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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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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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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0.3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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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B.C.XXX - 22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3) -

DUMMY

- 22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


진실은 이랬다.

추운 겨울.

언제부턴가 지독한 독감이 일대를 휩쓸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과 식량을 미리 비축해 놓은 동물들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지만, 파묻어 두었던 먹이를 모두 꺼내먹은 일부 짐승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감기에 걸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몸을 이끌고 눈속을 헤메었던 것이다.

그러던중 한 마리가 어떤 냄새를 맡았다. 분명 두발로 다니는 동물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맡았던 냄새였다.

짐승은 혹시 먹을게 있을까 싶어 냄새를 쫓아 민준이 사는 동굴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냄새와 온기가 나는 곳을 발견하였다. 그곳이 바로 그 짐승이 떨어진 구멍이었다.

원래 동굴 끝 천장에는 구멍이 있었다. 그런데 눈이 많이 오면서 그 눈에 의해 천장이 막힌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런것을 모르고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코를 씰룩이던 짐승은 그만 눈속에 발이 빠지면서 동굴속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동굴의 높이도 높이였지만 지독한 독감과 허기로 몸상태가 좋지 못했던 짐승은 제대로 착지를 못하고 머리부터 떨어져 목이 꺽이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먹이를 찾아 눈속을 헤메던 짐승은 단 한번의 실수로 인해 민준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야 말았다.


“이야, 큰데?”

이젠 완전히 안심한 민준이 손을 뻗어 다리를 잡고 들썩 거려보며 말했다.

민준의 말대로 짐승은 오래 굶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잡아 4~50kg은 나가 보였다. 사실 민준으로선 정확히 무게를 잴 방법은 없었지만 덩치가 자신보다 2/5쯤 작아 보였기 때문에 그정도 무게라 추측한 것이었다.

민준은 새벽부터 자신을 놀래킨 이 늑대처럼 생긴 짐승이 괴씸하긴 했지만 이처럼 제발로 찾아와 부족한 양식에 보탬이 되어 주었으니 맛있게 먹어주기로 결심했다.

늦었지만 먹다 남은 뱀고기를 마저 먹어치운 민준은 앞으로 늑대라 부르기로 한 이 짐승을 끌고 동굴 밖으로 나가 해체 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음…, 이런 녀석이 여기까지 온것을 보면 이놈 외에도 이 근처에 사는 녀석이 있을거란 말야? 게다가 지금은 추운 겨울이니 먹을것도 없겠고, 밖에서 피냄새를 풍기면 그 냄새를 맡고 찾아온 녀석이 날 위험하게 할수도 있단 말이지. 흠….”

민준은 잠시 늑대가 떨어져 죽은 자리와 동굴 밖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마음을 굳힌듯 늑대를 그 자리에 내려 놓고 허리춤에 걸은 멀티툴을 꺼내 들었다.

찰칵.

민준이 꺼낸 칼은 멀티툴에 있는 나이프중 후크 나이프 라고 하는 것이었다. 후크 나이프는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피터팬에 나오는 후크선장의 갈고리와 같이 생긴 나이프였다. 일반적인 나이프와 다르게 갈고리 처럼 휘어진 안쪽에 칼날이 달려 있었는데, 원래 용도는 안전벨트나 로프등을 자르기 쉽게 고안된 디자인 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민준에 의해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되었다.

후크 나이프를 꺼낸 민준은 약간 떨리는 손으로 늑대의 목 아랫부분에 가져다 대었다.

이때 민준의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사실 몇차례에 걸쳐 뱀의 목을 자르고 가죽을 벗겨내 뱃속을 긁어 꼬치에 꿰어 구워먹었다고는 하지만 뱀은 기껏해야 굵기도 손목보다 얇았고 길이도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늑대는 달랐다. 무게에서도 알수 있듯이 덩치가 거의 민준에 육박했던 것이다.

민준은 몇 번이고 나이프를 댔다 떼었다를 반복했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중 마침내 결심을 내린듯 민준이 두 눈을 꾹 감고는 힘주어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폭!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역시 처음은 어려운법. 나이프를 밀어 넣어야겠다는 생각과 거부감 사이에 왔다갔다 하던 힘의 균형이 마침내 깨지면서 늑대의 가죽을 살짝 뚫고 들어서고야 말았다.

민준은 순간 손을 멈췄다. 나이프가 가죽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더 이상 힘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는 하지만 닭한마리 목 비틀어 본적 없는, 기껐해야 삼겹살이나 가위로 자르고 뱀 목이나 따본 민준에겐 선뜻 할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후우, 후우. 그래, 앞으로는 내가 직접 사냥을 하고 뼈와 살, 가죽을 분리해야 살아남을수 있을텐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한번에 끝내자. 차라리 처음부터 살아있는 짐승하고 맞붙는거보다야 좋은거 아냐?”

다시 마음을 단단하게 먹은 민준은 뚫린 구멍에 후크 나이프를 걸고 단숨에 배끝까지 잡아 당겼다.

주아아악!

“우웁…?”

자신이 배를 가르고도 쏟아질 내장을 생각하며 막연히 구역질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던 민준은 가죽만 갈라지고 붉으스름한 뱃살이 모습을 드러내자 헛구역질을 멈췄다.

내장이 쏟아지지 않는 뱃살은 그동안 보았던 생고기 이상의 감흥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뱃살이 생각보다 두껍네. 이정도로는 가죽뿐이 못 자르는구나….”

민준은 후크 나이프를 들어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후크 나이프는 절묘하게 뱃살의 핏줄을 가르지 않고 가죽만 잘라냈던 것이다.

“아씨, 그럼 다시 배를 갈라야 하잖아. 모처럼 크게 마음 먹었던 건데 이렇게 되면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하잖아!”

그랬다. 원래는 피와 내장이 쏟아질 것까지 감안해서 마음을 잡은 거였는데 이렇게 가죽만 잘리고 나니 다시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음, 이렇게 된거 차라리 가죽을 먼저 벗겨내 볼까? 그냥 버리는 것보다 가죽을 모으면 어딘가에 쓸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야.”

이왕 이렇게 된거 잘되었다. 피범벅이된 가죽을 벗기는 것보다는 이상태로 조심스럽게 가죽을 벗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때부터 민준의 생애 첫 가죽 벗기기가 시작되었다.

먼저 후크 나이프를 눈으로 닦고 가죽에 문질러 살짝 묻은 핏기를 없앤 뒤 집어 넣고 일반적인 나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처음 나이프를 찔러 넣었던 부분부터 왼손으론 가죽을 잡아 당기고 오른손에 들은 나이프로는 가죽과 살을 살살 발라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방법도 모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이었다.

“21세기 만세, 정보화 시대 만세다.”

민준은 유용한 정보들을 무한정 제공하던 인터넷과 대중매체에 만세를 부르며 열심히 가죽을 벗겨 내었다.

나이프는 예리하고 기술은 없어 몇 번이고 살점이 떨어지거나 가죽에 구멍이 나는 일이 있었지만 처음 치고는 제법 살하는 일이라 자위하며 배와 다리, 등 그리고 꼬리까지 가죽을 벗겨냈다.

그런데 문제는 머리였다.

가죽을 벗겨내고 나니 목에서부터 꼬리까지는 살과 가죽을 분리했는데 머리만 멀쩡히 붙어있는 기괴한 형상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가죽도 벗겨낼라고 보니 이게 굴곡도 심하고,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얼굴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야생에 던져진 민준이라 할지라도 죽은 늑대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죽을 벗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오늘이 그에겐 처음이지 않던가.

“거 참, 사람 어렵게 만드네. 이걸 잘러 말어.”

민준은 나이프를 들고 늑대의 목이 이리저리 대어보며 가늠했다.

“이렇게? 아니 요렇게? 에라 모르겠다.”

푹! 부우욱!

민준은 늑대의 머리를 땅에 눌른 상태로 왼손으론 머리를 잡고 오른손으론 목을 깊게 찔러 넣은뒤 밑으로 내리 눌렀다.

그러자 날카로운 칼날에 단번에 목이 따이면서 목에 고여있던 핏덩이들과 핏물이 한데 어우러져 쏟아져 내렸다.

“우엑! 오우에에엑!”

핏덩이를 토해낸것은 늑대인데 뱃속에 들은 내장까지 쏟아낼듯 구토를 하는 이는 민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민준은 목을 자르면서 이런 반응이 있을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배를 가르면 집에서 어머니께서 생선을 다듬을때처럼 내장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목에서도 젤리처럼 검붉게 말랑말랑 굳은 선지가 쏟아질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민준은 태어나서 이정도로 대량의 피를 본적이 없었다. 어렸을적 맹장이 터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에도 마취상태였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을때에는 말끔한 모습이었고 대한민국에서 그 흔하다는 교통사고 또한 한번도 목격해보지 못했다.

물론 대학교 시절 몇 번 먹으러 가봤던 선지국밥집에서도 국밥속에 들은 선지덩어리를 본적이 있지만 그것은 이미 푹 익어 숟가락으로 떠보면 녹색빛이 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무방비 상태로 검붉고 굳다 말은 젤리같은 선지가 그의 손길을 따라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민준은 그렇게 한참을 속에 들은 것들을 게워내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크읍, 퉷. 어우 씨, 입안이 다 떫네. 후우 후우. 그래, 이정도야 앞으로 수도 없이 볼텐데 뭐. 내 목에서 쏟아지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민준은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거 하늘나라에서 선녀님들이 아주 좋은걸 내려주셨네요 참. 자알 먹겠습니다 선녀님. 아주 한바탕 토했더니 배고파 죽겠네.”

민준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덜렁 거리는 목에 칼을 들이댔다.

“오욱,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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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런저런 기념을 챙기는걸 좋아해서;; 어젯밤은 첫 추천 기념이었고 이건 선작 200돌파 기념입니다.

그리고 추천 강화해주신 나무방패님,바람과노래님, 오타의제왕님, 월충전설님, 흑매화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을 다신 잠비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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