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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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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234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8.16 09:46
조회
8,068
추천
142
글자
13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8화

.




DUMMY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을 것처럼 굴더니. 도대체 언제 된다는 건데. 벌써 새벽 2시야 인마!”


이틀 연속 야근을 했던 탓인지 황지훈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세워져 있었다.


“거참, 지금 그게 누워서 땅콩이나 까먹고 있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하나,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황지훈 뿐만이 아니었다.

이전에 황회장과 대면했을 때 자신만만하던 태도를 보이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나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이 시대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첨단기술을 재현하기란 그리 간단한 과정이 아니었다.


응당 김치찌개를 만들려면 김치와 프라이팬이 필요하듯 장비 개발에도 김치와 프라이팬 같은 소재 및 부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가진 미래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소재 및 부품은 이 시대에 존재할 리가 없었고, 결국 나는 미래에서 가지고 온 기억을 총동원해 A부터 Z까지 손수 제작하는 수고를 덜어야 했다.


“아니, 당장 내일부터 박람회 시작인데 진전이 하나도 없잖아!”


거슬려 죽을 것 같다.

얄미운 표정으로 한참 개발 중인 부품과 나를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는 저 간신 같은 눈빛.


“그러게 왜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는 얘기를 해가지곤······,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아버지한테 말씀드리게.”

“조금만 기다려봐 금방 될 것 같으니까. 그리고 거들지도 않으면서 잔소리는 좀 삼가줬으면 좋겠는데?”

“에휴······.”


아무리 내가 공학 분야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기술력을 단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만들어 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소, 부, 장을 동시에 개발해 내는 연구원은 내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설령 그게 지상 최대의 연구원들이 모여있다는 NASA 사(社)의 엔지니어들이라 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 일 테니까.


“아무래도 전공이 아니다 보니까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네. 그래도 거의 다 된 거 같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하······. 너의 의지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너 말마따나 우리 전공 분야도 아닌데 무슨 수로 하루아침에 만들겠다는 거야?”

“내가 전에 말했지, 가능성을 논하려는 거면 10번 이상 생각하고 말하라고.”

“이미 20번도 더 넘게 생각하고 말하는 거거든.”

“자꾸 초 치면서 분위기 흐릴 거면 차라리 잠이라도 많이 자두는 게 어때?”


물론 조금 돌아온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건 사실이다.

하나, 확실한 건 황지훈의 걱정만큼 정말 불가능한 기술은 아니었다.

반드시 이 시대에서도 개발이 가능한 소재였으니까.


하물며 이정도는 앞으로 내가 개발할 장비들에 비해선 훨씬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괜히 완급 조절을 한 게 아니라는 말씀.


“뭐 대단한 거라도 해낼 줄 알았더니, 순 엉터리 였구만.”


피식―


그 순간.

조롱 섞인 비아냥을 곱씹던 황지훈과는 달리. 내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마침내 굳어지는 황지훈의 우스꽝스러운 표정.


“야······. 하하. 하하하!”


마침내 그 자태를 드러낸 AI칩이 순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TK 그룹 회장실 안


똑똑―


“누구십니까?”

“회장님. 장현수 실장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끼익―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건가.”

“예 회장님. 다름이 아니라 일전에 알아보라고 하셨던 내용 보고드리려고 올라왔습니다.”

“그래? 벌써 조사가 다 끝난 모양이군. 역시 자네는 일처리가 빨라서 맘에 들어.”

“하하······ 우선 지시하신 부분에 대한 건 전부 알아보긴 했는데······.”

“왜 그런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년간 황 회장 옆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며 실장 자리에까지 앉은 장현수였지만, 황 회장이 이토록 혈안이 되어 어떠한 일에 광분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일개 대학생 하나가 제안한 허무맹랑한 망상 때문에.


누구보다 황회장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조사 과정 중 알아낸 사실은 그의 안목을 의심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외람된 얘기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뭔가?”

“그······. 저희로선 아무리 생각해도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적다고 생각되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갑작스레 왜 이런거에 관심을 쏟고 계시는 건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


황 회장의 고민이 거듭될수록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한 장현수 실장이었다.

20년 동안 지근거리에서 황 회장을 보필해 왔지만, 여전히 황 회장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장현수 실장이었다.


“자네 눈엔 내가 그 학생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것으로 보이나?”

“네?”

“장 실장 능력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오늘따라 다르게 보이는구만. 잘 생각해 보게 우리가 제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장사꾼은 결국 장사꾼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

“우리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손익만 따지면 되는 것이야, 그러니 자네도 나를 믿고 기다려 보게, 자네 말대로 단순히 일개 대학생의 망상이었다면 나 또한 가차 없이 끊어낼 테니.”

“그 말은 즉······.”

“우리야 하나 아쉬울 게 없다는 거지. 아니, 오히려 싸게 먹힌 것일지도 모르지. 단순 기회비용쯤이라고 생각하면 말이야.”


황 회장의 말은 장 실장을 납득 시키기에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띠익―


내려오는 화이트 스크린 속 PPT 슬라이드 창이 환하게 빛났다.


[Project: Nano Series (Cooler)]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실물은 존재하지 않으나, 비슷한 내용으로 이미 2016년에 논문이 작성돼 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현재로선 불가능한 기술력이라 명시되어 있으며 실현되기까지는 최소······”

“뭐가 그렇게 두루뭉술해 확실한 거 맞아? 출처가 어딘가?”

“성환 대학교 김한성 교수의 논문을 인용한 내용입니다. 신뢰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흠······.”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미간을 찌푸리며 턱을 매만지는 황 회장의 모습이었다. 무언가 못마땅한 듯한 그의 표정에 곧바로 두 번째 슬라이드를 펼쳤다.


“그러나 이건 소수의 의견일 뿐 확실하다고 치부할 순 없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친구가 정말로 성공한다면 말 그대로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까요.”


슬라이드 창을 열자마자 황회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윽고 화면 쪽으로 얼굴을 더욱 가까이하는 황회장.

돈 얘기 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거겠지. 장사꾼에겐 돈 얘기보다 중요한 얘기가 없으니까.


“현재 TK 그룹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정을 총괄하고 있는 TK 세미션의 영업 이윤은 연간 10조 원, 공정 중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3조 원가량입니다. 더군다나 EDS 공정을 진행하는 비용만 하더라도 분기당 1,000억을 가뿐히 넘기고 있고요. 지금까지 말했던 모든 로스를 나노 쿨러를 이용해 보완하고 추가 적으로 수출을 통해 이윤을 얻게 된다면 통계상으론 어림 20조 원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구만, 연간 순수 매출액이 20조 원이라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


기뻐하는 건지, 못마땅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황 회장이었다.


“물론 그쪽에서 양산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을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제대로 자리만 잡힌다면 근 2년 안으로는 그들을 통해 TK가 정상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고민의 늪에 빠진 황 회장. 그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자꾸만 화면 속 숫자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20조 원이라······.”

“그렇습니다.”

“솔직히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구만. 그거 우리 회사에서 개발할 방법은 아예 없는 건가?”


구미가 당길 것이다.

애초에 나노 쿨러 단가에 대한 건 고려를 하지 않은 통계였으니까.

하나, 장현수 실장은 이미 그런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3번째 장 슬라이드를 열었다.


띠익―


“아직 특별한 지시가 없으셔서 임시로 TF 팀은 결성해 놓은 상태입니다. 또한 필요시 김한성 교수의 자문을 얻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음······.”


고민이 될 법도 하다.

만약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막내아들이 이럴 때 그 친구와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분명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손에 넣으려고 했었을 거다.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아비가 돼서 자식 앞길을 가로막을 수는 없는 법이지. 미안하네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구만.”


하나, 황 회장은 결코 친족 상도를 범할 인물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의 아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컸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당장 내일이 박람회 개최식이구만.”

“네. 그렇습니다.”

“그래, 내가 바쁜 사람을 너무 오래 잡아 뒀네, 자네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게. 아, 그리고 자네한테 부탁 하나만 더 하지.”

“네. 말씀하십시오.”


펄럭―


황 회장 손에 들려있던 서류뭉치가 장 실장의 손으로 옮겨갔다. 잠시 계약 내용을 확인하던 장현수 실장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확장되었다.


“이, 이건······?”

“그 친구가 나한테 들고 온 계약서인데, 자네가 좀 처리해 주게나.”


장현수 실장의 미간이 좁아져 갔다. 하나, 더 이상 황 회장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기에 수긍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 * *


“왜. 아까처럼 또 비아냥거려 보시지?”

“뭐야······. 진짜 가능한 거였어?”

“무조건 된다고 말했지. 나를 의심하지 말라니까?!”


얘기로만 들었을 땐 감히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작 정사각형 한 변의 길이가 8mm 밖에 되지 않는 AI 칩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너 이 새끼. 대충 그냥 장난감 같은 거 만들고 허세 부리는 거 아니야?”

“속고만 살았나. 갑자기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졌지?”

“한 번 구동 시켜봐,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도저히 못 믿겠어.”

“하여튼 의심만 늘어가지고.”


AI 칩을 장착한 나노 쿨러를 샘플 보드 위에 가체결 했다.

마치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씨익―


황지훈의 표정은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고, 왠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그렇게 기대돼?”

“시끄럽고 빨리 돌리기나 해보라고!”

“성질은······. 알겠어 그럼 시작한다.”


삐이―


[defective die가 감지되었습니다. 장치가 활성화됩니다.]


징징―


[활성화가 완료되어 사용자 모드에 진입합니다]


황지훈의 떡 벌어진 입, 동그랗고 커다랗게 치켜뜬 눈,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이 상황.

기어코 목표를 이룬 순간 미소가 지어졌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무조건 된다고 했지.”

“미친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하하.”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황지훈은 안절부절 못하고 날뛰기 시작했다.


“이제야 존경할 마음이 막 솟아나지?”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발바닥이라도 핥아 드려야 되나.”

“됐어, 그런 짓을 뭐하러 해.”


이틀 연속 밤을 새가면서 개발한 장비가 대성공을 이루자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하나, 이후에 황지훈이 내뱉은 말이 나를 당혹시켰다.


“야 은호야, 근데 너 회사 차리면 나는 직급이 어떻게 되는 거냐? 대표이사?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사이에 적어도 임원급은 돼야 하지 않겠냐?”


연거푸 마른기침만 줄곧 새어 나올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 공이 아예 없는 게 아닌데. 그 정도는 해주겠지?”


하여튼 감투 욕심은 있어가지고. 어련히 기다리면 다 알아서 해줄 텐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잡담 그만하고 빨리 와서 좀 거들어 아직 해야 할 테스트가 산더미야! 이래 가지고 내일 출품이나 할 수 있겠어?”

“말하는 본새를 보니까, 그게 아닌가 본데?”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황지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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