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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19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9.17 22:00
조회
508
추천
10
글자
21쪽

대적자 해체, 분석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22화



미르는 상혁이 했던 충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본인의 비정상적인 힘과, 충동에 대해 고찰도 하지 않고 행동에 나선 것을 보면 말이다.


그는 바로 다음날 학교 대문에 성명문을 매달았다.


‘소수의 인원이 모든 혜택을 독점하는 학교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어머니회가 아닌, 학부모 협의회가 학교를 학생들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대자보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모든 학부모는 자식이 소중한 대우를 받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머릿수로 따졌을 때, 어머니회에 속한 사람들보다,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그 많은 학부모들이 대자보를 통해 기존의 구조에 의혹을 품고, 학부모 협의회라는 신생 단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머릿수는 곧 힘이고, 폭력이다. 어머니회가 결정하면 뭐하겠나, 따르는 학부모들이 없어졌는데. 어머니회의 힘이 꽤나 빠지기 시작했다.


현재의 체계로도 아무런 불만이 없는 3학년 학부모만이 이탈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을 뿐, 나머지 학년에서는 문제가 꽤나 많았다고 한다.


어머니회에 속한 이들은 건방지다며, 협의회를 삼길초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학교와 어머니회는 공생 관계가 아니던가. 머릿수가 많더라도 교장이, 학교가 그들의 편을 들어주면 끝이다.


때문에 학부모 협의회라는 근본 없는 단체가 해산 되고, 남미르의 반란이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학교 측에서 어머니회에 주어졌던 모든 권리를 회수, 해산을 촉구하는 요청을 밝혔기 때문이다.


협의회가 아닌 어머니회에 철퇴를 내린 것.


기존에 어머니회에서 진행하던 업무가 모두 협의회로 넘어갔음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꼬박꼬박 뇌물을 바쳤던 어머니회 입장에서는 믿었던 교장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나 다름이 없는 일.


미친 거다, 정신이 나갔다, 왜 저러냐. 교장의 선택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만,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의외로 추측은 어렵지 않다.


속에 구렁이가 가득 차 있는 교장은 대가리에 총을 맞지 않는 이상 손해 보는 짓을 안 하거든.


남미르와 그의 아버지가 손을 쓴 것이 틀림없다.


교장은 한 명의 천재가 학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한 꼬마가 수많은 대회에서 트로피를 얻어온 결과 그의 위상이 말도 안 되게 높아졌으니까 말이다. 듣기로는 교육부 관련 스카우트도 받았다지?


그러나 그는 천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자신을 괴롭힐 수 있는지도 뼈에 사무치게 잘 알고 있다.


나이 60 먹은 중년이 여자 산타 복장을 입고 학부모들 앞에 나서는 일까지 겪었으니까 말이다.


부와 영광을 가져오는 만큼, 파멸적이게 통제가 어렵다. 언제나 교장은 을일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미르가 나타났다. 박상혁과 판에 박은 능력에, 더 협조적인 태도까지. 교장의 입장에서 그만큼 이상적인 대체제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 석유 부자가 든든한 지원금을 약속 해주었으니 더 이상 어머니회에 쩔쩔맬 필요가 없다.


교장이 줄을 갈아타는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을 것이다. 새삼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그는 원래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어머니회 인원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각 학년을 대표하는 어머니회 수장들에게 문의가 쏟아졌고, 대한제일 빵집 2호점에는 특히 더 많은 전화가 쇄도했다.


아무래도 학교를 대표하는 학년은 박상혁이 속한 3학년이었으니까.


하지만 상혁의 엄마 은주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들과 미리 이야기가 된 사항이기 때문.


협력 업체 좋다는 게 뭔가, 샘숭이 연락을 다 관리하며 은주에게 일절 스트레스를 넘기지 않았다.


그 중, 지훈이네 어머니 강윤희만이 삼엄한 경호를 뚫고 가게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허억! 허억! 상혁이네 어머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은주는 은은한 미소를 띄우며 그녀에게 마실 것을 건넸다. 진정하라고 다독이는 것이 그녀가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가 마실 것을 원샷하고, 숨을 진정하고 나서야 은주는 위층을 가리켰다.


“상혁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고마워요.”


윤희는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계단을 올랐다.


상황이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그녀가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지는 중이다.


상혁이네 빵집이야 승승장구한다니까 어머니회 활동을 접어도 상관없다지만, 그럼 지훈이는?


다시 처음부터 쌓아올려야 할 게 뻔했다. 그런 일은 절대로 피해야만 한다.


사실 아직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그녀가 본 상혁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는 녀석이었다. 혹여나 한 대를 맞으면 세 대 이상은 때려야 만족하는 녀석이고.


그러니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가만히 있는 건 명백한 이상행동이다. 지금쯤 나서서 뒤집어엎어야 할 타이밍인데...


순간적으로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설마 학부모 협의회와 결탁이라도 한 걸까? 큰 이득을 약속받고 소속을 갈아탄다거나...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에서 뒹굴 뻔 했다.


그러나 윤희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평소 은주의 성품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남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지만, 자기 사람은 따뜻하게 챙기는 그녀였으니까.


처음엔 사이가 안 좋았지만, 그녀의 성품 덕에 이제는 의자매와 비슷한 관계가 되었다.


만약 일을 벌일 거면 귀뜸 정도는 해줬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냥 상혁이가 일이 생겨 바빴을 거라 추측할 따름이다.


“정신차리자 강윤희. 위층에 있다고 그랬으니까. 결국 만나보면 될 일이야.”


그래. 결국 만나보면 될 일이다. 상혁의 방 앞에 선 윤희는 다시금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마음을 굳게 먹으며 문을 발칵 열었다.


평소라면 노크를 했겠지만 상황도 긴박했으며, 상대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상혁은 뭘 하고 있을까? 평소처럼 세상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까?


그게 아니면 다급하게 대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학교와 상관없는 다른 분야를 바쁘게 준비하고 있던가.


벌컥 열린 문 너머로, 투명한 조명이 방 안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윤희의 시야가 조명의 빛에 익숙해졌을 때,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방을 가득 메운... 서류들이었다.


“응?”


그녀의 추측대로 상혁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 저렇게 바쁘게 서류를 뒤지며 자료를 정리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시국에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한동안 노트에 머리를 쳐박고 있던 상혁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아 왔어요? 미안해요. 제가 조금 바빠서.”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상혁의 눈에는 기미가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


꽤나 흥분한 윤희도 화를 내기보다는 괜찮냐는 말을 먼저 건넬 정도.


상혁은 손을 내저으며 윤희의 걱정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의자를 내밀었다.


“어머니회 해산 때문에 오셨죠?”

“어? 으응.”

“결론부터 말하면 괜찮을 거에요. 그래도 한, 두 달은 기다려야겠지만요.”


대뜸 결론부터 말하는 상혁, 경황이 없긴 했지만 안심을 시켜주는 대답이었다.


“윤희 아줌마가 일단 입김 닿는 아줌마들을 조금 다독여주세요.”

“어.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상혁은 대답 대신 서류를 내밀었다. 뭔가 했더니 남미르와 그 가족에 대한 서류였다.


- 남미르 : 8살 이전까지의 특이한 행적이 없음. 원래 아버지를 따라 해외를 전전했던 것으로 확인. 당시 현지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범하고 얌전한 아이였다고 함.


변화는 3달 전, 비오는 날 바깥에서 놀던 미르가 벼락을 맞은 이후로 생겨남. 3일을 꼬박 앓던 그는 깨어난 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임.


특징 – 가끔씩 하늘을 멍하니 보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음.


현재까지의 수상 기록 : 서울 남부지역 연합고사 1등, 전국 영재 수학대회 1등상, 서울 영어 말하기 대회 1등, 서울시 어린이 겨루기 대회 1등 등 실시간으로 갱신하는 중.


- 남우혁 : 별 볼일 없는 석유 엔지니어. 투자를 받으며 해외를 전전할 뿐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음.


투자금이 회수된 후 빚을 떠안고 몰락하게 될 거라 예상되었으나 끝내 석유를 발견함.


다른 이들은 상상하지도 못한 위치에서, 시추가 용이한 대량의 석유를 발견. 일순간 석유계의 새로운 권위자로 등극.


현재 발견한 석유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추정. 다수의 투자 제안을 쓸어담는 중.


공교롭게도 석유 발견 시점이 미르가 벼락을 맞은 타이밍과 비슷.


여기까지가 종이에 적힌 내용. 상혁이 추가로 내민 자료에는 이와 관련된 신문기사가 스크랩 되어 있었다.


짧은 시간 사이에 꽤나 자세하게 조사했다. 그가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증거.


깽판을 부리는 상대의 실체를 목격한 윤희의 심정은 뭐랄까,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석유 재벌이라니. 사는 세계부터가 달랐다.


상혁은 그런 그녀를 이해한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상대가 쉽지 않아서요. 시간이 조금 걸리네요? 저도 평소처럼 한 번에 해결해버리고 싶은데 말이죠.”

“어... 그래.”


윤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대회란 대회는 죄다 쓸어 담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미르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으며.


석유 부자라는 미르의 아버지도 상당한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감 놔라 배 놔라 물고 뜯고 상대해라 할 스케일이 아니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상대하는 게 지훈이, 그리고 그녀였다면 과연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확답할 수 있다. 아니었을 것이다. 뭘 하려고 하기도 전에 체급으로 찍어 눌리겠지.


그나마 온갖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최고의 자리를 쓸어간 상혁 정도 되니까 승리를 점쳐 볼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어떻게 윤희가 그를 재촉할 수 있을까.


흥분이 가라앉았다. 어느새 상혁을 보는 그녀의 눈에는 동경이 서려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상대를 이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응?”


위화감이 들었다. 상혁이 대책을 열심히 세우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서류가 너무 많지 않나?


혹시나 싶어 주변의 서류를 아무거나 집어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종이 역시 미르에 대한 정보가 가득 적혀져 있었다.


이전에 그녀가 본 서류가 기본적인 정보라면, 지금 읽고 있는 서류엔 미르의 행동을 토대로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미르의 행동을 강제하는 방법’이나 ‘효과적인 파훼법’이라던지.


그런 종이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니. 그가 얼마나 이번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집착을 넘어 살짝의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


“이걸 혼자 다...? 내가 뭐라도 도와줘야 할까?”

“아뇨. 같이 하는 사람 한 명 있어요. 그 양반이 힘들다고 그래서 도와주는 중이에요.”


상혁은 피식 미소를 흘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양반’이라는 사람이 꽤나 웃긴 사람인 것 같다. 아니면 어지간한 푼수거나.


어쨌든, 둘이서 한다고 해도 상당한 양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연구나 레포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저렇게나 쌓여 있으니 윤희도 안심이 되었다. 동시에 경쟁심도 솟았다.


삼길초에서 제일 잘 나가는 꼬마도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저렇게 노력을 한다면서.


집에 돌아가면 지훈이를 더 열정적으로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드디어 그녀의 마음에 안식이 찾아왔다.


그녀의 앞에 있는 꼬마 아이는 지금껏 이루지 못한 것이 없었으니까.


지금도 껄끄럽다는 기색만을 내보일 뿐, 긴장이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모조리 쓸어버리고 우뚝 서서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리라.


윤희는 윤희의 일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역시. 저 아이와 지훈이 친구가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호재였다며 윤희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른 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염치가 없지만 부탁 좀 할게.”

“아니에요. 지훈이에게 안부 좀 전해 주세요. 조만간 나설 일이 있을 거라고.”


윤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 상혁이 자신의 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같았기에.


“지훈이가 할 일이 있을까?”

“그럼요. 다른 애들도 아니고 지훈이잖아요.”


그 말에 그녀의 눈 뿐 아니라 콧구멍까지 커졌다.


그녀가 봐도 이상적인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찾는다는 건 꽤나 짜릿하고 감동적이었으니.


상혁이를 필사적으로 따라간 지훈이 보답받는 순간이었다.


“그래! 언제든지 부르렴! 기다리고 있으마.”

“넵. 조심히 들어가세요.”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떠나는 윤희였다.


* * *


지훈이네 아줌마가 방문한지도 벌써 2달이 흘렀다.


그동안 미르는 많은 성과를 쌓아 올렸고, 주변 사람들은 이미 그를 승자로 추켜올렸다.


연구 데이터가 이렇게 많이 쌓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쌓아올린 연구 보고서를 읽어볼 생각이다.


기본 정보가 적힌 #0와, 실패로 끝난 #1(대적자 포섭계획)은 제외하고. #2부터 들여다 보도록 하자.


#2 – 대적자의 행동 분석.


‘과연 미르는 내가 성과를 이룬 모든 분야에 견제를 할 것인가’에 대한 레포트다.


결론은 Yes. 학교를 집어삼킨 그는 곧바로 무술 관련 대회에 진출했고, 한국 체육계의 샛별 자리를 차지했다.


그 뿐인가, 어지간해서는 신인을 뽑지 않는 영화계의 거장의 눈에 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드라마 쪽 관계자 사이에서도 유명한 소문이라나.


보아하니 배우 쪽으로도 눈길을 돌린 모양.


이국적이면서도 곱상한 얼굴이니, 사랑을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역 배우로도 이름을 떨쳐 나의 대체제가 되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제빵업계. 여기는 솔직히 미르라 하더라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서울은 대한제일 빵집의 영역이며, 샘숭과 손을 잡고 전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녀석의 아빠 남우혁이 성X당과 손을 잡더라.


현재 성심X이 우리 가게에 밀리는 건 홍보뿐이었는데, 그 부분을 완벽히 채워줄 회사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우리 빵집에도 제동이 걸렸다.


샘숭과 다시 논의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어쩌면 모든 것을 건 전면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정말 지독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가만히 있다간 깡통을 차고 품바를 부르게 생겼다.


물론 나는 거지를 해도 왕초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거지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은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든 녀석은 나의 모든 것을 축출할 기색이라는 건 잘 알았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 실험.


#2.2 – 대적자의 행동분석 2


과연 녀석은 내가 정점이 아닌 분야에도 지랄을 할까?


시험 삼아 꽃꽂이 쪽을 건드려보았다. 언제나 고생중인 엄마에게 꽃이나 한 다발 만들어드릴까 싶어서 말이다.


레이더의 효과는 확실했다. 녀석은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건지 내가 있는 학원을 급습한 뒤 결투를 신청했다.


딱히 도망갈 생각은 없었기에 응했고, 처참히 깨졌다.


내게 꽃꽂이의 DNA는 없으니까 말이다.


녀석은 첫 승리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날 쓰러트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답게 카타르시스가 펑펑 터지는 모양이다.


그 뒤 내가 패배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출처가 어디인지는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이걸로 알게 된 사실 2가지.


1. 미르는 내가 발을 담근 모든 분야를 견제할 생각이다. 말라 죽이려는 것처럼.


2. 녀석의 재능은 어느 한 곳에 한정되지 않는다.


벌써 두각을 드러낸 분야만 5개요, 슬쩍 떠 보니까 못하는 게 없더라. 고무줄놀이도 프로급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물었다. 왜 이렇게 따라 다니냐고.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너와의 대결이 가슴을 뛰게 하니까. 널 이기고 싶으니까!’


한 마디로 계속 쫓아다니는 진성 스토커라는 소리다.


혹시나 애가 카타르시스 중독인가 싶어서 다음 연구를 준비했다.


#3 – 차도살인지계.


생각해보니까 대적자라고 해서 꼭 내가 쓰러트릴 필요는 없겠더라고. 그래서 전국의 잘난 놈들을 수배해서 미르와의 대결을 성사시켰다.


녀석도 이 기회에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집착을 하면 좋겠다는 사심을 잔뜩 담아서 말이다.


그 결과, 미르는 내가 보낸 자객들을 모조리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나만 보면 눈을 뒤집고 덤비던 새끼가 이상하게 다른 이들과는 친구를 먹을 생각을 하더라. X발.


선택적 분노조절 장애씨의 세력이 꽤나 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절대로 포섭을 못할 녀석들을 보내기로 했다.


#3.2 – 여기서 샘숭이 등장한다면?


샘숭은 나와 운명공동체인 기업이다. 포섭을 한다고 해서 당할 기업이 아니다.


거기에 석유 재벌이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신생 그룹. 인프라를 갖추기 전 상황이기 때문에 샘숭이 작정하고 조지면 꽤나 큰 견제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처음으로 미르가 수세에 접어들었다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비밀병기들을 투입했다.


공부 대회에는 지훈이를, 겨루기 대회에는 광언이를 출전시켰다.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이유로 열의를 불태우는 중이었다.


광언은 ‘후우. 저 정도의 녀석도 이기지 못해서야 그 자식에게는 닿지 못해.’라고 말했고.


지훈이는 ‘크르르릉! 상혁이의 라이벌 포지션은 나야! 없애버린다!’라며 살의를 드러냈다.


어째 공부를 한다는 애가 더 과격한 것 같다. 공부가 이렇게 위험하다.


사소한 문제야 어쨌든, 효과는 탁월했다. 지훈이와 광언이가 미르를 그로기 상태까지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지만, 납득도 갔다. 내가 애들을 허투루 단련시킨 게 아니었으니까.


험하게 굴리고, 절벽에서 떨어트리며 키운 애들이다. 갑자기 나타난 듣도 보도 못한 잡것에게 밀릴 녀석들은 아니다.


그러나 지훈이 연필을 들어 녀석의 목에 꽂는 것만을 앞둔 순간, 변수가 발생했다.


미르의 동공이 커지더니, 접신이라도 한 것 마냥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실력으로 지훈이와 광언이를 쓰러트렸다고.


억울해하며 힝힝 울음을 터트리는 지훈이를 진정시키느라 꽤나 애를 먹어야만 했다. 빵을 굽는 대로 입에 넣어줘야 했으니 말이다.


광언이? 걔는 좀 강하게 키워도 된다.


비밀병기를 사용한 보람이 있었다. 미르가 비장의 수를 드러냈으니까.


그 덕에 녀석의 힘의 편린을 쫓을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 채지 못할 비과학적인 힘이었지만, 이쪽에는 그런 분야에 환장하는 변태가 하나 있던 덕분이다.


#4 – 미르의 힘의 근원.


샘숭 경호팀이 채취한 머리카락에서는 아무런 특이 정보가 발견되지 않았다. 유전자는 평범하다는 소리.


비밀을 파헤친 것은 우주 덕후 유성아다. 비밀병기의 활약이 있던 날 성아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기운이에요! 우주의 기운이 미르에게 쏠리고 있어요!”


우주의 기운. 사람들이 밈으로 가끔 쓰는 말이다. 흐름을 탄 특정 단체가 기세를 높여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뜻.


그런데 실제로 우주의 기운이라는 게 미르에게 쏠리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재능의 원천이라고.


놀라운 일은 아니다. 내 DNA 중 ‘운’ 역시 기운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니. 이제 와서라는 느낌이다.


미르는 우주의 의지를 대행하는 그릇 정도가 되겠지.


이 결과를 도출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연구의 성과를 올리고 하루 종일 미소를 입에 달고 살았다.


분석이 끝났다. 내가 질 가능성이 이전까지 2할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냥 0이다.


더 이상 녀석은 견제의 대상이 아니다. 제 아무리 신이 빚은 걸작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질 좋은 사냥감에 불과하다.


성아는 운명의 작용 방식에 대해 깨달은 바를 통해 별 흐름 예측 프로그램을 강화시켰고. 이를 통해 나의 미래를 점쳐주었다.


내 별은 언제나처럼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갈까요?”

“네. 지금입니다! 저희의 힘을 보여줄 차례에요!”


기지개를 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반격에 나설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다음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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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플로리다의 중심에서 붉은악마를 외치다 22.09.30 459 9 21쪽
131 플로리다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다 22.09.29 458 9 24쪽
130 한국인의 정서 22.09.28 456 9 17쪽
129 플로리다에 가다 22.09.28 474 9 18쪽
128 형 노릇 22.09.27 489 6 18쪽
127 재활용 22.09.24 514 10 20쪽
126 역으로 돌려주다 +2 22.09.23 506 11 17쪽
125 마지막 실험 22.09.22 507 10 17쪽
124 스트레이트 한 방에 22.09.21 518 10 17쪽
123 vs 남미르 22.09.20 508 10 21쪽
» 대적자 해체, 분석 22.09.17 509 10 21쪽
121 전초전 22.09.16 547 1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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