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2,233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8.17 13:38
조회
7,878
추천
137
글자
13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9화

.




DUMMY

“빨리 좀 와!”

“가고 있다고 보채지 좀 마.”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이른 아침, 황지훈과 그의 수행비서가 찾아와 누구에게도 꿀리면 안 된다며 샵에 데려가는 바람에,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다행히 도착했을 땐 황영춘 회장의 개최사가 막 시작되고 있었고 우리는 조심히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해서 LS재단의 이세희 이사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대충 후원해 주신 재단에 대한 감사 인사와

박람회를 개최한 목적에 대한 인사말이었다.


“형네 아버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으셨나?”

“크크크. 너는 내 수다스러운 성격이 어디에서부터 왔을 거라 생각하냐?”

“아······.”


듣고 보니 그건 그렇네.


“뭐 재밌는 거 없나······.”


낮은 음역대의 소유자이신 황영춘 회장의 축사가 넓은 공간에 울려 퍼지자, 몰려오는 졸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미 맨 뒷줄에 앉은 인간들의 머리통은 아래로 떨구어져 있었다.


“흠······.”


지루함을 느끼던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곧이어 창가 쪽에 앉아 있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그간 잘 지내셨지요?”

“하하, 그럼요. 김 교수님이야말로 별일 없으셨죠?”


먼 거리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황건우 본부장과 김한철 교수. 이 둘은 어딘가 친분이 있는 듯 보였다.


둘이 아는 사인가?

어째 좀 불안한데······.


[그럼 지금부터, TK 그룹이 주최하는 첨단 산업 기술 박람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짝짝짝―


때마침 황 회장의 개최사가 끝나고, 두 손은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두 사람을 응시했다.


“야 뭐해. 빨리 가서 준비해야지.”

“응? 아, 그래.”

“뭔 생각을 그렇게 하고있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가자.”

“아 맞다. 아까 너가 부탁 한 거 아직 말 못했다.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

“그래그래, 빨리 다녀와.”


나는 다급히 부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부리나케 달려왔던 탓에 개발 장비를 테이블에 대충 올려 두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스 앞에 거의 도착했을 그때.


“안녕하세요!”


우리 부스 앞을 정처없이 서성이는 여자가 보였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 안녕하세요.”


한눈에 봐도 황지훈과 비슷한 또래처럼 보이는 여성이었다.


대충 인사를 얼버무리며 정리를 채 하지 못해 올려 두었던 나노 쿨러를 전시장에 넣어 두려던 그 순간.


여자가 개발 장비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두 눈에 포착됐다.


한눈에 봐도 의심스러운 눈빛이었다.


“혹시 관람객이신가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화들짝 놀라 몸을 꿈틀거리는 그녀.


“죄송해요. 제가 원래 좀 호기심이 많아서요. 아무리 봐도 그냥 스마트폰인데,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도통 모르겠어서 추론해 보다가 그만.”

“혹시 그쪽도 오늘 출품하시는 건가요?”

“아, 넵! 저희는 여기 바로 옆옆 부스에 있어요. 아, 이럴 게 아니지.”


스윽―


“제 명함이에요. 죄송합니다 괜히 오해하게 만들어서.”


한경아, 연구개발팀 주임이고, 회사명이 금강제철?


분명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아 저는 따로 명함이 없어서요,”

“괜찮아요. 이것도 인연인데 서로 이름만 알아 두는 걸로 하죠.”


한경아의 오른손이 나를 향해 마중 나왔다.


“아, 저는 주은호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그런데 이건 정말 어디에 쓰는 물건이예요?”

“아, 이건 그러니까 나노 쿨러라고······.”


피식―


설명을 이어나가던 중 한세리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왜 웃으시죠?”

“여기서 듣기엔 설명이 너무 기네요, 그러지 말고 나중에 시간 되시면 그 번호로 연락 주세요 남은 얘기는 그때 커피나 한잔하면서 듣는 걸로 하죠.”

“예? 아니 차라리 이따가 오시면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는데······.”


꾸벅―


“그럼 이만. 꼭 연락 주셔야 돼요 궁금하니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세리는 뒤를 돌아 그 길로 걸어갔다.


“뭐야 도대체. 사람 말 끊기나 하고.”


잠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긴 뭐야. 너 이 자식 일하고 있으라니까 그 새를 못 참고 여자나 후리고 있었냐!?”

“으악 깜짝이야!”

“저 여자는 뭐야? 참 취향이 특이한 사람이네.”


정말이지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와 본 거래.”

“엥? 뭐가 궁금하다고 굳이?”

“겉으로만 봤을 때는 그냥 핸드폰이잖아.”

“아아~ 그럴 만도 하네.”

“그것보다 하라는 건 다 했어?”


황지훈은 아무 말 없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문득 불안한 느낌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지?”

“그럼 인마 내가 누군데, 걱정하지 마. 내가 아버지께 잘 말해 뒀으니까.”

“불안한데······”

“고맙다고는 못 할망정 그게 무슨 태도지?”

“됐다 됐어 말을 하지 말아야지. 근데 우리 부스는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안 되겠다, 형이 나가서 호객행위라도 좀 하고 와 봐.”

“내가 왜 이 자식아?”

“나는 여기 계속 있어야 할 거 아냐. 내가 개발잔데 자리를 비울 순 없잖아.”

“진짜 사람 귀찮게 만드는데 뭐 있다니까.”

“빨리!”


* * *


황지훈이 자리를 비운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부스 앞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했다.


영업 이사를 시켜야 하나? 생각보다 호객행위에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관람객들이 하나둘 부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우와! 이건 되게 작네~ 신기하다 그치?”

“응, 아빠 나 이거 갖고싶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노 쿨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왠지 모르게 눈웃음이 지어졌다.


그 순간.


“여기 어디쯤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자그마치 5미터 앞. 팜플렛을 들고 두리번거리는 김 교수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나를 찾고 있는 것이겠지.


굳이 피할 이유가 없었기에 김 교수에게 다가가려 하던 그때, 반대편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황건우의 모습이 보였다.


“교수님 여기 계셨습니까.”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김 교수를 마주하고 있는 황건우.


“아, 이번에 저희 학교 제자가 출품을 한다고 해서 잠깐 보려고 와있었습니다.”

“그러십니까? 이야~ 누군진 몰라도 그 학생은 복 받았네요, 우리 교수님 같은 분의 제자라니.”

“하하하. 그런가요?”

“예, 괜히 교수님 제자라고 하니까 저까지 궁금해 지는데요?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안내해드리죠.”

“······!!”


꾸벅―


고개를 든 순간 황건우의 손가락이 나를 가르키고 있었다.


“너 이 새끼!”

“일전에 있었던 일은 사죄드리겠습니다. 지난 일은 그만 잊어주시고, 날이 날인만큼 오늘은 두 분 다 즐겁게 관람하시다 돌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간신히 화를 참고있는 중이다. 어차피 이 둘은 곧 있으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망신을 살 거기 때문에.


“둘이 혹시 구면이십니까?”

“네. 구면이긴 합니다만, 반가운 얼굴은 아니군요.”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김 교수.


“어쩜 본부장님은 그런 점도 저랑 비슷하시네요.”


가증스러운 세치혀.

김 교수의 말에 황건우는 잠시 당황한 듯 경직된 표정이었다.


“그럼 아까 말씀하셨던 제자라는 게······, 이 학생이란 겁니까?!”

“그렇습니다.”


씨익―


“아~ 그렇습니까?”


황건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금세 태도를 돌변했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궁금했던 참인데, 같이 들어가서 작품에 대해 저희끼리 담소 좀 나눠볼까요?”


꿍꿍이야 알 것같다.

대놓고 둘이서 엿을 먹이겠다 이거지?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이들이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 ‘나노 쿨러’를 헐뜯을 것인지.


이내 부스 안으로 들어간 황건우와 김 교수가

내 개발 장비를 마주한 순간 당혹을 감출 수 없었는지,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있었다.


분명 헐뜯기 위해 들어왔지만, 일개 대학생 하나가 만든 장비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이, 이게 진짜 가능한 거였단 말이야?”


자신이 쓴 논문이지만, 진짜 가능할 거라곤 생각하진 못했을 거다. 몇 년이 지나고서야 내가 가능하게 만들어 줬던 거니까.


하물며 그 논문은 그야말로 엉터리였던 탓에 참고할만한 정도도 못 됐다. 표절이라 모함하더라도 다름을 얼마든지 증명해 낼 수 있다는 말씀.


“제가 평소 교수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태평양 보다 넓어서 말이죠. 교수님을 위해 제자가 큰일 한번 쳐봤습니다. 어떠신가요?”

“크흠··· 뭐 디자인은 영 센스가 별로 구만,”

“디자인뿐만이 아니라, 겉으로만 봤을 땐 어떤 장비인지 알아보지도 못하겠는데요······?”

“너 인마 이번 박람회의 슬로건이 뭔지는 알고 있는 거냐?”


개소리하고 있네.

어떻게 해도 깎아내릴 구석이 없으니까

슬로건을 들먹이시겠다?

고작 그런 게 감점의 이유가 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도 알다시피 이번 박람회의 이름이 첨단 산업 기술이지 않습니까, 자세히 보십쇼, 이처럼 그 이름에 부합하는 장비가 고작 그런 이유로 감점을 감내해야 할 만큼 형편없어 보이십니까? 심지어 이건 교수님께서 논문으로도 쓰시지 않으셨습니까?”

“누가 그딴 거 물어봤어! 이봐 이봐, 모르는 거야! 쯧쯧.”

“억지 좀 그만 부리시죠.”

“여전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지, 나는 분명히 그렇게 가르친 기억이 없는데. 이 정도면 가정교육을 의심해 봐야 하나.”


이 새끼가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왜, 그럼 내가 틀린 말 했어!?”

“거기, 뭐 하는 건가!”


순간 욱할 뻔했다.

만약 사전에 황지훈과 짜고 황 회장을 이 타이밍에 부르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김 대표의 멱살엔 내 두 손이 보란 듯이 올라가 있었을 거다.


“회, 회장님?”

“아버지?”


황 회장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황건우와 김 교수를 향해 한마디를 내뱉는 황 회장.


“표정이 왜들 그러십니까?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아, 그게······.”


황회장의 등장에 잔뜩 기가 약해진 김 교수의 모습.


“주변이 소란스럽길래 와봤더니, 김 교수님이 여기 계실 줄은 전혀 몰랐네요.”


감히 변명거리를 입에 담지도 못 할 거다.

그렇게 굳게 다물어진 김 교수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속이 뻥 뚫린다.


“아버지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저 자식이 먼저!”


변명거리를 생각해 낸 듯 황건우가 다급히 입을 열어 보았지만,


“시끄러워 이놈아! 제 아버지 체면 죽인 것도 모자라서 뭘 잘했다고 변명을 늘여!”


하나, 이미 상황판단을 마친 황 회장의 눈엔 황건우란 존재는 더 이상 그의 귀여운 첫째 아들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 아버지···.”

“누가 네놈 아버지야? 난 너 같은 자식 둔 적 없어 이놈아!”

“회장님 우선 진정을 좀 하시고.”


이윽고 큰소리를 듣고 찾아온 장현수 실장이 황 회장을 말려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거 놔! 너 이 자식 그렇게 행동거지 조심하라고 했더니 기어코 이 사달을 내? 꼴도 보기 싫으니까 썩 나가 이놈아!”


황 회장이 이토록 자신의 아들에게까지 매몰차게 굴어가며 나를 감싸려는 이유?


하여튼 쇼 한번은 기가 막히게 하시네.


처음엔 왜 저렇게까지 하시는 건지 의아했지만, 문득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보니 금세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나에게 무언가 요구할 게 있는 거겠지.


“회장님, 보는 눈도 많으니 일단 진정을 좀 하시는 게···”

“김 교수님, 죄송하지만, 교수님도 지금 이곳에서 물러나주시길 바랍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일평생 살면서 김 교수의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한껏 풀이 죽어서 유유히 자리를 떠나는 황건우와 김 교수, 그들이 떠난 부스 안은 적막만이 흘렀다.


“미안하네, 원래 저런 녀석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저렇게 삐뚤어 진 건지.”

“괜찮습니다. 가끔은 엇나가고 싶을 때도 있는 거죠. 그것보다 우선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모든 사항을 갖춘 내 개발 장비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순간, 황 회장은 물론 장비서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졌다.


“과연. 놀랍지 않을 수가 없구만·····.”

“결국 회장님 말씀이 옳으셨군요.”


서류뭉치를 들고 조심스레 황 회장에게 다가갔다.


“저······. 회장님? 그럼 이제 일전에 얘기했던 사항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눠볼까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천재공학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회귀한 천재공학자 20화 +3 22.08.30 5,375 88 12쪽
19 회귀한 천재공학자 19화 +3 22.08.29 5,366 91 11쪽
18 회귀한 천재공학자 18화 +3 22.08.28 5,491 93 10쪽
17 회귀한 천재공학자 17화 +7 22.08.27 5,873 91 12쪽
16 회귀한 천재공학자 16화 +2 22.08.25 6,083 95 10쪽
15 회귀한 천재공학자 15화 +4 22.08.24 6,251 96 10쪽
14 회귀한 천재공학자 14화 +6 22.08.23 6,296 102 11쪽
13 회귀한 천재공학자 13화 +1 22.08.22 6,610 112 12쪽
12 회귀한 천재공학자 12화 +9 22.08.20 7,124 113 12쪽
11 회귀한 천재공학자 11화 +4 22.08.19 7,364 116 11쪽
10 회귀한 천재공학자 10화 +5 22.08.18 7,855 128 11쪽
» 회귀한 천재공학자 9화 +2 22.08.17 7,879 137 13쪽
8 회귀한 천재공학자 8화 +7 22.08.16 8,068 142 13쪽
7 회귀한 천재공학자 7화 +6 22.08.15 8,477 140 12쪽
6 회귀한 천재공학자 6화 +3 22.08.14 8,648 156 12쪽
5 회귀한 천재공학자 5화 +4 22.08.13 9,050 146 13쪽
4 회귀한 천재공학자 4화 +3 22.08.12 9,844 141 12쪽
3 회귀한 천재공학자 3화 +4 22.08.11 10,978 156 13쪽
2 회귀한 천재공학자 2화 +6 22.08.11 12,195 175 11쪽
1 회귀한 천재공학자 1화 +9 22.08.10 15,582 16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