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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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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1.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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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B.C.XXX - 31화 앞으로 앞으로 (1) -

DUMMY

- 31화 앞으로 앞으로. -


민준은 드디어 세상밖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이것은 마치 작고 어린 새가 알을 깨고 나온 것과 같았다. 캄캄한 동굴 안에서 날이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던 민준, 그리고 부화할 날을 기다리던 어린새. 둘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자신을 보호해주던 튼튼한 방패를 깨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이제 둘 앞에 다가올 시련을 견뎌내는고 어른이 되는 것은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양손에 창을 하나씩 든 민준은 창을 지팡이 삼아 계곡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나머지 하나는 그가 항상 깔고 자던 가죽에 둘둘 말아 마치 배낭에 침낭을 엮듯 가방덮개에 단단히 고정시켜 흔들림에 쉽사리 빠지지 않도록 했다.

계곡을 내려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눈이 녹으며 차올랐던 물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빈 자리에는 크고 작은 돌들로 가득했다. 민준은 그 길로 거칠것 없이, 발목이 접질러지는 것을 조심하며 내려오면 됐다.

물론 혹시 있을지 모를 짐승의 습격도 방심하지 않았다. 두 창에 기대 내리막길을 뛰듯이 내려오면서도 귀로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경계했고 밝은 두 눈으론 무엇이든 움직이는 것들을 체크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민준이 계곡을 벗어나 대지위에 발을 내딛을 때까지 그 어떤 짐승의 습격도 없었다. 사실 민준이 머물던 동굴이 있는 계곡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았기에 내려오는 시간도 짧았고, 그럼으로해서 무엇인가가 민준을 포착하고 공격할 시간도 부족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어쨌든 산을 내려온 민준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강을 향해 걸었다. 그가 어디에 정착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어디를 가든 물은 꼭 필요한 존재였고, 허허벌판에서 물을 찾기 보다는 역시 강을 따라 내려가면 어디론가 이어지는 작은 강줄기나 개울을 찾을수도 있고 또 어쩌면 바다에 닿을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민준으로서는 일단 바다를 찾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곳이 대륙 한가운데처럼 바다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수도 있었기에 가을이 되기 전에 바다를 찾지 못한다면 적당한 곳에서 겨울을 날 준비를 하기로 결정했다.

왜 그가 바다를 찾는 것을 최우선이라고 정했는가 하면 바로 인간 그리고 모든 동물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염분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민준은 겨울을 나면서 약간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분명 염분이 없으면 사람은 죽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는 겨우내 소금이라곤 구경은 커녕 냄새도 못맡아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민준의 걱정은 기우라고 할수 있었다. 실제로 소금을 찾는 동물은 초식동물뿐이고 육식동물은 그다지 소금을 찾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식동물들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로서는 그들의 피와 살을 먹으면서 그안에 들은 염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민준 또한 그동안 소금을 따로 섭취하진 못했지만 육식을 하면서 필요한 염분을 섭취하고 있었다. 물론 그 또한 평범한 한국인답게 평소에 조금 짭짤한 음식을 즐겼기에 스스로는 전혀 그런 맛을 못 느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민준으로서는 이개월이 넘도록 소금 비슷한것도 구경하지 못한 자신이 불안해지는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야기가 어찌 되었던 간에 먼저 강에 도착하는 것을 제일 목표로 삼은 민준은 풀밭을 걸어 강으로 향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시로 좌우전후를 살펴 다른 짐승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삭. 삭. 삭. 삭.

민준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파릇파릇한 풀들이 스치기도 하고 밟히기도 하면서 시원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자세히 바라보니 이름모르는 풀벌레들도 풀잎을 밟고 껑충껑충 뛰어 다니고 있었다.

민준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아니 민준이 아니라 그 어떤 이가 이곳에 있었더라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발 밑에는 보도블럭대신 푹신한 풀밭이 펼쳐져 있었고 공기는 맑고 깨끗하며 시원했고 귀로는 시끄러운 자동차소리, 음악소리 대신 봄을 맞이하여 짝을 찾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했다. 또한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에 멀지 않아 그 어떤 물보다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강물이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기분이 좋다 보니 민준의 발걸음은 저절로 가벼워졌다. 두 손에 잡은 창을 지지대 삼아 겅충겅충 걷기도 하고 모듬발로 뛰기도 하였다. 입에선 절로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점점 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민준은 속으로 숫자를 셌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땡, 도착!”

민준이 드디어 첫 번째 목표로 삼은 강에 도착하였다.

콸콸콸콸.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마 저 산과 들에서 녹은 얼음과 눈들이 모두 이 강물로 흘러 들어온것 같았다.

“좋구나! 물도 깨끗하고, 와하! 물고기도 보이네? 그런데 좀…크네? 원래 민물고기들이 이렇게 컸던가? 내 팔길이 만하네, 헐.”

민준이 강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보며 놀라워했다.

물고기는 분명 민준의 말대로 그의 어깨부터 손끝까지의 길이 만큼이나 커다랬다. 물론 길이만 그렇게 긴것이 아니라 굵기도 두꺼웠다.

“내가 낚시를 다닌건 아니지만 그래도 텔레비전으로 본게 어딘데…. 하긴 지금은 원시 시대니 저런 물고기가 있을수도 있지 않겠어? 뭐 어쨌든 저거 한 마리만 잡아도 며칠은 굶을 걱정은 없겠다. 그나마 다행이네 흐흐.”

좋은게 좋은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한 민준은 잠시 강가에 주저 앉았다.

“원래 군대에서도 행군 할때는 50분씩 걷고 10분씩 쉬는 거라고. 신발도 벗어서 발도 풀어주고 싶지만 쩝, 뭐가 나올지 모르니 조심은 해야지.”

민준은 평화로운 가운데 에서도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기가 죽으면 다시 부활하는 게임속도 아니고, 위험할 때 누군가가 나타나 도와주는 몰래카메라 같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10분 참 짧네. 얼마 쉬지도 않은것 같은데 벌써 10분이 지났네. 좀더 쉬고 싶긴 하지만 그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바다를 찾고 하겠어. 가자, 가. 읏차.”

그렇게 민준은 다시 강물이 흘러 내려가는 서쪽으로 향했다. 응? 왜 서쪽으로 가느냐고? 그야 당연히 강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니 강이 흐르는 서쪽으로 가는게 맞지 않겠는가. 게다가 또 하나 이유는 동쪽에는 전에 보았던 그 커다란 호랑이가 있으니 감히 그쪽으론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것도 하나 이유라고 할수 있겠다.

어쨌든 민준은 그렇게 강물을 따라 서쪽으로 향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점점 해가 저물어왔다.

민준은 배도 고프고 발과 다리도 아팠다.

“오늘은 이쯤에서 자야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그가 잠잘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마침 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밤새 뭐가 물어갈지도 모르니 나무 위에 올라가 자는게 안전하겠지?”

물론 그렇지 않을수도 있었다. 나무를 아주 잘타는 짐승이 있어서 밤새 민준을 물어갈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민준을 발견한 짐승이 그가 내려올때까지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런것까지 하나하나 따지면 어찌 잠을 잘수 있겠는가. 민준은 이번엔 대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민준은 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서 봤을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보기보다 매우 높았다.

척 보아도 민준의 세배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나무 앞에 선 민준이 갑자기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일까? 하는데 그가 꺼낸 것은 가방끈 이었다. 그런데 다시 가방을 뒤로 메는 것을 보니 양쪽 끈 모두 달려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민준이 꺼내든 가방끈은 조금 다르게 생겨있었다. 바로 끈 양쪽이 고리모양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민준의 가방은 등에 메고 다닐수도 있고 보조끈을 연결해 어께에 가로질러 멜수도 있게 고안된 가방이었다. 평소에 등에 메고 다니던 민준이 가방등쪽 주머니에 보조끈을 넣어 두었던 것이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가방끈을 길게 늘여 한쪽 손에 감아쥐고는 나무기둥에 한바퀴 둘러 다시 반대쪽 손에 말아 쥐었다. 그러더니 발로 나무를 밟고 오르는게 아닌가?

한발짝 쿵. 그리고 재빨리 가방끈을 위로 올리고 다시 한발짝 쿵.

이런 식으로 나무에 오르는 방법도 물론 텔레비전에서 배운 것이었다. 물론 그 사람은 허리벨트로 했지만 민준에겐 튼튼한 끈이 하나 더 있으니 굳이 벨트를 풀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보는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많이 달랐다.

민준은 몇 번이나 두 번째 발을 떼지 못하고 땅에 내려왔고 그때마다 나무와 격렬한 포옹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민준은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한발한발 내딛었다. 그리고 마침내 민준은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위에 오르는데 성공하였다.

“헉, 헉. 이게 걷는 것보다 더 힘드네 헉.”

민준은 한참을 손에 감겨있던 끈을 풀어 붉게 변한 손을 풀며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나무위는 제법 안락했다. 가지는 굵어 민준이 앉아있기에 충분했고 조금씩 자라는 잎새들이 조금이나마 밤의 찬바람을 막아주었다.

민준이 나무위에 올라 숨을 가다음고 다음으로 한 일은 다시 가방끈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나무를 자신의 등을 지나 겨드랑이 사이로 고리를 연결했다. 만약 이것을 나무 아래에서 하려 했으면 끈이 모자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행히 위쪽으로 갈수록 나무의 굵기가 가늘어져 몸을 나무위에 튼튼히 고정시킬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잠이 들어도 떨어질 염려가 없었다.

몸을 들썩거려보며 튼튼하게 연결되었는지 확인한 민준은 그 다음에 가방에 있는 딱딱한 고기를 꺼냈다.

민준은 이 육포보다 딱딱하고 맛없는 고깃조각을 한조각 떼어 입안에 넣고 불려서 씹어 삼켰다.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민준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다시 새로운 한주가 시작됐습니다. 전 한주보다는 한효주가 좋은데 말이죠..(죄, 죄송합니다. 개드립이었습니다 ㅋ)

에..내일부터 연참 대전 입니다. 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어쨌든 일일 연재는 하겠지만 역시 분량맞추기가 거시기해서...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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