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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공모전 참가]히어로즈 레퀴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TYE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0.06.16 14:32
최근연재일 :
2020.08.24 01:13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3,041
추천수 :
18
글자수 :
403,680

작성
20.06.16 14:36
조회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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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권 (1)

DUMMY

한평생 문득 생각해 본 한 헛소리가 있었다.

난 이 세계에서 버려진 존재가 아닐까.

세계라고 하면 온갖 종교들이 떠올려진다. 제대로 된 명칭은 기억나지 않는다. 윤회 세계가 있었기도 했던 것 같고, 어떤 거는 세계를 3개로 나누어 구분 짓기도 하고, 그나마 비중이 컸던 게 기독교라는 천국 사상이었다는 것이 유일한 기억이다.

그러나 다 부질 없는 짓인 건 웬만해서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종교들이 제대로 내세를 향하여 다려가는 행태를, 적어도 내 눈에서 보인 적이 없었다.

그들도 자연스레 알고 있는 것이다. 허언증과 견줄 만한 목격담이나 경험담만이 있는 내세를 기대하기보다 현세를 위하는 일이 더욱 이롭다, 그건 사상의 차이가 있을 리가 없는 진리다.

그렇기에 나도 역시 무교, 아니 무 교라고 해도 현세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잘도 이런 건 기억하고는 있다. 무교라는 게 실제 중교라 해서 붙여쓰지 않고 띄어써야 한단 것을 말이다. 이런 기억도 어찌보면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세계를 '산다'는 것은 곧 '세계를 익히고 동화한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우습게도 '산다'의 의미를 읊은 사람이라도 실천하지 못했다. 비록 비교하긴 수준이 극심하게 차이가 나나 철학자들이라도 그랬을 거라 믿는다.

철학들을 내세우는 데에 꼭 경험이 가미되리란 법은 없다. 고전과 역사로도 충분히 도출해낼 수 있는 명언도 있고 다양한 방법에 의해서 기록되었을 테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철학자들에게 덤빌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들 또한 종교 서적에 기록되지 못한 현세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해서, 그들이 철학자로서의 인생이 성공했다고 해서 전체적인 인생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아는 것은 그들의 철학이지 그 철학으로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이런 논리도 실상은 가장 유치한 승리방법인 무지로 자신감을 가질 뿐이다.

이러한 서두를 통해 얻고자 하던 것은 고작 내 인생담의 조그마한 정당성이다. 어느 순간부터 법규에 질려 있었었다.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10년 후부터 자유가 생길 수 있다는 인내만 깃든 책임없는 말에 지쳤기 때문에 얼마 안 지나서 흔히 말하는 비행청소년이 되었었다.

주변에서 말이야 당연히 많았다. 왜냐 하면 그것은 세계에 동화하는 길이 아니라 이탈하는 길이기에 수많은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를 만류했다. 또래는 유유상종이었다. 뜻을 같이 하는 십여명이서 순수히 생각해낼 수 있는 만행은 거의 다 저질렀다.

다만, 그래도 최후의 양심은 법전 전체를 뒤엎는 짓은 벌이지 않았다. 그나마 어긴 것이란 담배를 핀다거나 절도, 상해, 그래도 살인까지는 어기지 않았다.

은근히 시간을 빨랐다. 기억하기에 빠르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직접 겪어보고 있었을 땐 지루하다고 느꼈을 시간이었다. 물론 그런 느낌은 현재에서 존재하지 않긴 하다. 그립기도 하고 반성할 것도 있다.

예전에 들은 10년의 2분의 1이 이렇게 지나갔는데 인내가 깃들 필요도 없던 것이다. 나머지 5년이 남아있으나 이젠 그 5년이란 것도 의미가 없다.

반성할 건 아직 남아 있다. 자유를 찾으러 떠났다고 했던 모든 일련의 일들이 별 볼 일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렴 10년이 지났었다고 해도 결국 할 수 있었던 일은 4년 간의 싸움이 끝이었을 것이다. 자유라는 권리가 있다한들 모든 사람이 모든 권리를 행사하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시간, 자금, 건강과 비롯해서 어떤 사소한 이유들까지 여기에 간섭한다. 그러면 이를 통틀어서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다.

세계가 정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진다에 반대하여, 운명은 선택 하에 바뀔 수 있다고 긍정적인 관찰에 심취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 틀리다고 하진 않는다. 따지고 보면 선택할 권리는 누구나 있으니까 말이다.

그걸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관점의 차이다. 몇 명 역전한 이야기가 있긴 하다. 확실히 허구가 아니라 실화로 있으니 가능성에 얽매이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허나 출생자 수를 보면 그 또한 복권 1등 수준이다. 1명을 제외하고 버려지는 것이다. 단지 여기에서 버려진다는 것은 운명의 역정을 말하는 것이다. 원래 타고날 것이었으면 굳이 바뀔, 바꿀 필요도 없다. 그 중에서 진짜 버려진 존재라면 시작부터 밑바닥인 대상자들이다.

4년 째에 돈이 다 떨어졌다. 뺏었다. 들키지 않았다. 용케도 빨간 줄이 그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세 나는 절망했다. 해봤자 평생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푼돈에 내 목숨이 왔다갔다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써보니 5일, 5주 같이 보내려고 해도 달력은 말하고 있었다.

그 후, 몸은 가만히 있으나 정신은 평소보다 7배 산만했다. 잘 때도 산만해야 했다. 아무리 래도 6년은 버텨야 한다고, 다시금 부질없는 생각에 빠졌었다. 평일이 그러면 주말은 어떨까.

집이 교도소 같았다. 온 세상이 교도소 같았다. 14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니 푹신함에도 피부는 헐거워졌다. 왠지 아파질 것 같았다. 그것은 무서웠다.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더 아무것도 못하면 어떻게 될지 무서웠다. 엄마가 어디 아프냐고 물을 때 무조건 아니라고 답했다.

이것들이 내 정당성이 필요한 이야기다. 왜 여기서 끝났나? 나도 모르는 이야기다. 알지도 모른다. 그래도 모른다고 하는 게 확실하다. 아는 척으로 끝나면 금방 무너지기 마련이다. 애초에 다시 태어난 갓난아기가 이미 억년을 지낸 세계를 이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란 것도 그리 생이 긴 생물이 아니다. 그래서 미리 '산다'의 정의를 '동화'에 입힌 것도 모두 이를 위한 초석이다. '산다'가 '통달'이라면 그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닐 테다. 나는 인간이다. 인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나는 이전 세계에서 죽었다. 지금 세게에 태어났었다. 진행형으로 살고 있기도 하다. 나는 사람이 맞다. 그래서 인간이라 자각하는 이상 이런 사태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상현상, 좋게 표현하면 이렇다. 결코 평범하게로는 일어나지 않을 이야기다.

나는 그렇기에 이 이상현상에 대해 고마워 할 수밖에 없었다. 전생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없던 때에 제때 터진 잭팟은 매우 희망적이었다. 꼭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라 운명의 역정에 휩쓸리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이전 세계보다는 낫다.

아무렴 사랑하던 것이 아예 없던 세계와 사랑하던 것이 있었던 세계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




6월 7일이었다. 뭔가 일기 같은 시작이지만, 착각은 아니다. 솔직히 이렇게 기억에 의존하여 적는 기록에 당시의 감정들을 기록하긴 힘들다.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라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입혀지는 감정들은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보는 관점에서의 감정이 아닐까 모르겠다. 그래도 만일 그 때와 지금이 동일한 환경이었다면 이런 기록조차 남기기 힘들었을 거다. 어쨌든 그 날이 세계가 뒤바뀐 날이었다.

사실 6얼 8일이라고 정정하겠다. 7일과 8일이 헷갈리는 게 자연스럽다. 어느 사건, 화재나 교통 사고나 재해 등으로 적확히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진위조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나버린 현상에 불과했다.

그게, 자는 도중에 그랬다. 거짓말이 아니다. 침대 위에 누워서 잠옷, 잠옷이라고 해도 반팔에 반바지 대충 껴입은 사복 차림이었다.

어떤 시스템인지 모른다. 내가 입은 복장이 내 신원에 들어가는 것인가. 약간 양심적인 시스템이면서 약간 불합리한 시스템이다.

적어도 살충제 하나 무의식에 손에 쥐고 있었으면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을지도. 그러나 안의 내용물이 다 떨어지는 순간 고통이 찾아올 것이겠다. 그러니 소모품들은 무조건 비추천이다. 보급이 안 되는 이상 소모품들은 다 무쓸모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런 망상들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살충제를 들고 가서 개발하고 사업할 수도 있다, 그럴 실력이 있다면 말이다. 최소한 공장이라는 기술력이 존재한 세계라면 가능할지라도 내가 아는 이 세계는 과학적인 곳이 아니다. 후회는 일절 없다. 어떤 것을 들고 왔어도 결코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러면 다른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현대의 태아들이 병원에서 안전하게 탯줄을 잘라 나오듯이 넘겨갔을 때 장소, 상황은 안전했는가.

보편적인 생각으로는 워프 포인트나 스폰 에이리어처럼 적이 없는 곳일 게 정상적이라고, 아마 그렇게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었을 거다. 그런 고정 관념은 어찌 보면 바꿀 수 있었기에 새겨진 것이라고 본다. 편의성에 관한 피드백은 해주는 게 이득일지언정 손해는 없다. 그것이 장사인 것이다.

그러나 이건 장사가 아니니까, 내가 위험에 처하든 말든 숨만 붙게 할 각오였을 거라 본다. 그저 운명인 것이다. 운명은 무척 편한 단어임에 틀림 없다. 아무런 인과관계로 정의 내릴 수 없을 때, 운명이라고 내뱉는다면 그걸로 만사통정이다. 이로써 내가 할 이야기의 갈피는 다 드러낸 셈이다.

무의식의 경지에 이르럴 사고와 시각이 다 정지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위기가 찾아왔다. 당장 의식이 돌아옴과 동시에 오만 가지가 섞인 소음과 찬란한 청색의 불빛이 찔렀다.

일단 소음을 파악하기 이전에 불빛부터 생소했다. 파란 불꽃은 알아도 그런 파란빛은 본 적이 없었다. 그보다 보라색인지 자주색인지 헷갈리는 불빛이 더 거슬렸다.

몹시 위험하다는 인상만이 강했다. 가까이해서는 안 되고 저주스러운 불길한 색깔은 자꾸만 굼뜬 시각 앞에서 아른 거리고 있어 피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싶었을 참에도 붙들린 몸은 이리저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온전치 못한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에서 그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부드럽고 야비한 손의 피부 위의 여행이었다.


"어서오세요, 용사님."


여러모로 시끄러운 환경, 엑스포 건물 내부의 민중 속에 있는 것 같은 환경에서 잘도 또렷이 상대는 말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걸 제대로 들었다고 할 순 없었다. 해독과 독해는 다른 의미다.

'용사'란 말을 알아들었긴 했어도 정작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어떤 홍보 알바도 지나가던 사람 보고 용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용사라고 부를 만한 상품도 없다. 익숙할 수 없는 텍스트 같은 대사에 나를 부르는 게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했다.

그럼 일단 용사가 나라고 가정했다. 공부만 했는데, 사실 공부도 제대로 안 하긴 했으나 체력적으로 빈약한 내가 물리적으로 해결할 거리란 없었다. 그리고 나이만 해도 청소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을 게 뭐가 있을까.

허나 이 때까지도 비몽사몽인 채였다. 여전히 혼란한 상태라 하염없이 여행을 허락해주고 있었다.

그게 못마땅했던 거 같았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안간 힘으로 어깨를 쥐고 흔드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빨리 정신 차려야 해요. 안 그러면-"


상대가 말하지 않더라도 내가 이미 명령을 걸었었다. 그래도 듣지 않는 몸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비상 대피도 같은 경고문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던 찰나에,

그냥 정신을 잃어버렸다. 원인은 모르고 있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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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3 kran
    작성일
    20.06.19 00:24
    No. 1

    인물의 대사와 서술간의 어느정도 간격이 있으면 조금 더 읽기 편할 것 같아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3 NPJ
    작성일
    20.06.19 14:52
    No. 2

    인터넷네 검색해보시면 문피아에 맞춘 쪽설정 있을거에요. 그걸로 글 옮겨보시면 가독성 수정에 도움 되실듯.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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