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ㅡㅡㅡㅡㅡㅡㅡㅡ
(과거)
"하.....나 차였다."
"응?!"
라노스는 딘의 깜짝 고백에 가던 길을 멈추어섰다.
"누..누구한테?!"
"그게.....레시."
딘은 머쓱거리며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뭐?!....푸하하핫!! 레시라니...."
"웃지마..."
딘은 자뭇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길가쪽에 그냥 주저앉았다. 라노스는 바로 옆에 앉으며 장난이나 칠까 햄ㅆ지만 딘의 눈에서 눈물이 나고 있어 그만두었다.
"...야....딘?....."
"......."
"야..딘....왜 그래?...너답지가 않잖아."
"그러니까. 정말.하핫. 나라면 웃어넘겨야 되는데.....별 것도 아닌 듯이 웃으면서 다른 여자나 꼬시러 가야 하는데, 왜....정말.왜 눈물이 나는거지?..라노스..?"
"..딘....."
"정말 웃기다. 레시, 걔랑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고....아픈거지....?"
"......"
"크크크큭.."
"왜 그래?. 딘?"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딘을 보며 라노스는 딘이 너무 상실해 미쳐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됬다.
"웃기다. 웃겨....정말 창피한 건데. 너니까 말하는거다......거절당한 이유가....하핫...큭...내가 자유롭지가 않아서래...내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라서래!. 하핫. 라노스....흐흐흑..자유롭지가 않다니. 정말 모르겠다구...진짜로...모르겠어."
"...!....!!....."
라노스는 한순간 당황해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자유롭다니...자유라니...자유롭지 못한 자라니...자유로운 자라니....
라노스는 생각이 계속 반복되기만 햄ㅆ다. 깊은 생각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한순간 아주 한순간 의심했다. 있어서는 안되는 순간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라노스!!....라노스!!...라노스!!!!"
"응?!...으응?!!"
라노스는 집무실에서 멍때리고 있다가 레시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뒤로 넘어져버렸다. 재정비하고 다시 의자에 앉았을 때는 레시가 자신의 코앞까지 와있는 상태였다.
"보고할 게 있어."
"레시.....보고를 너무 가까이에서 하잖아. 좀 뒤로 가."
"그런가?"
"그리고...일단 집무실..아니....궁에서만큼은 직책으로 불러달라고..다른 사람들 보는 것도 있고, 나름 직위관념도 잇고, 공적인 면도 있으니까.."
"음...그런가?...뭐 그러지..2군 기사장님..이게 뭔가 이름보다 더 부르는 느낌이 좋으니까..한 집에 살지만 상사와 부하라는 느낌도 되게 신선하니까. 2군기사장님..2군 마법장 레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레시는 뒤로 가며 정식으로 보고 자세를 했다. 표정은 밝게 웃는 표정이었지만.
"아냐..됬어...그냥 이름으로 불러."
라노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손사래를 쳤다.
"뭐야..지금 장난치는 거야, 뭐야? 이름으로 부르지 말랐다가 부르랬다가 지금 똥개훈련시켜?!"
레시는 라노스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치며 화를 냈다.
"아냐..그냥 이름으로 부르는게 더 편해서...그냥..."
라노스는 시선을 책상에 박은 채로 손사래를 쳤다.
"알았어! 뭐....그건 그렇다치고 일단 마검사 훈련에서 200명의 후보를 뽑았어. 최고의 녀석들로 뽑았지!"
"마검사?...뭔 마검사야?...그냥 마법사나 키워."
라노스는 그냥...왠지 그랬다.
"뭐?!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마법사를 키워. 마검사보다야 마법사가 낫지."
레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은 어이없다는듯 벌렸다. 그 정도로 황당했다.
"일단 보류..오늘 그곳에 대해선 니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으니까...그리고 안건 두번째...하루 배식에서 흰빵 한개씩을 추가로 하자는 건의가 있는데 예산이 넘치는건 아니지만 내가 영양상태를 봤을 때는 빵하는 추가시키는게 월등히...."
"뭔 빵 추가야? 원래에서 빵 하나를 더 빼."
"?!..뭐?!"
레시는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배식상태를 보면 활동량과 식사량 그리고 영양을 생각했을 때 흰 빵을 하나 더 추가하고 과일을 좀 더 늘이는게...."
"에! 그렇게 약하게....배부르게 키우면 안되지. 군은 전쟁을 대비해야해. 전쟁이 나면 먹을 것도 없다구..그것과 비슷한 상황에서 해야지. 또..헝그리정신! 배고픔 정신에서 무예, 마법, 검술은 갈고 닦아지고 빛인 나는 법이라구!"
"....이것도 보류.....인정할 수 없어. 너 오늘 상태가 많이 이상하다. 라노스?...안건 세번째. 마지막 안건이니 좀 신중하게 생각해줘. 이번에 각 소기사장들 있잖아? 그들의 검을 광검이나 마검으로 바꿔주는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확실히 나름 지휘장들이라서일까? 다를법하잖아. 그리고 그들은 뛰어나다고 뽑힌 자들이니까.그런 검들을 사용하는게 훨씬 전투력도 높아지고, 소기사 부대마다 검의 종류를 통해 독창성도 높이고 자부심도 높이고 이번 남는 예산으로 하면 넉넉할 것 같은데 말이야."
"반대!..검사의 검은 오래될수록 좋은것.검은 친구같은 존재지. 검은 장식같은 것도 아니고, 그런 짓은 검사의 명예에 어긋나."
라노스는...그냥..왠지..반대하고 싶었다.
"라노스!!!..이건 심사숙고의 결정이라고! 지휘관이 부하의 심정을 이해하려면 검도 같아야 더 잘 이해하지 않겠어? 그래야 더 전투력도 높아지겠고?!..후우.....라노스...일단 이번엔 돌아갈게...너 오늘 좀....상태가 안좋아보인다."
레시는 화를 눌러담아 씩씩거리며 나가면서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다행히도 부서지지는 않았다.
"후우....정말....내가....왜..이러는지...."
라노스는 책상에 얼굴을 파묻으며 한숨을 쉬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라노스!! 같이 돌아가자! 마침 나도 지금 막 끝났거든."
궁의 정문 부근에서 레시가 앞서가던 라노스를 보며 소리쳤다.
그곳에는 많은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른 군도 대부분 그럼ㅎ지만 2군 역시 주야 2교대로 2주마다 돌아가며 돌리고 휴가 및 외박도 있었기에 지금시간 퇴근하는 병사가 많았다.
"어?..같이 가자고?...그게..그러니까...그래..마침 오늘 탈렌하고 술약속이 있어서 말야!"
레시는 허겁지겁 뛰어들왔지만 라노스의 말에 살짝 풀이 죽었다.
"그래?.뭐...그럼."
"하핫....미안.미안.....탈렌, 요 앞 마부이로 술이나 마시러가자구."
라노스는 탈렌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사실 약속같은건 없었지만 탈렌과는 딘 다음으로 친하게 지내는 자였기에 문제없는 듯햄ㅆ다. 그런데....탈렌의 표정이 이상했다.
"?..왜 그래?...탈렌...?"
"라노스 기사장님...어찌.그리 말하실 수 있습니까?...아까전에 제가 오늘..조모님께서 돌아가셔서...5일동안 휴가를..나가겠다고 했을 때 허락하셔놓고...지금 와서 그런 말씀하시면...."
탈렌의 표정은 얼마 안 있어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라노스의 표정은 깜박 잊었던 것이 생각났단 표정이었고 식은땀을 흘렸다. 레시의 표정은 볼만했다.
"너무하십니다!"
"아..미.미안하게됬어.맞아..그랬지...어찌 내가 그걸 잊겠나?..어찌됬든 오늘 가서 장례 잘 치르고..푹 쉬었다가 오세..5일이 뭔가?! 일주일....7일 쉬었다오게..그정도는 필요하지..다른 누구도 아닌 조모님이신데."
라노스는 탈렌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몇 푼 쥐어주었고...탈렌에겐 많은 양이겠지만..탈렌은 사양하다가 받아서는 축 쳐진 어깨를 보이며 문을 나갔다.
"..라노스?"
"...응?"
"탈렌하고 술 안 마시러가? 즐겁게 말야."
".아...그게..."
"오늘 할머님이 돌아가셔서 무지하게 우울해서 휴가까지 쓴 탈렌과 기분 좋게 요앞의 마부이 주점으로 술마시러 안가냐고?!!!!!"
"아.....그게........."
라노스는 입이 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식은땀만 줄줄이 흘러댔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