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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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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8.14 14:03
조회
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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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글자
12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6화

.




DUMMY

“아····· 아버지?”


초연한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이 남자.

한눈에 봐도 고귀한 귀족같은 분위기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백발의 머리와 황건우만큼이나 큰 키, 금테를 두른 안경 얼핏 나이를 가늠해 보았을 때 60대 중후반 정도.

이내 닫혀있던 그의 입이 열린 순간 연구실 내부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마침 지나는 길에 잠깐 들렸더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지?”


이윽고 남자가 내뱉은 목소리에 황건우의 몸이 단단한 돌처럼 굳어졌다.

TK그룹의 황영춘 회장.

그의 일대기를 신문 기사에서 읽어본 적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조그마한 구멍가게부터 지금의 TK그룹이라는 대기업을 키우기까지의 일대기.

한때는 타임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3위를 차지했던 그가 특유의 아우라를 뿜으며 이쪽을 향해 걸어왔고.

마침내 내 눈앞까지 다다랐을 때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토록 고대했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황지훈과 엮여 황회장을 만나는 일.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토록 빨리 찾아올 줄이야.


‘이젠 계획했던 대로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2030년 TK 그룹이 재계 순위 1위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안목을 갖고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투자를 마다하지 않으며, 첨단 산업 기술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황회장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 그가 이 시대엔 존재하지 않았던 ‘나노 쿨러’를 본다면 분명 달콤한 제안을 걸어 올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 아버지··· 그게 아니라.”

“바닥은 또 왜 이 모양이지?”

“······.”

“한심한 놈.”


황회장의 시선이 황지훈의 뺨으로 향했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형제들끼리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건만.”

“······.”

“기껏 열심히 해보라고 본부장 자리에 앉혀놨더니. 할 짓이 그렇게 없었더냐.”

“······죄송합니다.”


황회장은 이 상황에 진절머리가 난 것 같았다.


“오너가라는 놈이 품위를 지키지는 못할망정······.”

“죄송합니다. 아버지.”

“꼴도 보기 싫으니까 썩 나가.”

“······.”


터벅터벅―


못마땅하다는 듯한 발걸음으로 연구실 밖을 향해 걸어가는 황건우.

이윽고 그의 종적이 사라지자 황회장은 황지훈의 뺨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괜찮니?”

“······괜찮습니다. 아버지.”

“내가 미안하다. 그나저나, 힘들게 개발한 장비가 다 못쓰게 됐구나.”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프레임 안에 그들을 가둬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자라고 함은 자신의 아버지에게조차 부정당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황회장은 자신의 서자 아들에게도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괜찮아요, 장비야 새로 만들면 되는 거니까.”


자신의 감정을 아버지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건지 황지훈은 살며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이내 황지훈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뺨에 올려져 있던 손을 거두는 황회장.


“그런데, 이 친구는 누구지?”


이제야 나를 의식한 황회장은 내 정체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아··· 일전에 말씀드렸던 과 동기입니다. 같이 박람회 참가하기로 했다던.”

“아. 이 친구가 그 친구인가?”

“네. 회장님. 주은호라고 합니다.”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내 모습에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황회장이었다.


“밝은 모습이 근래 보기 드문 친구 구만.”

“감사합니다. 회장님.”

“듣고 보니, 우리 지훈이 말로는 재능이 아주 뛰어난 학생이라던데. 혹시 이번 박람회에서 어떤 장비로 출품하려는 건지 물어봐도 괜찮겠나?”


당연히 괜찮죠.

이 상황이 오기만을 그토록 고대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마침 아까 전부터 생각해둔 시나리오가 있었다. 이제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간단한 일만 남았다는 말씀.


“물론입니다. 그런데 회장님. 외람되지만 그 전에 서론을 조금 늘여도 되겠습니까?”

“그래 뭐, 얘기해 보게나.”


호흡을 가다듬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이번에 아이템을 개발하면서 중점으로 두었던 건 이겁니다. 미래 산업에 발맞춰 대부분의 기계들은 점점 고성능화 되어 갈 것이고, 뿐만아니라 장비들의 외형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그 말은 나도 동의하네.”

“하지만, 장비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그에 따른 리스크도 생기기 마련이죠, 당장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전자제품들만 봐도 발열에 대한 폭발 이슈가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 보면 수만 건이 나올 겁니다.”


꼬아져있던 팔짱을 풀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황회장이었다.


“서론이 조금 기네만 슬슬 결론을 말해주면 안 되겠나?”

“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MA-1의 기능을 이용하여, 만들어 두었던 나노 쿨러였다.

몹시 익숙한 물건에 황회장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건 그냥 핸드폰 아닌가?”


겉보기엔 그저 스마트폰에 지나지 않았기에, 어딘가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는 황회장.


“이 늙은이가 봤을 땐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구만, 자네가 혹시 설명 좀 해줄 수 있겠나?”

“스마트폰 안에 소형 쿨러를 심어뒀습니다. 단언컨대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에 부합하는 아이템이죠.”

“음···.”


한참을 뚫어져라 화면 속만 응시하고 있는 황회장.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기기의 PV(현재 온도) SV(설정 온도) 그리고 간소화된 파라미터 창이 전부였다.

여전히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회장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아직 미완성품이긴 하지만, 개선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들을 탑재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사용자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AI 스스로 사용자 환경에 맞춰 온도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뿐만 아니라, 죽은 DIE(반도체 칩)들도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어 공급자입장에서든 수요자입장에서든 금전적인 손실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 * *


분명한 건 일개 대학생 하나가 만들어 냈다고 하기엔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미완성품이긴 했지만, 기본적인 틀은 완벽히 구현이 되어 있었기에 이 모습 그대로 당장 시중에 상용화를 시킨다 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분명히 대중에 널리 사용될 것입니다.”


하나, 그래봤자 일개 대학생이 만들어 낸 장비일 뿐. 기업을 이끌며 내로라하는 천재 연구원들을 많이 접해본 황회장에게는 주은호의 말이 신빙성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확실히 한낱 대학생 졸업작품에 비할 바가 아니긴 하구만, 한데, 이번 박람회는 200개 업체가 참가하는 대형행사인데, 고작 이 조그마한 걸로 수상을 할 수 있겠나?”

“제 목표는 수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잘 생각해 보십시오. 현재 우리나라 수출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반도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맞습니다. 회장님도 반도체 생산업을 계열사로 두고 계시니 잘 아실 겁니다. 반도체의 치명적인 단점을.”


이어지는 주은호의 말은 황회장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회장님. 혹시 TK 단지 안에 EDS(불량/양품 검사) 공정을 진행하는 건물이 몇 동이나 존재합니까?”

“한··· 3개 동 정도 되는 것 같네만.”

“그럼 그 3개 동에서 발생하는 로스가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어느 정도 될 것 같습니까.”


황회장은 이내 그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지훈이 놈의 말이 단순 장난은 아니었나 보군,”


그의 말은 즉, 자신이 개발한 ‘나노 쿨러’를 이용하면, 더 이상 불필요한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반도체 생산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니, 애초에 검수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불필요한 공정을 진행하지 않게 되니, 그 안에서 발생하는 로스를 원천 차단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는 반도체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나노 쿨러’라는 장비를 부가시켜 훨씬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굴러 들어왔군,’


주은호에 대한 황회장의 생각이었다.


황회장은 고민에 차 있었다.

그 또한 미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앞으로 TK그룹을 성장의 반열로 이끌어줄 연구원들을 스카웃 하기 위해 첨단 산업 박람회라는 기회의 장을 열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런 황회장에게 ‘나노 쿨러’라는 장비는 너무나 매혹적이게 다가왔고, 이내 주은호의 말을 들은 순간 가슴이 꿈틀거리는 걸 숨길 수 없었다.


먼 미래의 얘기이긴 하지만, 그만큼 주은호의 장비는 투자의 가치가 분명 가득했다.


‘귀재로구만.’


여러 곳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공학자들을 많이 접했던 황회장이었지만,

자신의 안목으로 봤을 때 주은호는 좀 더 고차원에 있는 사람이었다.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 순간 황회장의 머릿속에선 주은호를 어떻게든 회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 * *


“자네는 연구원이 되고 싶은 건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자네,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해보지 않겠나?”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어째서지? 자네가 만약 들어온다고 하면, 높은 자리를 보장해 줄 수도 있네.”


누가 장사꾼 아니랄까 봐, 어떻게든 자신의 밑에 두고 싸게 먹힐 생각만 하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높은 자리라는 건 나에겐 큰 메리트도 아니다.


“취업에는 뜻이 없습니다.”


“······.”


단호한 거절에 고민을 거듭하던 황회장이 이내 다짐에 찬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자네가 만약 박람회에서 완성품을 내 눈앞에 보여준다면, 자네를 믿고 내가 투자를 해주겠네.”


본인 손에 넣을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 나마 개입을 하시겠다? 원하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이번 제안은 나에게도 큰 흥미 거리로 다가왔다.


게다가 누가 봐도 지금 이 상황은 나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 조금만 더 구슬린다면 내가 원하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습니다. 단, 조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물론 제가 유리한 방향으로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고민의 여지가 없겠지.

성공을 한다면, 일정 금액 투자를 통해 자신또한 이득을 취하면 되고, 만약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없던 걸로 무효화하면 되니까.


“음······.”


다시 한번 고민을 거듭하는 황회장이었지만, 이내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네. 그렇지만, 나로서도 납득이 갈 만한 조건이어야 할걸세.”

“물론입니다. 조건 사항은 추후에 제가 작성해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웃고 있었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만.”


그 후로 황회장은 황지훈에게 한도가 없는 카드를 건내주며 나와 같이 맛있는 거라도 먹고 들어가라 말했지만, 아마 그 속뜻은 ‘너가 잘 좀 회유해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조심히 가십시오. 회장님.”

“그래, 다음번에 대면했을 땐 꼭 완성된 장비를 보여주길 바라네.”


지잉―


유유히 연구실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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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2.09.19 07:57
    No. 1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나민(羅民)
    작성일
    22.09.21 04:33
    No. 2

    21세기 일부일처 사회에 정신 멀쩡한 인간이 하반신 간수 못하고 딴여자랑 만든 혼외자식 끼고 품위타령을 하고 있으니..
    본부장이 저런 쓰레기로 큰것도 당연한 결과인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초이랑
    작성일
    22.09.26 20:59
    No. 3

    21세기 1부 1처는 당연하죠 헌데 20세기 대한민국 일부일처가 당연 했나요?
    우리나라에 켐패인 있었죠 첩실이 되지 말라는 ㅋㅋ 1970년대 첩은 죄가 아니었습니다 ㅋ
    지금 만들어진 법 조선시대를 근거로 하죠 양반을 우선하는 지금 양반은 재벌 ㅋ
    첩이라도 하고픈 이유 살고 싶어서죠 긂어 죽기 싫어서 1970년 지금 서울 외각 강동구 지역
    아사자가 매년 발생했죠 웃기죠? 설마? ㅋㅋ 진실 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 이야기 입니다
    여기서난 50녀 살고 있네요 회장 나이 생각 하면 첩 그거 암것도 아닙니다 본부인들도 그당시엔 인정했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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