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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13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9.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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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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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재활용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27화



신이랑 다이다이를 떠서 이긴지 이틀이 흘렀다.


나의 재치와 압도적인 무력이 빛났던 전투였지만, 한낱 인간의 육체로 신이랑 드잡이질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꼬박 이틀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다.


미르는 1일차에는 그냥 눈도 못 뜨고 잠만 자더니, 2일차에 갑자기 눈을 떠 병원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워낙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잡아둘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예 경우가 없는 녀석은 아닌지 메모를 남기고 가더라.


‘잘은 모르겠지만 도움을 받은 것 같군. 고마움을 표하는 바이다. 원래라면 직접 만나 전하는 것이 도리에 옳겠지만, 안타깝게도 엮인 일이 많아서 말이야.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가마.’


보면 볼수록 연륜이 느껴지는 녀석이다. 저게 초등학생이 쓴 글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확실히 녀석이 엮인 일이 많긴 많았다.


내가 녀석을 꺾어버렸다고 하지만, 미르가 벌인 판이 모두 뒤집어 진 것은 아니다.


미르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분야만 해도 5개가 넘으며, 그 중 대다수가 내 지인들에 의해 폭격을 받고 있다.


제빵은 엄마에게, 연기는 한별 누나에게. 광언과 지훈이는 이를 갈며 복수를 준비하고 있고.


그러니 누워 있을 시간이 없을 만도 하다. 일을 벌인 장본인이 쉴 수는 없을 테니까.


일어난 김에 산더미처럼 쌓인 병문안 선물 중 아무거나 집어든 뒤,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삭신이 쑤시니까 찾으러 갈 생각도 안 든다. 돌아온다고 했으니 알아서 돌아오겠지.


“그나저나 괜찮을라나 모르겠네.”


미르가 끗발을 날렸던 것은 모두 우주의 기운, 코스믹 파워 때문이다.


그게 모두 빠져나간 지금, 녀석이 얼마만큼 활약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지인들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라 말이다.


“아 몰라~ 저건 내 책임 아냐. 알아서 하라 그래.”


살려준 것만 해도 내 할 일은 다 했다. 이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받을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뒤치다꺼리를 해줄 생각은 없다.


유명한 녀석이니까 가만히 있으면 소식이 들려오겠지.


그 날 저녁 병실로 반입된 신문 1면의 제목은 ‘초신성과 함께하는 성X당. 대한제일 빵집에 압도당하다.’였다.


* * *


미르가 병원을 나선지 1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발간된 신문 7부의 헤드라인을 살펴보자.


‘초신성. 제빵에 이어 영화 캐스팅에서도 밀려나다.’

‘세간의 주목을 받던 영재 또 패배하다.’

‘남미르의 몰락. 일반인에게 밀리는 아이를 영재로 불러도 좋을까.’


아직 4부나 남아 있지만 마음이 아프니 여기까지만 알아보도록 하자.


운명에게 버려진 뒤 남미르의 행보는 바닥을 기고 있다.


우리 엄마와 봉식 아저씨야 원래 천재니까 그렇다고 쳐도, 광언이와 지훈이한테까지 밀린 것은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기자들은 벌써 거품이 걷힌 거라며, 그동안 오일 머니로 인해 이미지 메이킹을 해왔다는 악랄한 찌라시를 퍼트리고 있다.


더 이상 기대를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웃음거리가 되기까지.


벌려 놓은 일이 대부분 흐지부지가 되어버린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깨를 땅 밑까지 늘어트린 미르가 우리 빵집에 방문한 것은 그 즈음이었다.


“실례... 한다.”

“어 왔냐. 들어와.”


당장이라도 바닥과 물아일체가 되려는 녀석을 붙잡고 테이블에 앉혔다. 보아하니 스트레스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거 같은데. 일단 뭐라도 먹여야겠다.


쟁반을 들고 단팥빵, 사과잼 파이, 초코 파운드케이크를 담아 돌아왔다. 그러자 미르를 향해 그르렁 거리는 유리 누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얘 뭐야? 성심X 쪽 애가 왜 여기 있어? 갈기갈기 찢긴 건 기억이 안 나나 보지?”


정말 사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처럼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착하게 행동해야지.


저 봐라, 미르의 눈에 물빛이 촉촉하게 맺히지 않았는가.


엄마의 반응을 슬쩍 봤다. 그녀 역시 보는 눈이 곱지는 않았다.


내가 다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그녀다. 내가 병원에 가게 만든 주범을 좋아할 리가 없다.


입원했을 때도, 엄마를 설득해서 제빵 대결에 보내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기는 안 갈 거라고, 병원에 붙어 있을 거라고 나이에 안 맞게 고집을 부리셔서 애를 조금 먹었다.


엄마가 보내는 눈빛이 점차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미르는 이제 몸을 떨기 시작했다.


얼른 세 사람 사이로 들어가 과열되려고 하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제가 부른 손님이에요. 앞으로도 종종 볼 것 같고요.”

“흐윽. 박상혁 너...”


미르는 감격에 차 눈물을 터트렸다. 최근 어딜 가도 냉대 어린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맞서 싸웠던 상대가 옹호를 해주니 감격이 북받친 모양.


유리 누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라는 뜻인가. 너네가 어른들보다 낫다.”


사실 미르를 부른 건 그런 아름다운 이유 때문은 아니다.


녀석을 구하는 과정에서 내가 고생을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뽑아먹을 만한 게 있나 찾아보기 위함이다. 역시 이대로 버리기는 아까워서.


그래도 굳이 착각을 해준다는데 정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야 뭐, 원래 유리 누나보다 나았죠.”

“뭐? 너 정말 이럴래? 언제까지 누나를 놀릴 건데?”

“자. 미르야. 이 빵도 먹어봐.”

“무시하지 마!”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미르는 그동안 눈물에 젖은 빵을 오구오구 먹었다.


석유 재벌 자식에게도 우리 집 빵은 맛이 있는 모양이다.


“흐흑, 이 집 빵은 특히 더 맛이 있구나.”

“우유 마셔가면서 먹어.”

“고맙다.”


미르는 빵 3개를 완식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이제 좀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된 것 같다.


“요새 어딜 가도 나를 욕하는 사람 뿐이더군. 가려했던 스케줄은 이제 올 필요가 없다며 거절당했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황하던 차, 고맙다는 인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떠올라 찾아왔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조그마한 녀석이 격식은 잘 차린다.


“그날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죽을 뻔 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기억한다. 그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이성이 마비가 될 정도의 두려움이었지. 고맙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래.”


녀석이 길게 감사를 표한 것에 비해, 내 감사가 짧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겸양을 떠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 사실인데 뭐하러?


녀석을 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조금 더 감사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미르는 용건이 끝났음에도 가게를 떠나지 않고 밍기적거리고 있다 더 하고 싶은 게 있는 걸까?


“빵 더 먹을 거야?”

“... 고맙다.”


예의상 물어봤는데 홀랑 받아먹는 미르. 돈도 많은 녀석이니 갈 때 좀 사가라 그래야겠다.


미르는 특제 공부빵을 두 개를 더 비우고 나서야 슬며시 운을 띄웠다.


“요새 일이 잘 안 풀리는 군.”

“...”

“예전에는 위기 상황만 되면 힘이 솟구쳤는데 그게 안 돼. 슬럼프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당연하다. 코스믹 파워가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운명이니 신이니 아직은 잘 모를 나이인 꼬마에게 들려주기 적합한 말은 아니다.


“그래서?”

“그래서 혹시 뭐 조언해줄만한 게 없나 하고...”

“크흡!”


순간적으로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날 무시하고 경멸하던 녀석이 조언을 구할 줄이야. 패배의 기억이 강렬하긴 했던 모양.


오히려 잘 되었다. 녀석을 뜯어먹기 위해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저 쪽이 먼저 다가와 주었다.


“좋아.”

“정말이냐? 내 이 은혜는 꼭 갚으마.”

“그래. 일단 체육관부터 가자.”

“... 왜지?”


왜긴. 값어치를 매기려면 품질을 확인해야 하니까 그렇지.


“따라와. 도와줄 테니까.”

“눈빛이 이상한데.”

“어허 괜찮대도!”


버둥거리는 미르를 끌고 킥복싱 도장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홍 사범은 없었다. 무술 대회에서 우승한 뒤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나. 나로써는 귀찮은 일이 없어져서 좋았다.


그냥 조용히 링이나 사용해야겠다.


“덤벼. 전력으로.”

“혹시 아직 나한테 화가 난 건 아니겠지.”

“야. 때릴 거였으면 글러브 빼고 때렸지. 빨리 덤벼.”

“이잇! 안 봐준다!”


리벤지 매치는 굉장히 시시하게 끝이 났다.


미르가 결승전 때에 비하면 상당히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의 공격이 10이라면 지금은 5가 못 된다. 잘 쳐줘야 4.


흐음. 이게 바로 악역이 동료가 되면 약해지는 클리셰인 건가.


4. 4라. 선뜻 결정을 내리기엔 애매하다. 표본이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야 광언아. 이리 와봐.”


내가 온 이후 구석지로 향해 조용히 운동하던 광언이가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나?”

“그래 너.”

“왜...?”


으휴. 옛날에는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이길 궁리만 하던 녀석이었는데. 그간 타성에 젖은 건지 요새는 슬금슬금 피해 다닌다.


너무 많이 때렸나. 아니, 근성이 모자란 거다. 근성이.


내가 재차 부르자 녀석이 삐질거리며 도착했다.


“둘이 싸워봐.”

“어... 갑자기? 스파링은 사범님 허락이 없이는 함부로 할 수 없는 건데...”

“아잇 참. 번거롭게 하네.”


누가 보면 내가 애들 싸움이나 붙이는 나쁜 놈인 줄 알겠다.


그냥 미르의 실력을 가늠할만한 척도가 필요한 건데 말이다.


핸드폰을 꺼내 홍 사범에게 문자를 남겼다.


상혁 – 잠깐 도장하고, 회원들 좀 씁니다?

홍관우 – 무슨 일 있냐?

상혁 – 씁니다?

홍관우 – 그래;;


좋다. 허락도 맡았겠다. 이제 이곳은 내가 지배한다.


애들에게 문자를 보여주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 싫으면 그냥 나랑 붙던가.”


어차피 두뇌에 남은 데이터를 토대로 스카우터마냥 전투력을 측정하는 거니까, 누구랑 싸워도 상관없다.


귀찮게 하지 말라고 팔짱을 끼고 노려보았다. 그러자 광언이가 평소와 다르게 진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를 과소평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동안 수련을 쉬지 않았고. 저 미르라는 녀석도 내가 꺾었으니까.”

“호오. 그렇다면 오랜만에 전력으로...”

“그러니까 내가 미르랑 싸우도록 하지. 야! 뭐해! 덤벼!”


갑자기 의욕이 생긴듯하다. 뭔가 문맥이 이상한 것 같긴 한데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승부는 예측대로 광언이의 승리였다. 전투력 측정을 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또래 꼬마 – 2, 미르 – 4, 광언 – 5, 상혁 – 256.


또래 애들보다 배는 강하지만, 광언이보다는 약하다.


사실 강해봤자 둘 다 초등학생 수준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내 등을 맡길만한 치트 능력자였는데...


“이거. 가망이 없구만.”

“가망이 없다니! 정말이냐!”


2연패를 한 충격에 널브러져 있던 미르가 벌떡 일어났다.


이곳에 온 이유가 몸 상태에 대한 조언을 받으러 온 것이다. 그런데 대뜸 가망 없다는 소리를 들어 충격이 큰 모양.


“역시. 그런 거냐. 나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어쩌면 좋지...”

“뭘 어째. 그냥 살면 되지.”


그래도 우주의 기운의 찌꺼기는 남아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모두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나 같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원래 다 그렇게 사는 법이다.


하지만 내 충고를 들은 미르는 도리질을 할 뿐이다.


“싫다. 그래선 안 된다!”


어린애처럼 욕심을 부리기는.


원래는 얌전한 아이였다면서, 우주적 기운이 빠지고 나서도 자기주장이 강하다.


누가 이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며 다시 설득을 하려는 찰나, 미르가 말을 이어갔다.


“... 평생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나도! 빛나고 싶다! 너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단 말이다!”


음... 들어보니 실로 타당한 이유다. 나처럼 빛나는 존재를 만나면 동경할 수밖에 없겠지. 그래.


생각해보니까 미르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직 남아있는 것도 같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야. 다른 데 가자.”

“병원? 가 봤지만 특이한 점은 발견할 수...”

“아니.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며. 그 쪽 관련해서는 전문가가 따로 있거든.”


고개를 갸웃하는 미르를 끌고 유성아의 연구실로 향했다.


간다는 연락을 따로 안 했지만, 밥 먹고 별만 보는 여자답게 연구실에 있었다.


그녀는 미르를 보자마자 반겨주었다.


“두 번째 별이다! 반가워요! 설마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크흠. 이 사람은 좋은 사람 같군.”


성아는 별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여자다. 희귀한 표본이 하나 더 늘자 방방 뛰며 기쁨을 드러냈다.


자기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미르도 좋아했고.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피 뽑아도 돼요? 머리카락은? 어디 보자 손톱은... 힝. 아쉽지만 다음에 깍죠.”

“박상혁! 미친 여자인 것 같다!”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긴 하지만 실력은 확실한 양반이다.


“성아 씨. 일단 보고부터 들을게요. 저랑 얘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투자자님!”


그녀는 며칠간의 우주 사진을 화면 위로 띄웠다.


“대단하죠?”

“그러네요. 대단하게... 난잡하네요.”


요 며칠 사이 별들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뒤엉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별들을 인도해야 할 흐름이 어디론가로 빠져나간 것처럼 말이다.


그 ‘어디’에 해당하는 내 별자리가 있는 부근도 난장판이 되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대적자에 해당되던 별이 순순히 내 별에 붙어 주위를 돌게 되었다.


성아가 나지막히 감탄을 터트렸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역시 당신을 만난 건 제 인생 최대의 행운이에요.”

“고마워요.”


칭찬은 감사로 받아 넘기고,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대적자의 별이 다시 대적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어지간해서는요. 이미 상혁 님의 영향권에 들어간 별이잖아요. 이를 함부로 건드는 건 꽤나 힘든 일일 거에요.”


좋다. 뒤통수를 맞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럼. 이 별, 쓸 만할 것 같아요?”

“음...”


성아의 고민이 길어지자, 미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성아의 대답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은 눈치껏 알고 있는 것 같다.


한참을 고민하던 성아의 입술이 부드럽게 열렸다.


“음. 저도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말이에요.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해요.”

“그래요?”

“네. 그래도 한 때는 정말 밝게 빛났던 별이잖아요. 성장세도 빠른 별이었으니까 기대를 해볼 만한 것 같아요.”


눈치를 살피던 미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거품, 퇴물이라는 소리만 듣다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적잖게 기쁜 듯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회의적인 부분이 있었다.


“신이 우주의 기운을 다 회수해 갔는데도 그럴까요? 지금은 별로 안 밝은 거 같은데.”


그러나 성아는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상혁 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왜 젊어지지 않을까요? 과거로 가는 건데요?”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그거야 이미 관측이 된 개념이니까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별개의 것으로 처리를... 아!”


성아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코스믹 파워를 회수했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온전히 같은 상태가 된 게 아니다. 주체였던 미르가 남았으니까.


이미 관측이 된 개념인 미르는, 힘을 다 잃었다고 하더라도 초월적인 존재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말은. 우주의 기운을 담을 정도로 커다랬던 그의 그릇은 남아 있다는 소리.


그릇이 크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었다. 남들에 비해 한계치가 높다는 소리였으니까.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서 실력의 상승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정체되기 마련.


그러나 미르는 그런 것 없이 배우면 배우는 대로 계속 실력이 상승할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 운동은 고점이 높은 이에게 주로 기회가 찾아온다.


축구의 경우 3시즌 동안 3골씩 넣어서 누적 골이 9골인 선수보다, 한 시즌에 9골을 넣고 나머지 두 시즌에 0골을 넣은 선수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복권을 긁는다고 하지. 고점이 높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뿐인가. 내가 지켜본 결과 우주적 기운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능력은 아니다. 범용성이 높다는 소리. 잘만 키우면 미르가 팔방미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시 전력감을 원했던 내 의향과는 안 맞기는 하지만... 키워서 성과가 난다는데 안 키울 이유가 없다.


우연히도 내게는 사람을 가르치는 데 도가 튼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샘숭의 영재 프로젝트, 그리고 샘숭의 집사.


샘숭에게 맡기고 빡세게 굴리라고 시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성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쯤이면 금이 갔던 그릇도 아물 테고, 운이 좋다면 우주의 기운을 다루는 법을 터득할 수도 있겠지.


좋아. 결정한 이상, 오래 끌지 않기로 했다.


나는 미르의 어깨를 붙잡고 장담했다.


“내가 도와줄게. 너만 열심히 한다면 이전만큼, 아니 이전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럼. 내가 그렇게 만들 건데.”


미르가 기어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만행이 드러나 더욱 고맙고 미안한 거겠지.


녀석은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지? 내가 부탁하긴 했지만 우린 적이었을 텐데!”


그거야 간단하다. 미르가 훌륭하게 자라서, 신을 상대하는데 훌륭한 전력이 되길 바라서다.


이걸 조금 포장해서 말하자면.


“다음번에는 네가 도와주면 되니까.”

“응?”

“나랑 가끔 대결하는 건 상관이 없는데, 내가 위험에 빠지면 그 땐 나를 도와주라고.”


지금 당장 미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내 제안은 그의 현재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심어줄 것이다.


“알았어. 내가 반드시 도와줄게. 꼭! 꼭!”


미르가 벌게진 눈을 닦으며 다짐했다. 쓸모 있는 전략 병기 Get이다.


그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두 개 있다.


우선 첫 번째. 오일 머니. 나는 미르에게 가능한 빨리 유전과 석유를 팔아 치우라고 지시했다.


“왜?”

“지금이 가장 고가일 테니까.”


씀씀이가 안 좋은 신이 버림패의 자금을 내버려 둘 리가 없다.


분명 어떤 이유가 되었든 미르 아빠의 유전은 폭삭 망하고 말 것이다. 마치 내 샘숭 주식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러니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빠르게 팔아야 한다.


나는 미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내 돈이 곧 내 돈, 네 돈도 곧 내 돈이었으니까. 기왕이면 돈이 많은 게 좋지 않겠나.


다행히도 미르의 아빠는 팔불출이어서, 미르가 작정하고 떼를 쓰면 어지간해서 다 들어준다고 한다.


그럼 이 문제는 해결 되었고, 남은 건 하나.


나는 미르의 어깨를 붙잡고,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제 내가 싫다거나 하지는 않지?”

“으응! 너는 좋은 녀석이니까.”

“그러면 존댓말을 해야겠지?”


어디서 2살이나 어린 애가 반말을 찍찍 내뱉는단 말인가.


존댓말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사항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댓글도, 선호작도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주 화요일 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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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왕인 줄 알았는데 종마였던 것에 대하여 22.10.25 361 5 16쪽
148 은총 더 많은 은총 22.10.22 359 7 20쪽
147 붕당정치 22.10.21 367 8 17쪽
146 귀족이 뭐라고 22.10.20 380 5 21쪽
145 왕이 나셨도다 22.10.19 385 8 26쪽
144 이제는 세계를 향해 22.10.18 396 6 18쪽
143 학생회의 일상 22.10.15 397 7 15쪽
142 선생 공아린의 수난 22.10.14 393 8 24쪽
141 내가 할 수 있는 것 22.10.13 395 5 19쪽
140 연설 22.10.12 402 8 21쪽
139 악몽의 밤 22.10.11 411 6 18쪽
138 모략이 가득한 선거활동 22.10.08 441 6 22쪽
137 학생회장 후보가 되다 22.10.07 443 8 19쪽
136 석유재벌의 금고 열쇠를 얻다. 22.10.06 445 10 21쪽
135 상승기류2 22.10.05 434 6 20쪽
134 상승기류 22.10.04 422 9 14쪽
133 Do you know 김치? 22.10.01 455 6 21쪽
132 플로리다의 중심에서 붉은악마를 외치다 22.09.30 458 9 21쪽
131 플로리다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다 22.09.29 458 9 24쪽
130 한국인의 정서 22.09.28 455 9 17쪽
129 플로리다에 가다 22.09.28 474 9 18쪽
128 형 노릇 22.09.27 489 6 18쪽
» 재활용 22.09.24 514 10 20쪽
126 역으로 돌려주다 +2 22.09.23 506 11 17쪽
125 마지막 실험 22.09.22 507 10 17쪽
124 스트레이트 한 방에 22.09.21 518 10 17쪽
123 vs 남미르 22.09.20 507 10 21쪽
122 대적자 해체, 분석 22.09.17 508 10 21쪽
121 전초전 22.09.16 547 1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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