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XXX - 7화 배고파 (3) -
- 7화 배고파 -
꾹 꾹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하며 민준이 하는 모양을 보니 두손 가득 눈을 짚어든 그는 눈을 꾹꾹 눌러 뭉쳐 눈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개가 아니라 지금까지 만든것만 해도 수십개는 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민준은 여전히 눈을 뭉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이럴줄 알았으면 장갑좀 끼고 다닐걸.”
민준은 맨손으로 눈을 뭉치며 차가운 손에 연신 입김을 불었다. 그러면서 평소에 장갑과 목도리를 챙겨 주시던 어머니와 됐다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집을 나서던 자신의 모습을 후회했다.
꾹 꾹
하지만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할수 없는 노릇, 그저 열심히 눈을 뭉칠 뿐이었다.
눈을 뭉치던 민준이 다시금 시계를 보자 벌써 9시가 넘어 있었다. 잠깐 졸고 일어났을 때까 8시가 못되어서 였는데 벌써 한시간이 흐른것이다.
“미치겠네. 추워 죽겠는데 이렇게 조그만 눈뭉치로 언제 이글루를 만들어!”
그랬다. 민준은 지금 이글루를 만들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스키모들이 예전에 살았다던 이글루. 일본의 겨울에 마당에 만들었다던 카마쿠라.
민준은 눈뭉치로 돔 형식의 이글루를 만들어 거기서 밤을 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민준도 알고 있었다. 이런식으로 눈을 뭉쳐서는 어렵다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나온 이글루는 벽돌 모양으로 만들어 쌓아 올렸다는 것을. 하지만 여기엔 벽돌모양의 틀도, 눈을 퍼넣을 삽도 없었다. 가진것은 피로에 절은 두 손이 전부였던 것이다.
꾹 꾹 푸스스
시간이 갈수록 눈이 안뭉치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날 밤이 깊자 낮에 태양빛을 받아 부드럽게 녹아있던 눈들이 꽝꽝 얼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허허벌판위 바람이 불어오자 귀와 볼이 떨어져 나갈것처럼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어딜 가기도 전에 이곳에서 얼어죽게 생겼던 것이다.
꾹 꾹 푸스스.
아무리 힘을 주어 눈을 뭉치려 해도 얼기 시작한 눈은 뭉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 틈 사이로 가루가 되어 흘러 내릴 뿐이었다.
휘이이잉.
점점 바람이 거세져갔다.
민준은 눈물이 날것 같았다.
춥고 배고프고, 체온이 떨어지자 잠도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으악! 으악! 춥고 배고프다고! 내가 거지야, 응? 내가 거지냐고!”
민준은 억지로라도 체온을 올리기 위해 벌떡 일어나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와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겨울의 바람소리 뿐이었다.
“악!”
민준은 발악하며 쌓여있던 눈을 발로 걷어찼다.
팍!
그리고 그순간 민준의 눈이 자신이 걷어찬 눈에 쏠렸다.
발에 채인 모습 그대로 허물어지지 않은 눈.
“아….”
민준은 재빨리 옆에 치워 두었던 막대기를 들어 눈밭에 금을 그었다. 그리고 힘주어 눌러 그어놓은 금을 따라 눈을 갈랐다.
“하, 하, 하, 하.”
지금까지의 수고가 허탈한 순간이었다. 차가운 바람에 얼어붙은 눈이 잘라낸 모양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민준의 표정이 한결 환해졌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일정한 크기로 잘라낸 자연눈벽돌을 마구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얼지 않고 부스러지는 눈은 퍼내고 발로 밟아 평평하게 만들었다. 이글루를 만들 지면을 다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커다란 벽돌 모양으로 쌓아놓은 눈벽돌은 더욱 단단하게 얼어 있었다.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민준은 눈벽돌을 가져와 둥글게 쌓기 시작했다. 이게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천장이 둥근 돔 모양으로 만들려면 아래에서부터 둥글게 쌓아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 민준은 하나하나 눈벽돌을 붙들고 빈틈에 눈을 채워 얼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물이 있었더라면 더 쉽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바로 옆에 강이 있어도 얼음을 깨질 못하니 그림의 떡이였다.
어찌되었든 민준으로선 이걸 완성하지 못하면 다음날 일어나지 못할 상황이었다. 힘들고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 둘 그리고 또 하나.
포기하지 않고 눈벽돌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민준은 마지막 천정 중앙의 벽돌에서 손을 떼었다.
11시 06분
민준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이글루를 완성하고 나니 말할기운도 없는 민준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작업이 하나 있었다.
“끄응.”
민준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부여잡고 밖과 이어지는 입구에 다가갔다. 그리고 눈벽돌을 옮겨 입구를 막고 먼저 만들어 놓았던 눈뭉치들로 틈새를 막았다. 이제 차가운 바람은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민준은 그대로 뒤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 시각 노랗고 검은 털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짐승은 민준의 흔적을 따라 어슬렁 어슬렁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결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짐승은 생각했다.
‘두발먹이들은 무리를 지어서 살지. 저녀석을 따라가면 한동안 먹을수 있는 먹이를 찾을수 있을거야. 잘하면 눈이 녹을때까지 먹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몰라. 배가 고프면 하나씩, 하나씩.’
짐승은 풍족한 겨울을 날 생각을 하며 민준의 뒤를 쫓았다. 그러면서 좀처럼 빨리 뛰질 못하는 먹이를 욕하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픽! 픽!
민준의 뒤를 따르던 짐승은 자꾸 코끗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이상하게 평소보다 추운듯 싶었다. 짐승은 이런 현상을 알고 있었다. 비록 누구보다 두껍고 질긴 가죽과 털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짐승이었지만 추운 겨울이면 한번쯤 이런 날이 찾아오곤 했다.
주룩
짐승은 앞발을 들어 코끝을 훔쳤다. 그리곤 깨끗이 혀로 핥고는 다시 코를 문질렀다.
‘그냥 지금 잡아먹고 동굴로 돌아갈까?’
만약 그랬다면 민준은 죽은 목숨일 터였다.
‘아냐,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저놈을 쫓아 하루 이틀만 더 가면 충분히 먹고 쉴수 있을거야.’
짐승은 알고 있었다. 저 작고 두발로 다니는 먹이들은 무리에서 멀리 떠나지 않음을. 그리고 으슬으슬한 이 추위도 배불리 먹고 나면 금세 가실거란 것을.
하지만 스스로를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이 짐승은 한가지 알지 못하는게 있었다. 바로 그가 걸린 감기가 작년에 걸렸던 감기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짐승은 이 감기가 며칠있으면 저절로 나아질 것이고 그 후에 자신은 좀더 튼튼해질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 짐승은 눈을 뭉개고 엎드리며 두발먹이가 하는 꼴을 살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짐승은 몸의 이상을 느낄 사이도 없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먹이의 뒤를 따라 뛰어야 했다.
이상했다. 어제는 그렇게 느린 속도로 움직이던 두발먹이가 하룻밤을 자고 나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짐승은 다시한번 자신의 영리한 머리로 생각했다.
두발먹이는 얼어붙은 강 위를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네발로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차! 저것이 네발이 빠르다는 것을 알아챘구나! 그래, 네가 내 다음으로 영리하다는걸 인정해 주마. 하지만 너도 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을 피할수 없을걸?’
짐승은 자신도 두 번째로 영리한 두발먹이, 아니 이젠 네발먹이가 하는 요량을 따라 얼어붙은 강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미끄덩!
짐승은 얼어붙은 강 위에 올라섰던 대가로 이리저리 허우적 거리다가 단단한 얼음 위에 턱을 부딪혀야 했다.
“캥!”
그 뒤로도 짐승은 미끄러운 빙판 위를 허우적 거리며 몇 번이나 고꾸라진 뒤에야 간신히 밖으로 빠져 나올수 있었다.
“끄러렁!”
‘두고 보자, 널 제일 먼저 먹어주마!’
그렇게 짐승은 민준을 쫓아 빠른 속도로 설원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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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이제 7화를 올렸으니 카테고리를 얻기위해 신청을 하러 가야겠습니다. 그럼 금요일인 내일 카테고리가 생기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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