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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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라아노오스으!!!!!!!!!"
레시가 멀리서 손을 흔들며...라노스를 부른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그녀의 큼지막하게 입을 벌린 웃음이 너무 해맑게 잘 어울린다.
"어....어어...."
라노스는 오른손을 살짝 들면서 조금 당황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이자. 레시가 종종걸음으로 라노스에게 온다.
"하핫..뭘 부끄러워하는거야.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어..뭐."
라노스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무슨 일 있어?"
라노스는 평소에도 좀 그런 녀석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심했기에 레시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아니..아무것도 아냐...저기 말야. 레시."
"응?"
"만약 있잖아. 만약의 경운데...만약 내가 멀리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어떻게 할거야?"
라노스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냥 냅두지 뭐.....'
이렇게 말해주기를 라노스는 바랐다. 장난삼아 그렇게 말해주기를..그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게...
"따라지 뭐...재밌겠네."
레시는 별 거 아니라는 표정을 대고선 가벼이 말했다.
"아...아니...만약 혼자 가야되는 아주 먼 여행길이라면?...."
'제발..제발...떠나지 말라고 말해줘. 떠나지 못하게 막을 거라고 말해줘...그럼 난....그것을 당장에 거절하고, 전쟁이라도 치를테니까...제발..아니면 그냥 잊겠다고라도...다른 남자랑 만나 질투유발이라도 하겠다고..그럼 편하게 떠나 살아갈테니.....'
라노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다리지 뭐...언젠가는 돌아오겠지..왜? 어디 파견이라도 가게됬어?"
"아니..아냐...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뭐야....그게....난 또 심각한 건 줄 알았잖아."
'기다린다....기다린다...내 의견을.....내 여행을 존중해준다.....기다리겠다.'
라노스는 슬픈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지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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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왜!! 왜!!!!! 하필 지금인거야......왜...지금인거냐구!!...조금만 빨리 오지. 내가 레시를 만나기 전. 아니..좋아하기 전에.....그랬다면..난 모든 걸 접었을텐데....고백하기 전이라도 왔다면..잊은 채로 살아갔을텐데...대체..왜...왜 그러냐구!!"
라노스의 방..아무도 집에 없다. 딘은 국왕 직속 부대일을 하기 위해, 레시는 2군 마법장으로서 마법 연구를 위해 나가 있다. 그 곳...라노스의 방은 지금 무척이나 어질러져있었다. 모든 것이 깨져있고 부서져있었다. 그가 던져버린 것이 틀림없었따.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란거야?...제길...할 수 밖에 없잖아. 그 결혼....전쟁이란 말야...고작 결혼 한 번 거절한다고, 전쟁이란 말야. 젠장....도대체 그녀에게 뭐라고 말하란거야!!!! 첩으로 놓고?..안돼. 절대 첩으로는 못 봐...."
라노스는 절규하다 이내 무릎 꿇고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쓰러져서 울음을 토해냈다.
"으어어억.....으어엉...아니, 안돼...레시를 포기할 수 없어...이 나라와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800만의 목숨과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라노스는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모든 물건들이 제자리로, 원상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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