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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수인 님의 서재입니다.

골드아이와 함께라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월하수인
작품등록일 :
2021.01.01 11:41
최근연재일 :
2021.01.27 19:56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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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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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수 :
12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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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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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해적토벌(2)

DUMMY

임무를 할 때에는 보통 혼자 움직였다. 그 편이 빠르고 뒤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뒤에 1500명의 병사들이 뒤따르고 있으니 속도가 빠를 수가 없었다.

“데미안 경. 코크베인 요새까지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런 속도로 가게 된다면 5일은 더 걸릴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코크베인 요새에서 휴식을 하지 못하고 바로 행군하게 되어 병사들에게 피로가 가중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속도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약속 시간은 어떻게든 맞춰야 합니다. 이번 토벌군 총사령관이 누군지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15짜리 왕세자가 직접 토벌 사령관이 되어 참여한다. 그렇게 되면 왕세자에게 얻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에게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그 참모들이 참으로 명장이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번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본다면 그야말로 암덩어리었다.

“뎀벨레 백작은 너무 욕심이 많고 북부 귀족들을 편파적으로 기용하는 사람이고 이벨리아 후작 또한 자신의 측근만 기용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지.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이스코 백작이 왕세자 곁을 지킨다는 것이지요.”

이스코 네빌스. 베인스 왕국의 단 하나 밖에 없는 소드 마스터였다. 어린 왕세자를 위해 이번 토벌전에 참여하지만 왕세자 호위만을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그의 무용을 볼 수는 없을 듯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제일 좋은 방법은 다소 피곤해지더라도 속도를 올리는 방법입니다. 힘은 들겠지만 코크베인 요새에서 2일동안 휴식을 할 수 있으니 나쁘지는 않겠지요.”

“그럼 다른 방법은요?”

“갑옷을 벗고 가는 것입니다. 중간에 몬스터만 만나지 않는다면 갑옷을 벗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말에 스카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코크베인 요새까지는 그나마 치안이 좋은 곳이었다. 갑옷을 벗는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몬스터가 아니라면 덤벼들지 않을 것이다.

“좋습니다. 속도를 내려면 차라리 갑옷을 벗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말이 더 필요한데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우선은 우리가 타고 있는 말을 다 마차에 연결해야겠지요. 그렇게라도 해서 병사들이 편해질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스카니의 말에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친 병사들로는 해적을 상대 할 수 없다. 차라리 소수가 희생해서라도 다수의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만 있다면 해볼만하다는 것이 스카니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스카니의 명령이 전해지자 병사들은 갑옷과 투구 무기를 마차에 실었다.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는 마차라 그런지 끄떡이 없었다.

“이것으로 행군 문제는 해결이군요. 그럼 속도를 높이도록 하지요.”

스카니의 명령에 행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코크베인 요새

영주관에 왕세자를 중심으로 모인 귀족들이 하나 둘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늦게 도착하고 있는 귀족들을 깍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부지방 실세인 크라멘데 백작은 언제 온답니까? 오늘 정오까지 오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전시입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군법으로 다스려야 하지요.”

그들은 시계를 보면서 어서 정오가 지나가길 빌고 있었다. 중부지방에서 제대로 숨을 쉬고 살고 싶으면 제일 먼저 깍아 내려야 할 크라멘데 백작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크라멘데 백작은 이번에 병사 1500명이나 보내 준 고마운 분이 아닙니까?”

“왕세자님. 생각을 잘하셔야 합니다. 크라멘데 백작은 욕심이 많은 자입니다. 또한 귀족파이니 왕세자님께 도움이 될 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5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 이곳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바로...”

끼익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더니 한 청년이 들어왔다.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진정되는 않은 숨을 고르며 왕세자에게 인사를 했다.

“이데아 백작령을 대표해서 이번 해적 토벌전을 참가하게 된 스카니라고 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땡 땡 땡

스카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시계에서 소리가 났다. 정말로 간발의 차로 시간을 지킨 것을 확인한 스카니는 안도했다.

“늦은 것은 아니네. 어서 자리에 앉게.”

크라멘데 백작이 직접 온 것이 아니기에 말석에 앉은 스카니는 그들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들었다.

“이번 토벌전은 빼앗긴 도시를 되찾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근거지까지 공격해야 합니다. 아예 그 씨를 말려야 합니다.”

“그것은 힘들 듯 합니다. 무슨 수로 그들의 근거지를 공격한단 말입니까?”

“아직 해군은 건재합니다. 그들과 합동 작전만 잘 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껏 그것을 몰라서 안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몇차례 시도 했지만 수많은 병사만 물고기 밥으로 만들었을뿐이었다.

“오데라 자작. 그것을 지금 생각을 안하고 있는 줄 아는가? 다 예전에 해보고 안되니까 안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엔 다릅니다. 시스 항에 지금 건조 중인 배가 거의 완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놈의 전선 건조! 베네스 왕국의 국방비를 제일 많이 잡아 먹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그것을 건조할 바에는 차라리 기사와 마법사 양성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네.”

“지금 건조 중인 전선은 수송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전선입니다. 한번에 많은 병력을 태워 그들의 본진을 치기에 아주 좋을 것입니다.”

“그것 참 답답한 소리를 하네. 전선도 그들의 본진을 가기 전에 가라앉을 판국에 수송선이 버틸 것 같은가? 이상과 현실을 다른 법이네.”

로코 후작은 답답한 소리만 하는 귀족을 보면서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야말로 해적들과 수차례 붙어 본 베테랑이었다. 그들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육지에서 막강한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앞세워 확실히 기선을 제압한 후 병사들을 투입해서 끝을 내는 것이다. 물론 해적을 상대하는 책을 저술해서 각 귀족들에게 돌린 그였으니 더욱 답답했다.

“그나저나 크라멘데 백작과는 무슨 관계이길래 자네가 군사를 이끌고 왔는가?”

로코 후작은 분위기를 전환 할 겸 스카니에게 말을 걸어왔다. 물론 이 질문이 언젠가는 나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스카니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크라멘데 백작님께 크나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군사를 이끌고 왔습니다.”

스카니의 말에 모두들 수군거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사생아 이야기를 실제로 확인했으니 더욱 좋은 가십거리였다.

“그렇다고 해도 실력이 되지 못하면 대표로 오지 못했을텐데...?”

“크라멘데 백작님께서 그래도 일천한 실력을 높게 봐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쓴 웃음을 지었다. 실력이 높다 한들 20살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 소문으로 인해 곤란한 크라멘데 백작인데 제거 할 기회가 생겼는데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라멘데 백작이 신임 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능히 선봉에 서야겠지. 그렇지 않나?”

“크라멘데 백작님께서 높게 봐주신 것이지 여기 모인 쟁쟁한 분들과 실력을 비교한다면 일천합니다.”

스카니는 로코 후작의 말에 기겁했다. 말이 선봉이지 그야말로 불구덩이에 먼저 들어가서 타죽으라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허허. 그래도 한가닥 하는 인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군. 그럼 이번 선봉은 크레타 자작이 서도록 하시오. 기사 500명과 마법병단 반을 데리고 가도 좋소.”

“마법병단과 기사단을 말입니까?”

“그럼 병사들로만 해적들을 상대하라고 시키려기엔 그들이 너무 강성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이만큼이나 지원해주는데 이에 부합하는 성과가 있길 바라겠소.”

선봉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괴로웠는데 로코 후작의 엄청난 지원을 받게 되자 크레타 자작은 꿈에 젖어 있었다. 빼앗긴 3개의 성을 모두 자신이 수복 한다면 그야말로 승작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공격 날짜는 2일 후이니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나머지 귀족들은 선봉이 떠난 후 3시간 뒤 출발할테네 알아서들 준비하도록.”

이미 공격 날짜는 정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스카니는 무심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작게 보이는 세길러 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혼자면 몸이라도 빼는데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네. 암튼 쉬자.’

생각을 마친 스카니는 빠져나가는 귀족들 끝을 따라 방을 빠져 나갔다.


출발 당일이 되자 코크베인 요새는 매우 분주해졌다. 크레타 자작이 멋지게 갑옷을 차려 입고 나와서 병사들을 다독였다. 기사 500명에 마법사100명 그리고 병사 1만명까지. 이건 지려고 해도 질 수 없는 싸움이라 생각한 크레타 자작은 한 껏 여유를 부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하하하.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오다니. 스카니라고 했던가? 그 멍청한 놈은 이런 좋은 기회를 뻥 찼지. 그러니 크라멘데 백작도 제거하려고 했을거야.”

이번 기회는 하늘이 내려 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한 크레타 자작은 어서 빨리 출발 시간이 되기를 기달렸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스카니의 얼굴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저렇게 서두르다가는 낭패를 당할 경우가 생기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정찰을 보내는 한편 본대와 시간 간격을 줄여야 할텐데 말이야.”

“자네 생각은 그런가?”

순간 스카니는 단검을 뽑아 말을 한 자의 목에 겨누었다. 하지만 이내 단검을 치울 수 밖에 없었다. 바로 로코 후작이었기 때문이다.

“반응이 아주 빠르구만. 재수 없었으면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 될 뻔 했지.”

“죄송합니다. 로코 후작님.”

“아닐세. 몰래 다가온 내가 잘못이지. 그나저나 자네 생각이 그러하단 말인가?”

“...”

“말해보게. 여긴 우리 둘 밖에 없으니 말일세.”

로코 후작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할 수 없이 스카니도 입을 열었다.

“지금 기사단과 마법병단 때문에 크레타 자작님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물론 싸움터가 될 곳도 바다가 아닌 육지니까요. 하지만 생각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전례와 다르게 영주성을 공격해서 점령한 해적들입니다. 뭔가가 있으니까 점령을 한 것 아니겠습니까?”

“음...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 그놈들은 치고 빠지기의 명수이지. 700년 전 해적왕이라는 제널드를 제외하고 말일세.”

스카니의 말에 동조하는 한편 로코 후작은 갑자기 700년 전 해적왕이라고 칭한 제널드가 생각났다. 흔히 말해서 초인의 경지에 오른 용병왕과 맞먹는 신위를 지녔다. 또한 그의 말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 들 해적들이 수십만에 달했으니 바다를 끼고 있는 왕국들은 엄청난 근심거리였다. 물론 초인인 제널드도 트릭벤 제국의 기습으로 횡사를 해버렸으니 다 옛날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 왜 선봉을 설 기회를 줬을 때 잡지 않았나? 기회를 잡아서 하고 싶은대로 움직이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 한 목숨 건사하기도 바쁜데 누구를 지휘하겠습니까?”

“어쩌면 그게 겸손한 말이 되기도 하지. 하지만 말일세. 만약 자네가 저 크레타 자작의 소속으로 선봉에 선다고 생각해보게. 아마도 비명횡사가 싫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될지도 모르지.”

“로코 후작님께서 크레타 자작님 좀 다독여주시지요. 크레타 자작님이 잘못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뒤따르는 기사 마법사 병사들이 잘못되는 것은 막고 싶습니다.”

진심어린 말이었다. 잘못된 지휘관을 만나 개죽음을 당하는 병사들을 수없이 봤다. 그렇기에 들떠있는 크레타 자작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겠지. 이번에 왕세자님께서 직접 오신 마당에 첫 전투부터 대패를 할 수는 없는 법. 이래나 저래나 힘들군.”

“그럼 전 준비를 하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스카니가 떠나자 로코 후작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릴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가다듬지 않은 원석이었다. 이번 해적 토벌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스카니를 데려다가 한번 키워 볼 생각이 든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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