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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7,057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0.14 08:21
조회
46,446
추천
158
글자
10쪽

B.C.XXX - 2화 Man vs Wild (1) -

DUMMY

- 2화 Man vs Wild -


한참을 멍하니 있던 민준은 문득 느껴진 차가운 감촉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믿을수 없는 현상에 놀라 철푸덕 주저 앉아 버렸던 민준의 엉덩이와 다리에 묻은 하얀 눈이 그의 체온에 녹아 약간이지만 젖어 있었다.

팍 팍!

일단 자리에서 일어난 민준은 바지의 눈을 털어내고 운동화 속으로 들어간 눈도 손가락을 집어 넣어 빼내었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어딘지 모를 장소에 와있는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그 외에는 눈이 쌓인 나뭇가지와 어딘지 모를 이 장소를 온통 덮고 있는 하얀 눈 뿐, 그 외에 민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로도 꿈쩍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고 하는게 맞으리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민준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두 볼과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의 감촉은 절대 이것이 꿈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엉거주춤 팔과 다리를 들어올려 보았지만 꿈에서처럼 이상한 느낌은 없었다.

분명 이것은 현실 이었다.

게다가 바람이 잘 통하라고 뚫려 있는 운동화의 구멍으로 자꾸 눈이 스며들어와서 점점 발도 시려오고 있었다.

민준은 허리를 숙여 눈을 집어 들었다.

역시나 현실과 같은 차가운 감촉. 꿈이라기엔 너무나 진짜 같았다.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민준의 머릿속은 더욱 혼잡해졌다.

뭔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마치 누군가가 귀에 대고 두서 없이 말을 내뱉고 있는 것처럼 머릿속 한켠을 스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두근 두근.

믿겨지지 않는 현실과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인지되지 않는 여러 가지 말들에 점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빗줄기가 내리치는 시험지를 집으로 가져가던 때 처럼, BB탄 총이 너무나 갖고 싶어 몰래 아버지의 지갑에 손을 뻗었다가 걸렸을 때 처럼, 군에서 행정병으로 있을 당시 감사나온 군무원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했을 때처럼, 졸업 후 처음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처럼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거울이 있었다면 민준은 분명 자신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을 거이라 생각될 정도로 온몸이 뜨거워졌다.

게다가 갑작스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자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다.

신경성 위염.

물론 병원에 가서 진단받은것은 아니었지만 민준은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이 쓰려왔다. 밥을 굶은 것처럼 위에서 위액이 나와 위장을 공격하는 것이다.

아버지께 혼날때면 언제나 이렇듯 위가 쓰렸던 민준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대단한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현실 도피.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여러 가지 안좋은 상상들을 휘휘 저어 흩어버림으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 이었다.

하지만 이게 의외로 효과가 있어 민준은 이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는데는 모조리 치워버리고 하나씩 생각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머리를 비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안좋은 비우고 또 비우려 해도 정체를 알수 없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뒷머리를 스치고 사라졌다.

그래도 어느정도 효과는 있어서 미칠듯이 뛰던 심장도 조금 잠잠해졌고 쓰리던 속도 조금 진정 되었다.

“아부부부부!”

민준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비틀!

빠른 속도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뇌가 흔들렸는지 아니면 달팽이관이 흔들렸는지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비틀거렸다. 게다가 골이 띵 하면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찰싹 찰싹

“훕! 훕!”

민준은 비틀거리면서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숨을 크게 내쉬며 손바닥으로 두 볼을 때렸다.

차가운 공기에 발같게 얼어있던 볼에서 짝 짝 소리가 나자 정신이 번쩍 드는지 게슴츠레 하고 뜨고 있던 눈이 번쩍 하고 크게 뜨여졌다.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수 있다고 했어.”

“나 민준이야, 김민준! 대한민국 충남 당진군 원당리 부경 아파트 103동 301호 김민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히 하이센 지! 비겟에스 이넨!”

민준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집 주소에서부터 애국가, 고등학교 당시 제2외국어로 배웠던 독일어중 기억나는 것들을 마구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도 한참동안 알고 있는 가요를 부르거나 친구의 이름, 영어 단어, 숙어 등등을 마구잡이로 읊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제법 효과가 있었는지 제법 침착함을 찾을수 있었다.

“후우. 여기가 도대체 어디…, 아니 아니. 그래, 먼저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머릿속을 정리한 민준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는듯 하자 인과 관계에 따라 차곡차곡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게고 씻고 밥을 먹다가 아버지 출근하실 때 인사하고, 아니 먼저 티비를 틀었던가? 아! 씻고 나오니가 아버지께서 라디오 소리를 줄이고 뉴스를 틀으셨어. 음, 그 다음에 인사하고 뉴스를 보다가 밥을 다 먹어서 이빨 닦고 가방을 챙기고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문을 열고 나왔는데…? 이곳이었지. 음….”

민준은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보았지만 평소와 다른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느날과 똑같이 식사를 마친 아버지께선 혈압약을 삼키고 휴대폰을 챙겨 나가셨고 식탁에도 어제부터 먹던 김치찌개가 나왔다. 나머지 반찬들도 별다른건 없었다.

밥을 먹은후 양치하기전에 귤을 안먹었던 터라 오늘 아침엔 귤을 거른것 말고는 어제와 다른게 없었다.

“아! 혹시 몰래 카메라?”

민준은 순간적으로 손뼉을 치며 말했다.

몰래 카메라.

주인공 몰래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놓고 당황하는 모습을 촬영해 시청자로 하여금 재미와 웃음을 주는 방송이었다.

하지만 뉴스 외에는 방송을 잘 보지 않는 민준으로서도 요즈음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몰래 카메라를 찍는 방송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런 도시의 흔적은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자신만 덩그란히 서있다니. 또한 최근에 우리나라에 이정도로 눈이 많이 온 지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외국?”

민준이 서있는 장소가 외국, 러시아나 뭐 이런 곳일수도 있었다.

“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작비가 그렇게 많아?”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외국까지 와서 촬영을 할 정도로 제작비를 쓸것이라곤 생각돼지 않았다. 게다가 민준이 모르는 케이블 방송에서라면 더더욱 그정도 제작비를 쏟을 것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설마 이 방송 자체가 외국 방송인가!”

이젠 완전히 몰래 카메라 일것이라 가정하고 있는 민준 이었다.

사실 그게 가장 현실성이 있었다.

민준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제법 판타지 소설을 읽었던 터라 차원이동이니 뭐니 하는것들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곤 믿지 않았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었고 판타지는 특히 말 그대로 환상소설임을 알고 있었기에 허구임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 자신에게 닥친 일이 몰래 카메라라고 생각하게된 것이다.

“그래, 분명 미국방송일거야. 우리 가족이나 친구중에 누군가 신청을 해서 뽑힌 거지. 그래서 집을 나서는 내 뒤에서 날 뭔가로 기절시킨후 여기로 옮긴게 틀림 없어! 아, 문을 나설때 뒤를 돌아봤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여긴 알래스카쯤 되는 건가? 와우, 제주도도 못가본 내가 미국땅을 먼저 밟다니. 이왕이면 비행기에 탔을때 기억도 있으면 좋겠지만 돌아갈땐 타볼수 있겠지? 흐흐.”

이제는 완전히 몰래 카메라라고 확신하는 민준 이었다.

아마 민준이 객관적 입장에서 이러한 일을 겪게 되었다면 좀더 침착한 상태에서 더 현실성 있는 다양한 상상과 추측을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갑작스런 상황 변화와 믿을수 없는 눈앞의 현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은 민준의 머리회전을 더디게 했고 좁아진 시야는 자신의 생각이 진실이라고 믿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민준에게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구나 처음 겪는 상황에서는 당황하기 마련이고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게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에서 어떠한 사건을 재연하는 방송을 하고 있을때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고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야지! 아니, 그때 이러 이러하게! 아휴 답답해!’ 이러면서 말이다. 하지만 직접 상황이 닥친 본인은 아주 간단하고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요인이 민준으로 하여금 저렇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자기 보호 본능.

이 본능은 민준으로 하여금 유쾌하고 즐거운 상상과 지금 상황이 비관적이거나 막다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해서 좌절을 하거나 자해 또는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었다.

민준은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에 의해 자신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미국의 어느 프로에서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즉,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최후엔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낙천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었다.

-----------

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항상 글을 써서 올릴때면 생각하는게 있습니다.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는것 만큼 글을 독자분들이 납득하고 있을까?

물론 글을 아주 잘 쓸수 있다면 걱정할 필요 없는 문제이겠지만 역시 어럽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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