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틱"
"틱"
"틱"
"톡"
"찌르르르르르르르르!!!!!!!!!!!!찌르르르르르르르르!!!!!!!!!"
"으으으윽...벌써 아침인가?"
어제의 예상과는 달리 찝찝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니.나름 맞는건가? 여름은 찝찝함과 한 몸이니까. 고온다습의 여름.
"오늘의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평균온도는 35도이며 다습한 기후로 인해 무더운 하루가 되겠으니 일사병 등을 조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사병을 막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TV에서 들려오는 여름소리, 정말 기운이 바닥이다. 물론 좋은 소리들도 있다. 여러 곤충들의 소리정도 듣는거? 물론 그건 농촌 이야기고, 이 도시에 있는거라곤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뿐이겠지만 말이다. 매미 시체라도 밟으면 정말 최악이다.
"이카리! 학교 안가니? 8시야!! 그러다 지각한다!"
"안 늦게 갈거니까 걱정 말아요!"
물론 거짓말이다. 사실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허둥지둥 옷을 입고 아침도 거른채로 달려가서 자전거를 탈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 또다시 느껴진다. 단순히 좀 빠른 행동 후에 나타나는 이 찝찝함, 젖은 가랑이, 젖은 겨드랑이, 땀으로 인해 달라붙는 교복, 이 짜증나는 기분이 여름을 확실히 알려준다. 뭐, 이 짜증이 있기에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의 바람이 기분좋은 것이겠지만, 이 땀을 모두 날려 버리는 상쾌한 바람 말이다. 더울 때 달게 느껴지는 물 정도면 비유가 될까?
"쏴아아아!"
자전거로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이 바람 소리....와는 달리 뜨거웠다.
초여름인데 뜨거웠다. 바람인데 뜨거웠다. 내려가는데 뜨거웠다.
가랑이는 더 젖어갔다. 겨드랑이도 더 젖어갔다. 교복은 더 달라붙었다. 머리카락은 뜨거운 땀으로 감겨진지 오래다. 정말 짜증나는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딩!..동!..댕!..동!.."
"드르럭" "쿵"
학교종이 울리면서 도착한 건 나름 행운이었다.
"헤헤, 이카리 지각은 겨우 면했네? 운좋은데?"
"후...정말 여름은 싫다. 오츠네,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남은 여름을 버티란거지?"
"여름이니까 덥지, 그리고 더우니까 좋은거고, 생각해봐. 해수욕장에 놀러갔는데 여자들이 온통 몸을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으면 좋겠냐? 더워야 좋은거야!"
"그쪽인거냐?"
이 녀석은 오츠네, 가마 오츠네, 나와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인 친구 녀석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았으니 8년 반 정도지만. 어쩄든 지금은 내 뒷자리에 앉아있는 녀석이다. 내가 의자에 등을 기대 이녀석과 이야기하는 게 일상일 정도로 이녀석은 언제나 내 뒷자리였다. 희한한 일이기는 하지만 운이라고나 할까?
참, 나는 이카리, 모리 이카리 16살이고 중3의 남자 크지 않은 키, 많지 않은 몸무게, 뛰어나지 않은 재능, 유능하지 않은 머리, 잘생기지 않은 외모에 평범을 대표하는 평범의 대변자이다. 조금 잘하는게 있다면.......없네, 없다. 아쉽게도, 그래도 다행인건 평범한 성격을 가졌기에 평범함에 만족한단 사실이다. 무난하게 살고 무난히 죽고, 난 나의 평범에 만족한다.
"드르륵" "쿵"
"조용!"
"오호, 오늘은 지각을 왠일로 안했네? 이카리, 그럼, 청소는 누가 해야하나? 이카리, 오츠네, 코즈 너희가 항상적인 지각으로 청소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럼 번호순서로 가볼까? 번호순으로 5명이다. 보자....이카리,에미코,오츠네, 카가와, 코즈 너희가 오늘 청소다"
"?....선생니?"
나와 오츠네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앞뒤가 안 맞지 않은가? 겨우 지각을 면했는데 청소라니?
"뭔가 이상한데요?"
"이카리 1번, 에미코 2번, 오츠네 3번, 카가와 4번, 코즈 5번, 뭐가 이상하단 거지?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너희 때문에 개학한지 3개월만에 청므으로 번호순으로 하는 청소가 1,2,3,4,5번이니 어쩔수없지."
"에엥?!"
"자! 수업 시작한다."
이렇게 처음으로 지각을 면한 나는 지각청소대신 청소당번으로 인해 청소를 하게 되었다. 물론 오츠네와 코즈도 마찬가지다.
코즈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르는 녀석이다. 그다지 눈에 띠는 녀석도 아니고(아니 눈에는 띠는 녀석이다. 내 눈에만 안띠고 모두의 눈에는 띠는 녀석이다.)학교성적도 매번 순위권이고 예쁘게 생기긴했지만 워낙 조용한 탓에 관심이 없었다. 몇 번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었다. 매번 나와 오츠네랑 엮이기 떄문이다. 뭐...엮인다고 해서 그런 뜻보다는 항상 지각을 하며 항상 벌청소를 하고 쉽게 말해 나와 오츠네처럼 못난 녀석이란 뜻이다.( 공부는 그렇게 잘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지각을 자주하는지 궁금할정도이다.)
뭐,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 집어치우고 일단 내일부턴 그냥 지각해야겠다. 어떻게 해도 청소를 하는거라면 그냥 지각으로 청소하겠다는게 나의 의지다. 물론 내일 지각을 안한다면 청소를 안하겠지만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노력에 비하면 청소가 훨씬 낫다.
이런 생각을 가졌기에 지금 오후 3시 나를 포함해 5명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유난히 넓어보이는 교실에 서있다.
뭐, 아침에 왔던 교실과 같은 교실이긴 할테지만 이 교실 넓이만큼 일한다 생각하니, 또한 인원이 많이 빠지니 커보이는 효과 정도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효과는 고작 효과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 오츠네, 코즈의 청소실력을 내보이면 이정도는 식은죽먹기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우리 셋은 청소를 나머지 2명보다 빨리 끝내고 쉬고 있었다. 도와줄 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일부러 우리 셋이 더 넓고 어려운 구역을 택했기에 그런 행동은 조금 그렇다고 생각되었다.
"야 이카리! 내 성검을 받아랏!"
이 때 오츠네의 행동은 뭐였을까? 단순히 심심해하던 녀석이 빗자루를 내게 겨누고 있던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난 왜 갑자기 현기증 아니 오싹함을 느꼈을까? 왜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까? 나는 모른다. 단지 이 때 뭔가 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감정을 무시한채로 나는 행동한다. 후회할지도 모른채.....
"헤엣? 결투신청이냐? 받아주지! 그 승부!"
자신만만하게 걸어가며 널부러진 빗자루 하나를 집어들고 오츠네의 검에 아니 빗자루에 부딪혔다.
"탕" "탕" "탕"
일부러 우리는 부딪히도록 싸웠다. 여기서 이김은 별로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단순힌 빗자루 검 싸움에서 이기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건 꼬맹이일 것이다. 우리에겐 단순한 심심풀이였기에 이기는 것보다는 액션과 긴시간의 낭비가 중요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상대방의 빗자루와 부딪히는 방향으로 빗자루검질을 해댈뿐이었다.
그 사이 모두의 시선, 그래봤자 고작 3명에 지나지 않지만 어쨌든 모두의 시선은 나와 오츠네의 대결에 집중되어있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나는 더 흥이 돋았고 기대심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술을 마신다면 이런 느낌이 되는걸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결국 난 내 검술의 하이라이트로 점프해서 내려찍는 것을 선택했고 (다치지 않도록) 점프해서 찍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보이는 자세를 취했다.
"간다 왕의 검! 로첸 레이지!"
로첸 레이지란 되도 않는 이름을 불렀고, 덕분에 3명 모두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중3인데도 아직 중2병 같은 대사때뭉니였을까..검을 높게 쳐들고 점프하는 나, 검을 막기 위해 자신의 검을 양손에 잡은 오츠네, 그것은 명장면이었을까? 나는 모른다. 왜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졌을까? 실제로는 몇초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보지 않았다면....
커진 오츠네의 눈, 당황하는 얼굴..그리고 내려오는 내 손...그 손에 들려있는 빗자루가....아닌 검..검은색 검. 아니 검은색이라기엔 너무 빛나는, 그 색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신이 아니라면....
검은 빛의 검, 아니 그 사실은 내게 사실 중요치는 않았다. 그런데도 내 뇌리에 그 사실이 기억되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 내가 그 사실을 사실이라 받아들이기엔 너무 비현실적이었기에, 두려움보다는 신기함 재밌음 또는 단순한 게임의 한 장면으로 느꼈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처량한 생각이였을까? 진짜 칼로 내려찍는 사람과 빗자루로 그 칼을 막아내려는 현실 앞에서 재밌음을 생각하다니, 얼마나 처량한가? 얼마나 무책임한가? 하지만 난 느끼게 된다. 이 사실의 무거움을. 비현실적인 일의 즐거움을, 책임을....왜 이런 절망적인, 보기 싫은 순간들은 슬로우모션처럼 보여서 머릿속에 강하게 박힐까? 왜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까? 빗자루는 원래 없었던 듯이 그대로 지나가는 검이 만난 오츠네....
오츠네의 오른쪽 어깨.....
그 어깨를 향하는 검은 빛의 검.
사실은 기대와 다르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의 몸을 지나갈 때 초록색 피가 나와 '꿈이구나!' 하면서 잠에서 깨는 걸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나와 내 볼에 스치는 것은 붉은색이었다.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왼쪽 허벅지까지 몸을 반으로 나눠버린것이었다. 쏟아지는 피, 내 몸을 적시는 붉은 피..그 피는 꿈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했다. 주위에서의 소음, 뭐라고 말하는지는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소리가 나에게 이것이 현실임을 느끼게했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주위의 아이들이 한 행동은 나를 위로하는 것이었을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당화하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게임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현실 속의 현실적인 인간이었다.
한 아이는 쓰러졌고 한 아이는 119와 112에 신고했다.
다들 비명지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한 생각은 정말 말하기 싫지만 오츠네에 대한 미안함, 오츠네를 잃은 것에 대한 슬픔 따위가 아니었다. 내가 느낀 순수한 인간의 감정, 이기적인 나의 감정, 그것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도망치지란 생각이었다. 과연 나의 빗자루가 검으로 변했다는 장난같은 말이 경찰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과연 내 친구들은 그 증언을 사실이라고 말해줄까?
사람을 검으로 베어 죽이면 어떤 형벌을 받을까?
난 과연 더 이상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아쉽게도난 생각도 현실적이었듯이 행동도 현실적인 인간이다.
핫? 무슨 뜻이냐고? 내 눈이 감겼다. 점점 시선이 내려간다.
몸이 무거워진다.
뭐냐고? 기절한 것이다. 난 어떻게 될까? 수갑을 찬 채로 경찰서? 아니 교도서에서 눈을 뜨는건가? 이제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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