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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2,255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9.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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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0
추천
70
글자
12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22화

.




DUMMY

[안녕하세요, 다니엘. 잠시만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누구?]


며칠전 SNS를 통해 다니엘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 사람 하나 찾겠다고 지훈이 형이랑 날 밤을 새긴 했지만······.’


다니엘 크레이프란 이름을 쓰는 사람만 자그마치 2,000명. 내가 확인한 숫자만 이런데, 실제로는 아마 족히 저 숫자를 가뿐히 넘기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지, 대부분은 본인의 페이지에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적어뒀고, 그 덕에 마침 임페리얼 칼리지에 다니는 다니엘 크리스퍼라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저는 한국에서 코어 코퍼레이션이라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당신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혹시 잠시만 시간 괜찮으실까요?]

[아니, 지금은 좀 바빠서.]


조금 재수가 없긴 했지만, 이해가 가는 반응이었다.

19살의 나이로 영국 최고의 공대, 임페리얼 칼리지 생명 공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한 다니엘이다.

그런 그에게 일개 소국가 자영업자가 잠시만 시간을 내달라고 한다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것이다.


[잠시만 들어주신다면, 보수는 넉넉히 하겠습니다.]

[······, 그 말 진짜야?]


넉넉한 보수를 하겠다는 말에 구미가 당겼는지 나를 떠보기 시작하는 녀석


[참고로 나는 프로 해커로서, 만약 그 말이 거짓말이라면 니 녀석의 계좌를 터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네.]


귀여운 짓을 하네.

내가 니놈의 신상을 모르고 있을까 봐?


[알겠습니다. 그리고 생명 공학 전공하신 거 알고 있습니다.]


이윽고, 다니엘의 계좌에 700파운드를 입금한 후, 크리스퍼 CAS9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글쎄, 내가 아는 거라곤 로즈 자매들이 개발했다는 사실밖에 모르는데? 근데 그건 왜? 만들어진지 벌써 5년도 지난 걸 갑자기 왜 얘기 하는거야?]

[그들은 사기꾼입니다.]

[뭐? 야 코리안, 설마 또 니네 종족식 우기기 시전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건 저희 옆 나라 얘기죠, 그것보다 당신께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십니까?]

[그러고 보니, 개발이 이미 끝났다고는 하는데, 이렇다 할 실물을 보여준 적은 없긴 하네.]

[바로 그게 증거입니다.]

[근데 그게 나랑 도대체 뭔 상관인데?]

[혹시 저와 대면해서 얘기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십니까?]

[만나서?]

[네. 그렇습니다.]


1분간 답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깊게 고민할 게 있나.


[보수는 5배 정도 더 드리겠습니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물론 통장에 티도 나지 않을 테지만.


[여기까지 오려면 거리가 꽤 있을 텐데 괜찮겠어?]

[상관없습니다. 주소만 말씀해 주신다면 당장이라도 찾아 갈 수 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더니 이윽고 대화창에 주소맵이 하나 올라왔다.

내 예상대로 현재 그가 있는 위치는 사우스켄싱턴.

임페리얼 칼리지의 본교가 있는 곳이었다.


[뭐, 말하는 걸 들어보니 위험한 놈 같지는 않고, 더군다가 니가 한 얘기에 관심이 좀 생겨서 말이지. 별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는 하지 마.]

[넉넉한 보수 때문에 그러신 거 압니다.]

[건너오면 연락하라고.]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게 부끄러웠는지 서둘러 대화창을 종료시키는 다니엘.

그와의 채팅이 종료된 이 순간.

지금 당장이라도 출발할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택배요.”


하나 그런 기분을 만끽하던 것도 잠시 어김없이 집 앞에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부욱―


택배 상자를 가른 순간 그 안에는 다름 아닌 한국산 과자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영업을 하려고 한다면 응당 선물은 필수인 법.

회귀 전 다니엘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분명 군것질을 끔찍이도 사랑했다고 했었지?

그래서 그런가, 한 매체에 따르면, 다니엘의 치과 주치의 연봉은 어느 메이저리그 유명 야구선수에 버금간다고 한다.


“어디 한국산 질소 맛 좀 봐라.”


* * *


인천 공항 국제선.

늦잠을 자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한 탓에 중요한 걸 빠트리고 말았다.


“헉헉.”


때마침 부탁했던 짐을 들고 나에게로 달려오는 황지훈.


“야! 정신을 도대체 어디다 두고 사는 거야!”

“미안 미안. 기념품 사올테니까 화 풀어.”


이내 화가 누구러지지 않는 듯, 매서운 눈을 뜨고 얼굴이 뚫어질 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안하다니까······.”


‘내가 요즘 너무 부려먹었나?’


안 그래도 졸업 작품 때문에 바쁜 사람을 자꾸 오라가라 했던 게 앙금이 되었나 보다.


“그래도 지금 가면 앞으로 몇 달은 못 볼 텐데 아쉽잖아. 이런 김에 얼굴 한 번 더 보고 가는 거지.”

“어휴······, 내가 이런 놈을. 자!”


한숨을 내쉬는 황지훈에게서 종이봉투를 건네 받았다.

기내에 반입되지 않는 물품을 모두 수하물로 부친 후에야 겨우 입국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다니엘, 저 이제 출발합니다. 아마······. 7시는 돼야 도착할 것 같습니다.]


다니엘 크레이프에게 간단한 문자를 남기고 기내로 몸을 옮겼다.


― 비너스 항공 A31304호기 이륙합니다. 모두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퍼스트 클래스의 시트는 아늑하기 그지 없었다.

그야말로 이 의자에 앉은 순간만큼은 아랍 석유부자가 부럽지 않은 느낌.

뭐 물론 기내 서비스로 나오는 샴페인은 평범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10시간을 비행하는 동안 어느 것 하나 불편한 점 없이 마침내 영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Why are you here?”


꽤나 본투비 영어를 구사했던 덕에 입국 심사는 별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수하물을 찾고 출구쪽을 향해 걸어가니 창문 틈으로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헤이! 코리안!”


그 순간 수많은 한국인들의 이목이 저 흰색 피부를 가진 남자를 향해 집중되었다.


“음······. 은호 주?”


이윽고 자신이 어떤 무모한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남자는, 오른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슬쩍 보더니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외소한 체구의 누가봐도 범생이로 보일 듯한 뿔테 안경. 그리고 얼굴 곳곳에 착색된 주근깨까지.

아마 저 남자의 입에서 내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못 알아 볼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기억 속에 있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가진 남자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내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기까지 나와 주실 줄은 몰랐는데요?”

“그래도 멀리서 온 손님인데 마중은 해야지.”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신의 속내를 숨긴다고 숨긴 거겠지만, 나에겐 그 모습이 너무나 훤히 들여다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20살 유럽인이라고 한다면 이미 2차 성장이 완료된 여느 일반적인 유럽인들을 생각할테지만, 다니엘은 조금 달랐다.

나이만 20살이었지, 외모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일반적인 10대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거짓말에 소질이 없으시군요.”

“뭐, 뭔 소리야? 바쁘니까 일단 빨리 이동이나 하자고.”


하나, 그 자리에서 도무지 떼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다니엘의 다리.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 이거 기다리신 거 맞죠?”


출국하기 전 그에게 줄 선물이 있다는 걸 미리 통보한 상황.

아마,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

이윽고 과자상자가 든 캐리어를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하는 다니엘이었다.


부욱―


그 순간 다니엘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한 달빛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하나, 내색을 보이지 않는 다니엘.

이윽고 캐리어에서 초코맛 과자를 하나 꺼내들고, 홀로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주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 보수면 뭐.”


택시에 탑승해 그가 안내하는 곳으로 가기까지, 다니엘은 줄곧 아무말 없이 그저 과자만 열심히 음미하고 있었다.


끼익―


이윽고 내린 곳은 어느 허름한 빌라촌.

여전히 캐리어를 보물처럼 이끌고 다니는 다니엘이 안내한 곳은, 엘리베이터 하나 없는 5층짜리 구조물 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곰팡이 특유의 쾌쾌한 냄새는 물론, 의문의 자국들이 온 벽지를 도배하고 있었다.


“자, 이곳이야.”

“여기가 다니엘씨가 거주하시는 곳인가요?”

“그건 아니고. 연구실.”


이런 허름한 공간에서 연구를 한다고?

그럼 크리스퍼 CAS9도 이곳에서 탄생했다는 말인가?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마침내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내 눈앞에는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와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좀비 3마리가 있었다.


“사람이 더 있었던 겁니까?”

“그럼, 자, 다들 주목 좀 해줘.”


일동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해 돌아갔다.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보기만해도 힘이 절로 빠지는 눈빛이었다.


“저기 손에 스포이드 들고 있는 애가 한스. 그리고, 지금 니 옆에 와있는 애가 마틴, 마지막으로 쟤는 쿠퍼. 너도 인사 한마디 해.”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에서 작게 사업을 하고 있는 주은호라고 합니다.”


아까부터 내 옆에 다가와 어슬렁거리던 이 녀석이 너무나 거슬린다.

마틴이라고 했나?


“저기요 마틴.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냄새가 나.”

“네?”

“너한테서 자꾸 쇳가루 냄새가 나.”

“무슨······, 뜻입니까?”

“너 우리 쪽 일 하는 사람 아니지?”


아, 그런 거 였나.


“전공은 그렇지만, 저는 그런 것에 국한하지 않고 이것저것 하는 사람입니다.”

“차림새를 보니 어디서 돈 될 거 없나 찾고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번지수 틀렸어. 우리도 아직 이렇다 할 발견을 하지 못했으니까.”


무릇 분위기가 험악하게 굴러가기 시작하자 다니엘이 제지에 나섰다.


“하하······. 다들 너무 적대시할 필요 없어. 단지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보러 온 거라니까. 저기, 은호?”

“네.”

“일단 저쪽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줘.”


이윽고 그들은 덩그러니 나 혼자만 남겨놓고 방안에 들어가 문을 굳게 잠갔다.


잠시 일어나 거실을 살펴보니 연구에 필요한 도구들은 물론이고, 유틸리티 설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서 그런 걸 개발할 수 있었던 거지?


의구심을 품으며 연구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중 방 안에서 큰 소리가 흘러나왔다.


― 뻑킹 다니엘! 지금 이 시기에 외부인을 데려오면 어떡해! 우리 연구 자료가 저 사람한테 넘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 진정해 쿠퍼, 괜찮을 거야. 어차피 간단한 인터뷰만 하고 간다고 했으니까.


어이가 없네.

자기들이 지금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나는 일절 관심도 없는데, 나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크리스퍼 CAS9 단 이 한가지 뿐이다.

꽤나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까.


끼익―


마침내 방문이 열리고, 다니엘이 나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왔다.


“얘기는 잘 하셨습니까?”

“은호,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줘.”

“예?”

“아무래도 애들이 당신을 좋게 보지 않은 모양이야.”

“아니, 저는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요?”


이 억울함을 하소연 할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괜한 헛걸음을 될 수도 있을 터.

그들의 의심을 눈 녹듯 해소해줄 만한 확실한 무언가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내 가방을 열고 종이봉투를 꺼내 보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이거라도 한 번 같이 읽어보시고 연락주십시오.”

“응, 진짜 미안해 은호. 조심히 돌아가.”

“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실력이니까요, 과연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계신 분들이니 빠르게 연락주실거라 믿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등을 보였다.

이젠 그들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

아마, 내가 건넨 종이봉투를 열어본다면, 언제 그랬냐는 태도를 돌변하고 다시 나에게 접근해 올 것이다.

그 안에는 크리스퍼 CAS9의 대한 중요한 정보가 담겨져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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