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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32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9.23 22:00
조회
506
추천
11
글자
17쪽

역으로 돌려주다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26화



인생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다. 라이벌과의 전투에서 이겼다고 바로 다음날로 장면이 넘어가는 편의주의적인 전개는 없다.


싸우고 나면 뒤처리를 해야 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그 뒤처리라는 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 표준 배상안 같은 게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뭐를 뜯어내기도 애매한 부분이 꽤나 있다.


그렇다고 목을 뎅강 쳐서 없앴다가는 형장의 이슬이 되어버릴 테고.


순순히 놔줘? 그럼 힘을 회복하고 다시 덤비러 오겠지.


만화에서야 한 번 나왔던 적이 다시 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만, 인생은 실전이다.


상대의 비정상적인 힘이 사라진 게 아니다. 그렇다고 운명의 간섭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도 아니다.


높은 확률로 더 강한 적이 되어서 나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러 나타날 것이다. 내가 신이라도 재활용 하겠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완전히 망가트려 놓거나, 같은 편이 되는 것.


그 중 내가 선택한 것은 포섭.


8살 꼬마에게 장애를 남긴다는 게 막 그렇게 달가운 일은 아니다. 내 목에 폭탄 목걸이를 채우고 하라고 협박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최대한 지양하고 싶다.


게다가 미르를 포섭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


남미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온갖 경시대회에서 트로피를 수집할 정도의 영재다. 운동도 또래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해당하고.


생긴 것도 우아하게 생겨서 차기 탑급 아역배우로 평가 받고 있으며, 집안에 돈도 많다.


신이 애지중지 키운 황금이 담긴 성배나 다름이 없다.


만약 남미르를 포섭할 수 있다면? 힘 하나 안 들이고 성배를 홀라당 삼키는 게 가능할 것이다.


미르의 능력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녀석은 나의 든든한 전력이 되어 줄 터.


신은 자신이 공들여 키운 무기가 상대의 손에 휘둘려지는 걸 보고만 있어야겠지. 낄낄.


그러니 다시 연구주제로 돌아가자.


# 1-X – 우주의 기운이 끊긴 남미르는 포섭할 수 있는가?


가능성은 높다. 녀석이 나를 적대하던 것은 순전히 운명의 영향 때문이었으니까.


하나 걱정되는 건 지금 포섭이 되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유지가 되느냐인데...


포섭 된 줄 알고 놓아줬다가 나중에 지랄하면 참사도 그런 참사가 없었다.


“뭐. 해보면 알겠지. 야! 정신 차려봐!”


자꾸만 엎어지려는 미르의 뺨을 찰싹찰싹 때려 깨웠다.


“윽. 그 그만. 일어났다!”


녀석의 시선에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분함, 동요, 경외. 친구를 하자고 제안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감정이다.


친구라는 게 ‘야! 오늘부터 친구다!’ 하면 ‘우하하’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에서 사탕이나 꺼낼까 했지만, 쟤는 나름 유니크한 코찔찔이라 고작 사탕으로는 포섭이 불가능하다.


“휴우. 쉽지 않네.”


때려 부수는 게 차라리 쉽지. ... 그냥 부숴?


내 눈빛에서 위험한 감정을 읽은 건지 미르가 떨기 시작했다.


“뭐! 뭐냐! 갑자기 깨워서!”

“아. 가만히 좀 있어봐. 역시 그 방법 밖에 없나.”

“그 방법? 그 방법이 뭐지? 위험한 거 아닌가? 맞지!”


위험하지는 않다. 정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뿐.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자. 눈 크게 뜨고 잘 봐. 어허! 맞기 싫으면 곱게 뜨자?”


녀석과 눈을 마주친 후, 그를 감싸고 있던 행운을 아주 천천히 회수했다.


어두운 우주의 기운이 빈 공간을 타고 흐르며 다시금 미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가 다시 잠식되기 전, 나는 외모의 DNA를 발현했다.


“허억!”


탁하게 물들려던 미르의 눈이 맑아졌다.


어둠이 다시 들어가려고 틈을 비집었으나, 어림도 없이 튕겨져 나갔다.


미르는 이미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찌나 집중을 하고 있는지 살짝 동공이 풀린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대로 서서히 외모의 DNA의 출력을 높였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의 호감을 사기에는 외모만한 것이 없었으니까.


어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가릴 것 없이 잘생기고 예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법이다.


아무리 개풀 뜯어 먹는 소리라도 예쁜 사람이 말하면 설득력 있는 언변이 되고, 논란이 생길만한 행동도 근거가 충만한 움직임이 된다.


실제로 미르의 표정이 순해지고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지고 있다. 이제 친구를 먹으면 될 것 같다.


“야. 친구할래?”

“하. 네 놈과 친구하기엔 친분이 없지 않나.”


어쭈. 아직 덜 혼났구나? 이게 봐줬더니 팍씨.


나는 여지를 남기지 않고 외모의 DNA 출력을 한계까지 높였다.


“극? 그읏? 으학!”


이상한 비명이 간헐적으로 튀어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가 자초한 일이니까.


외모의 DNA가 100% 이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때문에 우주의 기운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했지만, 이미 미르의 몸에서 완전히 튕겨져 나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외모의 DNA는 내가 가진 DNA 중 유일한 정신 계열 제어 기술이다.


행운이 상황을 조성한다면, 외모는 상대의 사고에 영향을 끼친다.


상대의 무조건적인 호감을 사고, 순종적으로 만들며, 복종을 이끌어낸다.


호르몬 과다 분비로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부가효과까지.


보통의 경우 외모의 DNA를 해제함과 동시에 제 정신이 돌아오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장시간 노출이 되는 경우 후유증이 생긴다.


DNA에 노출되었을 당시의 감정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DNA를 해제한 뒤에도 그 여파가 남는 것.


깊게 새겨진 우정은 미르가 다시 우주의 기운에 잠식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자 따라 해보자. 우리들은 친한 친구이다.”

“우리들... 친한 친구으엑.”

“친구끼리는 싸우지 않는다.”

“친구... 싸우지 않아.”


좋아. 우정이 착실하게 생성되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본다면 의문이 들 수 있다. 결국 이것도 세뇌가 아니냐고.


그렇다면 나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대답할 것이다.


“맞다.”


애초에 순수하게 친구를 하자고 했을 때, 응했으면 이럴 일은 없지 않았나.


그렇다고 내가 하루 종일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고.


거기에 나는 어떤 새끼 마냥 증오나 부정적인 감정을 때려 박는 것도 아니다.


그래. 굳이 따지자면 착한 세뇌 정도가 어울리겠네.


“맞다. 으헤헤 친구한테 맞는다.”


... 조금 심했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몇 십초.


“어디 보자. 마실 게... 아 저기 이온 음료가 있고만.”


그러나 축배를 준비하고 들어 올리려는 찰나,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새파란 비명이 공기를 찢으며 울려 퍼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헤롱거리던 미르가 머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세뇌 과정에서 문제라도 생긴 걸까? 다급하게 두뇌를 찾으니 녀석이 혐의를 부정했다.


‘내가 한 것이 아님.’


두뇌가 안 했다면 답은 하나. 운명, 신의 짓이리라.


두뇌는 맞는 말이라며 시야에 필터를 씌워주었다. 그러자 미르를 둘러싼 기운의 흐름이 보다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X발.”


공허한 에너지가 미르의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쏟아지는 게 아닌, 하늘에 구멍이 뚫려 폭포가 흐르는 것 같이 과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주도권을 되찾기 위함일까? 아무리 외모의 DNA가 미르를 홀렸다고 하더라도 저 정도 양으로 때려 부으면 밀릴 수밖에 없다.


저 정도면 세뇌된 부분이 파이고, 벗겨져 뜯겨나갈 테니까.


“아니.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만약 에너지의 총량을 늘려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면 진작 했겠지.


가능했으면 미르가 나랑 싸울 때도 에너지를 아주 그냥 쏟아 부어서 나를 밟아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는 건 이유가 있을 터.


신에게 있어서도 비장의 수단이라던가, 사용가능한 총량이 정해져 있다던가 할 것이다.


실제로 미르도 저렇게 괴로워하고 있지 않나. 분명 비상식적인 운용임이 틀림없다. 저러다 애가 죽게 생겼다.


“... 설마 이 새끼?”


그동안 신이랑 지독하게 얽힌 결과 녀석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녀석은 지독하리만치 원칙을 고수하는 자식이다.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으며, 운명대로 순리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이다.


그런 놈이 만약 제가 공을 들여 만든 장난감을 빼앗기게 될 거 같으면 어떻게 할까?


부숴버릴 것이다.


애초에 나를 없애기 위해 만들었으니, 용도가 다했다면 부수는 게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재 상황도 맞아 떨어진다.


평소엔 에너지를 받으면 강해지던 남미르가 지금은 괴로워하며 허덕이고 있으니까.


망가트리기 위해 미르가 감당할 수 있는 총량 이상으로 때려 붓고 있다.


내용물이 끊임없이 팽창하면 결국 그릇도 부서지고 만다.


결국은 결자해지에 가깝다. 신에 의해 시작된 소동이 신에 의해 마무리 된다.


내가 승리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이번 소동의 최종 보스가 알아서 소멸하는 것뿐이다.


입장 상 나에게도 있어서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손해 보는 일도, 손을 더럽히는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기분이 더러웠다.


줏대 없이 이리 저리 흔들리다가 끝내 고통을 당하는 게 꼭 누군가의 모습 같아서.


고통을 주는 주체가 신, 당하는 게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내가 잘 아는 누군가도 30년이라는 시간동안 비루하게 살다가, 엄마의 생신날 어이없게 죽었으니까.


“진짜 끝까지 기분 더럽게 만드는 군.”


사실 여기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신이 저 지랄을 하는 것도 어쩌면 나보고 미르를 구하라고 겁박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저 하늘을 향해 엿을 날리고 집으로 돌아가 잠이나 때리는 게 가장 깔끔한 방법이리라.


“끄아아아! 미워! 죽어! 나가! 으아학? ... 살 려줘...”


그런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조금 등신 같지만 헤헤 웃던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도, 신도 없으면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살았을 아이일 텐데...


“제길.”


미르가 나의 대적자라면, 신의 대적자는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절로 반동기질이 솟아나 다 때려 부수고 싶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방법을 찾아.”


두뇌가 나의 소망에 응답하듯 주위의 정보를 모아 왔다.


우선 외모로 미르를 현혹시키는 건 방금 막 실패한 참이고.


행운의 기운으로 우주적 기운을 몰아내는 건 아까 미르가 평범했을 때도 간당간당한 일이었으니 기각.


“해결하려면 결국 저걸 깨부숴야 한단 소리인데...”


우주의 기운이 쏟아지고 있는 하늘 위, 그곳에 하늘이 깨져나간 듯한 구멍이 존재했다.


그곳에서 기운이 쏟아지고 있으니 저것만 닫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어떻게 한다.”


갑자기 무武의 근원을 깨우쳐 무형의 기운, 더 나아가 하늘까지 벨 수 있는 주먹을 내지를 수 있다면 모를까. 현재의 수준으로는 택도 없다.


무형의 기운을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활처럼 쏘아내어 저 구멍을 파괴할 수 있겠지만 행운의 DNA는 그런 용도의 기운이 아니고.


어떻게 새로운 필살기를 준비하더라도 저 광대하고 아득한 기운을 거슬러 오르리라는 보장이 없다.


“좋아. 불가능한 일에 매몰되지 말자.”


급한 건 상대다. 무리하고 있는 것도 상대고.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불가능하다면, 다른 이에게서 방법을 찾으면 된다.


우선 당장이라도 망가져 폐인이 될 것 같은 미르부터 구하도록 하자.


이건 비교적 쉬운 일이다. 그릇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다? 내용물을 비워주면 되는 이야기다.


“끄아아. 아쁘아. 아프하!”


뒹굴고 있는 미르의 머리를 강제로 붙잡아 고정시켰다.


“야. 들려? 살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해.”

“사! 사려. 사려줘. 제바.”

“그래. 잘만 따라하면 괜찮을 거야. 괜찮아.”


녀석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이 답을 독촉하는 것만 같았다.


“일단 나한테 덤빌 때처럼 주먹을 날릴 거야.”


기운은 외부의 것이라도 행동의 주체는 엄연히 미르다.


미르가 기운을 쏘아내고자 한다면 기운은 뿜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가 극복을 해야 하는 일이다. 나는 그게 주먹을 날리는 것으로 해결될 거라 생각하고.


“주먹? 휘둘러?”

“그래. 그런데 이걸 아무 곳에나 휘두르면 대참사가 날 거야. 어디다가 보내야 할까. 사람이 없는 곳에다가 보내야 하는데...”


끝을 가늠할 수 없는 흉폭한 기운이다. 자칫 사람에게 쏘았다가 희생자만 늘어날 수도 없다.


탁 트여 폭탄을 터트려도 아무런 피해가 없는 곳. 이를 테면 하늘이라던가... 아!


순간 벼락이 쳤다. 우주의 기운을 처치할 아주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때마침 저기 하늘에 시꺼먼 기운을 줄줄 흘리고 있는 구멍이 있지 않은가?


쓰레기는 쓰레기통으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우주의 기운은 다시 우주에게로.


“어디! 어디로? 어디로!”

“잘 봐, 내 손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서. 힘껏 쏟아 부어.”


이건 미르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자신을 괴롭게 만든 신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는 기회니까.


“쏴!”

“으아아아아!”


미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휘둘렀다.


후웅!


여파로 역풍이 생길 정도로 방대한 기운이 뻥 뚫린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같은 성질의 기운이니 굳이 부딪쳐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


미르의 손에서 뿜어진 기운은 아무런 거슬림 없이 구멍에 도달해 부딪혔다. 그러자 구멍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릇에 총량이 있듯, 모든 것에는 감당 가능한 한계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건 저 게이트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물을 쏟아내는 수도꼭지도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나가는데, 저 구멍, 기운이 쏟아지는 게이트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다시! 계속해!”

“으어!”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게이트가 일렁이며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르의 상태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죽어라 주먹을 휘두르고 있긴 하지만 배출되는 것보다 차오르는 게 빠르기 때문에, 여전히 그릇에 부하가 걸리고 있다.


금이 쩍 갈라지고 있어 깨질 것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게이트와 미르 둘 중 어느 쪽이 먼저 망가질지.


“아파! 주글 그르륵.”

“괜찮아. 안 죽어. 내가 그렇게 안 둬.”


미르의 몸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점멸하기 시작했지만, 괜찮다.


직접적인 공격수단이 없을 뿐. 나한테도 도울 수 있는 수단은 있었으니까.


행운의 DNA의 출력을 끌어 올렸다. 이미 무리를 많이 한 탓에 머리가 깨질 듯 욱신거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인상을 찌푸리고 기원할 뿐. 미르가 고통으로부터 보호받기를.


무형의 기운이 미르를 감쌌다. 그가 고통을 토로하는 주기가 조금 완화되었다.


한층 더 빌었다. 저 게이트가 부서질 수 있도록, 그래서 신의 계획을 짓밟고 오시할 수 있도록.


“그아아아아악!”


미르의 비명이 골을 울렸다. 지끈거리는 머릿속에서 행운의 기운이 이마를 뚫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고, 이내 시야가 흐려지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챙그랑.


마치 유리창처럼 하늘이 부서졌다. 반짝이는 파편은, 방금 전까지 우주의 기운을 쏟아내던 게이트의 일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 이상 불온한 기운은 쏟아지지 않는다.


구름의 모양이 순리를 거스른 것처럼 잘게 부서져 소용돌이쳤지만 그 또한 보기에 아름다웠다.


미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만, 숨을 가늘게 내쉬는 것이 단순 탈진으로 보인다. 그래도 표정은 더없이 평안해 보기 좋았다.


어쩌면 처음으로 신과 직접 싸운 것일지도 모른다.


정점의 DNA로는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에너지를 보며, 새삼 필멸자와 신의 격의 차이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이겼다. 마지막에 웃는 것은 그가 아닌 나다.


신이 보낸 대적자는 어느새 나의 무기가 되었고.


넘겨주지 않기 위해 쏟아 부었던 막대한 에너지는, 그대로 게이트를 파괴하는데 사용 되었다.


욕심이 스스로의 목을 조른 셈. 딱 봐도 방대한 에너지를 뿜어냈으니 꽤나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당장이라도 쓰러져 자고 싶지만, 여력을 긁어모아 하늘에 중지 손가락을 쳐들었다.


“꼴좋다. 개자식아.”


다시 말하지만. 이번에도 내가 이겼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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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9 효녹
    작성일
    22.09.24 05:17
    No. 1

    흡수 dna 같은건 없나요 기운 다빨아먹러서 구슬만든다던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서지구.
    작성일
    22.09.24 21:50
    No. 2

    운용 가능한 DNA가 하나 남은 시점이라 현재로써는 등장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중에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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