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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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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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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1.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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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46
추천
87
글자
10쪽

B.C.XXX - 27화 폭설 (1) -

DUMMY

- 27화 폭설 -


가죽으로 장갑을 만들어 시려운 손을 보호하려던 민준의 계획은 빗나갔다.

별다른 가공처리 없이 말리던 가죽은 바로 옆에서 타오르던 모닥불의 열기 때문에 썩어서 도저히 뭔가 만들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민준 자신의 소변이든 아니면 다른 짐승의 소변이든지간에 그걸로 가죽을 어떻게할 방도도 없었다. 왜냐하면 뭔가 통이라든가 이런게 있어야 소변을 모아 그 안에 가죽을 넣고 비비든 밟든지간에 할텐데 물 끓일 주전자도 없는 상황에서 그럴 통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벗겨낸 가죽들인데 그냥 버릴수도 없고, 또 혹시라도 짐승이 가죽냄새를 쫓아 덫에 걸리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분간은 그냥 그대로 벽과 쌓아둔 장작에 걸어두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근 한달 가까이를 구운 고기만 먹고 지내고 있다는걸 깨달은 민준은 뭔가 다른 것을 먹고 싶어졌다.

“하다못해 물이라도 끓여먹고 싶은데 말이지. 맨날 간도 안한 생고기만 구워 먹다보니 입안, 목구멍까지 모두 니글거리는 느낌이란 말야. 정말 이럴때 얼큰한 국물이라도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

민준은 방금 먹은 늑대 고기가 마치 목구멍에 걸리기라도 한것처럼 목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이고, 아이고 으하하함. 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맨날 먹고나면 졸리네. 역시 고기가 탄수화물보다는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그런거겠지?”

요란한 기지개와 하품을 하며 벌러덩 뒤로 드러누운 민준은 기름이 묻은 손으로 배를 등을 긁으려 이리저리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북북.

잠시 그렇게 등을 긁던 민준은 손톱에 끼인 때를 다른 손톱으로 빼내고는 이번엔 동굴 바닥을 긁기 시작했다.

혹시 동굴도 가려울거라 생각한 것일까?

“이 흙으론 냄비같은건 못만들겠지?”

다행이 아닌듯 했다.

민준은 그렇게 누운 자세로 땅을 파 흙을 한줌 쥐었다.

부스스스.

민준이 흙을 쥔 손을 비비자 손가락 사이로 흙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역시 입자가 너무 굵어. 이런걸로 만들었다간 채 마르기도 전에 다 갈라져 부서져 버리고 말거야.”

그렇게 한참동안 흙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하던 민준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민준이 향한 곳은 그가 나무를 베었던 곳. 그곳에서 민준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물론 맨손은 아니었다. 두손이 자유로운 인간이 어찌 맨손으로 땅을 파랴. 당연히 넓적한 돌을 하용해 땅을 판 것이다.

눈은 그동안 제법 녹아 있었다. 게다가 나무를 하느라 민준이 사방팔방 밟고 다녔던 터라 이미 군데군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곳도 많았다. 덕분에 민준의 작업은 쉬웠다. 게다가 날씨도 어느정도 풀린 상태라 얼었던 땅도 조금 풀려 있었다.

팍! 팍! 팍! 팍!

민준은 열심히 땅을 팠다.

눈을 걷어내고 그 밑에 쌓여있던 썩은 낙옆들도 걷어냈다. 그리고 입자가 굵은 겉흙을 파내려가고서야 나무뿌리에 엉켜있는 고운 흙을 발견할수 있었다.

민준은 그 흙을 가지고 동굴로 돌아왔다. 그는 결코 동굴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혹시 어떤 짐승이 자신의 등을 노리고 덤빌수도 있다는걸 잊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몇 번을 왕복하며 흙을 퍼온 민준은 눈을 조금씩 흙과 섞어가며 반죽을 시작했다. 반죽을 하면서 손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면 가차없이 골라 버렸다. 작은 알갱이 하나가 그의 작업을 망칠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반죽을 했을까. 민준이 퍼온 흙은 어느새 동글동글 말려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군데군데 반짝이는 흙도 섞여 있었다.

민준은 흙이 굳기 전에 흙덩이를 떼어 내어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지작 만지작. 오물조물.

한참을 그렇게 모닥불빛에 의지해 만든것은 바로 작은 종지와 컵, 밥그릇같은 그릇 세가지였다. 충분히 퍼왔다고 생각했던 흙이 반죽해서 형태를 만들고 나자 의외로 많이 들어갔던 것이다.

그래도 민준은 만족했다. 어차피 이것은 시험삼아 만든 것이고 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성공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이건 소꿉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민준에겐 색다른 경험이었고 즐거운 일 이었다. 매일 똑같은, 그리고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는 민준에겐 뭔가 일상을 탈피할만한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름 신경을 쓴 민준은 작은 토기들을 그가 불을 피우고 생활하는 곳에서 반대쪽 벽 아래에 늘어 놓았다. 반쯤 장난으로 만든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나름 바람도 통하고(동굴 안은 모두 바람이 잘 통한다.) 그늘이 서늘한곳(동굴 안은 모두 그늘이고 불을 피운곳을 제외한 모두가 서늘하다 못해 춥다.)곳에 말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고 민준의 단순하게 굳어 있던 머리를 풀어 그날부터 그의 식사는 돌판에 구운고기로 바뀌게 되었다.


그 뒤로 민준은 아침에 일어나 하는 일에 한가지 일이 추가 되었다. 바로 토기가 말랐는지 안말랐는지 살짝 만져보는 것이었다.

그날도 아침에 일어난 민준은 하룻사이에 얼마나 더 말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민준은 다른날보다 유난히 추운것을 느꼈다. 하지만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날씨라는 것은 언제든 변할수 있고 어차피 지금은 겨울이니 추워지는게 이상한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볼일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던 민준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닳았다. 분명 시간은 아침인데 밖은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고 몰아치는 강풍과 눈보라 때문에 눈을 뜰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휘이이이이잉, 이이이이이잉.

마치 귀신이 나올것만 같은 하늘이었다.

털썩.

“으어어. 이게 무슨 눈보라냐.”

민준은 밀려나듯 눈바람에 밀려 동굴 안쪽으로 들어왔다. 표현만이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동굴로 부는 바람이 민준을 밀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지만 눈보라에 노출되었던 민준은 갑작스레 떨어진 체온을 올리기 위해 모닥불을 더욱 지폈다.

탁, 타닥.

바람은 거셌다. 게다가 점점 더 거세졌다.

어쩔수 없이 동굴 한쪽에 구멍을 파고 볼일을 본 민준이 모닥불로 돌아왔을 때에는 동굴 입구의 쌓아놓은 장작들 사이를 뚫고 들어온 바람이 모닥불을 꺼트리려 하고 있었다.

“으으으.”

민준은 바람을 막기 위해 동굴 입구로 향했다.

펄럭펄럭.

강력한 바람 때문에 그의 옷과 머리카락이 미친듯이 휘날렸다. 뒤집어쓴 후드는 계속해서 벗겨졌고 겉옷 밑으론 바람이 한가득 들어와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민준은 멈출수 없었다. 이대로 두면 모닥불이 꺼질 것이고, 이 강렬한 바람 속에서는 다시 불을 붙일수 없게 생겼던 것이다.

동굴 밖으로 나온 민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을 여는순간 눈이 한가득 쏟아져 들어왔던 것이다. 눈도 뜨지 못했다. 한껏 찡그려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간신히 주변 광경을 식별할수 있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민준이 가진 톱으로 베는데만 며칠이 걸릴것 같은 굵은 나무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처럼 휘청휘청 거렸고 작은 돌들은 바람 때문에 들썩이고 있었다.. 게다가 분명 흙이 보일정도로 녹아 있던 눈들은 어느새 그리 쌓였는지 벌써 발목을 넘기고 있었다.

민준이 바람을 막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오직 눈을 뭉쳐 나무와 동굴 틈새를 막는것, 바로 그것이었다.

민준은 장작을 밟고 올라섰다. 다행히 아랫부분을 말뚝으로 고정시켰기에 민준이 올라서고서도 장작들이 미끄러져 무너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민준의 두 손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바람 때문에 모자가 벗겨지자 추위를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후드를 뒤집어 써야했고, 나뭇단 위에 올라서자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장작 위에 엎드려 나무를 붙잡아야 했다. 게다가 동굴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선 눈을 꾹꾹 채워 틈을 막아야 했다.

손이 여러개라도 부족할 상황.

하지만 민준은 어떻게든 동굴 입구의 틈들을 막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민준의 마음은 놓이지 않았다.

지금은 어떻게 눈으로 막아 놓았다고는 하지만 밖에서 불고 있는 강풍은 굵은 나무들도 휘청이게 만드는 엄청난 강풍! 눈처럼 가벼운 것으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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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음.. 가끔 말이죠(종종 일수도 있지만) 쓰면서도 내가 뭐라고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뭐 평소에도 아주 잘쓰는건 아니지만 특히 더 그럴때가 있다는 겁니다.

맘 같아서는 싹 밀어버리고 다시 쓰고 싶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일단 한번 쓰고 난 부분은 컨디션이 회복되고 다시 써보려 해도 전에 쓴거랑 비슷해지고 맙니다.

아마 읽으시면서도 이상하다 싶은 날이 있으셨을 겁니다. 이거나 엘른도전기나 둘다 말이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고도 싶지만 이야기 진행상...ㅜㅜ

그래서 결론은,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감사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 그리고 정연 신청했는데 갑자기 서버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처리가 안됐습니다 ㅜㅜ 빨리 게시판 얻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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