욕감으로 울그락푸르락 해졌다. 마법이라고는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멍청이에게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저하, 조프리는 5서클의 마법사입니다.”


당황한 공작이 끼어들었다. 마법에 대해 무지한 왕자가 오기로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 생각을 조금이나마 해주는군.


난 코웃음을 쳤다.


조프리 녀석을 검이 아니라 마법으로 꺾어주면 어떨까?

그것도 마법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왕자의 몸으로 말이지.

그때에도 나한테 이렇게 굴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해졌다.


“···모욕적이군요.”

조프리가 새파랗게 달아오른 눈으로 말했다.


“뭐 이 정도로 그런가? 모욕에는 자네도 재능이 있는 것 같던데.”

나도 곧장 비꼼으로 대응했다.


그럴 만도 했다. 마법과 검술은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고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 또 다르지만, 대략 5서클의 마법사와 능숙한 소드 익스퍼트의 실력이 비견되었다.


각각 검술과 마법으로 붙어도 이길까 말까인데 마법 실력으로 붙자고 했으니.


“나는 자신 있는데. 자네는 아닌가?”

“좋습니다. 하죠.”


조프리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모욕을 감내하는 표정에서 살기까지 느껴졌다.


“대신 내기인데 뭔가 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어차피 내가 이길 건데.


“제가 이긴다면, 저하께서는 평생 메디스 공작가의 영지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어떠십니까?”

평생 꼴도 보기 싫다는 의미군.


“좋다. 그럼 내가 이긴다면,”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일개 마법사 따위에게서 받아낼 것은 없었다. 마나가 든 심장을 빼내지 않는 한. 그건 힘을 찾아 헤매는 흑마술사들이나 하는 짓이다.


“내가 시야에 잡힐 때마다 큰 소리로 ‘테오도르 1왕자 저하, 왕실에 영원한 안녕이 깃들기를!’이라고 인사하도록 해라.”


자존심이 센 놈이니 자존심을 꺾는 걸로 족했다. 5서클의 마법사 따위, 써먹을 곳도 없다.


“그것으로 충분합니까?”

“그렇다.”

“···좋습니다. 이 내기의 증인은 형님께서 해주시면 되겠군요.”

“그러마.”

“한 달 후를 기대하죠. 마법 수업은 검술 대련이 끝난 후 서재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조프리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발걸음 마다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었다.

마법사들은 자존심이 센 편이라고 듣긴 했지만 유독 센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이십니까?”

“무슨 뜻인가?”

“조프리는 아직 스무 살입니다. 스무 살에 5서클에 오른, 마탑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천재입니다.”


공작은 답답한 듯했다. 망나니 놈이 조금 정신 차리나 싶었더니 오기로 사지에 들어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자칫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들은 스무 살에 5서클에 오르는 것을 천재라고 하는군.”

나는 픽 웃었다.


“당연하지요. 지금 마탑의 현자가 8서클 마스터인 것을요. 저하께서는 마나 수련법도 제대로 모르시지 않습니까.”

“시끄럽고, 훈련이나 합세.”


나는 부쩍 말이 많아진 공작을 등지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




똑똑.

서재 문을 두드린 후 들어섰다. 평소처럼 공작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굴린 후라 온몸의 통증이 상당했다.


조프리는 서재의 상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분명히 인기척을 냈음에도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굳이 코앞까지 걸어가자 그제야 마지못해 고개를 든다.


짜증이 고스란히 담긴 얼굴의 조프리는 ‘내가 왜 이 일을 하자고 했을까’라는 표정이었다.

벌써 후회하기엔 너무 이른데 말이지.


“저는 백작위가 있으니 백작이라고 부르십시오.”

이름을 불리기 싫다는 투였다. 저하라고 꼬박꼬박 경칭을 붙이지 않는 것이 은근한 경멸이 담겨있었다.


“좋네, 백작.”

“그럼 거기 앉으셔서 그 책을 다 읽으십시오. 지금 무언가를 가르치는 건 무의미하니, 기초 이론부터 익히셔야 합니다.”


너 같은 초심자는 상대하기도 귀찮으니 책부터 읽으라는 소리였다.

나는 피식 웃고, 군말 없이 책을 펴들었다.


‘마법 기초 이론.’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내용만큼이나 재미없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데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었다.

다 아는 내용인 데다, 지나치게 교과서적이어서 내 입장에서는 여기저기 수정해서 다시 편찬해야 하는 수준의 낡은 내용이었다.


“오늘 가르칠 건 이게 전부인가?”

속독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물었다.

자신이 읽을 책에만 집중하고 있던 조프리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벌써 다 읽으셨습니까?”

말하는 본새 봐라. 본격적이었다. 한 대 쥐어박고 싶네, 후.


“그렇다.”

“다 외웠다는 뜻입니까? 마법은 기본적으로 암기입니다.”

“그렇다.”

“한 번 외워보십시오,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500쪽 가까이 되는 두꺼운 이론서를 한 번 읽고 외우는 것은 공작이 말한 ‘마탑의 현자’가 와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해당이 없었다.

한 번 정신 집중하고 읽었는데 내용을 잊었을 리가. 1만 년 전의 일도 또렷이 기억하는 드래곤이.


“제1장. 마법이란 무엇인가. 제1절. 마법의 정의. 제1항. 광의의 의미의 마법. 마법의 역사란 본디···”

“···마나의 수련 방법이란 크게···”


아, 피곤하다.

땀 냄새 난다고 씻고 왔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빨리 침대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 아직 한낮인데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육체는 너무 허약하다.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면서 허약하기로도 으뜸간다.


졸린 눈을 어떻게든 밀어 뜨면서 입으로는 방금 읽은 책 내용을 중얼거렸다.


“···10서클의 경우 마법의 종족이라 불리는 드래곤이 인세에 현신한 경우···”


지금 이제 135쪽 왔나. 언제 다 말하지. 더 빨리 말할까.


“···인간이 기록상 도달한 경지는 9서클 초입으로 알려져 있으며··· 목마르니 물 좀 갖다달라고 해주게, 백작··· 그 이상의 경지는 아직까지 인간의 손이 닿지 못했···”


조프리의 표정은 볼만했다.

멈추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조프리의 시선을 받는군. 참으로 비싼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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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안내 (2019.01.10 수정) 19.01.08 252 0 -
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9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1 4 10쪽
12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7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30 4 9쪽
»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5 6 9쪽
9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8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7 6 9쪽
7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9 6 10쪽
6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6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1 9 10쪽
4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2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1 9 11쪽
2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1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7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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