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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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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43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09 18:50
조회
342
추천
8
글자
9쪽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DUMMY

나는 여행길 내내 마차 안에서 눈을 감고 똑바로 앉아 쥐꼬리만큼 존재하는 마나만이라도 순환시키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체내에 작은 마나만 존재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련법으로 훈련하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전에는 몸에 흘러넘칠 듯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아주 약간의 마나라도 아쉬웠다.


다행인 것은 내가 자연에 존재하는 자연마나를 일시적으로나마 가져다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요령도 깨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마나가 몰려있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지금의 몸으로는 구현하는 것이 무리인 상급의 마법도 부릴 수 있고 몸에 많은 마나를 한 번에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행운을 만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파이어 볼!>


오른 손바닥 위에 살벌하게 타오르는 파이어 볼이 구현되었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크기가 급격히 사그러들더니 사라져 버렸다.


1 써클 급의 마법을 구현하는 것도 이렇게 버겁다니. 부족한 마나 량을 고려해서 수식 계산을 달리하는 요령도 부렸다. 난 천재로 불렸던 몸이니 나만의 수식계산법과 편리한 잔재주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였다.


수식을 바꾼다는 것은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마법 교과서를 편찬하는 마탑의 현자들이나 할 법한 엄청난 것이지만, 1000살의 생일을 맞기 전에 10 써클의 경지에 다다른 나로서는 그저 일상적인 장난에 불과했다. 현자들이라고 해봤자 가장 뛰어난 자가 8써클의 언저리에 올 정도니까.


물론 지금도 인간의 수련 속도에 비하면 빠른 편이긴 했다. 이 몸의 주인이 마법에 지극히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더하면 매우 빠른 정도였다.


‘헬 파이어’도 매끄럽게 구현하던 나로서는 속이 답답해 터져나갈 노릇이었다.


그래도 2 써클 마법까지는 해볼만도 한데. 나는 머릿속으로 최소 마나 량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계산했다.


<파이어 볼트!>


날아갈 준비를 마치고 손 옆을 빙빙 도는 불화살은 단 하나였다. 2 써클을 성공하긴 했는데. 애처롭기 그지 없구나....

나는 손을 흔들어 마법을 해제하고는 마차 의자에 몸을 푹 기댔다.


이 상황에 화를 낼 대상이 없어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풀 상대가 없었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반복해서 생각했다. 나는 지금 유희 중이다. 왕이 되는 게 목표인 건실한 1왕자다. 나는 인간들에게 친절하다....




***




메디스 공작성은 특별히 아름답지는 않지만 요새처럼 튼튼한 생김새가 인상적이었다. 전란 시 방어에 가장 유리한 모습이었다. 하긴 공작령이 국경에 인접해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해자 위로 다리가 내려오고 마차가 그 위를 건너 성문을 통과했다.


누이인 줄리아 공작부인과 프레데릭 공작을 만날 차례였다. 그들은 시종들과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나로서는 처음보는 이들이었지만 아마 이 몸의 주인은 저들과 과거사가 있었겠지.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고 공작 앞으로 걸어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하.”


말투는 딱딱했지만 예법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딱 봐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티가 났다. 키가 크고 타고난 무골의 몸. 강직하고 타협을 모르는, 단단한 사나이임이 분명했다.

“오랜만이군, 공작.”

난 상대의 불신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오만한 말투로 응수했다.


“여느 때와 똑같구나, 테오.”

그런 나를 향해 줄리아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푸른 눈동자는 차가운 불길이라도 인 것처럼 화가 넘실거렸다.


“건강하신가보군요, 누이.”

말투만은 형형했지만 사실 줄리아의 몸상태는 한 눈에 보아도 좋지 않아 보였다. 빛이 바랜 푸석푸석한 금발을 억지로 윤기나게 올리고, 창백한 낯빛을 화장으로 열심히 가렸지만, 병자의 기색은 이미 역력했다.


두 사람 다 나에게 적대적이었다. 도대체 왜 여기까지 방문하기로 한 것인지 의문일 정도로. 아니, 애초에 방문 목적이 뭐지?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기사들도 아는 바가 없는 것 같았다.


왕실 밖에도 테오도르를 싫어하는 인간은 넘치는 모양이군. 나는 나를 적대하는 이들에게까지 친절할 이유가 없었다.


“처남은 부인에 대한 예의를 더 갖추는 게 좋겠소.”

일부러 처남이라 칭하며 가르치려 드는 공작의 태도에 코웃음만 나왔다.

“환영인사를 이리 거창하게 해주실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서 있지 말고 들어가시죠.”


그들이 지고 있는 원한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내’가 져줄 필요는 없었다. 나는 빙긋 미소지으며 두 사람에게 먼저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어느 정도 검술을 익혀놓은 이 몸은 그리 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골이라 할 법한 것은 못 되어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쉬고 싶었다.



메디스 공작가의 대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맛있는 음식, 따뜻한 물을 받아놓은 욕조, 청소가 말끔이 되어있는 특실.


용생을 살면서 모든 게 마법으로 되다보니 누군가의 시중을 받은 적이 없어서 비교대상은 없지만, 이정도면 불편함이 없으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인간 세상에서 이름난 공작성인데 나쁘지 않지.


그런데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모든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나를 보고 묘한 눈빛을 서로 교환하였다.


뭐, 전에 성에 와서 식탁이라도 한 번 엎었었나 보다, 하고 말았다. 멍청한 테오 놈이 하는 게 다 그렇지.


문제는 응접실에서 차를 마실 때 발생했다.

하인들이 차와 주전부리를 탁자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자, 공작이 모든 하인들을 밖으로 물린 것이다. 그렇게 되자 응접실에는 세 사람만이 남았다. 공작과 공작부인, 그리고 나.


분위기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뭔가 긴히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이제 말씀해보시죠. 준비되었습니다.”

공작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뭘? 뭘 말해? 진지한 분위기를 깨기 미안하지만 정말 모르겠다.

가만히 있는게 낫겠다. 나는 오만한 표정을 유지한 채 침묵을 지켰다.

침묵이 계속 흐르자 견디다 못한 공작이 다시 말을 꺼냈다.


“쉽게 저의를 말씀하지 않으시려 하시는군요.”

“.......”

“그럴만도 하지요. 제가 저하였더라도 그랬을 겁니다.”

“.......”

“왕위 계승은 민감한 문제니까요.”


오호라. 그거였군. 공작의 자신만만한 추측 발언이 나에게 단서를 주었다.

이 망나니 왕자가 굳이 누이가 시집간 공작가까지 와서 하려 했던 왕위계승에 관한 이야기라면, 너무나 뻔한 것 아닌가? 왕국 내에 입지가 좋은 공작에게 내 편이 되어달라고 할 생각이었겠지.


아마 왕궁 내에 왕위계승 싸움이 치열한 모양이다. 서열 1위까지 나서서 지지자를 구걸하고 나선 것을 보면.


멍청이가 한 생각치고 꽤 괜찮았다. 아마 그 놈이 직접 여기에 왔다면 거절당하고 돌아갔겠지만. 성질 못 죽이고 사고쳤을 테니까.


“민감한 주제가 맞네.”

“그런 화제를 굳이 언급하신 이유는 뭡니까?”

“자네도 이미 짐작 중이지 않은가?”

“.......”

“물론 자네는 내입으로 직접 듣고 싶겠지, 아니 그런가?”


빈정거림이 섞였지만 부드럽게 흘러가는 내 말을 공작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특유의 단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줄리아는 그저 눈을 내리깔고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나 테오도르는 메디스의 공작의 지지를 얻고 싶네.”

나는 공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거리낌없이 입에 올렸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공작의 도발적인 말에 대답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몸을 소파에 깊숙이 묻고 고개를 젖히면서도 웃음기 어린 눈빛을 공작에게서 떼지 않았다.


공작은 본성이 충직한 인간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충성 맹세를 받아낸다면 죽을 때까지 나만 섬기겠지.

그렇지만 지금의 저 도발적인 눈빛은 참아줄 수 없었다. 난 내 앞에 이를 드러내는 존재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뿜어져나가는 기세를 조절했다. 드래곤 피어는 인간 세상에 알려져 있는 것도 아니고, 단련하지 않은 일반인이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 방 안에는 병자인 줄리아도 있으니.


“윽!”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공작은 단발마의 신음을 내더니 부들부들 떨었고,


“커헉!”

줄리아는 손에다 피를 토했다.

저런. 안 됐군.

잠시 응접실 내를 장악했던 기세는 공기를 진동시키고 사라졌다.


공작은 몸을 떠는 줄리아의 상태를 보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럼에도 깊게 각인된 두려움을 잊지는 않았다. 공작은 다시 내 눈을 똑바로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은,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주겠어.”

나는 여유롭게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일어섰다.


“어차피 답은 결정되어 있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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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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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안내 (2019.01.10 수정) 19.01.08 252 0 -
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9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1 4 10쪽
12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7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30 4 9쪽
10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5 6 9쪽
9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8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7 6 9쪽
7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9 6 10쪽
6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6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1 9 10쪽
»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3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1 9 11쪽
2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1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7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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