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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7,016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1.06 11:35
조회
20,678
추천
79
글자
11쪽

B.C.XXX - 28화 폭설 (2) -

DUMMY

- 28화 폭설 -


다행히 민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니, 혹시 계속해서 강풍이 지속되었더라면 민준의 생각처럼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다행인것은 미친듯이 불던 강풍이 오후가 돼서는 그쳤다는 것이다. 그 뒤로는 푸근해 보이는 눈만 내렸지만 여전히 하늘은 어두웠다.

민준은 모닥불 앞에 앉아 멍하니 불길이 타오르며 빨갛게 빛을 내던 나무들이 검은 재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타닥 타닥.

가만히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굴도 붉게 물들어갔다. 민준은 열기를 피하기 위해 뒤로 돌아 앉았다. 모닥불의 단점이었다. 앞쪽은 뜨겁지만 반대편인 등은 전혀 따뜻하지 않다는것.

돌아앉은 민준은 얼었던 등과 뒤통수를 녹이며 물끄러미 어둠속을 응시했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보고자 하는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둠 그 자체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손이 시려웠다. 민준은 손을 들어 하얗게 튼 손을 바라보았다. 민준의 귀에는 마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아들, 로션 바르고가 로션. 얼굴 다 갈라진다. 다 커가지고 하얗게 일어난걸 보면 어느 아가씨가 좋다고 하겠어. 얼른 손하고 얼굴하고 로션 발르고 나가. 그리고 내일 부터는 아침에 씻거든 바로 로션 발러. 알았지?’

“엄마?”

민준은 마치 옆에 어머니가 서있는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지만 어디에서도 로션을 들고 아들을 배웅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민준은 다시 돌아앉아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었다. 하지만 온몸을 녹이는 불길에도 그의 마음은 여전히 차갑고 쓸쓸했다.

민준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늦은 밤이었다. 물론 동굴 안에서 하늘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시계가 그렇게 알려주고 있었다.

민준은 약해진 불을 옆쪽의 새로운 장작들에 넣어 새로운 모닥불을 피웠다. 그리고 이미 다 타고 재만 남은 모닥불 속에서 달궈진 돌맹이들을 굴려 그의 잠자리에 밀어 넣었다.

그렇게 민준의 하루가 또 저물어갔다.


다음날 아침, 민준은 눈이 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굴 입구로 다가가 구멍을 뚫었다. 하지만 구멍이 작아서 그러지 밖이 보이지 않자 손을 들어 눈덩이 하나를 쏙 빼내었다.

그러나 구멍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여전히 어두웠고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밤새 눈이 내렸는지 밖의 지형이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후두둑 퍽.

그때 동굴 위에 쌓여 있던 눈인지, 아니면 더 위의 나무에 쌓여있던 눈인지 모르지만 한무더기의 눈이 쏟아져 내려 세상과 통하는 주먹만한 창을 막아 버렸다.

순간 민준은 생각했다.

‘헛! 이거 동굴 안에서 산소 부족으로 죽는거 아냐?’

그랬다. 동굴 안에는 하루종일 불까지 피우고 있으니 그냥 숨쉬는 것보다 산소가 빨리 소모될것이 분명한데 어제는 그가 바람을 막으려 동굴 입구를 막고, 오늘은 눈덩이가 떨어져 완전히 동굴을 막아버렸으니 이제는 공기가 통할 구멍이 없어진 것이다.

민준은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어 위에서부터 눈을 파내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동굴 안쪽에 쌓인 눈들은 비교적 잘 파였다. 아마 모닥불의 열기가 은연중에 전해져 녹으면서 눈들끼리 뭉쳐진게 틀림 없었다. 하지만 바깥의 눈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차갑게 얼면서 부스러지기까지해 한참을 파고서야 밖과 통하는 구멍을 만들 수 있었다.

“휴, 다행이다.”

민준은 이마에서 나는 땀을 닦았다. 이마 뿐만이 아니라 등에도 땀이 흘렀다. 민준은 문득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 몸을 씻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에도 그럴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탕 뿐만이 아니었다. 갖춰지지 않은 것은 셀수도 없이 많았다. 아니, 없는것을 세는 것보다 있는 것을 세는게 더 빠를것 같았다.

또한 뭔가 필요한 것들을 살곳도, 만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필요한게 있으면 뭐든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양치도 하고 싶고, 방바닥에 지지고도 싶고, 밥도, 김치도, 돈까스도 먹고 싶은데….”

민준은 기운없이 터덜터덜 돌아와 앉았다. 지금으로선 그 어떤 것도 할수 있는게 없었다. 다만 그가 지금 당장 할수 있는 것이 몇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쌓이는 눈이 동굴입구를 막지 못하게 그때그때 치워주는것.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이제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도 이틀일 지난 것이다.

다음날도 민준의 일과는 별다른게 없었다.

멍하니 앉아서 불을 쬐다가 눈이 쌓인다 싶으면 나가서 눈을 치워주고, 다시 돌아와 불을 쬐기를 반복했다.

게다가 눈이 너무 내려서인지 더 이상 덫에 걸리는 짐승도 없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이미 미끼로 놓았던 것들도 모두 눈속에 파묻혀 있을 터였다. 또한 이렇게 눈내리는 산속을 헤멜 짐승도 있을것 같지 않았다. 여러모로 민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날씨인 것이다.


또 하루가 지났다.

삼일만에 민준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

결국 안절부절 못하던 민준은 바닥의 돌맹이 다섯 개를 모아 공기 놀이를 했다.

“백두 몫, 백일곱 몫, …이백 몫!”

혼자서 돌맹이로 공기놀이를 하다보니 이젠 고수가 다 되었다. 배가르기를 하지 않고서도 두 개씩 늘어놓을수도 있었고 꺽기 다섯 개는 기본이었다.

사흘째에는 바닥에 윷놀이판을 그리고 혼자서 일인 이역을 해가며 윷놀이를 했다. 하지만 이겨서 벌칙을 정하는 것도 자신, 또 그 벌칙을 수행하는 것도 자신이다보니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닷새째에는 혼자 브루마블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다보니 바닥을 평평하게 돌맹이를 고르고 사람이 올라설수 있을만한 커다란 브루마블판을 그렸다.

주사위도 만들었다. 적당한 나무를 잘라 컴퓨터용싸인펜으로 점을 찍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말이 되어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 안에는 세계 각지의 문화와 음식이 모두 들어 있었다. 물론 전부가 민준이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온천에 당첨되었을때에는 마치 자신이 온천에 있는 것처럼 칸 안에 누워 온천욕을 하는 시늉을 했다. 또한 카지노에서 돈을 쓸어 모았을 때에는 돌맹이들을 한가득 손에 쥐고 마치 부자인것마냥 좋아라했다.

그렇게 세계를 여행하고나서 도착한 곳은 바로 그의 집 이었다. 가족들이 반겨주는 집.

민준은 혼자서 옆에 가족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잠이 들었다.

엿세째날. 전날 그토록 재미있게 했던 브루마블 판을 모두 갈아 엎은 민준은 아침도 먹지 않고 그대로 모닥불 옆에 웅크리고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도 먹지 않았다. 그가 한일이라곤 오직 모닥불 옆에 누워 장작을 던져 넣은게 전부였다.

일곱째날. 무슨일이 있었는지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일어난 민준은 동굴 입구로 걸어가 얼굴 앞에 쌓인 눈을 파냈다.

푹. 푹.

전날부터 굶어 기운이 없을만도 한데도 쉬지 않고 눈을 파냈다. 팔이 닫지 않으면 막대기로 긁고 허물어트렸다.

마침내 민준의 얼굴 앞으로 둥그런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동굴 밖에는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고 있었다.


동굴 입구는 원래 민준이 드나들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었다. 물론 그 외에 나머지 부분은 장작을 쌓아 막아 놓았지만 말이다.

그랬던 것을 갑작스런 강풍과 폭설 때문에 막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눈은 멈췄다.

민준은 다시 통로를 뚫기 시작했다. 그가 막은 입구도 허물고 그 위로 쌓인 눈들도 걷어냈다.

손이 시려우면 불을 쬐며 손을 녹였고, 나무 막대로 얼은 눈을 부셔 허물었다.

조금씩 조금씩 눈을 퍼내자 옆에 쌓아둔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조금만 더 파내면 밖으로 나갈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끝이 없었다. 파내고 파내도 그의 어깨까지 쌓인 눈은 그 끝을 보이지 않았다. 옆을 보니 분명 쌓아둔 장작들보다 한발은 더 앞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뒤쪽의 동굴을 제외한 좌, 우 그리고 정면은 온통 눈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상한 마음에 장작위의 눈들도 치우고는 그 위로 올라갔다. 동굴 천장 때문에 바로 설수는 없었지만 그냥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는 밖을 훨씬 더 잘 볼수 있었다.

밖은 온통 눈밭 이었다. 아니 밭 이라는 표현은 뭔가 이상했다. 마치 그가 땅 밑으로 파고 들은것 처럼 눈은 높게 쌓여 있었다. 얼마나 많이 쌓여 있었느냐 하면 그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민준이 파내도 파내도 밖으로 나갈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니 밖으로는 이미 나가 있었다. 다만 민준이 그것을 알수 없었던것 뿐이었다.

눈은 멈췄지만 아직 밖으로 나갈수 없게 되었다.


민준은 시간을 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밖에 쌓인 눈인 자신의 어깨만큼이니 그가 어쩔수 있는 도를 넘어섰다. 민준이 동굴 앞에 눈을 치운다 하더라도 그 치운눈을 버릴곳도 없을뿐더러 주변에 버린다해도 그곳또한 그가 치워야 할곳. 끝나지 않을 노동일 뿐이었다. 물론 그동안 심심함에 사무쳤던 민준이라 할지라도 무의미한 노동을 할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일주일이 지날 무렵에는 눈이 많이 녹아 그의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다시 일주이이 지났을 때에는 그늘진 장소를 제외하고는 눈이 모두 녹아서 질척질척해져 있었다.

민준은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며 삼주만에 동굴 밖으로 나올수 있었다.

졸졸졸졸.

민준은 물소리에 놀라 계곡으로 뛰어갔다. 진흙이 튀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종아리에 흙이 튀지 않게 보도블럭위로 다니거나 조심스럽게 걸었을 테지만 이곳엔 볼사람도 없으니 거칠것도 없었다.

계곡 물은 잔뜩 불어 있었다. 그리고 맑고 투명한 물 속으로 아직 채 녹지 않은 얼음이 보였다. 저얼음은 분명 원래 얼어 있던 계곡의 얼음이 틀림 없었다. 그랬던 것이 어깨까지 쌓였던 눈들이 녹으며 불어난 물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민준은 이곳에 온 뒤로 처음으로 녹색 새싹을 발견했다. 돌틈 사이로 삐죽이 머리를 내민 그것은 분명 새싹이 틀림 없었다.

드디어 이곳에도 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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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전 사실 텔레비전을 잘 안봅니다. 영화쪽도 그렇고요. 책은 나름 읽으면서도 상상을 하고 그런게 있는데 영상으로 이뤄지는것들은 뭔가 일방통행이랄까...모든 사람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장면이 주입되는 듯한. 그런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보는게 생겼습니다. 하나는 지붕뚫고 하이킥, 또 하나는 미남이시네요.

어허허미ㅓ다ㅓ리맏. 미남이시네요는 수목 드라마입니다. 어제 목요일이었으니 다음화까지 아직도 6일은 남은 겁니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요 ㅜㅜ

나쁜 유헤이...때려주고 싶네요 ㅋ 미남이 괴롭히지마! ㅋ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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