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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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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38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07 18:50
조회
510
추천
5
글자
11쪽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DUMMY

<이 녀석은 정말··· 굉장한 녀석이야.>

<비늘 색 좀 봐요, 하나 갖고 싶다.>


저 위쪽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노란 눈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찬사를 받았다. 흔치 않은 해츨링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레어에 모인 드래곤 일족들의 나를 빙 둘러싸고 한 마디씩 던졌다. 드래곤 일족 중에서도 수가 급격히 줄어든 레드 해츨링의 탄생이라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


<마법을 습득하는 속도가 남다른데.>

<블루 해츨링 폴루냑보다도 빠른 거 같아.>


물론 내가 가진 강대한 마력도 한몫했다. 나는 태어나기가 무섭게 본능적으로 불꽃을 가지고 놀아서 어머니인 엘로디아나를 놀라게 했다. 나보다 몇 백 년 일찍 태어나 먼저 주목받고 있던 폴루냑보다 뛰어나다는 점은 지기 싫어하는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첸, 너는 로드감이구나!>


귀한 해츨링이라 각별한 보호를 받았던 나는 어머니의 마법으로 여러 겹의 보호마법이 걸린 내 레어에서 빈둥거리며 천년 가까이를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하루는, 천 번째 생일에 어른들의 축하와 함께 받아 레어에 쌓아놓은 금은보화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어른들은 아직 유희를 나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심심함에 몸부림치며 배운 마법의 경지가 이미 성년 드래곤의 경지에 이르렀다. 자유자재로 폴리모프도 할 줄 알았다. 안될 이유가 없다.


규칙이 있다면 깨야지. 나는 그때쯤 이미 ‘실력은 있지만 참을성이 없고, 오만하기가 레드 종족의 표본이라 할만하다.’라는 평을 듣고 있었다. 호기심에 내 레어에 놀러왔다가 호되게 당하고 도망간 폴루냑 녀석이 빈정거리면서 한 말이었다.


실력도 모자란 녀석이 고작 몇백 살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게 짜증나서 다시는 내 레어에 방문할 생각도 못하게 만들어주었지.


그래, 나가는 거다!

나는 가출을 결심했다.


대신 그전에, 보호수단을 하나 마련해 놓기로 했다.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하니까.

나를 도울 수 있는 조력자, 그러나 잔소리는 하지 않고 능력은 심대한 그런 존재.


나는 레어의 중앙에 커다란 불을 피워놓고 책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주문을 외웠다.


<세상의 모든 화기에 존재하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시여.

이 순간 지상에 현현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기분이 좋은 주문은 아니라서 마지못해 내뱉었다. 지상 최강의 종족인 내가 아무리 주문이라도, 빌빌 기는 말을 하다니.


정령왕 이프리트의 소환이었다. 정령과의 친화도가 높아 레어 안을 내달리는 작은 정령들을 종종 보곤 했지만 굳이 계약을 맺지는 않고 있었다. 드래곤은 완전한 존재고, 정령의 도움은 굳이 필요할 일이 없으니.


그렇지만 인간 세상에 나가면 도움이 될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모닥불 속에서 인간 형태의 남자가 자연스럽게 스르륵 빠져나왔다.

선명하고 구불거리는 빨간 머리카락과 마주하기 힘들 법한 붉은 눈이 내가 폴리모프한 모습과 비슷했다. 큰 키에 단단한 근육질인 몸이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강화시켰다.


<레드 해츨링이군. 계약을 원하는가?>


이프리트가 레드 드래곤에게 소환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니, 이프리트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어머니인 엘로디아나만 해도 이프리트와 이미 계약을 맺고 있었다.


<그래. 내 이름은 아이첸데브리스. 계약을 원한다.>

<좋아. 나 이프리트는 아이첸데브리스와 계약을 맺는다. 이 순간부터 나와 그대 사이에는 영혼을 구속하는 관계가 성립한다.>


이프리트는 내 이마에 손가락을 댔다. 이마를 중심으로 기분 좋을 정도의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낙인이 찍혔다가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그럼 필요할 때 부르도록. 난 바빠서 이만.>


이프리트는 더 말을 붙일 기회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세상에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정령왕이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어이가 없었지만 내가 원하던 바는 성취했으므로 불만은 없었다.


나는 이프리트가 사라지자마자 곧장 폴리모프를 했다.

내 취향에 맞게 호리호리한 체격에 곱실거리는 짧은 붉은 머리, 금색 눈을 한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이었다. 나 역시 드래곤이기에 다른 용들과 마찬가지로 미적 기준이 심히 높았다.


얼굴이 심히 튀기는 하겠지만, 적당히 튀지 않는 차림새에 모험소설에서 많이 본 삽화처럼 모험가와 같은 차림새를 했다. 허리춤에는 레어에 굴러다니던 단검 하나를 찼다.


로드가 선물로 주면서 영혼을 어쩌구 하고 설명했던 것 같은데 중앙에 박힌 사파이어의 빛깔이 오묘해서 그걸 구경하느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일단 보기에 예쁘고 예기가 잘 서 있어서 좋았다.


필요할 법한 돈이나 보석 등은 아공간에 어느 정도 미리 넣어두었다.


자,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

이때까지만 해도 내 마음은 기분 좋은 설렘과 약간의 불안함이 섞여 있을 뿐이었다.

그 어디에도 ‘당황스러움’은 없었다.




***




순간이동을 해 도착한 곳은 아르마냐크 왕국의 대도시 중에 하나인 테렌이었다.

레어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상업도시였다.


나는 언제 순간이동을 했냐는 듯 자연스럽게 인간들 틈에 섞여서 걸었다. 다행히 인간들은 아무도 이상한 점을 눈치 채지 못했다. 책에서만 보던 각양각색의 인간들의 행태를 눈으로 목격하니 신기했다.


“5덴스만 더 깎아줘요!”

“이미 그렇게 15덴스나 깎았잖소!”


과일 행상을 하는 나이든 인간이 허리를 문지르는 것도, 물건 값을 두고 목소리를 높여가며 흥정하는 것도 모두 흥미로웠다.


그렇게 도시를 슬렁슬렁 돌아보면서 재미있어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음··· 무얼 해야 할까?


유희를 재미있게 하는 법을 배워왔어야 했는데. 나는 최고급 객실에 앉아 고민했다.

그래! 동료들이 있어야 한다. 같이 모험을 할 동료들이 있어야 한다. 혼자 할 줄 모르는 일이 없다보니 인간은 다른 인간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었다.


좋아, 그렇다면 길드에 찾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마법을 보여주고 마법사인 척 하자.


그렇게 마음먹고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계단참에 올라섰을 때였다.


“으악!”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더니 지레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놀라지 않은 나는 반사적으로 자기 방어를 했다. 문제는 그 결과 상대방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당탕!


남자 인간은 잠시 정신을 못 차리더니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인간의 격한 동작에 황금빛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이 미친놈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1092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썅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 인간 놈이 지금 나한테 욕한 건가? 한낱 인간 따위가 감히. 분노가 급속도로 차올랐다.


“네놈에게 예의와 존경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인간은 반응이 없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계단을 쿵쾅쿵쾅 올라왔다. 올라오면서 허리춤에 찬 장검을 빼든 것은 덤이었다.


싸우자는 건가? 내가 선 공격을 하기도 전에 먼저 분노를 표출하는 인간은 재빠른 분노 표출이 일상인 듯했다. 기가 차서 나는 남자를 노려보고 자연스럽게 허리에 찬 단검을 빼들어 남자의 검과 부딪쳤다.


그 순간이었다.


우웅.

인간이 든 검과 내가 든 단검이 작게 진동하며 감응을 하더니 사방이 어두워졌다. 동시에 내 의식도 암전되듯 꺼져버렸다.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건지 모르겠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세상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드래곤의 강력한 정신을 순간적으로 나마 꺼뜨리는 일이 가능한가?


계단 위에 쓰러져 있던 나는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서 내 단검을 주워들었다.


음? 그런데 그 망할 인간은 어디 간 거지. 인간도, 인간이 들고 있던 검도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계단 위에는 나와 반짝거리는 단검뿐이었다.


그때였다.


“저하, 무슨 일이십니까!”

“뭔가 큰 소리가 났는데!”


무장한 남자 인간들이 아래층에서 뛰어 올라왔다.

그들은 내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나?


“······.”

“···저하?”


모르는 인간들이 와서 아는 척을 한다. 이번에야 말로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내 머리는 민첩하게 굴러갔다. ‘저하’라는 호칭.


나는 조용히 내 팔과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위화감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머리카락을 한 가닥 뽑아보았다.

머리색은 빛나는 황금색이었다.




***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침착한 척 남자들에게 방에서 쉬겠다고 하고 ‘이 몸의 주인이었던 인간’의 방에 들어왔다. 내 옆방이었다. 내가 잡은 방만큼이나 호화로운 객실이었다.


객실에 놓인 거울로 재차 확인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내 본체는 어디로 간 걸까? 내 빛나는 아름다운 용신! 그걸 영영 잃었다고 생각하니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그 망할 놈을 다시 찾아서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지만 내 몸과 함께 그 인간의 영혼도 실종되었다.


확실한 것은 나, 아이첸데브리스가 한 인간의 몸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드래곤이 인간이 되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비극이란 말인가!


2만년은 우습게 사는 지상 최강의 존재였다가, 기껏해야 백년도 못 사는 하찮은 인간이 되었다.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도 나는 1092년을 헛살지 않은 드래곤이다. 침착하게 나를 공격했던 쓰레기 인성의 소유자의 몸을 살폈다. 인성이 더러우니까 믿을 만한 능력은 좀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없는 것 같다.


드래곤 하트 안에 넘실거리던 마나들의 흐름을 느끼는 데 익숙했던 나는, 이놈의 몸에서 마나를 느껴보려고 노력했지만 보통의 인간들에게서 발견될 법한 쥐꼬리만한 마나 량을 발견한 게 다였다.


그나마 검술은 제법 연마한 거 같은데 솔직히 내 눈에는 어린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심지어 꽤 이놈이 쥐고 있던, 꽤 비싸보였던 검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나는 이놈에게서 힘겹게 장점을 두 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좀 생겼다. 극도의 심미안의 소유자인 내 눈에 괜찮은 외모이니 인간들에게는 찬사 받는 얼굴일 것이다.


둘째, 지위가 높은 것 같다. 아까 기사로 추정되는 인간들이 ‘저하’라고 불렀으니, 인간 세계에서는 왕족이겠지.


왕족 따위. 원하면 나라 하나를 파괴하고 차지할 수 있는 게 드래곤인데.

나는 잊고 있던 이름이자 은근한 경쟁자였던, 폴루냑을 떠올렸다. 그 놈이 이 사실을 알면 신나게 비웃지 않을까?


우울한 내 귓가에 꺄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뭐지, 갑자기?

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작은 정령들이 창틀 위를 굴러다니는 게 보였다. 뭐야, 정령이었네.


“아···!”


매번 보던 존재에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려던 나는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몸으로도 정령이 보인다!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이프리트?>

제발. 제발! 주신이시여!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요타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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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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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9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1 4 10쪽
12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7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30 4 9쪽
10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4 6 9쪽
9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8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7 6 9쪽
7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9 6 10쪽
6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5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0 9 10쪽
4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2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1 9 11쪽
»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1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6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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