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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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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타로
작품등록일 :
2019.01.07 14:16
최근연재일 :
2019.01.18 06: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437
추천수 :
84
글자수 :
56,953

작성
19.01.12 06:50
조회
298
추천
6
글자
10쪽

2. 인간적인 성장법 (1)

DUMMY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곧장 복장을 갖추고 성 한 켠에 마련된 검술 연무장으로 향했다. 공작성에 소속된 기사들이 한둘 쯤 나와 있을 법도 한데, 어찌나 일찍 나왔는지 수련장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실력을 늘리고 싶다는 바람이 커서 눈이 번쩍 떠진 탓이었다.


성에서 나올 때에도 청소를 시작한 일부 하녀들을 제외하고는 내부가 고요했다. 하녀들은 방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귀신을 본 것처럼 화들짝 등을 돌렸다. 보지 못한 척 하는 그들을 나도 보지 못한 척 지나쳤다.


편한 복장으로 모래가 날리는 연무장에 선 나는 한 쪽에 놓인 목검을 집어들었다. 보검이라는 보검은 여러 가지 손에 쥐어본 데다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검의 경지에 오른 나로서는 검의 종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란 막대기의 형태만 하고 있으면 족했다.


가볍게 몸의 근육을 이완한 후에 연무장을 한 바퀴 천천히 돌자 몸에 열이 충분히 올랐다. 이쯤이면 목검을 들고 몸을 움직여도 되겠지.


몸상태를 가늠한 나는 기본적인 옆으로 베기, 내리긋기, 올려치기 등의 자세를 취했다. 그래도 검술은 어느 정도 수련이 된 상태라서 기본 자세는 나왔다.


망할 놈의 자식의 정신 상태에 이 정도면 그래도 노력 많이 했다, 싶었다. 검술에서는 어느 정도 희망이 보였다.


차라리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빠르게 오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몰라. 검기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소드 마스터가 되면 체내에 마나가 쌓이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나는 가망없는 마나 수련보다는 검술 훈련에 희망을 거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검의 경지에 올라, 마법을 잘 쓰게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 같지만 적어도 내게는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드래곤의 육체를 가졌던 시절 내 검술 경지는 소드 마스터를 넘어, 그랜드 소드 마스터 수준이었다. 인간 세상에는 개념으로도 없는 경지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그랬다.


육체의 한계가 아쉬울 뿐, 내 정신 만큼은 이미 아득히 멀리 가 있었다. 내 육체가 내리 긋는 검의 궤적 하나 하나를 곧장 평가할 수 있었다. 내 새로운 몸은 정신의 가혹한 평가를 받고 미세하게 동작을 고쳐 나갔다.


입고 나온 옷이 땀으로 촉촉히 젖어들 때까지, 나는 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몸을 움직였다. 몸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정신은 몸을 몰아붙이고 또 몰아붙였다. 허약한 몸이 아쉬울 뿐이었다.


“...저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무념무상의 경지에 빠져 몸을 움직이고 있는 내 등 뒤에서 놀라움을 담은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공작이었다.


나는 휘두르고 있던 목검을 거두고 뒤를 돌아보았다. 격한 움직임 때문에 숨이 벅차올라서 헉헉 거리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공작?”

“이른 아침부터 수련을 하시는 군요.”


공작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표정은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1왕자가 아무리 어느 정도의 검술 실력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련을 할 만큼 열심을 다할 부류는 아니었다. 내가 봐도 그랬으니 공작이 놀랄 것은 당연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검술을 게을리 할 생각은 없다고 말이야.”

공작에게 점수를 딸 필요가 있는 나로서는 은근히 성실한 나의 노력을 강조했다.


생각해보면 1왕자가 아무리 망나니라고 한들, 아직 열여섯살 밖에 되지 않는 녀석이었다. 드래곤의 관점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 수준이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아도 충분히 갱생의 여지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실 줄은 몰랐군요.”

“난 빈말은 하지 않아.”


실제로 그러했다. 드래곤들은 용언이 있는 만큼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다. 진실에 관해 가장 결벽적인 존재가 있다면 그건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오만하리만큼 당당한 대답에 공작은 흥미를 느낀 듯했다.


“그러시다면 오랜만에 저와 대련하시는 건 어떠하십니까? 아주 어리실 때를 제외하면 저하와 겨룬 기억이 없군요.”

“그랬나. 그것도 괜찮지.”


나는 공작의 도발에 쉽게 응했다. 말려든 건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인 공작을 이 허약한 몸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공작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게다가 소드 마스터와의 대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좋은 경험. 실력을 빠르게 늘리는 데에 이보다 괜찮은 기회는 없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내 호기로운 수긍에 공작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허세어린 테오의 성격상 수긍을 할 줄은 알았겠지만 어딘가 수상쩍어하는 느낌이었다. 이번 방문 들어 어딘가 바뀐 1왕자의 태도 때문이겠지.


“진검으로 할까요, 목검으로 할까요?”

“진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자살하려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몰랐다. 나로서도 그리 확신이 서는 것은 아니었다. 이 몸으로 소드 마스터의 검을 얼마나 받아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나는 천년 넘게 살아온 지식을 담은 내 영혼을 믿었다.


“그렇다면 괜찮은 검을 골라오라고 이르지요.”


공작은 어느 새 연무장에 하나 둘 내려온 기사들 중 하나에게 진검을 들고오라고 명령했다. 어린 티가 나는 기사는 빠릿한 자세로 달려가 검을 골라왔다.


기사들은 소리 높여 말하지는 않았지만 작게 낮춘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저들에게 존경받는 주인인 소드 마스터 프레데릭 공작과 일개 망나니 왕자에 불과한 테오도르 왕자가 진검 승부를 한다니! 공작이 멍청한 왕자의 기를 꺾어놓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구경꾼의 무리에는 아롤과 프란시스도 끼어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도 호기심과 흥분을 읽을 수 있었다. 나를 호위하여 이곳까지 왔지만 호감은 전혀 없는 것이 분명한 두 사람에게서 나에 대한 기대는 조금도 읽을 수 없었다. 그런 태도에 나는 오기가 슬슬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많은 인간들 앞에서 꼴사납게 패할 수는 없었다. 패하더라도 품위있게 져야 했다. 그게 지금 나의 과제였다.


공작은 기사가 건네는 장검 두개를 받아들더니 꼼꼼이 살펴보고 좀 더 좋은 쪽을 내게 건넸다. 솔직히 공작의 입장에서는 목검을 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소드 마스터의 검기를 불어넣으면 목검조차 날카로운 예기를 갖게 되니까.


나는 공작의 배려를 거절하지 않고 검을 받아 들었다. 이제 나의 모든 지식, 운, 순발력을 불어넣어야 했다.


공작이 지정한 한 기사가 심판을 보았다.


나는 공작과 꽤 떨어져 서서 예를 다해 고개를 숙인 후 검을 뽑아 들었다.


“먼저 들어 오시지요.”


예상대로 공작은 선제 공격을 양보했다. 그런 공작의 자세에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실력이 한참 모자란 왕자를 상대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팽팽히 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공작의 말대로 선제 공격을 할 생각이었지만 멍청하게 한 순간에 나가떨어져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철저하게 간만 보고 빠져나온다, 그런 계산이었다.


타앗.

나는 발길을 굴러 공작을 향해 뛰어들었다. 객기에 휘두른 검처럼 보였지만 사실 철저히 계산된 몸놀림이었다.


공작은 단순하다 못해 아름답게까지 보이는 동작으로 간단하게 내 공격을 파쇄했다. 내 예상범위였다.


내 목적은 공작을 이기는 데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유로운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다.


그뒤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내 동작이 의외였는지 공작은 눈썹을 조금 으쓱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나는 강한 공작의 반격을 맞고 연무장 바닥을 한 바퀴 굴렀다.


젠장. 육체적 힘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구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다시 뛰어들었다. 한 번 검을 부딪친 후, 그 다음이 내 회심의 일격이었다. 그 동안 수련해서 만든 소량의 마나를 불어넣어 억지로 검기를 구현한 것이다.


“허억...!”

“세상에! 말도 안돼!”


구경하고 있던 기사들의 입에서 경악어린 탄성이 터져나왔다.


잠깐 터져나왔다가 바로 사라졌지만 누가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거대한 검기였다. 수련이 부족해서 제대로 구현할 수는 없었지만 잠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파르스름한 빛을 기다랗게 뿜어내는 내 검기를 보고 눈을 부릅 뜬 공작은 곧장 제대로 된 검기를 뽑아내 내 검에 대응했다.


공작의 강한 반응에 호되게 맞은 나는 그대로 연무장에 뻗었다.


그러나 기분 나쁠 것은 전혀 없었다. 내 계획대로 되었으니까.

잠시일 뿐이었지만 내가 검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와 대련하던 공작의 검에서 제대로 된 검기를 뽑아낸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었다.


초라하게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나를 보는 기사들과 공작의 눈에 담긴 감정도 그러했다.

의문어린 경탄.


잘쓰가 검기를 뽑아낸다! 제대로 된 것은 아니어도 흉내를 낸다!


대부분의 기사가 선망하는 실전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검기. 그것을 망나니 녀석이 구현해낸다. 소드 익스퍼드의 경지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겠지. 적어도 검에 있어서는 1왕자가 진지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태도니까. 검 앞에서 솔직한 기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이만한 공연도 없을 것이다.


“...좋은 시합이었습니다.”

“많이 배웠소, 공작.”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미소지었다.


“이렇게 많이 성장하셨는 지 미처 몰랐군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죠.”


내 말에 눈을 내리깔고 곰곰이 생각하던 공작이 입을 뗐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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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망나니 왕자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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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안내 (2019.01.10 수정) 19.01.08 252 0 -
14 3. 마나 량을 늘려라 (3) +2 19.01.18 279 6 10쪽
13 3. 마나 량을 늘려라 (2) +1 19.01.17 211 4 10쪽
12 3. 마나 량을 늘려라 (1) 19.01.16 237 2 9쪽
11 2. 인간적인 성장법 (5) 19.01.15 230 4 9쪽
10 2. 인간적인 성장법 (4) 19.01.15 224 6 9쪽
9 2. 인간적인 성장법 (3) 19.01.14 241 6 10쪽
8 2. 인간적인 성장법 (2) +2 19.01.13 297 6 9쪽
» 2. 인간적인 성장법 (1) 19.01.12 298 6 10쪽
6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5) 19.01.11 315 7 9쪽
5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4) 19.01.10 320 9 10쪽
4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3) +1 19.01.09 342 8 9쪽
3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2) +1 19.01.08 391 9 11쪽
2 1. 드래곤, 인간이 되다 (1) 19.01.07 510 5 11쪽
1 프롤로그 19.01.07 536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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