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XXX - 20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1) -
- 20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
처음 민준이 뱀을 발견해 뱀꼬치구이를 해먹은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민준에게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먼저 다음날 아침 꺼져있는 모닥불을 발견한게 첫 번째였다.
분명 충분히 땔감을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벽녘에는 모두 재가되어 차가운 기운만 동굴 안을 휘저으며 다니고 있었다. 때문에 민준은 또다시 불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나무토막을 문질러야 했고 그의 국사 교재는 고조선을 넘어 주변 여러 나라의 내용이 나온 페이지까지 뜯어 내야 했다.
문제는 이게 그날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시계는 아날로그였던 탓에 알람 기능이 없었고 핸드폰은 이미 꺼진지 오래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혹시나 방송사에서 연락이 올까 싶어 켜 놓았던게 전파가 터지지 않아 금세 방전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쩔수 없이 민준은 잠이 들기전 스스로 암시를 걸어 중간에 일어나 불을 더 피우고 잠이 드는 생활을 하는, 군 제대후 처음으로 새벽에 일어나 다시 잠을 자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먼저 구운 뱀꼬치를 다 먹은 민준이 지난번 발견했던 뱀을 다시 꼬치에 꿰게된 일이었다. 모든건 처음이 어려운법. 두 번째 부터는 능숙하게 잠자고 있던 뱀의 머리를 낚아채 동굴 밖으로 나와 단번에 머리를 잘라 내었다.
겨울잠을 자던 뱀으로서는 낭패도 이런 낭패가 아닐수 없었지만 민준은 머리를 잃고 꿈틀거리는 뱀을 보면서도 더 이상 놀라 집어던지는 일을 벌이지 않았다.
세 번째는 혹시나 싶어 대대적인 동굴 탐사에 나선 민준이 지금까지 잡아먹은 뱀 말고도 5마리나 더 되는 뱀들을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민준이 머물게된 이 동굴이 원래는 뱀굴이었는듯 싶었다.
네 번째는 밤새 타고 까만 재가된 나무토막들을 보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뱀들이 겨울잠을 자는 구역과 자신이 사는 구역을 나눠 길게 선을 만든 것이다. 아마 어디선가 뱀이 숯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게 틀림 없었다.
일주일간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이 있은 후, 민준은 뱀들은 봄이 와서 날이 풀릴때까지 비상식량으로 두고 직접 식량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물고기였다.
동굴 옆에는 얼음이 얼어 있는 계곡이 있는데 민준이 이곳에 온지 이십여일,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가는 동안 이미 쌓여 있고 얼어있는 눈은 보았지만 새로 눈이 내리는 날은 본적이 없었다.
게다가 매일같이 구름 한점 없이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슬금슬금 눈을 녹이고 있었다. 이러한 몇가지 상황을 조합해본 결과, 민준은 계곡의 얼음도 제법 녹았으리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민준은 전날 날이 밝으면 계곡에 나가 물고기를 찾아 보기로 마음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쿵!
벌떡.
이게 무슨 소리인가.
혹시 동굴이 무너지거나 산사태가 일어나진 않았을까. 아니면 산위에 쌓여 있던 눈들이 점점 녹으면서 눈사태라도 일어난 것일까?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불이 꺼지지 않게 장작을 더 넣고 잠이든 민준은 갑작스레 동굴안을 울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직 다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가 없자 민준은 조심스럽게 시계를 보았다.
오전 5시 43분.
아직 아침해도 뜨지 않은 시각이었다.
혹시나 싶어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동굴 밖으로 나섰다.
“하아.”
캄캄한 새벽. 해가 아직 떠오르지 않은 터라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는 여전히 겨울이 지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민준은 동굴 안과는 확연히 다른 바깥 공기에 입김을 불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동굴 밖은 여느때와 다름이 없었고 전날 자르던 나무도 여전히 동굴 앞에서 뒹굴고 있었다.
너무 차가운 공기에 차마 더 멀리 나서진 못하고 동굴 앞이 무사한것을 확인한 민준은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동굴 안으로 얼른 들어가 버렸다.
“으으으, 춥다. 하아, 역시 모닥불이 최고야.”
민준은 어느새 발갛게 달아오른 귓불과 양쪽 볼과 코 그리고 손을 따뜻한 모닥불에 가까이 대며 몸을 녹였다.
민준은 다시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6시.
잠깐인듯 싶었는데 어느새 17분이 흘러 있었다.
역시 그래도 아직은 일어날 시간은 아니었다. 평상시라면 한참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괴음에 놀라 동굴 밖에 나가 찬공기를 쐬었더니 잠이 확 달아난 민준은 이미 두 눈이 말똥말똥한 상태였다. 다시 자자니 시간도 애매한 시간.
민준은 문득 동굴 안쪽이 무너졌나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불붙은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동굴 안쪽으로 들어섰다.
이리저리 나뭇가지를 휘저어가며 사방을 둘러보는 민준.
동굴을 반으로 가라 타고 남은 나무 재로 선을 만들어 놓은 것도 여전히 변함 없었다.
민준은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뱀들이 소리에 놀라 깨진 않았나 조심조심 발밑을 살피며 걸었다. 자고있는 뱀이라면 모르지만 역시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뱀은 아직 상대하기 꺼려지는 민준이었다.
한참을 살폈지만 동굴 역시 무너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무슨 소리였…?”
막 몸을 돌리려는 찰나. 민준의 시야에 무엇인가 포착되었다.
분명 전에는 없었던것 같은 물체. 얼핏 보면 바위와 혼동되기 십상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바위는 아니었다. 게다가 전에 동굴을 살펴보러 왔을때는 저런 것이 있었던 기억이 없었다.
민준은 조심스럽게 그것에게로 다가갔다. 순간 창을 가질러 되돌아 갈까 싶었지만 등을 돌리기라도 하면 그 물체가 자신을 향해 덮쳐올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짤칵.
민준은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펼쳤다.
그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무기를 드니 어느정도 안심이 되는듯 했다.
“헉!”
조심스럽게 물체에 다가간 민준은 불에 비친 그 물체의 모습을 보고 기겁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물체의 주인공은 바로 두 눈을 크게 뜬채로 민준을 노려보고 있는 짐승이었던 것이다.
짐승과 정면으로 대치한 민준의 머리 속으로 예전에 보았던 방송에서 나왔던 ‘겁먹은 모습을 보이면 바로 달려든다’라는 이야기가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막 비명을 지르려던 민준은 턱을 당기며 비명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다행히 이 방법이 통했는지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고 민준을 노려보기만 했다.
일단 상대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민준은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치며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준의 움직임은 매우 느렸다. 만약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더라면 답답한 나머지 그를 안아들고 나왔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답답한 사람은 민준이었다. 속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뒤로 돌아 동굴 밖으로 내달리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등을 보이면, 또는 빨리 움직이면 저 동굴 끝에서 꼼짝하지 않고 민준을 지켜보고 있는 눈동자의 주인이 단숨에 뛰어올라 덮쳐들것만 같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지탱하며, 혹시 뒷걸음질치다 돌맹이라도 걸려 큰 소리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뒷걸음질을 쳤을까. 1초가 1시간 같은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민준의 눈에 잠자리 옆에 내려 놓았던 창이 보였다.
민준은 다시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이며 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일으키다 말고 바닥에 깔려 있던 가죽도 집어 들었다.
이 모든 행동을 하면서도 민준의 눈은 어둠속에 잠겨 있는 동굴 끝에서 떠나지 않았다.
민준은 눈이라도 깜빡하면 순식간에 어둠속에서 짐승이 뛰쳐나와 자신을 덮칠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짐승은 멀리서도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사냥감을 덮친다’ 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며 민준의 심장을 세차게 두드렸다.
쿵쾅쿵쾅
어쩌면 지난번의 거대한 검치호랑이를 만났을때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번 원시인들의 앞에서 마주쳤을때에는 극한의 피로와 허기, 추위 등으로 멀쩡한 몸과 정신이 아니었었다. 때문에 몸도 머리도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충분히 따뜻한 불가에서 잠을 자며 피로를 풀었고 스테미너에 좋다는 뱀고기, 그것도 더욱 좋다는 겨울잠 자는 뱀고기를 며칠째 먹어왔기에 배고픔도 없었다. 그야말로 몸상태만은 최적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창과 가죽을 집어든 민준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동굴 입구가 보이자 어디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 나갔다.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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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입니다.
혹시 이게 무슨일이지? 하셨던 분들이 계실까요? ㅎㅎ
사실은 어디 재미있는 글 없나 뒤적거리던 중에 어디서 많이 보던 제목을 찾았습니다.
잡기능인 님께서 무려 추천글을 써주셨더군요 으흐흐흐~_~//
감사합니다!!!
추천글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오고가는 추천 속에 늘어나는 연재분량 이라는 모토로 이렇게 한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내일 뵙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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