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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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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1.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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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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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
9쪽

B.C.XXX - 23화 꼬기 꼬기! (1) -

DUMMY

- 23화 꼬기 꼬기! -


나머지 해체작업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뼈만 남기고 목을 자른 민준은 두 손으로 뼈를 잡고 부러트렸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돌로 몇 번을 내리쳐 결국 머리를 분리해 내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발간 알몸을 드러내고 있는 늑대의 몸통.

민준은 이제 아예 과감하게 나가기로 했는지 망설이지 않고 뱃속에 칼을 푹! 찔러 넣고는 아랫배를 따라 쭉 내리 그었다.

미끄덩.

그러자 속에 들어있던 내장들이 외압을 못이겨 갈라진 배를 따라 쏟아져 내렸다.

“악! 악! 악!”

민준이 이번엔 속에 있는 것들을 토해내는 대신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후욱. 별거 아니네.”

민준이 콧웃음 치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다.

하지만 입으론 그렇게 말해도 몸은 역시 그렇지 않은듯 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오옥, 그래도 쏠린다 쏠려. 피냄새가 쩌네 그냥.”

민준은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배밖으로 쏟아져 나온 내장들을 바라봤다.

“아, 안되겠다. 계속 보고 있으려니 또 쏠리네. 어떻게든 이걸 빨리 처리해 버려야지.”

민준은 일단 갈라진 배 안에서 남아 있는 내장이 있는지 모두 긁어 내었다. 맨손으로 이런 작업을 한다는게 정말 토할것 같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이곳에는 민준 혼자뿐이었고 그 어디에도 의지할만한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도 어떠한 일이 닥치든 뭐든지 민준 혼자서 해나가야 했다.

마음을 굳히자 작업 속도는 빨라졌다. 배의 갈라진 부분서부터 목이 잘린 곳까지 완전히 가른후 이번엔 네 다리를 잘라내는 작업을 했다.

나이프로 허벅지와 몸통이 붙은 자리를 빙 둘러 잘라내고 관절 부분을 반대로 꺽어 잘라냈다.

몸통은 갈비뼈가 있는 부분을 네등분으로 나르고 그 밑에서 엉덩이가 있는 부분까지를 또 넷으로 나눴다. 물론 꼬리도 따로 잘라 내었다.

이렇게 모두 해체한후 밖에서 눈을 퍼다 동굴 끝 구석에 깔고 그 위에 고깃덩어리들을 올리며 다시 눈으로 덮었다. 마침 동굴 끝부분의 천장이 매우 높아 차가운 공기만 밑으로 깔려 눈이 잘 녹지 않을 것이라 기대 되었다.

그런데 막상 해놓고 보니 뭔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민준은 큰 마음을 먹고 창을 들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혹시 동굴에 떨어져 죽은 늑대처럼 먹이를 찾아 헤메고 있는 짐승이 있는지 살핀후 조심스럽게 경계를 하며 계곡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의 눈을 걷어낸후 멀티툴에서 톱을 펼쳐 얼음에 금을 긋기 시작했다.

가드드득, 가드드득.

몇 번을 그렇게 선을 그린 민준은 됐다 싶었는지 멀티툴을 접어 넣고 큰 돌을 들어 모서리를 따라 내려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쩌적, 쩌저적.

마침내 얼음이 그어논 선을 따라 깨어지더니 똑 떨어져 나갔다.

민준은 그것을 얼른 잡아 옆에 던져 놓았다.

“어후, 손시렵다. 손이 깨지겠네.”

하지만 얼음을 떼어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번 선을 긋고 돌로 내리쳐 떼어내기를 몇차례. 두께가 족히 5cm는 되어 보이는 얼음판이 네 개가 만들어졌다.

민준은 그것을 들고 동굴로 돌아가려 하다가 문득 깨어진 얼음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을 보았다.

얼음에 비쳐진 민준의 손.

그의 손에는 죽은 늑대의 피가 한가득 묻어 있었다.

민준은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다시 돌아앉아 계곡물에 손을 씻었다. 얼음장 같은 물에 손이 모두 갈라지는것 같았지만 옷소매에 흡수된 핏물이 빠질때까지 계속 씻었다.

그런후에서야 잘라놓은 얼음을 하나 하나 들어서 동굴로 옮겼다.

동굴로 들어선 민준은 얼음을 돌로 하나 하나 깨부쉬기 시작했다. 그리곤 해체한 늑대고기를 꺼내고 조각난 얼음을 눈과 섞었다. 그리고 난 후, 고깃덩어리와 얼음을 잘 섞어 동굴 한켠에 쌓아 두었다.

“좋아, 이렇게 하면 냉장고가 따로 없지. 이제 고기는 모두 정리했고, 남은건 이 내장들 뿐인가?”

민준의 말대로 이제 내장들을 처리할 차례였다.

“저기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날로 먹기도 하던데…, 아아앙!”

민준은 마치 자신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냥꾼처럼 내장을 들고 날로 먹을것 같은 포즈를 취해 보았다.

주륵.

그때 내장에 묻어있던 핏덩이가 미끄러져 민준의 벌린 입속으로 떨어졌다.

“읍! 퉷퉷퉷! 카악 퉷!”

민준은 당장 내장을 내리고는 입안의 침을 모아 뱉어 내었다.

“우웁 퉷, 야생 동물한테는 기생충이 있을텐데 내 몸속으로 들어가진 않았겠지?”

걱정도 많은 민준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잘못해서 기생충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고칠 방도도 없는 세상인 것이다.

“아, 그래도 이걸 보고 있으니 곱창 생각이 나긴 하네. 참내,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서도 곱창생각을 하다니, 비위도 좋다 김민준.”

민준은 스스로도 우스운지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아! 혹시 이걸로 낚시를 해볼까?”

민준은 무슨 생각인가를 해낸듯 싶었다.

“동굴 천장에 뚫린 구멍을 가는 나뭇가지같은 것들로 막고 눈으로 덮은뒤 이걸 뿌려 놓으면 혹시 또 배고픈 짐승이 먹으러 왔다가 떨어져 죽지 않을까?”

낚시는 낚시가 맞았다. 비록 상대가 물고기가 아니라 육식동물이라는게 달랐지만 어쨌든 미끼로 낚는다는 데에는 다를바 없었다. 게다가 민준의 생각대로라면 미끼만 던져 놓으면 잠자는 사이에 알아서 제 몸을 상납할테니 이보다 쉬운 낚시가 없었다.

“바로 해봐야겠다.”

민준은 혹시 몰라 내장의 일부만 덜어 가지고는 동굴 밖으로 나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조심조심 주변을 경계하며, 또 발밑을 조심하며 산을 타기를 몇분. 마침내 주면 눈들이 쏟아져 내린 흔적을 발견하였다.

민준은 지체없이 가는 나뭇가지들로 입구를 가린뒤 그 위를 눈으로 덮었다. 그리고 내장을 올려놓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혹시 안걸려들라나? 어디….”

민준은 다시 내장위로 눈을 덮었다. 민준으로서는 나름 머리를 쓴다고 한거였는데 과연 어떤 짐승이 낚일런지는 두고봐야할 일이었다.

어쨌든 무사히 함정(?)을 설치한 민준은 얼른 동굴로 내려와 몸을 녹였다.

민준이 이 모든 일들을 끝마쳤을 때에는 이미 점심때가 훌쩍 넘은 후였다.

“아, 오늘은 너무 보람찬 하루였어 후후. 그럼 어디 새로운 고기를 시식해 보실까?”

민준은 모닥불에 장작을 더 던져 넣고는 직접 만든 간이 냉장고에서 늑대 갈비를 세조각 잘라왔다.

“폭립 폭립 폭립, 신선한 포옥 리입. 꼬기 꼬기 꼬기, 소화 잘되는 꼬오기이.”

도대체 무슨 노래인지, 어쨌든 나름 음율까지 맞춰가며 노래를 부르며 고기를 가져온 민준은 익숙하게 갈빗살에 나뭇가지를 꿰어 불가에 세웠다.

“으흠~ 스멜. 벌써부터 좋은 냄새가 나는것 같은데? 어디 늑대 고기는 개고기랑 비슷한 맛이 나려나?”

민준은 뱀고기 말고 제법 그럴듯한 고기를 먹을 생각에 흥이 절로 나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다. 거기에 마음대로 만든 노래를 함께 불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후 고기가 다 익은듯 하자 민준은 뜨거운 갈빗대를 잡고 맛있게 뜯어 먹기 시작했다. 양념장도 소금도 없었지만 민준은 그 무엇보다 맛있는듯 열심히 씹어 넘겼다.

“아, 잘먹었다. 그런데 좀 뭔가 아쉽네. 간도 영 밍숭맹숭 하고, 고기도 질기고. 이 고기는 원래 이런건가?”

민준이 이빨이 끼인 고기를 빼내며 말했다.

사실 민준이 먹은 고기는 죽은지 몇시간이나 흐른 뒤에야 해체를 했고, 해체할 때에도 핏물을 빼지 않고 무작정 자르기부터 한지라 제대로된 도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민준은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고 그래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먹을 사람은 민준, 그 혼자뿐. 어떻게 먹던 먹을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그런데 계속 불을 피워서 그런가 콧속이 왜이렇게 답답하지?”

민준은 고기를 먹고 이빨을 쑤신 손을 뒤에 깔린 가죽에 슥슥 닦더니 코를 후비기 시작했다.

한참을 요상한 표정을 지어가며 열심히 코를 후비던 민준은 말캉말캉한 덩어리를 쑤욱 뽑아내 동글동글 말아 불속에 튕겼다.

“핏자국은 이제 흔적도 남지 않았는데 내 손에선 아직도 피냄새가 가시질 않는구나….”

코를 파던 민준은 손에서 진하게 풍겨오는 피 냄새에 씁쓸히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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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추천글 한방에 선작이 200분이 넘게 추가되었습니다 ㄷㄷ

이어서 추천강화해주신 샬라프님, GO집쟁이님, 비호님, ArroTic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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