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7,049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0.14 08:22
조회
38,312
추천
150
글자
9쪽

B.C.XXX - 3화 Man vs Wild (2) -

DUMMY

- 3화 Man vs Wild -


“훗, 내가 당황해서 찌절 거리는 장면을 찍고 싶었다면 실수라고. 내가 이래뵈도 예전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좀 봤거든? 읏차! 베어 형한테 배운 내 솜씨를 보고 놀라보라고.”

뚜둑툭!

상황을 정리한 민준은 주변에 보이는 나무에서 곧게 뻗은 적당한 굵기의 나뭇가지를 부러트렸다.

연달아 반대쪽에 있던 가지 또한 부러트린 민준은 잔가지들을 하나 하나 꺾어 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봄이 아니라 나뭇가지는 잘 부러졌다. 아마 지금이 봄 이었다면 물을 먹은 나뭇가지들이 질겨져서 몇 번이나 빙글빙글 돌려서 잔가지를 잘라야 했을지도 몰랐다.

쿡 쿡.

손쉽게 지팡이 두 개를 만든 민준은 양손에 하나씩 쥐고는 바닥에 찔러 보았다.

지팡이는 손쉽게 쌓인 눈을 뚫고 지면에 닿았다.

“지팡이는 이제 됐고, 이번엔 설피를 만들어 볼까?”

눈이 쌓인 장소를 걸어 다닐때 필수품인 설피.

발이 눈속에 푹푹 빠지게 되면 걸을때마다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하지만 설피를 신으면 지면에 닿는 면적이 늘어나 한결 쉽게 눈위를 걸을수 있게 해주는 도구였다.

“에, 일단 티비에서 봤을 땐 나뭇가지같은걸 둥글게 말아서 교차해서 묶었던것 같은데….”

민준은 예전에 봤던 프로에서 설피를 만들던 장면을 생각해 가며 적당한 재료를 찾으려 했다.

뚝!

뚝!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마르고 딱딱하게 얼은 나뭇가지는 둥글게 휘지 않고 부러져 나갔다.

이제 되었다 싶을만큼 휘었던 나뭇가지들도 결국 탄성을 잃고 뚝! 부러졌다.

마음대로 되지 않자 민준의 귀밑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참 잘 안되네. 좀 다르게 해볼까.”

원리를 알면 응용이 가능하다. 똑같이만 하려면 발전이 없는 것이다.

스스로를 다독인 민준은 잘라낸 가지들중 잔가지가 많이 붙고 잎이 무성한 가지를 몇 개 골랐다.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주변은 온통 잎이 삐죽한 사철나무인지라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었다.

민준은 가지들을 하나 하나 들어보기도 하고 발에 대 보기도 하면서 적당한 가지를 골랐다.

걸음을 옮기기 어렵지 않은 무게에 오래 걸어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튼튼함 그리고 눈밭에서 발에 밟히는 면적을 넓혀줄 정도의 넓이를 가진 가지를 찾는건 쉽지 않았다.

조금전 가지들을 정리하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터라 마구잡이로 잔가지들을 꺾었기에 조건을 만족하는 가지는 몇 개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널린 것이 나무요 가지였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꺾어 쓰면 될 일이었다.

뚝! 뚝! 뚝! 뚜둑!

고요했던 산중에 난데없는 파괴자, 민준 이었다.


한참을 나뭇가지와 씨름하던 민준은 설피라고 하기엔 조금 부실한. 얼핏 보면 그냥 나뭇가지를 밟고 있는듯 보이는 어설픈 설피를 잠바의 후드와 속에 입은 후드티에서 줄을 빼 신발에 묶었다. 방송에서 보았던 것처럼 덩굴을 가지고 하면 좀더 폼이 났을지도 모르지만 나무에 붙어 살고 있던 덩굴들 역시 말라 잡아당기면 이리저리 끈어질뿐 뭔가를 묶을 탄성은 없었다.

척 척.

민준은 다리를 들어 몇 번 자리에서 걸어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요 맨들, 보고들 있는감? 머리는 모자걸이가 아니라고.”

어디서 본것은 있어서 ‘요 맨’ 이라고 덧붙인 민준은 후드티와 잠바에 붙은 후드를 두겹으로 뒤집어 쓰고는 눈에 박아 세워놓은 지팡이를 힘차게 쥐었다.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Man vs Wild 방송에서처럼 사람을 오지에 버려두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민준은 일단 이 산속을 벗어나기로 했다.

어쩌면 이 빼곡한 나무들만 벗어나면 산 밑으로 화려한 도시가 있을지도 몰랐다.

“좋아! 일단 방향을 잡고 출발을 해볼까.”

그렇게 말한 민준은 왼손목에 차여진 손목 시계 아래쪽에 손톱자국처럼 보이는 홈을 잡고 잡아 당겼다. 그러자 시계 아랫부분이 빙글 돌며조그만 나침반이 튀어 나왔다.

“흐흐, 내가 이정도로 아웃도어 매니아 인줄은 몰랐을 거다. 이거 시청률 안나오는거 아냐? 큭큭”

민준은 왠지 몰래 카메라를 찍고 있을 미국 방송에 한방 먹였다는 생각에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나침반은 잠시 까딱까딱 하더니 결국 한자리에 멈춰섰다.

붉은색 N 자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북쪽. 그리고 그 왼쪽이 바로 서쪽을 가리키는 W 자였다.

“오, 퍼펙트. 얼마나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왕이면 서쪽으로 가야겠지 역시 산에선 동쪽보다 서쪽이 해가 길테니까 말야.”

민준은 자신이 서있던 방향이 서쪽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시작이 좋다 생각하며 퍼펙트와 엘설런트를 연발했다. 나름 미국방송을 배려하는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푹 푹.

민준은 눈덮힌 산속을 걷고 또 걸었다.

수시로 나침반을 보며 방향을 수정하며 걷기를 한시간.

말이 한시간이지 산속을, 그것도 눈 쌓인 산속에서 길을 만들어 가며 나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대충만든 설피는 잔가지와 잎마다 눈이 엉겨 붙어 갈수록 무거워졌다. 수시로 지팡이로 털어 냈지만 엉겨붙는 눈을 계속해서 털어내는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벗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엉성한 설피라도 벗어버린다면 무릎까지 빠지는 눈에 얼마 가지도 못하고 체력이 다할것임을 누구보다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걷다가 잠시 쉬고, 또 걷다가 방향을 잡아 걷기를 얼마나 했을까 점점 시야가 밝아져가고 있음을 느낀 민준은 고개를 들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빽빽하던 나무들은 어느새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고 그의 시야가 닿는 곳에서 나무의 숲이 끝나고 있었다.

“와자! 끝이다!”

민준은 마치 이곳만 빠져 나가면 집으로 돌아가는 현관문이 나오는것 마냥 기뻐하며 뒤뚱두뚱 뛰어가기 시작했다.

팍! 팍! 팍! 팍!

뛰어가는 민준의 뒤로 마주 불어오는 바람에 눈이 휘날렸다.

다섯걸음, 네걸음, 세걸음, 두걸음. 그리고 마지막 한걸음을 내딛은 민준은 마침내 빠져나왔다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머리를 내밀었다가 고개를 돌렸다.

번쩍!

“으악!”

민준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뒤로 내던지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는 엉금엉금 기어 눈 밭을 헤치며 다시 그가 뛰어 나왔던 숲으로 들어갔다.

아마 정말로 그를 찍고 있는 카메라가 있었다면 놓치지 않았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반면 민준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방송분량이야 어쨌든 갑작스럽게 빛에 노출된, 게다가 하얗게 뒤덮인 눈에 반사된 빛에 노출된 민준은 지금 깜깜한 어둠 이었다.

스키장이나 눈덮힌 히말라야 산맥 같은 곳을 오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썬글라스를 끼고 있다. 그것이 폼으로 끼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하얀 눈에 반사된 태양빛이 너무 강해 자칫하면 눈이 멀수도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숲을 빠져 나왔다는 기쁨에 민준은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안타깝지만 민준은 그 댓가로 두 눈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깜깜한 어둠, 그 속을 헤메는 노란 빛덩이.

민준의 손으로 가려진 두 눈 옆으로 눈물이 흘렀다.

잠깐이었지만 그만큼 두 눈에 가해진 충격이 심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그가 본능적으로 재빨리 눈을 감으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는 것이고 태생적으로 비교적 작고 째진 동양인의 눈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을 가리고 있던 민준은 조금씩 조금씩 게슴츠레한 눈을 뜨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눈에서 나온 눈물 때문에 조금 흐릿했지만 눈물을 닦아내고 나자 다행스럽게도 시력을 멀지는 않았다.

민준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내용을 생각해내고 이대로 장님이 되는 것인가 걱정하고 있었기에 주변의 사물이 눈에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장님되는줄 알았네. 아놔 미국놈들 진짜 방송 리얼하게 하네. 아 진짜 몸개그 제대로 했잖아!”

민준은 그 앞에 펼쳐진 난장판이된 눈밭을 보며 말했다. 일단 시력이 회복되자 방송 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곳을 나가려면 뭔가 빛을 막아낼게 필요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C.XXX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B.C.XXX - 33화 앞으로 앞으로 (3) - +31 09.11.11 19,731 92 8쪽
32 B.C.XXX - 32화 앞으로 앞으로 (2) - +33 09.11.10 19,873 88 14쪽
31 B.C.XXX - 31화 앞으로 앞으로 (1) - +35 09.11.09 20,440 95 11쪽
30 B.C.XXX - 30화 봄봄봄 봄이 왔어요 (2) - +39 09.11.07 20,727 85 8쪽
29 B.C.XXX - 29화 봄봄봄 봄이 왔어요 (1) - +25 09.11.07 21,310 91 10쪽
28 B.C.XXX - 28화 폭설 (2) - +28 09.11.06 20,680 79 11쪽
27 B.C.XXX - 27화 폭설 (1) - +24 09.11.05 21,550 87 10쪽
26 B.C.XXX - 26화 외전 : '똑딱 휙 삐리'의 이야기 (1) +33 09.11.04 21,601 87 7쪽
25 B.C.XXX - 25화 꼬기 꼬기! (3) - +22 09.11.03 22,052 86 9쪽
24 B.C.XXX - 24화 꼬기 꼬기! (2) - +31 09.11.02 22,223 87 9쪽
23 B.C.XXX - 23화 꼬기 꼬기! (1) - +33 09.11.01 24,287 94 9쪽
22 B.C.XXX - 22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3) - +39 09.10.31 24,198 99 10쪽
21 B.C.XXX - 21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2) - +19 09.10.31 23,616 104 9쪽
20 B.C.XXX - 20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1) - +22 09.10.30 24,126 98 10쪽
19 B.C.XXX - 19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3) - +32 09.10.30 23,377 94 9쪽
18 B.C.XXX - 18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2) - +34 09.10.29 23,819 111 9쪽
17 B.C.XXX - 17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1) - +24 09.10.28 23,715 87 9쪽
16 B.C.XXX - 16화 불이 필요해 (3) - +20 09.10.27 23,503 85 9쪽
15 B.C.XXX - 15화 불이 필요해 (2) - +20 09.10.26 23,879 87 8쪽
14 B.C.XXX - 14화 불이 필요해 (1) - +24 09.10.25 24,228 91 8쪽
13 B.C.XXX - 13화 여긴 어디? (3) - +22 09.10.23 24,892 100 7쪽
12 B.C.XXX - 12화 여긴 어디? (2) - +19 09.10.22 25,392 93 8쪽
11 B.C.XXX - 11화 여긴 어디? (1) - +26 09.10.21 26,474 99 8쪽
10 B.C.XXX - 10화 미안 (3) - +22 09.10.20 26,584 105 8쪽
9 B.C.XXX - 9화 미안 (2) - +17 09.10.20 27,173 101 10쪽
8 B.C.XXX - 8화 미안 (1) - +19 09.10.19 28,096 119 8쪽
7 B.C.XXX - 7화 배고파 (3) - +30 09.10.15 29,054 114 8쪽
6 B.C.XXX - 6화 배고파 (2) - +19 09.10.15 30,993 117 10쪽
5 B.C.XXX - 5화 배고파 (1) - +46 09.10.15 33,431 113 9쪽
4 B.C.XXX - 4화 Man vs Wild (3) - +40 09.10.14 35,309 14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