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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수인 님의 서재입니다.

골드아이와 함께라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월하수인
작품등록일 :
2021.01.01 11:41
최근연재일 :
2021.01.27 19:56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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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8
추천수 :
15
글자수 :
12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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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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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향하는 사람들(1)

DUMMY

숨을 죽이며 해적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적들은 뜸을 들이며 쉬이 협곡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만 더 들어오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숫자에서 밀리는 상황과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는 베네스 왕국군 때문에 나서지 못했다.

“제발 조금만 더 따라 붙어라.”

테마리는 협곡 아래쪽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이때 뒤쪽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었다. 이때까지 그의 목숨을 살려 준 신호였기에 바로 뒤를 돌아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던 병사들은 이내 활을 집어 던지고 검을 뽑아 들었다.

“하하하. 쥐새끼들이 상당히 숨어 있었구나. 모조리 죽여주마.”

당황해 하면서 검을 들고 덤벼드는 베네스 왕국군을 그저 쥐새끼로 평가한 그는 무자비하게 병사들을 베었다. 그런 그에게 병사들이 섣불리 달려들지 않자 오히려 그가 달려들면서 학살을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테마리는 달라붙는 해적들을 떨쳐내고 그에게 달려갔다.

“네놈의 상대는 나다.”

“오호?”

“그 여유로운 표정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두고 보겠다.”

“두고 보는 것은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니 마음대로 하든가.”

껄렁껄렁 거리는 해적이 마음에 들지 않은 테마리는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그런 검을 여유롭게 피하는 해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작 이정도인가? 입만 살아 있던 녀석이었군.”

“뭐라?”

“비기사 아란테님 부관 카다스라고 한다. 뭐 현상금에 관심이 좀 있다면 누군지는 들어봤을테지?”

카다스라는 말에 테마리 경은 경악했다. 비기사 아란테에 이름이 밀려서 그렇지 그저 그런 해적이 아니었다. 소드 엑스퍼트 최상급에 위치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참 미안하네. 이름을 밝히자마자 죽이게 돼서.”

비기사 아란테가 원하는 것은 무자비한 살육.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서 일말의 자비는 필요 없었다. 살아있는 것은 보이는대로 죽일 뿐이었다.

“다음 생에는 보지 말자고. 그때도 내가 힘이 더 있을지는 모르니까.”

카다스의 검에 붉은 오러가 생겨났다. 점차 형태를 갖추었다. 허나 이내 일렁거리기 시작하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직은 미완성이라서 이꼴인데 점차 좋아지겠지. 그럼 정말 안녕이다.”

테마리도 급히 오러를 끌어 올렸지만 실력차이는 명백했다.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자와 이제야 소드 엑스퍼트 초급에 오른 자의 차이는 무엇으로도 간격을 채울 수 없었다.

무자비하게 가슴에 검을 찔러 넣은 카다스는 검을 비틀었다.


어느 정도 크레타 자작을 대피시키자 스카니는 매복중인 테마리 경이 생각났다. 그들을 놓고 갈 수 없기에 매복을 하고 있는 곳으로 뛰어 올라갔다. 조용히 그들을 데리고 후퇴할 생각으로 가득 찼던 스카니는 마침 검에 찔려 쓰러지고 있는 테마리 경이 보였다.

“테,테마리 경!”

가문 내에서 자신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해주는 유일한 기사였다. 항상 고마워했고 그로 인해 삐뚤어지고 싶은 것도 참았다.

쓰러지던 테마리 경이 스카니가 보였는지 검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그저 가라는 손짓을 힘겹게 했다.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달려오는 해적을 베어내며 테마리 경에게 달려가 스카니는 서둘러 품에서 포션을 꺼냈다. 망설이지 않고 반은 입에 넣고 반은 상처에 뿌렸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 갈 것 같았던 그의 얼굴이 그나마 편안해졌다. 숨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자 일어선 스카니는 해적들을 노려보았다.

“네놈이냐. 테마리 경을 이렇게 만든 것이?”

“그렇다면?”

“죽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스카니의 말에 카다스는 그저 씩 웃었다. 진정한 실력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허나 앞에 있는 자를 보니 옷도 귀족이나 입을 법한 갑옷이었다. 아무리 수수하게 입었다고 해도 일반 기사와 평민들과는 급이 달랐다.

“의외의 수확이 생겼군.”

귀족들은 왠만하면 죽이지 않는다. 그들은 잡아 놓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너는 나와 같이 가야겠다. 물론 주위에 있는 놈들은 열외다.”

“무슨 개소리냐?”

“무슨 개소리긴. 네놈을 포로로 잡고 인질 협상을 할 예정이란 개소리지.”

실실 웃던 카다스는 표정을 굳히고는 스카니를 향해 움직였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번쩍 하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스카니 뒤를 점한 그는 뒷목을 강하게 내리쳤다.

“입에 비해 별 능력이 없는 놈이군. 그렇지만 귀족이라는 것이 우선은 목숨을 살렸다.”

전리품을 챙긴 해적들은 신속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해적 토벌은 의외로 쉽게 끝난 느낌이 났다. 물론 베네스 왕국군이 강해서가 아니라 챙길만큼 챙긴 해적들이 물러갔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서 총동원령을 내린 국왕의 체면을 무참히 깍아 내렸다.

“전하. 이번 해적들의 침입으로 남부지방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나 항구에 정박 되어 있던 전선들이 대부분 가라앉을 뿐만 아니라 해안의 진지들이 철저하게 파괴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리체 마탑에서 이번 해적 침입으로 생긴 피해를 청구하였습니다. 감히 계산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예산이 필요 할 듯 합니다.”

재무대신이 나열하는 피해 상황을 듣던 국왕은 한숨이 나오면서도 고개만 숙이고 있는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눈을 마주칠 까봐 계속해서 주시를 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복구 방법은 있는가?”

“피해가 없는 북부와 중부의 귀족들이 자발적으로 돕거나 그렇지 않으면 왕실 재산을 써야 할 듯 합니다. 이번년도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20퍼센트 줄어들어 남부지방을 도울 여력이 없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북부지방의 대표인 그라체노스 공작이 대노하며 재무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보고 누굴 도우라고 했는가? 남부지방이 이번에 해적에게 털린 것은 아쉬운 상황이지만 그것은 그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네. 그들은 풍족하지만 병력을 키우는 것을 언제나 망설였지. 그저 몸뚱이 하나 지킬 정도만 돈을 썼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 것이네. 우리 북부 지방을 보게. 남부지방보다 가난하지만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는 제국이 있기에 성벽을 쌓고 병사들을 뽑아 훈련을 시켰지. 그 결과가 어떠한가? 제국도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네.”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남부지방에 저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면 왕국에 이로울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부 귀족들에게 이로울 것도 없지.”

그라체노스 공작의 말에 북부 지방 귀족과 남부 지방의 귀족들이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괜히 남부 지방 귀족 편에 섰다가는 눈 뜨고 주머니가 털리는 격이 되는 것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습니다. 재정 대부분을 남쪽으로 돌리는 수 밖에요. 무너져 내린 진지를 수리해야 하고 가라 앉은 전선을 다시 만들려면 엄청난 재원이 들어갑니다.”

“뭐야? 세금 대부분을 남쪽 지방에다가 쏟아 부으시겠다? 미쳤군. 해적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제국군보다 강할까? 나라 꼴이 잘 돌아가는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는 그라체노스 공작에 의해 회의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그런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국왕이 입을 열었다.

“그라체노스 공작. 진정하시게. 오죽 답답하면 이런 결정을 내렸겠는가?”

“하오나...”

“약해진 쪽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계속해서 해적들이 남쪽 지방을 휩쓸고 다닌다면 국력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타겠지. 그렇게 된다면 북부 지방에 아무리 강병이 있다고 한들 나라의 틀이 깨지는 것은 시간 문제겠지.”

“...”

“대신 그라체노스 공작 자네에게 남부 지방 총사령관에 임명하겠네. 그 많은 재원을 가지고 자네의 방식으로 남부 지방을 강화해보게.”

국왕의 파격적인 발언에 재무대신은 물론 모든 귀족들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북부에 이어 남부 지방의 군권을 그에게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왕 전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북부 지방은 그라체노스 공작이 길러 놓은 강군이 강력한 요새에 의지해 제국군을 방어해온지 벌써 30년째네. 자네 제자들도 이미 소드 마스터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네. 그들에게 북부 지방을 맡겨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라체노스 공작 밑으로는 3명의 제자가 있는 5년전 모두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 반열에 올라 그를 기쁘게 했다. 슬슬 세대교체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국왕의 말에 구미가 당겼다.

“그럼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북부 지방 같은 남부 지방을 만들어주게.”

그 말을 끝으로 회의가 끝났다.


교환의 섬

베네스 왕국과 해적 왕국 사이에 작은 섬 하나가 존재하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교환의 섬이라고 부른다. 이름의 유래는 말 그대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섬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쓸 물건을 교환 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이곳은 돈과 사람이 교환되는 곳이었다.

“자자. 한시간 후에 베네스 왕국에서 배가 도착할 것이다. 가문에서 중요한 놈이면 돈이 얼마가 들어도 지불하고 데리고 갈 것이고 그만한 가치가 없다면 이곳에 남게 되겠지.”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감옥을 지키는 해적들은 웃으며 작은 단도로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런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옥 같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베네스 왕국놈들이 돈이 없어서 네놈들을 데리고 못 갈 경우가 있지. 그럼 네놈들이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이 2가지로 줄어들게 되어버리는 거야.”

“그게 뭐요?”

가만히 있기가 궁금한 누군가가 묻자 누런 이빨을 들어내는 해적이 말했다.

“첫번째는 베네스 왕국을 포기한다는 저기 걸려 있는 전향의 종을 치고 우리와 남은 인생을 함께하는 방법이 있지. 두 번째이자 마지막은 감옥 가운데에 뚫려 있는 곳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수십마리 상어떼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으니 결국에 죽는다는 말이겠지만. 하하하하.

그의 말처럼 감옥 가운데에는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 그의 말을 듣기 전에는 그저 화장실 용도로 뚫려져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자.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내가 이 감옥장을 지낸지 10년이 넘었지만 모든 귀족들이 모두 이곳을 나간 것을 본적이 없었어. 즉 누군가는 이곳에 남겨진다는 것이지. 만약 남게되면 곱게 우리와 같이 다비스 성으로 가자고. 우리 총대장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여서 전향만 한다면 모두 살려주니까. 다만 다시 베네스 왕국 땅을 밟으려면 5년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그의 말을 듣고 있는지 한시간 쯤 되자 한척의 배가 낯선 배가 들어왔다. 그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베네스 왕국의 귀족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드디어 왔군. 어서 거래를 끝내고 다비스 성으로 돌아가서 맥주를 마셔야겠어. 제발 이번 거래에 모두 끝이 났으면 좋겠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해적은 미리 적어 놓은 금액에 따라 한사람씩 감옥에서 꺼냈다. 그렇게 한명 한명이 나갈 때마다 스카니와 테미리경은 어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빌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해적의 입에서 이데아 가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데아 가문의 기사 테마리는 나오게.”

“이보시오. 정말 나만 데리러 왔다는 것이오?”

“그럼 내가 돈을 더 준다는데 장난이라도 하는 것 같소?”

인상을 찌푸리는 해적의 얼굴에서 진심이 묻어나자 테마리 경은 더욱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뭔가 잘못된 것이오. 우리를 데리러 온 자를 만나게 해주시오.”

“거참 귀찮게 하네. 하여간에 우리 말은 아무리 진실이라고 해도 믿질 않는다니까.”

투덜거리는 해적이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그를 본 두 사람은 몸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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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적토벌(4) 21.01.02 388 0 11쪽
4 해적토벌(3) +2 21.01.02 40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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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적토벌(1) 21.01.01 73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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